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머리 앤

빨간 머리 앤 ㅣ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4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김양미 옮김, 김지혁 그림 / 인디고(글담) / 2008년 10월

어렸을 때 <빨간 머리 앤> 을 읽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내가 읽었던 기억 속의 책은 완역본이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 읽은 인디고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 중 4권 <빨간 머리 앤> 을 읽으면서 처음 읽는듯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니면 책 속에 담겨있는 일러스트가 책을 더욱 아름답게 보여줘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배경이나 인물 설정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부분에 일러스트가 적절히 조화를 이뤘기에 읽는 내내 사랑스런 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반짝이는 호수, 기쁨의 하얀 길, 눈의 여왕, 드라이어드 샘, 버드나무 연못, 제비꽃 골짜기 등 모든 것에 이름을 부여해주고 새로운 생명으로 재탄생시키는 능력을 소유한 빨간 머리 앤을 보면서 나도 어렸을 때 앤의 모습과 조금이라도 닮은 구석이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보통 아이들은 일반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기 힘든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지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빨간 머리 앤은 그 상상의 크기나 깊이가 남다르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게다가 모든 것을 아름답고 우아하게 만드는 능력은 순정만화의 애뜻한 주인공의 대사를 분출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상상으로 모든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앤의 정신세계는 꾸준히 사고(?)를 부르지만 어쩌면 그것이 그녀의 매력 중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도저히 미워하고 싶어도 미워할 수 없고 아낌없이 주고 싶은 사랑스런 소녀. 빨간 머리 앤의 성장기를 보면서 감정에 충실하고, 아름다움으로 가득 채우고 싶은 소녀를 만나봅니다. 무엇보다 앤과 마릴라 아주머니, 매슈 아저씨 그리고 등장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삶의 지혜를 배웁니다. 재미와 지혜를 함께 얻을 수 있는 것이 고전의 매력이 아닌가 싶습니다.

초록 지붕 위의 빨간 머리 앤. 걱정 스럽기도 하지만... 이런 모습에서 사랑스럽고 낭만적인 앤의 모습을 찾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빨간 머리 앤과 함께하면서 나도 잊고 있었던 낭만과 어렸을 때의 순수함의 혼잣말을 다시 찾았습니다. 어서 후속편인 <에이번리의 앤>을 읽고 싶습니다. 내일 출간 된다고 하니 조금만 기다리면 성숙한 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슈 오라버니, 저 아인 정말이지 누군가 입양해서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될 아이예요.  ~ 중략 ~  세상에 태어난 이상 제 몫의 어려움을 감당하지 않고 살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 지금까지는 그래도 꽤 편하게 살아왔는데 저한테도 마침내 올 게 왔나 봐요. 한번 열심히 부딪혀 봐야지요." - p. 100

이 세상에서 무언가를 얻거나 이루려면 반드시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야망을 품는 것이 가치 있는 일이긴 하나 합당한 노력과 절제와 불안과 좌절 없이 거저 얻어지지는 않는 법이기 때문이다. - p. 49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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