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우리 역사 - 우리가 몰랐던 숨어있는 한국사 이야기 청소년 인문교양 시리즈 2
원유상 지음 / 좋은날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학창 시절 역사를 참 좋아했었다. 외울 것 많고, 반 만 년의 긴 역사의 복잡함에 좌절할 때도 있었지만, 픽션이 아니라 아주 오래 전 살았던 사람들의 실제 이야기라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였다. 옛날 이야기를 듣듯 빠져 들어 마치 그 당시로 간 것 같은 착각을 하면서 재미있게 공부했던 기억이 난다. 그것이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의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학교 졸업을 하고 시간이 흘러 다시 역사를 만나게 된 후에는 적잖이 당황했었다. 내가 알고 있었던 역사적 사실이나 평가가 달라진 것도 있고, 같은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되면서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하는 것을 보면서 역사는 과거에 일어난 일이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시대가 바뀌면서 함께 변해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록이라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사건이라고 하더라도 누구의 시각에서 보느냐에 따라 같은 사건도 전혀 다르게 해석되고 평가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바로 어제 일어난 일도 서로의 입장에 따라 차이가 생기는데, 하물며 구비구비 긴 시간의 터널을 통과한 사건의 단편들이야 말할 것도 없지 않을까.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듯 역사를 보고, 믿는 것은 아닐까 하는 역사에 대한 생각이 바뀌면서부터는 역사란 한 번 알고 끝날 것이 아니라 다양한 관점과 시각으로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지켜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 들어서는 그러한 노력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듯 하다. 승자의 역사 뿐만 아니라 패자의 역사에도 관심을 기울이는 등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바라보려는 시도도 이루어지고 있어 역사를 새롭게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물론 재미보다 더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오래된 친구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것처럼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은 흥미롭기 그지없다.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못한 우리 역사]는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의 재평가라기 보다는 역사의 틈바구니에서 알려지지 않았던 사실들이나 사건의 후일담 혹은 비중에서 빌려 관심받지 못했던 사실들을 이야기를 들려주듯이 풀어 쓴 책이다. 학교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진도 때문에 혹은, 교과서를 토대로 가르치게 되면서 알려주지 못했던 사실들을 모아서 하나의 책으로 엮은 것이다.
 
 
거란의 1, 3차 침입이 있었을 때 서희와 강감찬의 활약으로 지켜낸 것은 교과서에서 숱하게 배워왔다. 그렇다면 2차 침입에서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 그리고 왜 2차 침입은 잘 배우지 않은 것일까? 의심할 여지 없지 배우고, 익히는데 전념했었지만 그러고 보니 그 이유가 궁금하다. 이렇듯 저자는 학교 현장에서 나온 질문들이나 두드러진 내용들을 다루느라 미처 다루지 못했던 틈새의 사실들에 대해서 논리적이면서도 맛깔나는 문장으로 전달하고 있다.
 
 
고려시대 왕권 강화를 위해 광종이 실시한 '노비안검법'은 지금도 학교 시험의 단골 문제로 나올 만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교과서에는 다루지 않고 있지만, 저자는 광종이 죽은 후에 풀려났던 노비들이 다시 노비가 되게 만든 '노비환천법'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유명세와는 달리 '노비 안검법'이 성공적으로 정착하지는 못했던 정책이었음을 알려준다.
 
이외에도 주권 항쟁의 상징 '삼별초' 이면의 실제 속사정을 다루며, 이처럼 현실보다 부풀려 평가되는 사실들을 전하는가 하면, 세종대왕과 집현전 학자들이 함께 만든 것으로 알려진 '한글'이 사실은 세종대왕의 주도로 왕자, 공주들이 참여해서 만든 것이라며, 잘못 전해지는 내용들을 꼼꼼하게 논리적으로 반박하기도 한다. 또 한국인보다 한국을 위해서 더 애썼던 외국인들에 대한 조명이나 잘못 알려진 역사 용어에 대한 정리는 여느 역사책에서는 보기 어려운 내용들이다.
 
이처럼 어렵고 헷갈리지만 우리가 꼭 알아야 하는 내용을 일목요연하면서도 흥미롭고, 알기 쉽게 정리해놓은 것을 보면 역시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답다는 생각이 든다.
 
 
 
반만 년의 긴 역사, 고조선에서 조선 후기까지는 그래도 여유있게 객관적인 느낌으로 내용을 전달하고 있지만 조선 말부터 대한제국까지는 저자의 격한 감정이 그대로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 시기는 역사를 배울 때도 늘 고통스럽다. 역사를 가르치는 입장에서는 고통이 더할 지도 모르겠다. 그래서인지 이 장에서는 저자가 느끼는 그 안타까움과 답답함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지나간 과거야 바꿀 수 없지만, 몰라서 혹은 절차상의 문제로 아직 제대로 바로 잡지 못하고 있는 일본 잔재에 대한 내용을 다룰 때는 언젠가는 바꿔야만 한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 역사를 가르치는 교사로서의 책임감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역사는 계속 변한다. 힘이 있는 누군가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균형잡힌 모습으로 사실에 가깝게 만들어가려면 후손인 우리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함을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느끼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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