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글쓰기 교실 -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이인환 지음 / 미다스북스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작년에 시에서 운영하는 평생학습관에서 '글쓰기' 강좌를 들은 적이 있었다. 독서지도를 공부하고 있던 터라 연계된 글쓰기 강좌도 시간이 날 때면 듣는 편이라 시간이 어찌 맞아서 6개월 코스로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듣게 되었다.
개강 첫 날. 여느 수업과 마찬가지로 수강자들 돌아가면서 자기 소개를 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름이나 자녀의 수, 학년, 사는 곳, 수강을 하게 된 이유 등등의 간단한 소개를 한다. 그런데 소개를 들으면서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을 위해서 들으려고 했던 나같은 부류 몇 분을 제외하면 거의 대부분의 수강자들이 자녀의 글쓰기를 도와주려 수강을 신청했던 것이다. 거의 90% 이상이. 그렇다고 우리 아이들이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평소 책을 많이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 특별하게 생각해보지 않았었는데 생각보다 많은 엄마들이 자녀들의 글쓰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교실]의 저자 역시 현장에서 독서논술 지도를 하고 있으니 상황이 다르지 않을 느꼈을 것 같다. 엄마들이 그렇게 글쓰기에 대해 고민을 하고 있는 이유는, 독서보다 글쓰기를 시키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독서는 같이 읽을 수도 있고, 읽어 줄 수도 있고 함께 활동도 해볼 수 있지만, 글쓰기는 순전히 아이 혼자서 해야 하는 것이다. 같이 한다고 해도 어쨌거나 아이 스스로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인데, 대부분의 아이들은 글쓰기를 싫어하거나 두려워하고, 혹은 귀찮아 하기 때문에 엄마들만 조바심이 나게 된다.
 
더구나 학교에서는 방학 숙제를 비롯해서 심심치 않게 글쓰기 숙제를 내준다. 한바탕 난리를 피워도 만족할 만한 글을 써가기란 쉽지 않으니, 엄마들은 포기하거나 이처럼 좀더 잘 쓸 수 있는 비법을 배워 아이들에게 적용해보려고 직접 나서게 된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그 강좌를 들으면서 엄마들은 비법 보다 글쓰기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느끼며 아이들에게 글쓰기를 강요했던 것에 대해 미안해 하며 반성을 한다는 것이다. 글쓰기 수업이라는 것이 글을 쓰지 않고는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니 생활문, 일기문, 독서감상문, 심지어 시까지 각 장르별로 다 일일이 다 써봐야 한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의 어려움을 절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글을 쓰면서 어색하기도 하고, 유치하기도 해서 얼굴이 붉어지긴 하지만 내 생각과 얘기를 써내려가다 보니 나를 내가 한 발 떨어져 보는 것과 같는 느낌이 들게 된다. 그리고 목에 뭔가 걸린 것 같던 감정이 해소되는 시원함이 느껴지는 가 하면 주위를 유심히 관찰하게 되면서 익숙하던 것들이 갑자기 낯설게 보이는 신선함을 느끼기도 한다. 글쓰기가 치유의 역할을 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었지만 실제 경험을 해보면서 그 위력을 실감했다.
 
이 책 [엄마와 아이를 바꾸는 기적의 글쓰기] 역시 엄마들의 그런 고민에서 출발한다. 아이들이 왜 글쓰기를 하기 싫어하며, 엄마는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지에 대해서. 저자는 그에 대한 답을 간단하게 말한다. 바로 '엄마 먼저 써라'라고. 엄마가 먼저 글을 쓰고, 아이들과 이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아이의 마음이 서서히 열리고, 그러면 아이들도 자연스럽게 글쓰기에 가까워질 것이라고. 15년 간 글쓰기 강의를 한 저자는 자신있게 얘기한다. 글쓰기를 강의하면서 글쓰기의 힘을 체감하지 못한 엄마는 단 한 번도 보지 못했노라고. 너무 자신있게 얘기하기 때문에 정말 써야겠다는 생각이 저절로 든다.
 
 
그렇지만 어떻게 써야 하나? 
저자는 글을 잘 쓰지 못해도 상관이 없다고 얘기한다. 글을 쓰는 목적이 아이와의 '소통'을 위한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대화하면서 소통을 위한 도구로서 필요한 것이기에 유려하고 잘 쓴 글보다는 솔직하고 진심이 담긴 글을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엄마의 진심을 담아서 꾸준히 써내려가고, 아이와 소통한다면, 아이는 '반드시' 변한다고 한다. 쉽지 않겠지만, 가장 가까우면서도 거의 명백한 길이 바로 '글쓰기'인 듯 싶다.
 
이제 선택은 '엄마'들이 해야 한다.
저자는 책의 앞부분에는 글쓰기의 중요성에 대해 먼저 설명한다. 현장에서 만난 사례를 들어 얘기하면서 왜 글을 써야 하는지,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 지를 보여준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뒷부분에는 오랜 기간 글을 써오고 가르쳐 온 저자만의 글을 잘 쓸 수 있는 비법을 간결하면서도 체계적으로 다룬다. 주부들을 대상으로 쉽고 간결하게 설명하던 습관이 그대로 책에서도 묻어난다. '누구나 글쓰기는 어렵다'로 시작하는 비법은 그럼에도 조금씩 따라하다 보면 어느 새 글쓰기에 익숙해지지 않을까 싶다.
 
 
어렵지만, 지금 바로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아이를 위해서, 가족을 위해서... 그리고 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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