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초만 누르면 통증이 사라진다! - 통증 잡는 기적의 '스위치' 요법
장민제 지음 / 비타북스 / 2015년 11월
평점 :
절판


컴퓨터로 하는 일을 십년 넘게 하다 보니 어깨가 뭉치고, 아픈 것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요즘에는 스마트폰을 보는 시간마저 늘어나니 불쑥 찾아오는 고통이 더 심하다. 그렇지만 딱히 치료 받기도 그렇고 참을 수 있을 정도인 것 같아 그냥저냥 버티다 보니 어느새 통증에 익숙해졌다. 이런 자세탓인지 아니면 나이탓인지 통증이 느껴지는 부위가 점점 늘어나더니 요즘은 어깨와 등쪽을 지나 허리, 엉덩이까지 내려오는 것 같다. 다리도 자주 붓고, 앉아 있기 힘들 정도의 엉덩이 통증도 점점 심해진다. 하루종일 앉아 있는 시간이 많아서 그런가 싶어 하루 1~2시간씩 걷기도 해보지만 바쁜 날은 꼼짝없이 10시간 이상을 앉아서 보내다 보니 통증의 강도와 범위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그런데 통증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고 순발력과 근력, 민첩성도 떨어지고 있었나 보다. 얼마 전에는 길을 걷다 발목을 삐긋하고 만 것이다. 높은 굽을 신은 것도, 위험할 만큼 구덩이가 파여있는 것도 아니었다. 운동화를 신고 있었고, 극심한 고통이 지나간 후 되돌아 보니 그저 약간 움푹 파인 길이었던 것이다. 20대 때 발목을 한번 다친 후로 여러 번 삐긋하긴 했는데 이번에는 좀 심각했다. 2주 넘게 한의원을 다녔는데도 아직 붓기가 느껴진다.

 

처음 침을 맞으러 갔을 때는 다친 부위만 맞는 줄 알았는데 반대편 다리는 물론이고, 손, 허리에도 침을 놓는 것이었다. 이유를 물어보니 혈이 통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좌우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침을 별로 맞아보지 않았었는데 원리가 재미있고 신기했었다.

 

ts1.jpg

 

[8초만 누르면 통증이 사라진다!]
이 책을 보았을 때 침 맞을 때가 생각이 났다. 아마도 그 경험이 없었으면 '말도 안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을 지도 모른다. 그리고 발이 계속 부어 있고, 통증이 심해서 발목을 잘 돌릴 수 없었을 때 의사 선생님이 반대쪽 다리에 침을 놓은 후 돌려보라고 했을 때 짧은 순간임에도 부드럽게 돌아가는 게 신기했었다.

 

'플라시보 효과인가?' 속으로 생각했었다. '아무리 침을 놓아도 그렇지 방금 전까지 통증때문에 못돌리던 발목이 갑자기 부드러워질 수 있지?' 반신반의했었던 것이다. 그리고 다리의 안쪽을 누르며 여성의 아랫배와 관련 있는 부위인데 약해지기 쉽다고 평소 자주 마사지를 해주라고 하는데 통증이 심하게 느껴졌다. 통증이 있는 지도 모르던 부위였는데 누르니 심하게 아픈 것이 놀라웠다.

 

그렇게 병을, 통증을 다스리는 것이 신기하게만 느껴졌지만 내가 직접 아플 때 활용할 수 없으니 그렇구나 하고 고개만 끄덕이고 넘겼었다. 이 책 [8초만 누르면 통증이 사라진다!] 을 본 순간 눈이 번쩍 뜨인 이유는 바로 그 원리를 직접 써먹을 수 있겠구나하는 반가움때문이었다. 직접 해볼 수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을 때 해답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처럼 눈 앞에 책이 나타나니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던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이미 TV조선과 KBS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8초의 마사지만으로 돌아가지 않던 목이 돌아가고 극심한 허리 통증이 완화되고, 들리지 않던 팔이 올라가는 방송을 본 후에 빗발치는 문의와 치료 요청으로 저자는 책을 쓸 것을 결심했다고 한다. 원래 직접 환자를 치료하지 않고, 통증 제어법을 가르치는 교육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치료를 받으러 오겠다는 사람들을 일일이 거절하기 어려워 누구나 스스로 통증을 다스릴 수 있는 방법을 공개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ts2.jpg

 

책의 시작은 '스위치 요법'에 대한 효과를 제시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방송과 임상 사례를 통해 8초 통증 마사지의 효과를 눈으로 먼저 보여주는 것이다. 그다음으로 통증이란 무엇인지, 왜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이어지고, 2장부터 본격적으로 '8초 통증 마사지'에 대한 소개와 방법을 안내한다.

왜 아픈 부위와 다른 곳을 마사지하는데 통증이 완화되는 것일까?

 

"동양의학에서는 우리 몸에 12가지 경락과 361개의 경혈이 존재하며 이 기본 경혈을 포함해 약 1천여 개 이상의 경혈점이 있다고 본다. 경락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폐··소장·방광·대장··삼초·비장·신장·심장··심포의 12 내장에 해당하는 줄기로, 우리 몸의 기혈을 운반하는 '순환 통로'와 같다. 이 통로 곳곳에는 기(氣)가 잠시 머물렀다 흐르는 일종의 '정류장'이 존재하는데 이 정류장이 경혈이다.

