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속도

여행의 속도 - 사유하는 건축학자, 여행과 인생을 생각하다
리칭즈 글.사진, 강은영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4년 11월

 

여행하면 떠오르는 것은? 지금 머물러 있는 곳을 떠나는 것? 다시 돌아온다는 것? 그리고 수많은 이유들이 떠오릅니다. 그런데 여기 여행에 대한 생각의 방향을 조금 바꾼 한 권의 책을 만나보았습니다. <여행의 속도>는 속도에 아주 민감한 저자에게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여행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속도에 따른 다양한 여행을 만나보러 출발해봅니다.

 

<여행의 속도>는 일곱 개의 파트는 구성되어 있습니다. 각각의 파트는 고속열차의 도시여행부터 시작하여 고요한 묘지여행까지 입니다. 그 속도는 250~350km/hr로 출발하여 0km/hr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또다른 방향으로는 다양한 컨섭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탐색과 사고, 창조와 문학을 첫 번째 컨섭으로, 기억, 근원, 성장과 선택, 인생을 두 번째 컨셉으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 번째 컨셉으로는 탐색, 건축을 네 번째 컨셉으로는 속도, 비행기, 기차, 도로, 항해, 미로를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만나봅니다.     

 

자신만의 여행 스타일과 속도에 대한 기준은 사뭇 다르다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저자는 비행기보다 기차 여행을 선호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나는? 여행에 속도를 넣어본적은 없습니다. 나에게 여행은 그냥 떠남과 돌아옴의 작용과 반작용일 뿐이였던 것 같습니다.

 

구애받지 않는 시간내에서 여행을 한다면 속도는 큰 문제가 아닐 것 같습니다. 고속열차나 일반열차 혹은 뚜벅이가 되어 걷는 것에서 서로다른 속도를 체험해봅니다. 늘 가까이 있지만 그것에 대해 생각을 해보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여행의 속도>를 읽다보니 나도 무언가를 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됩니다.

 

여행하는 건축가의 눈에 보이는 것은 건축물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에피소드인 것 같습니다. 물론 그것이 여행을 위한 것이든 아니든 그 무언가는 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흔히 만나지 못하고 보지 못했던 풍경을 만나기도 합니다. 꼭 멈춰있거나 느림만으로 만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합니다. 빠르면 빠른대로 느리면 느린대로 혹은 멈춰있는대로 그 나름의 무언가는 보이기 마련이라는 것을... 건축물이나 풍경이나 그것을 보는 여행자의 몫이 아닌가 싶습니다.

 

   젊은 시절, 나는 낯선 도시를 여행하는 것이 좋았다.

   그리고 최대한 두 발로 걸어 도시 구석구석을 누볐다.

   왜냐하면 두 다리야말로 그 도시를 이해하는

   최고의 '교통수단'이기 때문이다.

   내 발자국을 찍어야만

   진정으로 그 도시를 이해했다고 말할 수 있다. - P. 298

   유럽의 도시는 대부분 도보여행에 매우 적합하다. 도시의 골목에는 항상 생각지도 못했던 선물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때로는 길을 잃기도 하지만 나는 길을 잃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길을 잃다'는 것 자체가 이미 고차원의 여행을 누리고 있다는 뜻이리라. - P. 299

 

건축가라면 한 번쯤 만나고픈 건축물을 제법 만나봅니다. 건축가가 아니더라도 남다른 건축물을 즐겨보는 사람들이라면 저자의 속도를 따라가는 여행도 즐거울 것 같습니다.  

 

머지 않은 미래에는 우주 여행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그때가 되면 여행의 속도는 지금보다 무척 빠를 것입니다. 그렇지만 체감하는 속도는 고속열차나 비행기보다 느릴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속도라는 의미가 지구가 아닌 우주에서 결코 지금의 속도와 같지 않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절대적인 속도는 빠르지만 상대적인 속도는 멈춤과 비슷할 것 같기도 합니다.

 

우리의 여행 속도는 무엇을 이용하던 내 마음과 함께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 같기도 합니다. 또한 준비하고 맞이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많은 차이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또다른 방식으로 여행을 시작해보는 것도 오늘 이 책 <여행의 속도>를 만난 기쁨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행의 또다른 방식을 배운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