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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
헤르만 헤세 지음, 김재혁 옮김 / 고려대학교출판부 / 2013년 1월
평점 :
<데미안 : 에밀 싱클레어의 젊은 날의 이야기>를 이번까지 세 번 만났습니다. 책을 즐겨 읽는 분들이라면 유년시절 혹은 책을 함께하는 시간 동안 자신에게 영감을 준 수많은 책들을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시로 펼쳐 읽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내게 있어서는 같은 제목의 책을 여러번 읽는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되는 이야기로 바로 <데미안>도 그러한 경우였습니다.
이번에 만난 <데미안>은 1994년 시인으로 등단하고 현재 독문학과 교수로 재직중인 김재혁 교수님이 헤르만 헤세만의 문체를 독자에게 아름답게 들려주는 듯한 느낌의 책이였습니다. 책을 읽는 내내 그 안에 동화되어 마치 뮤지컬 속의 장면들을 마주하고 있는듯한 착각을 하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죽음을 맞이할 때쯤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을까요? 데미안을 바라보며 그 안에 씽클레어 자신이 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어쩌면 그 순간이 죽음의 문앞에 다가선 그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의 자아를 깨닫는 순간이 누군가는 빠를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수많은 사람들은 죽어서도 깨닫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나의 참모습, 나의 자아는 어느 순간 내 앞의 누군가의 모습에서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긍정적이던 부정적이던 어떤 모습으로도 볼 수 있다는 것을 다시 깨닫게 됩니다.
오늘날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많은 사람들은 이런 무지를 느끼면서 그 만큼 더 쉽게 죽음을 맞는다. 나도 마찬가지로 이 이야기를 다 끝맺고 나면 더 쉽게 죽음을 맞으리라. - p. 8
우리가 어떤 사람을 미워할 경우 그것은 그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자신 안에 들어 있는 그 무언가를 미워하는 거요. 우리들 자신 안에 들어 있지 않은 것, 그것은 우리를 자극하는 법이 없소. - p. 158
너는 네 안에 귀를 기울여야 해. 그러면 내가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알 거야. - p. 230
가끔 열쇠를 찾아내 내 자신 안으로 내려가, 검은 거울 안에 운명의 영상들이 잠자고 있는 그곳으로 내려가 검은 거울 위로 허리를 구부리면, 그러면 내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 이제는 나의 친구이자 인도자인 그를 완전히 빼닮은 나의 모습이. - p. 231
우리는 선과 악 중에서 어느 하나만을 선택할 수 없을 것입니다. 성선설과 성악설 중 어느 하나만을 고집할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씽클레어는 데미안을 통해 선과 악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것에 대한 창을 열어 놓으며 세상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또한, 세상과 삶에 대한 균열을 유년기 시절 가족, 아버지, 친구라는 울타리를 벋어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겪으며 성장하고 있습니다. 열림과 닫힘, 허용과 금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스스로 깨우쳐야겠지만 자기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의 자아가 밝히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로운 세상을 채우기 위해 또다른 갈림길에서 고민하는 씽클레어를 보며 나를 뒤돌아 보게 됩니다.
짐승이나 인간이 온 주의력과 온 의지를 다해 어떤 일에 주력하면 그 목표를 이루게 되는 거야. 그게 다야. 네가 궁금해한 것에 대해서도 이렇게 답할 수 있어. 어떤 한 사람을 뚫어져라 관찰하면, 네가 그 사람에 대해 그 사람 자신보다 더 많은 것을 알게 되는 거야. - p. 78 ~ 79
넌 아직 '허용'과 '금지'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지 확실히 파악할 수 있는 지점에 이르지 못했어. 너는 이제 비로소 한 조각의 진실을 느낀 거야. - p. 89
"새는 알을 깨고 나오려고 몸부림친다. 알은 세계다. 태어나려는 자는 세계 하나를 부수어야 한다. 새는 신을 향해 날아간다. 신의 이름은 아브락사스다." - p. 128
'신적인 것과 악마적인 것을 하나로 통합한다'는 말이 귓전에 여전히 울려왔다. 여기서 뭔가 생각나는 게 있었다. - p. 130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의 이야기를 만나보았습니다. <데미안>에서 헤르만 헤세가 말하는 '힘든 시대'는 유년기 시절을 보내는 수많은 젊은이들을 이야기한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자아를 발견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세상 모든 젊은이들에게도 똑같이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것은 자신을 찾는 것에서 시작하고, 자신을 찾는 것에서 끝이 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같은 책을 여러번 읽는 분들을 보면 어떤 기분일까? 싶은데, 이번에는 그 기분을 아주 조금은 알 수 있는 기회가 아니였나 싶습니다. 무엇보다 헤르만 헤세의 깔금한 문체를 제대로 살려준 번역으로 읽기도 편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언제쯤 다시 <데미안>을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그때를 다시 기약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