질병은 바로 경락과 경혈을 흐르는 기가 정체되면서 생긴다. 그러므로 경혈을 제대로 자극할 수 있다면, 그 자극이 경락을 따라 연관된 부위로 전달되면서 질병을 제어하는 것도 가능하다.

-중략-

우리 몸에는 전신의 근골격계를 자극하는 14개의 통증 스위치가 존재한다. 이 스위치를 적절하게 켜고 끄면 통증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머리, 목, 허리, 팔, 다리 등 신체 각 부위에 해당하는 통증 스위치를 제대로 찾아 짧은 시간만 눌러줘도 몸은 즉각적으로 반응하게 된다. 각 스위치를 정확하게 찾아 최소 8초부터 시작해 더 오랜 시간 자극하면 통증 제어의 효과는 짧게는 3시간가량 지속된다. 뿐만 아니라 매일 꾸준히 자극하면 통증이 없어지는 시간이 점차 길어지면서 만성 통증에서도 해방될 수 있다.---p.51~52

 

원리도 궁금했지만 빨리 그 위치를 알고 싶었다. 그리고 진짜 8초만 마사지하면 그 통증이 사라지는지도 궁금도 했다. 그런데 통증 마사지를 하기 전에 반드시 해야 할 과정이 있다고 한다. 바로 몸의 긴장을 풀고 몸에서 힘을 빼는 '릴레싱' 과정이다. 스트레스로 인한 몸의 긴장으로 생긴 통증은 이를 해결하기 이전에 마음부터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저자는 호흡 릴렉싱, 지시어 사용 릴렉싱, 근육 터치 릴렉싱 이렇게 세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 쉽게 따라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한 과정이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14개 스위치별로 8초 통증 마사지를 하는 방법과 효과, 과정을 소개한다.

첫번째 스위치는 '인당혈'이다. 양 눈썹 사이 정중앙에 위치한 부분이다. 현대인에게 많은 통증인 뒷목 통증을 비롯해 모든 경추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곳이라고 한다. 그 외에도 두통, 눈의 피로, 불안감 및 불면증 해소에도 좋다고 하니 다른 곳은 몰라도 이 곳만 꾸준히 마사지 해주어도 큰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다.

 

ts3.jpg

 

방법은 엄지손가락으로 8~30초 동안 부드럽게 시계방향으로 마사지해주면 된다.

 

ts4.jpg

 

효과를 바로 알기 위해 먼저 얼마나 목이 뻣뻣한지 진단하고(혼자 진단하는 법도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30초 마사지 후에 얼마나 달라졌는지 비교해서 보여준다. 사진으로도 충분히 따라할 수 있긴 하지만 좀더 확실하게 배울 수 있도록 DVD 동영상도 함께 제공해준다.

 

ts5.jpg

 

ts56.jpg

 

어제는 갑자기 급체를 해서 상당히 고생했다. 그 순간 떠오르는 것이 바로 이 책이었다.

급체에 관련된 부위가 몇 군데 있었는데 '고관절혈' 마사지가 급체에 좋다고 한다. 또한 생식기 질환과 작년 한참 고생했던 엉덩이 통증에도 탁월하다고 한다. 병원에서 다리를 눌렀을 때 느꼈던 아픔처럼 살짝 눌렀음에도 심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하체의 문제가 있는 사람들의 경우 그렇다고 한다. 이 고관절혈 주변의 경혈을 찾아 꾸준히 풀어주면 엉덩이 부근의 통증을 없앨 수 있다고 한다.

 

ts57.jpg

 

책을 읽으면서 14개의 스위치를 일일이 찾아서 마사지를 해봤다. 평소 어깨와 등, 허리, 엉덩이 통증이 심해서 집중적으로 마사지를 해보니 정말 많이 유연해지는 것같다. 한 번 마사지를 하면 3~4시간 간다고 하니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고, 꾸준히 해주는 것이 중요할 듯 싶다.

통증에 익숙해지면서 참고 견디거나 물리치료 한번 받고 다시 고통이 찾아오기를 기다리는 생활의 연속이었는데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반갑고, 기쁘고 감사했다. 방법을 알았으니 이제는 통증이 지속되지 않도록 꾸준히 마사지 해서 풀어 주어야 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야구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 -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야구의 디테일
배우근 지음 / 넥서스BOOKS / 2015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2015년처럼 프로야구 5위에 대한 관심사가 이렇게 뜨거웠던 적이 있었던가.

올해 야구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데에는 한화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김성근 감독이 부임한 것이 큰 이유 중에 하나였을 것이다. 마이다스의 손을 만나 만년 꼴찌 한화팀이 얼마나 달라질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그런 응원과 관심에 호응하며 한화는 역전승을 이어가는 투지를 보였고 '마리한화'라는 새로운 별명을 얻었다. 덕분에 야구에 대한 관심이 떠났던 사람들이 다시 야구장으로 집결하기 시작했다.

 

나 역시 그랬다. 프로야구 출범때부터 청룡, LG의 팬이었는데 줄곧 이어지는 저조한 성적에 야구에 대한 점차 관심이 흐려졌었다. 그런데 김성근 감독이 돌아온다는 뉴스를 보고는 다시 야구를 보기 시작한 것이다. 부족한 전력과 늘어난 경기수의 변수로 인해 100% 포스트 시즌 진출이라는 기록을 달성하는데는 실패했지만 한화는 수많은 드라마를 써가며 한화신드롬을 일으켰었다.

