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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스민, 어디로 가니?
김병종 글.그림 / 열림원 / 2014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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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리고 듣고 싶은 이야기도 많습니다. 그 이야기가 누구의 이야기라도 상관 없습니다. 그 이야기에는 분명 모든 것은 아닐지라도 내게 필요한 아주 작지만 사소한 무언가라도 전해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강아지나 고양이를 키워본 분들이라면 애완동물을 통해 또다른 삶의 의미 혹은 진실을 배운다고 이야기도 합니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는 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가르쳐준 삶의 진실과 사랑법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과거보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많이 쓰고 말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전달하고자 하는 사랑의 메세지까지 제대로 전달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봐야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끔은 너무 느려 답답하기도한 천천히 사랑하는 법을 깨우치게 만들어준 작은 강아지, 자스민을 만나봅니다.
16년을 함께 살다 떠난 애완견 자스민에 대해 적고 싶은 생각이 들어 그림과 글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는 작가의 프롤로그에서부터 자스민으로 부터 전해지는 사랑이 내게 보여지는 것 같습니다. 누군가를 기억하여 무언가를 남기고 싶은 그것이 아마도 그 시작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가는 어렸을 적 외로움으로부터의 유일한 탈출구로 그림을 그리고 글을 썼었다고 합니다. 작가의 그림과 글 속에 담긴 자스민의 향기를 통해 나의 어렸을 적 이름도 기억나지 않지만 어렴풋이 남아있는 기억속의 강아지를 떠올려봅니다.
첫 만남은 아는 분들을 통해 분양이라는 절차를 통해 받습니다. 비슷한 것 같습니다. 얼마전 초등학교 친구들의 모임에 나갔다가 고양이가 여러마리 새끼를 낳아 분양을 하던 친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느낌. 저자도 그렇지만 아직까지 내 주위에서도 전문적인 분양 기관을 통해 분양받기 보다는 주위 사람들을 통해 분양 받는 것이 대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자스민과의 첫 만남, 분양이 이루어진 날은 햇살 눈부신 어느 봄날이라고 하는데... 나는 강아지와 고양이를 좋아하면서도 함께 동거동락할 정도의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습니다. 나에게 그 눈부신 봄날은 아직 찾아오지 않은듯 합니다.
'바둑알 세 개'는 자스민의 별칭입니다. 가끔은 그 별칭마저 줄여 '바세'라고도 한답니다. 자스민이라는 이쁜 이름을 나두고 바둑알 세 개나 바세로 부르는 것은 어쩌면 나름 저자 자신만의 친근함의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자신의 입장과 쟈스민의 입장에서 글을 보여줍니다. 특히 자스민의 일기에서는 슉슉, 샥샥과 같이 자스민이 좋아하는 치즈나 초콜릿을 꺼내는 소리나 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 범주 내의 표현을 통해 또다른 생명체의 삶의 방식을 살짝 옅보기도 합니다.
사랑의 특성 중 하나가 눈멀게 하는 것이라는 말은 맞다. 별로 특출할 것도 없는 강아지 한 마리와 정이 쌓이고 시간이 흐르다 보니 아주 특별한 강아지로 인식되어버린 것이다. 그렇게 모든 사랑에는 '온리원 only one'과 '온리 유 only you'의 감정이 스며들어 있는 것 같다. 비록 사람과 동물 사이의 관계였지만 우리 가족과 애완견 자스민의 관계야말로 눈먼 살아의 관계였다. - p. 100 |
사랑의 정의?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사랑의 특성 중 하나를 들어봅니다. 눈멀게 하는 것! 사람과 사람뿐만 아니라 사람과 애완동물과도 그러한 관계는 분명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꼭 이 글이 아니여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로 사랑하는 법과 약자를 보살피는 법을 자연스럽게 그르치고 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라고 묻지만 이미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도 다시한번 묻고 싶습니다. '자스민, 어디로 가니?'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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