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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먼 인 블랙
수전 힐 지음, 김시현 옮김 / 문학동네 / 2012년 2월
평점 :
영화 홍보 관련 영상을 보다가 원작인 <우먼 인 블랙>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인터넷 서점을 통해 구매해서 먼저 읽던 책들을 읽고, 이 책을 읽었습니다. 띠지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빼놓고 읽어나갔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함께 모여 즐기는 모습에서 공포소설과는 거리가 좀 멀어지는듯 아니 오히려 반전을 꽤하는 것임을 조금 늦게 알았다고 해야 좋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마스이브에 가족들과 함께하는 공포 이야기 속에서 자신이 겪은 공포가 다시금 되살아 나는듯 합니다.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글로 우리들에게 먼저 들려주고 있습니다. 유령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도 자신의 남은 삶에 있어서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없음을 알고 있는듯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자신이 살아생전에는 자신만이 알아야 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나만이 그 일을 알아야 한다고 즉각 결론을 내렸다. - p. 27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려는듯 그 서막을 알려주고 있는듯한 문장을 만납니다. 벗어나는가 싶더니 또다시 들어간다는 문장이 이 책이 가지고 있는 공포에 대한 흐름을 잘 설명하고 있는 문장이 아닌가 싶습니다.
형편없는 날씨에서 벗어나는가 했더니 아무래도 또다른 형편없는 날씨로 들어가는 모양입니다. - p. 44
조금씩 아주 조금씩 글을 읽어나갈 때마다 가슴을 조여오는 두려움이 하나, 둘 나를 조여오는듯 합니다. 파리한데 시커먼 옷과 대조되는 창백한 여인을 스치듯 보게되는 모습부터 두려움이 조금씩 싹트는듯 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이루어지는 것이 더 공포스러운 것이 아마도 이러한 장면이 아닌가 싶습니다.
안 그래도 파리한데 시커먼 옷과 대조되어 더욱 창백해 보였을 뿐만 아니라, 뼈를 팽팽히 덮은 얇디얇은 피부에 희푸르스름한 빛이 돌고, 눈은 시커멓게 푹 꺼져 있었다. - p. 61
아마도 주인공의 심리상태가 이 책을 읽는 나의 상태를 그대로 표현하는 문장을 만난듯 합니다. 아무것도 말하지 않아도, 질문하지 않아도, 대답하지 않아도, 그 무엇을 하고 있지 않아도 나의 상태를 아는 그것. 그렇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
그가 내 상태를 완전히 이해했고,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다는 걸 알고 있고, 전혀 놀라지 않는다는 건 분명했다. 그리고 내가 사연을 털어놓지도, 질문을 하지도, 대답을 하지도, 의논을 하지도 않기를 명백히 바라는 태도였다. - p. 102
이미 예상하고 있다고 했지만, 그 예상이 맞아들어가면서의 공포는 순간 다가오는 깜짝이라는 단어 혹은 단순히 섬뜩하다는 것만으로는 담을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주인공의 글에서 간접 경험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내가 있는듯한 그 느낌은 아직도 온몸에 전율을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한것 같습니다.
반드시 일어나는 일! 바로 <우먼 인 블랙>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다만, 이 책을 읽은 내게까지 오지 않기만을 기도할 뿐입니다. 그리고 영화 <우먼 인 블랙>을 만나봐야 할것만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