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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골동품 상점 (무선)
찰스 디킨스 지음, 김미란 옮김 / B612 / 2015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 고전을 자주 만나지 않지만 한 번씩 만나는 시간은 나에게 생각의 깊이와 폭이 평소와는 분명 달라지는 시간입니다. 찰스 디킨스의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시대가 다르고 살고 있는 곳이 달라도 공감 가득한 무언가를 전해주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도 세상은 늘 그렇게 비슷하면서도 반복적인 일상들이 되돌이표를 찍어가며 지나가는 것 같습니다.
<오래된 골동품 상점>은 어떤 곳일까? 작게는 한 마을의 상점이지만 좀 더 크게 본다면 우리가 살고 있는 어떤 울타리를 이야기하고 있는듯합니다. 그 울타리는 세상살이를 담고 있다고 보아도 불편해 보이지 않습니다.
오래되고 진기한 물건들이 가득한 그곳은, 마치 불신과 질투 어린 시선으로부터 그들의 케케묵은 보물을 지키기 위해 도시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p. 17
전개방식은 2가지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처음은 독자에게 작가가 등장인물을 직접 소개하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로 들어가면서부터는 또다른 시선으로 그들을 보게됩니다.
천사와 같은 넬, 넬과 함께 행복을 찾아떠나는 할아버지, 책 속에서 넬 이상으로 마음이 가는 소년 키트. 이런 사람이 또 있을까 싶은 난장이 퀼프 그리고 프레드와 스위블러 등등의 주변인물들까지. 이들이 찾는 행복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가끔은 <파랑새>가 생각이 납니다. 또 가끔은 넬을 아픔을 함께하지 못하고 지켜주지 못해 안타깝기도 합니다. 할아버지의 탐욕은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보입니다. 그의 마음 깊은 곳까지 이해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럼에도 넬을 위한 행복 혹은 자기 자신을 위한 행복과는 거리가 먼 행복을 보여줍니다.
"나가요. 그러면 행복하게 지낼 수 있을 거예요." 넬이 말했다.
"우린 행복해질 거다." 노인이 넬의 말에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내버려 둬라. 이 카드와 주사위에 우리의 행복이 달렸다. 우린 이런 푼돈이나 따는 판에서 큰돈을 벌 수 있는 판으로 옮겨야 해. 이런 곳에서는 몇 푼밖에 벌지 못하거든. 곧 큰돈을 벌 거야. 잃었던 돈을 전부 되찾을 거라고. 다 널 위해서란다, 아가야." - p. 298
세상을 살아가는 삶의 지혜는 먼 곳에 있지 않지만 가깝다고 모두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 넬의 할아버지와 주변 인물들을 보면서 가깝게 있다는 것을 늘 잊고 살아가는 것이 삶인지도 모릅니다. 삶은 희노애락의 연속이기도하지만 순서대로 오지는 않는다는 말씀이 떠오릅니다. 걱정은 더 큰 걱정을... 넬의 앞에 펼쳐지는 상황은 행복을 바라면서도 더 큰 걱정거리가 생기지 않기를 바랍니다.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인가? 아니면 시대를 앞선 삶의 지혜를 보여주는가? 무엇이 되었든 차분히 넬과 함께 그들을 만나보는 것을 멈출 때까지는 책장을 놓지 못합니다. 우리의 세상살이 처럼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