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시간의 힘 - 기대를 현실로 바꾸는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사이토 다카시 지음, 장은주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가을을 타는 지 계속 감정이 침잠해들어간다. 청명한 날씨 만큼이나 개운하다가도 조울증 환자처럼 한없이 다운이 되고... 맥없이 음악을 들으며 감정에 젖기도 하고, 로맨틱한 영화를 보며 감정이입을 해보기도 하고, 한없이 어려운 책을 읽으며 스스로를 괴롭혀보기로 하고... 늘 같은 시간을 사는 것 같은데 순간순간 다른 세계에 살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

 

hj1.jpg

 

늘 맞는 가을인데 올 해는 좀더 유난한 것 같다. 이렇게 맘이 붕 떠 있을 때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을 읽게 되었다. 사실 요즘은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귀찮고, 어딘가에 소속되는 것도 번잡하게 느껴지고, 혼자 있을 때가 유난히 편하다. 이렇게 완전히 고립되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들면서도 선뜻 몸을 끄집어 내지 못하고 부비적거리고 있던 중이었다. 때마침 다리도 다친 터라 그냥 눌러 앉고 고독이라기에는 거창한 그냥 혼자놀기에 집중하고 있던 터였다.

 

읽기 전에는 '그래,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하구나. 나는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이구나'라고 생각하면서 편하게 책을 펼쳤다. 그러나 책을 읽어내려갈수록 내가 지금 보내고 있는 혼자의 시간과는 성격과 질이 전혀 다르다른 시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고독'과 '외로움'의 근본 차이처럼. 내가 자발적으로 외부와의 단절을 했다고 하더라도 자기 속으로 깊이 파 들어가 자신만의 샘물을 파지 못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은 '혼자 보낸 시간' 이상의 의미가 없다. 핵심은 그 시간 동안 '성장'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친한 친구와의 수다도 시간 낭비일 때가 많다. 물론 마음 맞는 친구와의 수다는 즐겁고, 친구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 자체가 인생의 행복일 수 있다. 그 시간이 중요하다는 데에는 나도 이견이 없다. 하지만 수다를 떠는 동안 어떠한 성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혼자 음악을 들으며 느긋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적어도 나에게는 혼자만의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음악을 들을 때는 선율에 몸을 맡기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이것은 수동적인 행위다. 현대 뇌과학 연구에 따르면 음악을 듣고 있을 때 뇌는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고 한다.

나는 '혼자만의 시간을 편안하게 보내자' '자신을 치유하자'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 혹은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키우는 시간을 좀 더 갖자고 말하고 싶다. 뇌를 뜨겁게 달아오르게 하는 지적인 생활이야말로 누구나 경험해야만 하는 '혼자 있는 시간'의 본질이다." ---p.7~8

 

저자는 20대의 고독과 4, 50대의 고독에는 차이가 있음을 강조한다. 에너지를 자신의 내부로 향하게 하는 뜨거운 고독은 20대가 경험해야 할 시간이며, 그 시간을 반드시 가져보길 권하고 있다. 저자 스스로 선택한 길은 아니었지만 우연히 얻게 된 10년이라는 혼자 만의 시간은 인생이 바뀔 정도의 엄청난 변화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hj2.jpg

 

젊은 시절 자의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쉬운 일을 아닐 것이다. 사회, 가정에 소속되어 끊임없이 자신을 증명해보여야 하며, 미래를 위한 준비에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왕성한 활동의 시기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 시기 역시 2, 30대라고 라는 것이다. 그 이유는 젊었을 때는 넘치던 에너지가 시간이 가면 갈수록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30대 이후를 살아가려면 젊은 시절에 이 에너지를 기술로 전환해두어야 한다. 이렇게 익혀둔 기술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도 있고, 사회에서 인정받을 수도 있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인생에는 승부를 걸어야 할 때가 있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교제를 완벽하게 끊고 하고 있는 일도 철저히 정리하여 생활 전체를 점검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거의 모든 시간을 온전하게 활용할 수 있다."