 

참 오랜만이었다. 월요일이 허전할 정도로, 내년 4월이 아득할 정도로 야구에 푹 빠져 보낸 일 년이었다. 뒤늦게 다시 시작한 공부에, 회사일, 집안일까지 이중 삼중으로 쌓인 스트레스를 야구를 보면서 풀었던 한 해였다.

 

이렇게 야구와 다시 가까워지면서 많은 게임을 보다 보니 그동안 많이 알고 있었다고 생각했던 야구의 룰을 의외로 많이 모른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인 경기 상황에서야 이해하는데 지장은 없지만 특수하거나 희귀한 상황이 나오면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종종 생기는 것이다. 또한 해설자나 캐스터가 얘기하는 야구 용어도 생소한 경우도 많았고, 익숙하게 계속 들어왔지만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것도 꽤 있었다. 물론, 그런 것을 몰라도 야구를 보는 데 큰 지장은 없다. 그렇지만 야구를 볼수록 더 잘 알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 것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 않던가. 야구 역시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재미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bb1.jpg

 

[야구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을 처음 봤을 때 쾌재를 부른 이유 역시 그런 갈증때문이었다. 스포츠 일간지 기자이자 사회인 야구 선수로 활약을 하고 있는 저자인만큼 이론과 실전을 오가며 야구에 대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정리해주었을 것같은 기대감을 갖게 했다. 기대는 어긋나지 않았고 거기에 오랫동안 야구계에서 취재를 해온 덕분에 쌓인 다양한 사례와 풍부한 인터뷰를 제시해줌으로써 더욱 실감나고 생생한 내용을 전달해주고 있다.

 

책은 360페이지 정도의 두꺼둔 분량이지만 핸드북 사이즈로 소지하기 편해 곁에 두고 필요할 때 찾아보기에 부담이 없는 크기이다. 야구 잡학사전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기본적인 룰부터, 원리, 역사, 소소한 에피소드까지 빼곡히 담고 있다. 이 정도의 지식만 있으면 제목처럼 어디가서 야구에 대한 대화를 하는데는 거침이 없을 듯 싶다.

 

야구에 관한 책답게 9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장의 이름도 이닝으로 나누어 놓았다.

투수의 볼끝이 살아있어야 좋다고 하는데 과연 볼끝이란 무엇일까, 스트라이크존은 정확하게 어디인지, 야구는 왜 하필 9이닝일까와 같은 한번쯤 궁금해 했을 법한 질문들을 주제별로 모아서 답해주고 있다. 더불어 '베이스볼 톡톡'이라는 꼭지를 두어 야구의 규칙과 원리 등을 좀더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보여주고 있다. 개인적으로 평소 궁금해하던 질문들이 꽤 많아 슬며시 미소짓게 만든다.

몇 가지 질문들과 답을 보자. 

bb2.jpg

슬라이딩, 전력 질주보다 빠를까

내야 안타를 치거나 도루를 할 때, 홈에서 승부를 할 때 선수들이 흔히 슬라이딩을 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다. 일반인이라면 갑자기 자세를 바꾸는 것이 오히려 더 힘들겠지만 야구선수는 전문 훈련을 받았으니 더 빠르지 않을까 나름 생각했었는데 과연 정말 빠를까?

 

bb3.jpg

 

"파이팅 넘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은 팀 사기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실익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몸을 던지는 과정에서 부상의 위험이 늘 도사리고 있고, 슬라이딩보다 전력 질주로 1루 베이스를 밟고 지나가는 게 더 빠르다는 의견도 있다. 그래서 모 방송국에서 고교 야구 선수를 대상으로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과 선 채로 달려 1루 베이스를 밟는 시간을 나눠서 재보았다. 양쪽이 비슷했지만, 몸을 던지는 슬라이딩보다 뛰어 들어가는 게 미세한 차이로 빠르다는 결과를 얻었다."

 

"프로야구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1루 베이스에서 다리(벤트 레그 슬라이딩)보다 손이 먼저 들어가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이 더 빠를 거 같다. 팀 사기를 올려주는 효과가 있고, 선수들도 다리보다 손이 빠르다고 말한다."라며 모 방송국의 실험결과에 대해 의문을 표시했다. 고교 선수들이 실험에서 손보다 발이 빠른 결과는 "대상이 한정돼 있고 고교 선수들의 기량이 프로와 다르기 때문"으로 풀이했다." --- p.124~126

 

왼손 투수, 왼손 타자가 각광받는 이유

야구를 보다 보면 정말 신기한 점은 생활 속에서는 드물게 있는 왼손잡이를 정말 많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왼손잡이들은 다 야구를 하나 할 정도로. 그런 궁금증이 나만 있었던 것은 아닌가 보다. 저자는 이에 대한 명쾌한 답변을 내놓는다.

 

bb4.jpg

 

좌완 투수가 던지는 공은 우타자의 몸 쪽으로 각도상 더 파고들어 더 빠르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이렇게 몸쪽 깊숙하게 들어오는 공은 대응하는게 쉽지 않다고 한다. 또한 좌완 투수는 좌타자에게도 강점이 있는데, 우완 투수에 비해 수가 적은 좌완 투수의 공을 많이 경험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생소하게 느껴져 치기 어렵다는 것이다.

