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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가는 날 ㅣ 꼬리가 보이는 그림책 8
이수연 글.그림 / 리잼 / 2013년 3월
평점 :
품절
<이사 가는 날>은 나의 옛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지내던 그곳도 재개발로 모든 것이 바뀌었습니다. 소박한 산동네의 모든 것은 지금 아파트와 빌딩으로 가득차 있습니다. 그곳에서 이사를 가던 기억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고, 그 기억과 함께 그곳에서 함께 했던 친구들도 지금은 없습니다. 흐릿한 그때의 기억이 전부입니다.
저자는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책 속의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혼자서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강아지 랑이와 점프도 하고, 춤도 추고 있습니다.
어디선가 들려오는 소리. 재개발이 된다는 소리. 그 소리는 동네가 사라진다는 소리였습니다. 이사를 가야한다는데...
이사 가기 전에 추억으로 가득한 동네를 둘러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날으는 우산(?)이 있습니다. 날으는 우산은 한 번밖에 쓸 수 없지만 마지막으로 동네 산책을 하는데는 아끼지 말아야 할 것 같습니다. 나도 날으는 우산이 있었다면 내가 어렸을 때 동무들과 함께했던 그곳을 두루 산책했을텐데...
불빛과 집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습니다. 재개발을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전기줄을 걸으며 동네 집들을 모두 만납니다.
하나의 불빛.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빛 너머 무엇이 있을까요? 그곳은 어떤 곳일까요?
건축에 시간을 담으면 문명이 생긴다고 하는데, 재개발은 새로운 문명을 담기 위해 지금까지 담아놓은 문명이라는 그릇을 깨부시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이사 가는 날이 항상 즐거울 수는 없겠지만, 이 책에서 전해오는 그 날은 기약이 없음에 가슴이 아파옵니다.
재개발 지역의 풍경을 담은 <이사 가는 날>은 재개발 지역의 삶과 사람들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느껴집니다. 마법을 쓸 수 있다면 추억 속으로라도 그 곳에 한번쯤 날아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제대로 기억하고 싶습니다. 이사 가던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