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
시로다이라 쿄 지음, 박춘상 옮김 / 디앤씨북스(D&CBooks) / 2013년 7월
평점 :
품절

기괴한 요괴 이야기와 판타지, 추리를 한 권에 담은 <허구추리 - 강철인간 나나세>를 처음에는 표지와 제목에 끌렸고 그 다음은 책 소개에 끌렸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책장을 펼쳐 읽으면서 세상의 허구를 가지고 진실을 만들어 내고, 진실로 허구를 재탄생 시키는 과정을 보면서 과연 무엇이 허구이고 무엇이 진실인가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믿고 싶은 것만 믿는다는 사람들 속에서 그것이 꼭 진실일 필요는 없다는 것을 들여다 봅니다. 이것이 허구추리의 중심이 아닌가 싶습니다.
150센티미터가 채 못 되는 키와 40킬로그램도 나가지 않는 체구. 베레모를 쓰고 지팡이를 짚고 다니며 세상 고민 따위 모르는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모습. 빗방울 소리를 들으며 야외에서 꾸벅꾸벅 자는 걸 좋아하는 이와나가. 일안일족(一眼一足)은 신이 되기 위한 조건이라고 하는데, 이와나가는 자신의 한 쪽 눈과 한 쪽 다리를 대가로 치르고 '요괴들의 신'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쿠단 고기와 인어 고기를 함께 먹고 자란 쿠로. 스물한 살 때 두 요괴를 배터지게 먹었고, 이런 쿠로를 요괴들은 두려워합니다. 미래를 보고 불사의 몸과 요괴의 힘을 가진 쿠로와 요괴들의 신 이와나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지만 허구로 가득한 세상에서 함께 합리적 허구와 진실을 넘어서는 허구를 바탕으로 허와 실 사이의 세상을 수호합니다.
상상력의 괴물은 이름이 붙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깔린 철골 밑에서 나온 아이돌이 가냘픈 몸에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철골을 마구 휘두르는 모습과 이미지에서 '강철인간 나나세'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이름이 붙으면서 괴물이 되어버린 '강철인간 나나세'를 상대로 이와나가와 쿠로의 합리적 허구로 맞서는 과정을 봅니다.
'강철인간 나나세'를 맞서기 위해 허구 쟁탈의 네 가지 해답을 준비한 이와나가. 첫 번째와 두 번째 그리고 세 번째 해답은 무엇을 위한 것인가? 모든 것은 허구지만 허구가 아님을 보여주며 그 해답을 접근합니다.
|
어느 책에선가 읽은 적 있다. 거짓말은 진실을 알아야 비로소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진실을 모르면 애초에 무엇이 거짓인지 모른다. 진실을 알기에 현혹되지 않고, 속지 않고, 모순 없는 거짓말을 할 수 있다. - p. 346 |
진실이 무엇인지 모르기에 허구를 진실로 믿고, 진실을 허구로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어쩌면 진실과 허구, 허구와 진실이라는 양파의 껍질을 가지고 있는 곳이 아닌가 싶습니다.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것이 아니라 진실된 진실을 볼 줄 알아야 허구 추리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구 추리는 다음 작품이 나왔으면 합니다. 아니 꼭 다음 작품이 나올 것 같습니다. 작가가 주인공 이와나가를 통해 전해주는 허구 추리를 따라가는 제미에 푹 빠져버린듯 합니다. 무더운 여름 이 한 권의 책이 피서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