 

좌타자 역시 유리한 것은 좌타석이 우타석보다 1루 베이스까지 1m가량 가깝다는 것이다. 간발의 차이로 결정이 나는 내야 안타의 경우 좌타자가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다. 또한 타자들은 보통 당겨 치기 타법에 익숙한데, 좌타자의 경우는 1, 2루 사이로 가기가 쉽기 때문에 주자가 2루에 있을 경우 진루타를 치기도 쉽다는 것이다.

 

여러 가지 장점으로 인해 국내 프로야구에 등록된 선수 중 왼손잡이의 비율은 20%가 훌쩍 넘는다고 한다. 보통 인구의 6~10% 정도가 왼손잡이임을 감안하면 월등하게 높은 수치이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한 삼성은 9명의 베스트라인에 절반 이상이 좌타자였다고 한다.

야구 경기에서 심심치 않게 왼손 타자, 왼손 투수가 거론되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데 김성근 감독이 한화 신인 선수들을 데리고 마무리캠프를 꾸렸다는 기사가 올라왔다. 이번 캠프의 목표는 좌완 투수의 육성이라고 한다. 올해 권혁, 박정진 외에 특별한 좌완 투수가 없어 힘들었던 점을 토로하고, 이 부분을 보완하는 것이 목표라는 것이다.

'왼손 강속구 투수는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야구계의 명언은 진리인가 보다.

 

왜 그 쉬운 희생플라이를 못 치는 걸까

동점 혹은 1점차 승부, 1사 혹은 무사 3루의 상황. 더도 덜도 말고 딱 희생플라이만 치면 역전 또는 동점이 가능한 상황이다. 그 흔한 외야의 뜬공이 하필 그 상황에서는 번번이 침묵하기 일쑤다. 물론 투수가 외야플라이가 나오지 않도록 공을 던지겠지만 그럼에도 참 답답할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도대체 왜 그럴까?

 

bb5.jpg

 

외야 플라이가 나오려면 낮은 공보다는 높게 들어오는 공을 쳐야 외야로 날아갈 확률이 높다고 한다. 실점을 할 위기에 몰린 투수가 높은 공을 줄리가 없다. 투수는 낮은 공으로 승부를 걸고, 타자는 높이 날아보내기 위해 눈높이를 높여 놓은 상태이니 낮은 공을 외야로 띄우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이다.

 

"강력한 구위를 자랑하는 투수는 주자 3루에서 외야 플라이를 내주지 않기 위해 몸 쪽으로 빠른 공을 던지거나 포크볼로 유인하는데, 정상급 투수가 던지는 그런 공을 띄우기는 어렵다. 빠른 공을 노리고 있다가 슬라이더가 들어오면 배트 컨트롤로 앞에서 툭 밀어 칠 수 있다. 그러나 포크볼처럼 떨어지는 공을 상대로는 방망이 스윙 각이 잘 안 나온다." --- p.194~195

 

몸으로 하는 기도문, 루틴

타자가 타석에 섰을 때 절차가 꽤 복잡한 타자들이 있다. 한화의 김태균 선수는 타석에서 꼭 장갑을 풀었다가 다시 고쳐 맨다. 그리고 먼 곳을 한번 응시한 후 타격 준비를 마친다. 파울을 치고 다시 타석에 섰을 때 또 같은 과정을 반복한다. 장갑이 그사이 헐거워졌나? 늘 경기를 보면서 궁금했었다.

 

bb6.jpg

 

복잡하기로 소문난 삼성의 박한이를 비롯 모든 선수들은 크고 작은 루틴을 갖고 있다고 한다. 일종의 버릇이라고 할 수 있는데 선수 스스로는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러한 동작을 루틴, 쿠세라고 별도로 지칭하는 이유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고도로 집중하여 평정심을 유지하려는 의식이자 몸으로 하는 기도문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야구는 왜 9회까지 할까

 

bb7.jpg

 

초창기 야구는 21점을 먼저 내는 팀이 이기는 점수제였다고 한다. 그러다보니 경기 시간이 한없이 길어져서 사람들이 경기 규칙 개정을 요구하게 되었고 12진법의 영향을 받아 타순이 3회전 이상 돌아가는 9회(연장은 12회, 15회)로 정했다는 것이다. 타자가 아무도 출루를 하지 못하는 퍼펙트 경기가 진행된다고 하더라도 9회까지 가면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9명이 3번씩 공평하게 타격 기회를 갖게 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베이스볼 톡톡'에서는 야구의 기초적인 이론이나 원리를 다루고 있어 야구에 대한 깊이 있는 상식을 쌓을 수 있다.

 

bb8.jpg

 

bb9.jpg

bb10.jpg

 

오랜 시간 야구를 즐겨보면서 야구에 대해서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보니 거의 무지에 가까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궁금했던 것뿐만 아니라 잘못 알고 있었던 내용, 아는 줄 알았는데 모르고 있었던 것들을 정리하는 기회가 되었다.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 한국시리즈가 한창이다.

