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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카페 인생강의 - 대한민국 직장인의 9가지 고민을 인문학으로 풀다 ㅣ Art of Lving_인생의 기술 1
강승완 외 지음 / 글담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사회에 인문학 열풍이 불기 시작할 무렵인가,,, 나에게 인문학은 다른 곳에서 관심이 시작되었다. 책과 글을 쓰는 것이 마냥 좋아서 주변을 늘 어슬렁 거리고 있었는데, 우연히 토론을 접하게 되었다. 승패에 대해 유난히 심약한 성격 탓에 긴장감있게 진행되는 과정은 재미있지만, 그 긴장의 강도가 너무 커서 지금은 다시 책읽기와 글쓰는 취미로 돌아오긴 했지만 토론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인간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의 해법은 결국 '인문학'으로 풀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상과 사실의 나열 이외에 상대와 심판, 청중을 자기 편의 논리로 설득시키려면 결국은 그것을 사회에서 공인한 논리적인 근거로 들 수밖에 없는데 가장 영향력이고 강력한 근거가 바로 '인문학'이기 때문이다. 몇 번 참여하지 않았었지만 어떠한 논제가 주어져도, 처음에는 전혀 다른 내용 같았지만 논쟁을 거듭하다보면 결국에 부딪치는 쟁점은 결국 인간과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회, 국가에 대한 해석과 권리에 대한 입장 차이로 좁혀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근원적인 것에 대한 고민과 철학이 분명이 서 있어야 상대를 설득시킬 수도, 이길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깨달았다. 마흔이 넘어가도록 이러한 근원적인 인문학적 고민을 전혀 하지 않고 살았다는 것을. 나의 윗 세대만해도 지적인 향유를 위해서 고전을 읽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여겨졌었고,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철학적인 사유로 이어질 수 있었다. 그러나 내가 대학을 준비하던 시기는 달랐다. 굳이 학생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다. 교과서를 달달 외워서 시험을 잘 보면 되었지, 굳이 '나'란 누구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 삶인가? 하는 고민은 하릴없는 시간 낭비에 불과했던 것이다. 대학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인문학은 학점을 따기 위해 대충 듣는 교양 과목에 지나지 않았다. 회사에 입사할 때도, 인문학적 소양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삶의 중심없이 불혹을 넘겼다. 그렇게 그렇게 사는 것이 인생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가 나와 우리에 대해 생각을 하게 되자 급격한 혼란 속에 빠진 것이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어디에 서 있는 것인가? 그러한 고민에 휩싸여 있을 때 '인문학 까페'를 만나게 되었다. 1년 쯤 전인가 보다. 1년 과정으로 고전 읽기를 시도한다고 해서 수강 신청을 해서 들었었다. 직접 들으면 더 좋겠지만 시간이 여의치 않아 녹화된 강의를 듣는 온라인 강의를 등록한 후 강좌를 들었었다. 첫번 째 책이 '그리스 로마 신화' 였었는데 그래도 옛 이야기처럼 짧은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는 형식이라 진정으로 이해를 할 수는 없었겠지만 비교적 읽고, 듣기에는 부담이 없었었다. 그 때 교수님이 강좌를 시작하면서 말씀하셨었다. 이 강좌는 가르치고, 배우는 강좌가 아니고, 읽고 함께 얘기하면서 생각을 나누는 강좌라고. 고전은 평생을 읽어도 다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지만, 고통스러워도 읽어야 한다고. '그리스 로마 신화' 다음으로 진행된 강좌는 니체의 '짜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였다. 이야기와 그림이 섞여 있어 읽기 편했던 것과는 달리 다음 책은 한 페이지 넘기기가 어려웠다. 강좌 시작 때까지 다 읽기가 힘들 것 같아 더 강좌 신청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고전에 대한 도전은 흐지부지 되었지만, 지금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읽어야 하는 것이기에 미뤄둔 숙제마냥 마음이 늘 무거웠다.
