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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오랜만에 만나보았습니다. 책 표지에는 9년 만의 신작 소설집이라고 나와있습니다. 물론 나의 경우 조금은 늦게 저자의 책을 만나기 시작했기에 9년은 아니였습니다. <여자 없는 남자들>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담겨있습니다. 일곱 편의 단편은 다양한 사랑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우리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랑도, 조금은 과장된 사랑도 만납니다.
일반적인 사람도 일반적이지 않은 사람도 사랑이라는 관계를 맺고. 그 관계는 일반적이거나 일반적이지 않다는 것을 다양하게 보여줍니다. 어쩌면 <드라이브 마이 카>에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작가의 그것과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합니다. 또한, 그것은 독자도 마찮가지일듯 싶습니다. 작가가 글을 쓰고, 독자는 그 글을 읽으면서 그것이 되는 것. 그 이후에는 다시 자신으로 돌아오는 것. 그 안에서 잠시 사랑을 이야기 하다보면 잠시 머무르는 사랑일지라도 다양성에서 어쩌면 일반적인 사랑을, 보편성에서 일반적이지 않은 사랑을 만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연기를 하면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될 수 있어. 그리고 끝나면 다시 나 자신으로 돌아오지. - p. 31 <드라이브 마이 카>
사랑 때문에 음식을 넘기지 못하게 되어 급기야 목숨까지 잃은 사람은 이 세상에 선생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 p. 163 <독립기관>
여자를 잃는다는 것은 말하자면 그런 것이다. 현실에 편입되어 있으면서도 현실을 무효로 만들어주는 특수한 시간, 그것이 여자들이 제공해주는 것이었다. - p. 214 <셰에라자드> |
가진 것을 잃는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중 무엇이 더 불행할까?라는 생각은 한 번 이상 해보았던 것 같습니다. 아니 요즘도 그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사랑이라는 이름의 폭력도 만나봅니다. 사랑을 위해 사랑을 애써 잡고자 하는 사랑도, 있는 그대로의 사랑도 만나봅니다. 남자와 여자, 여자 없는 남자... 어떤 상태의 사랑도 완전하다고 할 수 없는 것처럼 불완전하지만 나 자신의 사랑으로 돌아가야 할 때가 분명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이 된다. 그날은 아주 작은 예고나 힌트도 주지 않은 채, 예감도 징조도 없이, 노크도 헛기침도 생략하고 느닷없이 당신을 찾아온다. 모퉁이 하나를 돌면 자신이 이미 그곳에 있음을 당신이 안다. 하지만 이젠 되돌아갈 수 없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것이 당신에게 단 하나의 세계가 되어버린다. 그 세계에서 당신은 '여자 없는 남자들'로 불린다. 한없이 차가운 복수형으로. - p. 327 <여자 없는 남자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