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
김승호 지음 / 다산북스 / 2015년 10월
평점 :
절판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평온한 일상보다는 무언가 일이 안풀리고, 큰 일을 앞두고 있을 때, 혹은 중요한 선택을 해야할 때 이러한 마음은 더 절박해진다. 그래서 미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점을 보기로 하고, 운을 시험해보기로 하면서 과학적이지 못하고, 이성적이지 못하다는 방법에 기대게 되는 것이다. '주역' 역시 그렇다고 생각했었다. 도대체 일어나지도 않은 미래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재미로, 장난삼아 볼 수는 있겠지만 믿을 수는 없었다. 그러면서도 호기심은 들었다. 어떤 방법으로 미래를 점치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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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혼자 읽는 주역인문학]를 읽게 된 이유 역시 그 궁금증 때문이었다. 과연 어떻게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것인가. 주역에 대한 책이야 지나 온 세월만큼 셀 수도 없이 많겠지만 유독 이 책을 선택한 것은 이 책의 부제인 딱 한 구절 때문이었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주역 공부'

 

50년 동안 주역을 연구해 온 저자가 주역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생초보라도 쉽게 읽을 수 있도록 쉽게 풀어썼다는 이 문구는 그동안 은밀하게 품어 왔던 내 마음을 움직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이렇게 신중하고도 어렵게 선택을 하게 된 이유는 아주 오래 전에 비슷한 책을 읽은 기억 때문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어려운 한문과 외국어같은 독해 불가능한 말들로 인해 끝까지 읽기 내기가 너무 고통스러웠었다. 그때 결심했다. 앞으로 이런 종류의 책은 절대 읽지 않겠다고 말이다.

 

그랬는데 머릿속을 맴도는 '가장 쉬운'이라는 말에 결국 다시금 도전해보기로 한 것이다. 처음 책을 받아 들고 책장을 처음부터 끝까지 한 번 죽 넘겨볼 때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고 답답해졌다. 한문은 없었지만 알 수 없는 기호들과 그에 대한 해석으로 가득찬 책을 보니 '역시나' 하는 마음이 들었던 것이다. 어차피 이렇게 된 것, 그래 얼마나 어려운 지 한 번 읽어나 보자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읽기 전에 느꼈던 두려움은 기우에 불과했다. 세상 그 어떤 에세이보다 쉽게 술술 읽힌다. 저자는 세상의 이치를 알기 위해서는 반드시 주역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만물의 이치를 아는 것이 최고의 지혜이며, 여기에 도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 바로 주역이라는 것이다. 지혜, 이치... 어째 철학적 기운이 감돈다. 저자는 왜 그런가에 대한 설명을 하기 위해 최대한 쉽게 풀어쓰는데 그러다 보니 에세이만큼이나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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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만 주역을 공부했을 것이라는 생각과는 달리 주역은 아이슈타인을 비롯해 칼 융, 라이프니츠, 칼 보어까지 서양에서도 상당히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다고 한다. 심리학의 대가 칼 융은 '칼 융 심리주역연구소'까지 만들어서 주역을 연구했다고 한다.

 

동양에서도 무수한 해석서가 나올 정도로 어려운 주역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까? 저자는 동양에서 주역이 어려운 학문으로 자리잡게 된 것은 그 수많은 해석서 때문이라고 한다. 어려운 고한문으로 된 해석서가 오히려 주역을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는 것이다.

2진법을 발명하여 오늘날 컴퓨터 문명에 기여한 1등 공신 수학자 라이프니츠는 그 2진법을 바로 주역을 통해서 알아냈다고 한다. 동양과는 달리 수학, 과학적 시각으로 접근한 주역은 또다른 엄청난 잠재력을 내포하고 있었던 것이다.

 

