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클래식 이야기
손열음 (Yeoleum Son)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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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버에서 온 음악편지>는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음악과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혹시 그녀를 아시나요? 이 책을 만나기 전까지는 매스컴에서 한두 번 흘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이 책을 만나게 되었냐구요? 음악편지라는 제목의 글이 좋았습니다. 아마도 새로운 출발을 앞두고 있는 요즘 제 마음이 심란해서 더 끌리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녀는 후반부에 '나의 글쓰기'라는 글에서 더 나은 소통의 통로로 글을 썼다고 합니다. 글을 읽다보니 심란한 내 마음이 끌렸던 것이 어쩌면 누군가와의 소통이 필요한 것은 아니였나 싶기도 합니다. 분명 그녀는 최소 한 명 이상과는 소통을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모든 글에 공감할 수 있다고 말씀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인간 손열음의 이야기에는 공감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스스로와 씨름하다 결국 내놓는 핑계의 키워드가 있다. 진부하게도, '소통'이다. 혹시 내 글을 읽고 조금이라도 공감하는 사람이 생기지는 않을까? 나만의 생각을 여럿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더 나은 소통의 통로가 되지는 않을까? 혼자 북도 치고 장구도 치고, 해고도 했다 재고용도 했다 하다보면 어느새 글은 2500자를 넘겨 있다. 연주를 다 마치고 난 희열에 아주 살짝만 못 미치는 이 쾌감에 사로집힌 지도 어언 5년이다! - p. 316

 

 

 

피아니스트 손열음. 그녀가 들려주는 클래식 이야기 속에는 피아니스트 손열음과 인간 손열음이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이야기 속에는 초등학교 때부터 음악시간에 빼놓을 수 없는 작곡가들부터 생소한 이름의 작곡가들까지 소개되고 있습니다. 그녀가 들려주는 작곡가들의 이야기는 나처럼 음악을 듣는 것 이외에 관심이 없는 사람에게는 조금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만 그럴지도 모르구요^^ 그래서일까요? 인간 손열음의 이야기가 더 공감하게 됩니다. 음악을 사랑하는 한 사람의 삶이 고스란히 담긴 모습에서 그냥 조금 멀리 떨어진 친구의 이야기 같아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혹 여러분 중 난생처음 듣는 곡을 들으면서 '이건 혹시 이 작곡가의 작품이 아닐까? 하고 어렴풋한 짐작이 가능한 분이라면, 어디 가서 '나 클래식 음악 좀 안다'고 자랑하셔도 될 일이다.

   날쌘 음표들이 똑똑한 화성들과 함께 유머러스하게 진행되는 것으로 하이든의 곡임을 짐작하고, 비슷하긴 한데 훨씬 더 성악적인 멜로디에 극적인 분위기를 가졌으면 그건 모차르트임을, 거기에 반음계적 선율과 화성이 더해지고 가벼움이 더해지면 멘델스존임을 구분해 낼 수 있다면 이미 그들 고유의 언어와 어법을 파악한 것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더 나아가 이 작품들이 빚어내는 일련의 이미지로 작곡가를 유추해 내는 것까지 가능하다면 '나 클래식을 꽤 잘 이해하는 것 같다'고 하셔도 좋을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작곡가들의 어법뿐 아니라 말하고자 하는 내용까지 이해해주는 셈이 될 테니. 나만의 시각으로 그 내용들을 하나의키워드로 만들어본다면... 베토벤은 '자유에의 쟁취', 슈베르트는 '절망 속의 희망', 슈만은 '사랑', 쇼팽은 '그리움', 브람스는 '결핍', 차이콥스키는 '꿈', 쇼스타코비치는... '고발'이라 하겠다. 그리고 이 작곡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Sergei Sergeevich Prokofiev : 1891~1953)의 키워드를, 나는 '귀소본능'이라 하겠다. - p. 92~94

 

 

 

그녀에게 음악을 왜 하느냐고 물으면, 자신의 음악과 인생이 그 답을 대신해주었다고 애둘러 얘기합니다. 나에게 빼놓을 수 없는 그런 것이 있었던가? 자문해 봅니다. 언제나 피아노와 함께한 그녀이지만 그러기에 '혼자됨'에 대해 더 자연스러운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녀가 말씀하는 '산다는 것'과 같은 이유인지도 모릅니다. 그녀 그리고 나, 인간은 누구나 결국 혼자이고 또 함께라는 것을, 함께이고 또 혼자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그 시공간에서 우리는 자신만의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우리 피아니스트들은 특히 '혼자됨'을 잘 안다. 현악기나 관악기 주자는 하물며 '반주자'라도 대동하는데, 우리는 줄곧 혼자다. 연습할 때도, 연주할 때도, 또 그 사이사이에도. 곰곰이 생각해보면 꽤나 아찔한 느낌이다. 많게는 20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나만 바라보고 있는데, 나는 완벽하게 혼자라는 그 사실.

   가족도, 친구도, 전화기도, 악보도, 아무것도 내 곁에 없는데, 나는 무조건 멈추지 말고 계속해야 된다는 그 사실. 그 사실이 더 잔인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그게 '산다는 것'과 너무도 똑같아서다. 인생이라는 무대에 던져진 인간은 누구나 혼자다. 그러니 어쩔 수 없겠지. 예전에 내가 좋아하던 한 애니메이션의 극장판 에피소드의 제목이 그랬다. "You are (not) alone." - p. 321

 

   

 

음악이라면 듣는 것 빼고는 아는게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제대로 듣기는 했나? 싶습니다. 장르를 가르지 않고 들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참에 클래식뿐만 아니라 K-Pop 한 곡을 듣더라도 제대로 들어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클래식을 만날 때는 그 배경에 대해서도 함께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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