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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억관 옮김 / 민음사 / 2013년 7월
평점 :

무라카미 하루키의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를 어느 지하철 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며 읽기 시작했습니다. 첫 장부터 죽음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그런데 왠지 죽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의 이야기를 다룰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남에게 자랑할 만한 것도 이렇다할 특징도 없는 한 남자.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두 살 연상의 사라를 만나면서 자신의 지난 과거를 고하게 됩니다. 16년전 다자키 쓰쿠루가 잃어버린 아니 놓아버린 시간을 찾아 순례를 떠나는 것을 권유하고 적극 도와주고 있습니다. 색채가 뚜렷한 네 명으로부터 거부당했던 그래서 죽음을 갈구하던 그 시점 이전으로 돌아가 스스로 그것을 밝혀내려고 합니다.
다자키 쓰쿠루와 네 명의 남녀가 함께한 곳은 봉사활동에서 입니다. 레드, 블루, 화이트와 블랙이라는 색채를 띠고 있는 네 명과 이들의 중심에 이들과 다르게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가 있습니다. 색채가 분명한 네 명과 색채는 없지만 그들을 하나로 엮어주는 다자키 쓰쿠루의 균형은 특별한 조화를 이루고 있습니다. 특별한 조화는 그 균형이 흐트러지면 깨집니다. 이들의 균형은 다지키 쓰쿠루의 도쿄행으로 틈이 벌어지고 결국에는 깨지고 맙니다. 아니 어쩌면 이것은 시간의 흐름으로 피할 수 없는 현상이였을 것입니다. 다만,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에서 레드, 블루, 화이트와 블랙 이외에 그레이라는 색채를 담은 이유를 고민하게 만듭니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색채가 뚜렷한 네 명의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색채가 그레이인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사라의 색채는 어디쯤에 놓아야 할까? 그리고 소설 전반에 감정의 이면을 조용히 접근하게 만드는 곡 <르 말 뒤 페이>가 흐르고 있습니다. 책을 읽다가 그 곡이 궁금해져 인터넷 검색을 통해 들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누군가는 처음부터 색채가 뚜렷하고 누군가는 색채가 없지만 그 모든 것은 자연 속에서 그럴만한 이유와 가치가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완벽하거나 부족한 모든 것은 둘 다 내 안에 있기에 그것을 찾아 꺼내 나를 채색하는 일을 해야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채색은 어디까지나 스스로가 해나가야 함을 기억해야 할 것같습니다.
너에게 부족한건 아무것도 없어. 자신감과 용기를 가져. 너에게 필요한건 그것뿐이야. 두려움이나 쓸데없는 자존심 때문에 소중한 사람을 놓쳐선 안 돼. - p.387
고등학교 시절, 다섯 명은 빈틈 하나 없이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그들은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이해했다. 구성원 모두가 거기에서 깊은 행복을 맛보았다. 그러나 그런 최고의 행복이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낙원은 언젠가는 사라지는 것이다. 사람은 제각기 다른 속도로 성정해 가고, 나아가는 방향도 다르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피할 수 없는 위화감이 생겨났을 것이다. 미묘한 균열도 나타났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윽고 미묘한이란 말로는 처리할 수 없는 뭔가가 되었을 것임에 분명하다. - p.4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