저자가 주역이 쉽다고 강조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저자는 수많는 해석서를 뒤로 하고 주역의 뼈대만을 가지고 설명을 한다. 한글의 자음, 모음처럼 주역은 양과 음 두 가지의 기호에서 출발을 한다. 라이프니츠는 여기서 2진법을 착안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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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두 개의 기호로부터 출발해 이를 조합해서 만든 팔괘, 64괘에는 시간과 공간, 만물의 이치가 담겨져 있는 것이다. 깊이 있는 해석은 하루 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지만 가장 기본적인 매뉴얼까지 이 책은 담고 있다. 양과 음 즉 양효부터 팔괘가 나타내는 뜻을 스토리텔링처럼 풀어내고 있어 가만히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이해를 할 수 있게 된다. 진짜 주역이 이렇게 쉬운 것이었나 싶을 정도로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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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쾌부터 64괘까지는 순환의 원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알면 쉬워 보이는 과정도 모르는 상태에서 보면 복잡하고 어려운 법이다. 50년 동안 주역을 연구해 온 저자는 옛 사람들의 관점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서양에서 접근한 것처럼 다양한 각도로 접근하려는 노력을 함으로써 기존에 풀지 못했던 의문점들을 풀어나갔다. 학문은 이렇게 해야 한 발자국이라도 진전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여기 나오는 12개 괘상 외의 52개 괘상은 잡괘(雜卦)라고 불렀다. 나머지 괘상들은 질서가 없다는 뜻이었다. 그런데 옛사람의 지혜에도 한계가 있었다. 실은 나머지 52개의 괘상도 군주괘와 똑같은 법칙으로 정렬시킬 수 있다.

내가 이 문제를 풀어나간 과정을 보자.

45년 전 나는 이 문제에 도전하기로 작정했다. 대자연계는 평등해야 할 텐데 어떤 괘상은 질서가 있고 어떤 괘상은 질서가 없다는 것이 나에게 납득되지 않았다. 분명히 잡괘 52개도 질서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믿음이었다. 45년 전 당시 나는 수학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문제 정도는 풀어낼 자신이 있었다. 또 주역 64괘는 6층으로 만들어진 자명한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질서가 없을 수 없다는 직감도 작용했다.

-중략-

그런데 옛사람은 순환 6개 중 1개만 발견하고 군주괘라고 이름 붙여놓았을 뿐이다. 그들은 그토록 간단한 원리를 보지 못한 것이다. 지난 3000년 동안 수많은 사람이 주역을 연구했는데 가장 기본이 되고 가장 쉬운 원리를 왜 보지 못한 것일까?

그들은 과학적 방법으로 주역을 분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역을 과학적 대상으로 본 것은 라이프니츠 이후였다. 지금은 전 세계의 과학자들이 주역을 연구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도 그 대열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주역은 계속 이야기 한 것처럼 인류 최대의 학문이기 때문이다." ---p.240~242

 

주역의 생성은 수학적이고, 시공간의 섭리를 구성한 것은 물리학적이며, 괘상에 담겨져 있는 뜻은 철학적이다. 왜 주역에 만물이 담겨져 있다고 하는 지 괘상의 숨은 뜻을 읽다 보면 알 수 있다. 꼭 미래를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그 어떤 철학책보다 깊게 담겨 있는 것 같다.

 

"천화동인(天火同人)은 최고 가치를 향해 나아가라는 뜻이다. 여기에는 속물이 되지 말라는 뜻도 담겨 있다. 인생은 왜 사는가, 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등은 한번쯤이라도 생각해봐야 하는 문제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한 것은 우리 자신이 향하는 바를 잘 알라는 뜻도 포함 되어 있다.

우리가 일생을 통해 추구하려는 바가 크게 가치 없는 일일 수도 있다. 그러므로 '나는 무엇을 향해 가는가?'를 우리는 항상 알고 있어야 한다. 공자는 아침에 도를 깨달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말했다. 이는 향하는 바가 가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p266~267

 

처음에는 이 책을 통해서 미래도 점쳐볼 수 있는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살짝 했었다. 그러나 책을 읽어 내려갈수록 현재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성찰이 더욱 중요함을 느끼게 된다. 이 책은 주역이 그에 대한 답을 준다고 강조한다. 책의 제목이 그냥 '주역'이 아닌 '주역인문학'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것이다.

 

"인생은 비록 짧지만 주역을 통해 영원을 살 수도 있다. 과거도 현재도 그리고 미래도 하나의 섭리로 통해 있다면 그 모든 것을 통달하는 순간 영원을 산 것이 아닌가! 우리가 주역을 공부하고 그 안에 갖추어진 교훈을 받아들이면 영원한 시대의 모든 교훈을 다 깨닫게 된 것이 아닐 수 없다.

주역은 그 어느 곳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의학이든, 병법이든, 음악이든, 명상이든, 과학이든, 무술이든, 심리학이든 어디에도 가능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보편적인 교훈을 우선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는 인격을 향상하는 데 필요한 것이다." ---p.261

 

이 책을 통해서 주역의 모든 것을 배울 수는 없다. 다만, 진입장벽을 아주 낮춰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기초를 닦을 수 있게 해줄 것이다. 그 다음 할 일은 외우고, 익히며 기초를 튼튼이 하는 일이다. 그런 후에 한 발 더 용기있게 나아가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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