일 년 사이 인문학 열풍은 거대한 산이 되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 같다. 인터넷은 물론 동네 어귀만 나가도 인문학 강좌를 손쉽게 들을 수 있으니 어서 다시 시작하라는 채근같다. 이렇게 사회 전체가 인문학에 대한 갈망을 하는 것은 아마도 한참 달리다가 문득 왜 달려야하지? 어디로 달리는 것이지?라는 질문을 던졌던 나와 같은 증상이 아닐까 싶다. 숨가쁜 경제 성장을 이룩하다가 경제적인 위기를 겪고, 점점더 피폐해져가는 정신의 혼돈 속에서 좀더 건강하게 성장하려고 하는 사회의 본능적인 욕구로 '인문학'에 눈을 돌리기 시작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필요에 의해서, 정신적인 갈증에 의한 최후의 수단으로 '인문학'을 접했지만, 여전히 인문학은, 고전은 오르고 넘기에 너무 큰 산이다. 고통스러워도 끊임없이 올라야 하지만, 현실에 발을 둔 이상, 나의 근원적인 질문과 답을 찾기에 너무 먼 이상처럼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인문학이 대중화되기 시작하면서 좀더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지만 그럼에도 아직은 이상향처럼 멀기만 하다.
'나'를 둘러싼 현실에서 인문학을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 한 마디로 어떻게 써먹을 것인가? 그러한 고민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책이 바로 [인문학 카페 인생강의]이다. 이 책이 더욱 반가웠던 것은 내가 처음에 듣다가 주저하게 된 바로 그 강의가 책으로 엮어져 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그 강좌에 참여했던 강사진들이 '대한 민국 직장인의 9가지 고민' 즉, 혁신, 성공, 정의, 창의, 소통, 치유, 행복, 종교, 건강의 키워드를 뽑아 이를 인문학적으로 풀어 쓴 것이다.
이 키워드에 대한 고민을 인문학적으로 풀어 쓴다는 의도도 있겠지만 궁극적으로 이 키워드들이 왜 고민이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이 더 어울릴 것 같다. '혁신'을 예로 들면, 혁신을 왜 해야 하고, 어떻게 할 것인가를 인문학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해법을 찾아간다. 자기 계발서에서도 숱하게 접할 수 있는 키워드이지만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풀어내니 무게감과 깊이가 더해진다.
진정한 혁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저자는 '새로운 나 만나기 프로젝트'를 해법을 제안한다. 따지고 보면 이 책의 각 주제는 물론 거의 모든 자기 계발서에서 공통적으로 강조하는 것이 바로 '나'를 제대로 알고, 내면의 목소리를 듣는 것이다. 그동안 살아온 '나'를 되돌아 보고, 내가 원하는 삶이었는지, 남이 원하는 삶이었는지, 혼란스럽고 고통스럽지만 정리를 해야 비로서 혁신도 성공도 창의도, 치유, 행복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새로운 '나'를 만날 수 있을까?
-무엇이 새로워지기를 방해하나?
-내 안의 또다른 나를 깨우기
-진정성과 절실함
-'나'와 '나의 욕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나는 나를 어떻게 표현하고 살아가는가?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
-독서와 사색으로 세계와 관계하는 나의 틀 바꾸기
-자신이 지향하는 일에 몸을 밀착시키자
-새로운 나를 만나기 위해 나는 '지금' 무얼 하고 있는가?
-주변의 사물을 재배치해 보자
-내 주위에는 어떤 사람이 있나?
소제목이 그 일련의 방법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인문학적 기반의 설명이기에 자기 계발서보다는 읽는데에 조금씩 걸림돌이 생긴다. 그렇지만 곱씹어가며 읽다 보면 시대를 관통하며 전해져오는 진리가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고, 그러기에 더 깊은 공감과 울림이 느껴진다.
셰익스피어 작품의 주인공들이 전해주는 가치있는 삶을 살펴보며, 진정한 성공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고, 잘못 알려진 김정호의 지도 제작법의 진실을 살펴보며 진정한 창의가 무엇인지 감탄을 하게 되기도 한다.
『인문학카페 인생강의』는 결국 '지금까지 드러난 나' 이외에 '아직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나'를 깨닫게 하는 계기를 제공할 것이다. 인문학적 분석력과 판단력고 상상력은 지금까지 자신이 접하지 못했던 '새로운 나'를 만나게 한다. 여기서 인문학은 단순히 삶의 윤활유나 치유책이라는 삶의 보조기능에 머물지 않고 '나의 일상'에 구체적으로 개입하여 일상의 삶을 변화시키는데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핵심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 프롤로그 中에서
밥을 아무리 먹어도 병이 낫거나 단숨에 건강해지지 않는 것처럼, 인문학 역시 단기간에 내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꾸준히 읽고, 접하다 보면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듯 우리의 생각과 삶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다. 교수님의 말처럼 고통스럽지만 꾸준히 읽어나간다면. 이 책은 그렇게 인문학에 새롭게 접근하려는 사람들에게 인문학을 좀더 실질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친절한 안내서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