책을 읽고 보니 그동안 놓쳤던 많은 것들이 하나하나 정지된 동작처럼 또렷이 보인다.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유희관의 느린공을 확인해보고, 투수들의 직구, 변화구의 종류도 배운대로 구별하는 연습을 해본다. 파울 타구를 잡지 않기 위해 몸개그를 하는 박석민의 동작에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하고, 파울인지 스윙인지 판독이 필요한 상황에서 이미 타석을 벗어난 오재원이 아웃되는 상황도 이해가 되는 것이다. 박한이의 화려한 루틴 동작이나 코치의 복잡한 사인에 숨어있는 단순한 원리를 확인하면서 슬쩍 웃음도 지어본다.

 

끝나가는 시즌이 아쉽기만 하지만, 더 열렬히 응원할 수 있는 '프리미어 12'가 있으니 다시 한번 책을 꼼꼼히 들여다본다. 그리고 책을 옆에 끼고 내년 시즌이 어서 시작되길 기다려봐야 겠다.

 

위 서평은 넥서스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온한 일상보다는 무언가 일이 안풀리고,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때 이러한 마음은 더 절박해진다. 그래서 미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을 보기로 하고, 운을 시험해보기로 하면서 과학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방법에 기대게 되는 것이다. '주역'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도대체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재미로, 장난삼아 볼 수는 있겠지만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은 들었다. 어떤 방법으로 미래를 점치는 것인지.

 

jy1.jpg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를 읽게 된 이유 역시 그 궁금증 때문이었다. 과연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가. 주역에 대한 책이야 지나 온 세월만큼 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유독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 책의 부제인 딱 한 구절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50년 동안 주역을 연구해 온 저자가 주역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생초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는 이 문구는 그동안 은밀하게 품어 왔던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신중하고도 어렵게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아주 오래 전에 비슷한 책을 읽은 기억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어려운 한문과 외국어같은 독해 불가능한 말들로 인해 끝까지 읽기 내기가 너무 고통스러웠었다. 그때 결심했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책은 절대 읽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랬는데 머릿속을 맴도는 '가장 쉬운'이라는 말에 결국 다시금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 책을 받아 들고 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죽 넘겨볼 때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답답해졌다. 한문은 없었지만 알 수 없는 기호들과 그에 대한 해석으로 가득찬 책을 보니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래 얼마나 어려운 지 한 번 읽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 전에 느꼈던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다. 세상 그 어떤 에세이보다 쉽게 술술 읽힌다. 저자는 세상의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역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물의 이치를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여기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주역이라는 것이다. 지혜, 이치... 어째 철학적 기운이 감돈다. 저자는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쓰는데 그러다 보니 에세이만큼이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jy2.jpg

 

동양에서만 주역을 공부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주역은 아이슈타인을 비롯해 칼 융, 라이프니츠, 칼 보어까지 서양에서도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심리학의 대가 칼 융은 '칼 융 심리주역연구소'까지 만들어서 주역을 연구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무수한 해석서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주역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저자는 동양에서 주역이 어려운 학문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그 수많은 해석서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고한문으로 된 해석서가 오히려 주역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2진법을 발명하여 오늘날 컴퓨터 문명에 기여한 1등 공신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그 2진법을 바로 주역을 통해서 알아냈다고 한다. 동양과는 달리 수학,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한 주역은 또다른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주역이 쉽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수많는 해석서를 뒤로 하고 주역의 뼈대만을 가지고 설명을 한다. 한글의 자음, 모음처럼 주역은 양과 음 두 가지의 기호에서 출발을 한다. 라이프니츠는 여기서 2진법을 착안한 것이다.

 

jy3.jpg

jy4.jpg

  

그 두 개의 기호로부터 출발해 이를 조합해서 만든 팔괘, 64괘에는 시간과 공간, 만물의 이치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깊이 있는 해석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까지 이 책은 담고 있다. 양과 음 즉 양효부터 팔괘가 나타내는 뜻을 스토리텔링처럼 풀어내고 있어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진짜 주역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다.

jy5.jpg

 

팔쾌부터 64괘까지는 순환의 원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알면 쉬워 보이는 과정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법이다. 50년 동안 주역을 연구해 온 저자는 옛 사람들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접근한 것처럼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기존에 풀지 못했던 의문점들을 풀어나갔다. 학문은 이렇게 해야 한 발자국이라도 진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나오는 12개 괘상 외의 52개 괘상은 잡괘(雜卦)라고 불렀다. 나머지 괘상들은 질서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옛사람의 지혜에도 한계가 있었다. 실은 나머지 52개의 괘상도 군주괘와 똑같은 법칙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

내가 이 문제를 풀어나간 과정을 보자.

45년 전 나는 이 문제에 도전하기로 작정했다. 대자연계는 평등해야 할 텐데 어떤 괘상은 질서가 있고 어떤 괘상은 질서가 없다는 것이 나에게 납득되지 않았다. 분명히 잡괘 52개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었다. 45년 전 당시 나는 수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문제 정도는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또 주역 64괘는 6층으로 만들어진 자명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질서가 없을 수 없다는 직감도 작용했다.

-중략-

그런데 옛사람은 순환 6개 중 1개만 발견하고 군주괘라고 이름 붙여놓았을 뿐이다. 그들은 그토록 간단한 원리를 보지 못한 것이다. 지난 300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주역을 연구했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쉬운 원리를 왜 보지 못한 것일까?

