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염소
오인숙 지음 / 효형출판 / 2015년 5월
평점 :
절판



 



<서울 염소>는 사진으로 쓴 남편 이야기입니다. 피사체의 대부분은 남편입니다. 그리고 가족입니다. 염소 이야기에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나또한 또 하나의 서울 염소이기 때문입니다. 가끔은 그냥 훌훌 털어버리고 싶다가도 내가 묶여있는 이 곳을 벋어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밤새워 일하고 꾀죄죄한 모습으로 아침에 회사를 나서는데 햇살이 눈부시게 화사한 거야. 그 눈부신 햇살 속에서 사람들이 즐겁게 재잘거리며 들어오더라고 너무나 환하게 웃으면서. 갑자기 망치로 한 대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어. 내가 어찌 되든 세상은 아무 문제없이 잘만 돌아가더라. 내 신세가 꼭 그림에서 본 이카로스 같았지." - p. 041 


작가의 프레임 속에 고개 숙인 수많은 직장인들은 결국 남편과 자신의 모습을 담은 피사체였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작가 본인도 남편도 제대로 알지 못한 수많은 시간들... 그것은 서울 염소로 불리우는 우리들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거리에서 찍었던 고개 숙인 무수한 직장인들의 사진은 결국 나와 남편의 이야기였다. 남편 또한 그들 중 하나라는 것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그도 나만큼이나 숨 쉴 곳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 p. 061 


피사체를 외곡해서 볼 수 있을까? 아니 완전한 프레임을 담을 수 있는 렌즈가 있을까? 싶습니다. 그렇지만 작가는 피사체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담고자 노력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가까이에서 혹은 거리를 두고 남편의 모습을 그대로 바라보는 모습이 거울 앞에 서있는 나를 연상하게 만듭니다. 서울 염소 남편 그리고 또다른 서울 염소들의 모습은 남편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단추 하나의 차이가 보여주는 여유도 어쩌면 그래서 공감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와이셔츠 단추 한 개 열고 다니다 하나 더 여니
세상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지더라 고백하는 남편 - p.075 




사진을 찍는 방법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화나거나, 슬프거나, 너무 기뻐도 그 순간에는 찍을 수 없다라고 합니다. 감정이 평온한 상태가 되어야 남편도 담을 수 있고, 자신을 들여다 볼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 모습에서 나의 모습도 봅니다.  

 



작가는 남편 이야기를 통해 자신을 바라보았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나는 작가의 프레임 속에 담긴 남편과 그 남편을 바라본 작가의 모습에서 나를 바라보는 일을 한 것 같습니다. 묶인 끈. 그 끈의 길이는 얼마나 될까요? 그리고 그 끈이 끊어지는 날이 올까요? 그 끈이 끊어지는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요? 아마도 그런 것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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