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타 - 만들어진 낙원

베타 - 만들어진 낙원
레이철 콘 지음, 황소연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13년 1월

만들어진 낙원이 있다면 그곳은 어디쯤에 있을까요? 언제쯤 가능할까요? 섬세한 심리 로맨스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레이철 콘이 선보이는 SF 로맨스 <베타 - 만들어진 낙원>은 4부작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물의 전쟁'이라는 세계 대전이 발발한 뒤 발생되는 빈부 격차가 신인류를 탄생시켰습니다. 그들은 인간과 똑같이 생겼지만 영혼이 없습니다. 아니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인간들은 그들을 클론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즐거움이나 슬픔 등을 표현하는 방법은 알지만 실제로 그것을 느낄 수 없는 신인류 클론. 클론임을 보여주는 오른쪽 관자놀이에 연보랏빛 백합 문신 그리고 클론의 직업군에 따라 2차 문신을 새긴다는 것에서 게임 속 캐릭터의 진화과정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베타>는 클론 소녀 엘리지아의 성장 드라마이자 로맨스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혼이 없다는 클론 중에서도 10대 청소년 클론을 베타로 불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완성되지 않았다는 코드명으로 베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엘리지아와 함께 등장하는 클론들을 통해 우리네 청소년들의 속성을 크게 두 부류로 보여주고 있는듯 합니다. 영혼이 없는 클론은 감정과 욕망을 가질 수 없기에 스스로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할뿐아니라 찾을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엘리지아는 베타의 특성인 반항기를 정체성을 찾아가고 열쇠로 사용하고 있음을 볼 수 있습니다. 베타 혹은 청소년이 어떠한 존재이건 그것이 설령 열등한 존재라고 하더라도 그들의 감정이 누구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클론이라는 신인류를 내세워 간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엘리지아의 자유를 향한 갈망이 스스로를 구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는 반항기가 청소년기에 겪는 에너지의 원천이지만 어떻게 적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는 것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엘리지아의 성장 드라마와 잔잔한 로맨스는 청소년들에게 정체성과 인간애에 대한 시각을 좀 더 확대해 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