그들은 과학적 방법으로 주역을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역을 과학적 대상으로 본 것은 라이프니츠 이후였다. 지금은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주역을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주역은 계속 이야기 한 것처럼 인류 최대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p.240~242

 

주역의 생성은 수학적이고, 시공간의 섭리를 구성한 것은 물리학적이며, 괘상에 담겨져 있는 뜻은 철학적이다. 왜 주역에 만물이 담겨져 있다고 하는 지 괘상의 숨은 뜻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꼭 미래를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그 어떤 철학책보다 깊게 담겨 있는 것 같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은 최고 가치를 향해 나아가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속물이 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인생은 왜 사는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은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것은 우리 자신이 향하는 바를 잘 알라는 뜻도 포함 되어 있다.

우리가 일생을 통해 추구하려는 바가 크게 가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을 향해 가는가?'를 우리는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향하는 바가 가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p266~267

 

처음에는 이 책을 통해서 미래도 점쳐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현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더욱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주역이 그에 대한 답을 준다고 강조한다. 책의 제목이 그냥 '주역'이 아닌 '주역인문학'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생은 비록 짧지만 주역을 통해 영원을 살 수도 있다.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하나의 섭리로 통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통달하는 순간 영원을 산 것이 아닌가! 우리가 주역을 공부하고 그 안에 갖추어진 교훈을 받아들이면 영원한 시대의 모든 교훈을 다 깨닫게 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주역은 그 어느 곳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의학이든, 병법이든, 음악이든, 명상이든, 과학이든, 무술이든, 심리학이든 어디에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편적인 교훈을 우선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는 인격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p.261

 

이 책을 통해서 주역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다만, 진입장벽을 아주 낮춰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초를 닦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 다음 할 일은 외우고, 익히며 기초를 튼튼이 하는 일이다. 그런 후에 한 발 더 용기있게 나아가면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술관의 탄생 - 건축으로 만나는 유럽 최고의 미술관
함혜리 글.사진 / 컬처그라퍼 / 201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제 아이들과 함께 음악회를 다녀왔다. 음악을 좋아하는 큰딸이 최근에 가지 못한 것을 아쉬워해서 마음먹고 시간을 내기로 한 것이다. 공연장에 도착했을 때 다른 때 같았으면 공연을 생각하느라 주위를 둘러볼 틈이 없었을텐데 어제는 공연을 하게 될 건물이 먼저 눈이 들어왔다. 도심 속에 자리잡은 공연장 주위로 넓게 펼쳐져 있는 자연 경관과 깔끔하게 조성된 공원이 말을 걸어오는 것 같았다. 음악을 들려줄 공연장이 위치한 건물도 위풍당당한 자태로 안내하고 있는 듯했다.

 

여러 번 방문했었는데 그동안 인식하지 못했던 주변 경관이 먼저 눈에 들어온 이유는 바로 [미술관의 탄생]이란 책의 마지막장을 막 덮은 직후였기 때문이다. 예술작품을 품고 있는 예술작품인 미술관에 책을 읽는 내내 흠뻑 빠져 있었더니 거리를 다녀도 온통 건축물만 보이는 것이다.

 

[미술관의 탄생]을 읽게 된 이유는 예전에 읽었던 책 때문이었다. 유럽의 여행지를 소개하는 책이었는데 유명한 미술관, 박물관 외에도 시골의 작은 미술관이나 박물관의 소박한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워낙 특색있는 시설들이 많은 곳이라서 그런지 예술품 외에도 그런 작은 공간의 이야기도 상당히 흥미로웠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런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모아 놓은 책이 있다면 읽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던 참이었다.

 

ms1.jpg

 

[미술관의 탄생]이 딱 그런 책이었다. 내 생각이 들킨 것처럼 어쩜 이렇게 꼭 맞는 주제의 책이 출간이 된 것인지. 책을 받자마자 단숨에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읽어 내려갔다고 하기에는 사진이 많긴 하지만 하나라도 더 정보를 알려 주려는 저자의 노력덕분에 빡빡한 텍스트의 양도 결코 적지 않아 읽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럼에도 편하게 앉아서 즐기는 미술관 순례는 시간이 언제 갔는지도 모를 정도로 흥미로웠다.

 

건축에 대해 상식이나 지식이 없어도 책을 읽는데는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일간지 기자인 저자의 특기를 살려 이해하기 쉽게 풀어쓴 자세한 안내와 건축가에 대한 소개도 보기 좋게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유럽 현대 건축의 정점인 미술관에 대한 호기심만 있다면 저자의 안내를 따라가기만 하면 된다.

 

신문사 문화부 기자인 저자는 런던에 출장을 가게 되면서 그동안 구상했던 미술관 취재를 계획하게 되었고, <함혜리 선임기자의 미술관건축기행>이라는 꼭지로 6개월 간 연재한 후 이를 다시 책으로 묶어 출간하게 된 것이다. 책은 모두 4개의 파트로 나눠져 있다. 영국, 스페인, 프랑스가 한 파트, 그다음이 독일, 그리고 스위스, 오스트리아가 세 번째 파트로 나뉘어져 있고, 마지막은 이탈리아로 구성이 되어 있다.