-중략-

모두가 부러워할 만한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틀림없이 혼자 있는 시간에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 보여도 젊은 시절에 몇 년 정도는 고독의 시간을 경험했을 것이다. 그 단독자의 혼이 밑바탕에 수맥처럼 쉼 없이 흐르고 있기 때문에 혼자가 되면 되는 대로 충실하고 창조적인 시간을 만들어낼 수 있다. ---p.51~52

 

hj3.jpg

 

더불어 이런 시간을 보낸 사람은 40대 이후가 되어도 혼자있는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충실한 삶을 보낼 수 있다고 한다. 아마도 그런 시간의 의미를 알기 때문에 나이가 든다해도 쉽게 버릴 수 없는 것이리라.

 

2장까지가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한 전개였다면 3장부터는 본격적으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소개한다. 그 시작은 지금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열고 있다. 생각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잘 모를 수 있다. 깊게 자신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많지 않다.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부터 우리는 '나'보다는 '우리'의 관점으로 나를 맞추며 살아가기 쉽다. 집단을 우선시 하는 동양의 사고방식은 더욱 그렇게 개인을 집단에 일부로 흡수시켜 버린다.

그런 어딘가의 일부로서의 '나'가 아니라 오로지 완전체로서의 '나'에 대해 알아가는 것이 혼자 있는 시간의 시작이다. 저자는 나를 알아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1. 자신을 돌아본다.

2. 교양을 쌓는다.

3. 일기를 쓴다.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는데 '교양을 쌓는다'라는 것은 조금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지만 내용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된다. 자신을 아는 데에는 안으로 들어가 파악하는 것도 한 방법도 있지만 교양이라는 외부의 정보를 통해서 객관적인 모습의 나를 파악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 독서는 중요한 방법 중의 하나이다.

 

"교양을 쌓고 자신의 가치를 정확히 파악하는 데 절대 빠트릴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독서다. 혼자일 때 책 읽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 생각하겠지만 볼거리, 즐길 거리가 극단적으로 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책 읽는 법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엄청나게 많다. 독서를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은 10년, 20년 후 인간적인 매력에 있어 큰 차이가 난다." ---p.71

 

hj4.jpg

 

이 책을 읽으며 가장 먼저 일순위로 실천을 결심한 것은 바로 '일기쓰기'다. 어쩌면 나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고 싶지 않아서, 나와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그동안 무의식중에 미루고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학창시절부터 쭉 써오던 일기를 어느 순간 멈춰버렸었다. 그 시점이 나에 대해서 더이상 알고 싶지 않았을 무렵이 아니었을까 싶다. 그 이후로는 게으르다는 좋은 핑계를 대며 나와 마주하기를 거부하고 살았던 것 같다. 책을 읽으며 더 이상 피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그것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의 첫단추라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 다시 시작하자.

 

"사람의 사고방식은 웬만해선 바뀌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일정한 시기에 그 밑바탕이 정해진다. 그때 반복적으로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면, 명확해진 꿈과 생각이 자기 안에 깊이 뿌리내린다. 일기에는 그런 힘이 있다." ---p.74

 

굳은 결심을 하고 시작하지만 사실 짧지 않은 시간을 혼자 단절되어 집중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아니, 어려운 일이기에 보통의 사람들은 평범한 하루를 선택하는 지도 모르겠다. '외로움'과 사투를 벌이며 버티고, 집중하고, 다시 이겨내고...를 반복해야 하는 지리한 시간이다. 이 긴 터널을 지나온 저자는 먼저 지나온 선배로서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는 자신의 노하우를 알려준다.

 

1. 눈앞의 일에 집중한다.

2. 원서를 읽거나 번역을 해본다.

3. 독서에 몰입한다.

 

hj5.jpg

 

책을 다 읽고 난 후에 생각이 더 많아졌다. 왜 진작 이것을 몰랐을까 하는 후회부터, 젊은 시절 해보지 못했던 후회까지. 어쩌면 다시 그 시간들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해내지 못할 지도 모른다.

앞서 저자가 얘기한 것처럼 사람은 한 순간에 변하지 않는다. 어쩜 변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지금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지금 나 자신을 알아야 한다는 것, 나 혼자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변하고 싶다고 선택을 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나는 그 '혼자 만의 시간'의 문을 천천히 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