 

ms2.jpg

 

책의 시작을 알리는 것은 '영국박물관'이다.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한 세기를 풍미했던 나라의 대표 박물관. 영국을 넘어 세계 인류의 문화와 역사를 지닌 유물들을 볼 수 있는 박물관이며 800만 점 이상의 소장품을 보유한 세계에서 가장 큰 박물관.

260년동안 꾸준히 진화해온 이 박물관은 2000년 밀레니엄프로젝트로 대 변신을 시도했다. 그 변화를 이끈 주인공은 영국이 자랑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노먼포스터'였다. 그는 첨단 소재와 최신 공법을 사용하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했던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이라고 한다. 영국박물관 뿐아니라 책의 곳곳에서도 첨단과 자연을 조합한 그의 작품들을 만날 수 있다.

 

ms3.jpg

 

독일 파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베를린 유대인 박물관'이다. 아니, 이 책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박물관이다.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우리는 사과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데, 이렇게 작은 위로라도 받고 있는 유대인들이 부럽기도 하고, 과거의 과오를 잊지 않고, 참회를 하고 있는 독일인들도 참 용기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는 현재를 사느라 과거의 ​너무 큰 고통을 잊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도 하면서, 일본의 도시 한가운데 이런 박물관이 생길 날을 간곡히 바래 본다.

 

ms4.jpg

 

스위스로 넘어가면 정말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 나온다. '파울 클레 센터' ​

자연 속에, 자연과 하나가 된 듯 디자인된 건축물도 물론 인상 깊었지만, 1만 점의 그림을 비롯해 음악가, 작가, 교육자로서 다방면에 업적을 남긴 파울 클레와 이를 지키고 연구해 온 결과를 시에 기증한 후손들, 그리고 파울 클레의 예술을 지키고 싶어 대규모 부지와 건축비를 선뜻 내놓은 모리스 뮐러 박사 부부, 여기에 추가되는 건축비의 시 재정지원 투표에 78%의 찬성을 한 시민들까지.

한 예술가를 존경하고, 예술을 존중하는 그들의 철학이, 실천이 부럽기만 하다. 끝없이 펼쳐진 자연과 하나된 미술관을 거닐며 삶 속으로 예술은 자연스럽게 스며들 것 같다.

 

"결정권을 가지 누군가가 원한다고 괴상한 건물을 시내 한복판에 들여놓는 것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모두가 사랑하고 공감하는 공간은 개인의 열정과 철학, 돈만으로는 만들 수 없으며 사회적 합의를 거쳐 모두의 뜻을 모아 만들어진다. 미술관 이상의 예술 공간 파울 클레 센터는 ​이렇게 태어났다." ---p.195

 

ms5.jpg

 

​이탈리아로 가면 또 한 명의 예술을 진정 사랑하고 지켜냈던 예술의 전사를 만날 수 있다.

2차 세계대전 중 총알이 달아드는 상황에서도 예술품을 구하기 위해 뛰어다닌 그녀 덕분에 지금은 가치를 따질 수도 없을 ​정도의 작품들을 보존할 수 있게 되었다. 전쟁 중 헐값에 샀다는 이유로 큰아버지 솔로몬 R. 구겐하임 재단이 운영하는 비구상회화 미술관으로부터 거부 당한 그녀는 스스로 베네치아에 전시장을 마련해 자신의 컬렉션을 전시한다. 그곳에서 행복한 여생을 보내다가 생을 마감하기 10년 전 뉴욕의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이 페기의 컬렉션 초대전을 열었고, 그녀는 평생 수집한 컬렉션과 베네치아 저택을 구겐하임 재단에 기증하기로 한다. 세법 때문에 미국으로 가져갈 수 없게 되자 재단은 팔라초 미술관을 개조해 구겐하임 미술관 베네치아 분관 문을 열게 되었다.

 

평생을 예술 작품을 모으고 구하는데 바쳤던 페기의 무덤은 박물관 한 켠에 소박하게 자리잡고 있다. 입구도 찾기 어려울 정도로 미술관 정원에는 수많은 걸작들이 전시되어 관람객들을 자연스럽게 맞이하고 있다고 한다. 목숨을 걸만큼 중요한 것이 예술이지만, 앞마당의 정원처럼 가까이 있는 또한 예술이라는 것을 한때 이 집의 주인장은 얘기해주고 있는 듯 하다.

 

ms6.jpg

 

처음에는 ​유럽으로만 봐도 좋다고 했는데 책을 읽노라니 유럽만 보는 것도 아쉽고, 미술관만 보는 것도 아쉽다. 건축가들의 작품들에 대한 설명을 듣다보면 다른 작품도 궁금해지고, 유럽 외의 지역의 미술관과 건축물은 어떨 지 궁금해져만 간다.

 

이 책을 읽으면서 건축과 건축가와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찾아보고, 강의도 들어보면서 ​나름 최대한 이해해보려고 노력을 했다. 지식이 짧으니 모두 이해하는데는 한계가 있지만, 사실 거대한 실용성을 갖춘 예술품이라는 것만은 배우지 않아도 느낄 수 있다. 사람,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도 예술로서의 가치를 부여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한 건축가들의 고뇌가 그대로 다가온다. 그냥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고, 치유가 되고 휴식이 된다면 몰라도 좋지 않은가. 그런 건축물이 우리 곁에도 더 많아지기를 바래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가을을 타는 지 계속 감정이 침잠해들어간다. 청명한 날씨 만큼이나 개운하다가도 조울증 환자처럼 한없이 다운이 되고... 맥없이 음악을 들으며 감정에 젖기도 하고, 로맨틱한 영화를 보며 감정이입을 해보기도 하고, 한없이 어려운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괴롭혀보기로 하고... 늘 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은데 순간순간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hj1.jpg

 

늘 맞는 가을인데 올 해는 좀더 유난한 것 같다. 이렇게 맘이 붕 떠 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을 읽게 되었다. 사실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귀찮고,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도 번잡하게 느껴지고, 혼자 있을 때가 유난히 편하다. 이렇게 완전히 고립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선뜻 몸을 끄집어 내지 못하고 부비적거리고 있던 중이었다. 때마침 다리도 다친 터라 그냥 눌러 앉고 고독이라기에는 거창한 그냥 혼자놀기에 집중하고 있던 터였다.

 

읽기 전에는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구나.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혼자의 시간과는 성격과 질이 전혀 다르다른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독'과 '외로움'의 근본 차이처럼. 내가 자발적으로 외부와의 단절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기 속으로 깊이 파 들어가 자신만의 샘물을 파지 못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혼자 보낸 시간' 이상의 의미가 없다. 핵심은 그 시간 동안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한 친구와의 수다도 시간 낭비일 때가 많다. 물론 마음 맞는 친구와의 수다는 즐겁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인생의 행복일 수 있다. 그 시간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나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수다를 떠는 동안 어떠한 성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선율에 몸을 맡기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수동적인 행위다. 현대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뇌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자' '자신을 치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키우는 시간을 좀 더 갖자고 말하고 싶다.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이야말로 누구나 경험해야만 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다." ---p.7~8

 

저자는 20대의 고독과 4, 50대의 고독에는 차이가 있음을 강조한다. 에너지를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하는 뜨거운 고독은 20대가 경험해야 할 시간이며, 그 시간을 반드시 가져보길 권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얻게 된 10년이라는 혼자 만의 시간은 인생이 바뀔 정도의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hj2.jpg

 

젊은 시절 자의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을 아닐 것이다. 사회, 가정에 소속되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보여야 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왕성한 활동의 시기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기 역시 2, 30대라고 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젊었을 때는 넘치던 에너지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30대 이후를 살아가려면 젊은 시절에 이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익혀둔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도 있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생에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교제를 완벽하게 끊고 하고 있는 일도 철저히 정리하여 생활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중략-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 보여도 젊은 시절에 몇 년 정도는 고독의 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단독자의 혼이 밑바탕에 수맥처럼 쉼 없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혼자가 되면 되는 대로 충실하고 창조적인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p.51~52

 

hj3.jpg

 

더불어 이런 시간을 보낸 사람은 40대 이후가 되어도 혼자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충실한 삶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시간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나이가 든다해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리라.

 

2장까지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전개였다면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그 시작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열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모를 수 있다. 깊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많지 않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나'보다는 '우리'의 관점으로 나를 맞추며 살아가기 쉽다. 집단을 우선시 하는 동양의 사고방식은 더욱 그렇게 개인을 집단에 일부로 흡수시켜 버린다.

그런 어딘가의 일부로서의 '나'가 아니라 오로지 완전체로서의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혼자 있는 시간의 시작이다. 저자는 나를 알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1. 자신을 돌아본다.

2. 교양을 쌓는다.

3. 일기를 쓴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교양을 쌓는다'라는 것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내용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자신을 아는 데에는 안으로 들어가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도 있지만 교양이라는 외부의 정보를 통해서 객관적인 모습의 나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독서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교양을 쌓고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혼자일 때 책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볼거리, 즐길 거리가 극단적으로 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책 읽는 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10년, 20년 후 인간적인 매력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p.71

 

hj4.jpg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일순위로 실천을 결심한 것은 바로 '일기쓰기'다. 어쩌면 나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그동안 무의식중에 미루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부터 쭉 써오던 일기를 어느 순간 멈춰버렸었다. 그 시점이 나에 대해서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았을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이후로는 게으르다는 좋은 핑계를 대며 나와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살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더 이상 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의 첫단추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사람의 사고방식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정한 시기에 그 밑바탕이 정해진다. 그때 반복적으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명확해진 꿈과 생각이 자기 안에 깊이 뿌리내린다. 일기에는 그런 힘이 있다." ---p.74

 

굳은 결심을 하고 시작하지만 사실 짧지 않은 시간을 혼자 단절되어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려운 일이기에 보통의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를 선택하는 지도 모르겠다.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며 버티고, 집중하고, 다시 이겨내고...를 반복해야 하는 지리한 시간이다. 이 긴 터널을 지나온 저자는 먼저 지나온 선배로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1. 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2. 원서를 읽거나 번역을 해본다.

3. 독서에 몰입한다.

 

hj5.jpg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생각이 더 많아졌다. 왜 진작 이것을 몰랐을까 하는 후회부터, 젊은 시절 해보지 못했던 후회까지. 어쩌면 다시 그 시간들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해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앞서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사람은 한 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어쩜 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지금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나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변하고 싶다고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 '혼자 만의 시간'의 문을 천천히 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