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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느리게 걷기 ㅣ 느리게 걷기 시리즈
임지혜.김진양 지음 / 페이퍼북(Paperbook) / 2011년 8월
품절
여행이 즐거워야 한다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고 그 이상하면 너무 힘겹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여행이 몸과 마음의 여유를 가지려고 했지만 정작 여행이 몸과 마음을 더욱 무겁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한 번쯤 생각해보아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 머리가 아프고 가슴이 쓰라려 멍하니 하늘만 보고 싶을 때 그냥 말없이 여행을 떠나고 싶은 한 사람 입니다. 이럴 때 조금 여유있게 여행을 한다면 얼마나 멋질까요?
<제주, 느리게 걷기>는 두 명의 도시녀들이 제주에서 정착하며 좌충우돌 겪게 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흔히 만들 수 있는 곳보다는 그렇지 못한 따끈따끈한 그녀들만의 공간을 소개하고 있는 책 입니다. 조금 느리게 걷더라도 제대로 된 여행을 할 수 있도록 그녀들의 안내를 받고 떠나봅니다.
여행은 떠난다고 하는 그 생각만으로도 행복하고 즐거운 것 같습니다. 게다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했던 것처럼 먹는 것에 대한 즐거움을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 입니다. 이 중에서도 제주시 단골집의 국수계를 평정했다는 '국수만찬'과 제주동쪽 단골집의 '섭지 해녀의 집'에서만 맛볼 수 있다는 일명 '겡이죽' 그리고 중산간 단골집의 '나목도 식당'에서 제주의 진짜 돼지고기를 맛보고 싶습니다.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가든 모든 지역을 다 돌아보면 좋겠지만 항상 시간이 여의치 않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우선순위를 정해서 다닐수 밖에 없고 시간을 쪼개어 다녀야 할지도 모릅니다. 아니면 집중적으로 천천히 여유롭게 정말 다니고 싶은 곳을 선정하여 다니는 것도 좋은 방법이 아닌가 싶습니다. 제주에는 열 번 이상 방문을 했지만 한 번만 여행이였고 다른 때는 모두 업무차 방문이였습니다. 지금까지 이곳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책을 보면서 알게 된 '돌문화공원'을 제주도에 다시 방문할 때 천천히 둘러보고 싶습니다. 제주와 돌문화에 대해 배울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물론 저자가 소개하는 수많은 장소 중에 '민속 오일장'도 가고 싶지만 우선 순위를 정한다면 한 단계 미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아니죠! 둘 다 가면 되는군요^^
제주 올레에 대한 이야기도 중간 중간 수시로 나오고 있습니다. 그녀들이 소개하는 장소들과 올레와의 연계성도 있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쉬엄 쉬엄 느리게 걷더라도 제대로 즐기면서 제주를 알 수 있는 기회를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녀들 중 '임지'께서 제주 사투리의 무뚝뚝한 말투에 대해 우리들이 알아주었으면 하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은 속초의 갯배를 타고 건너갈 때도 안내표지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 아닌가 싶습니다. 말투는 거칠고 다소 불친절해 보일지 몰라도 마음 씀씀이는 절대 그렇지 않고 구수한 시골의 정을 느낄 수 있음을 알아 주었으면 하는 그녀들의 마음이자 제주 사투리를 사용하는 분들의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유가 있으면 무엇이든 좀 더 낳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여행의 멋'은 여유에서 진정한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유로움'이야말로 여행의 참된 즐거움을 선사한다고 생각합니다.
꼭 가야할 곳 중에서도 서귀포 단골집 파트에 있는 '강정천'은 단골집이라는 표현보다는 꼭 지켜야 할 우리의 자연유산이 아닌가 싶습니다. 너무나 아름다운 그곳에 '해군기지 이야기'는 결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매스컴을 통해서도 들었었는데 지금 우리가 우리의 자손들에게 먼저 빌려 사용한 자연유산을 특수목적에 의해 훼손 한다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정치적인 이야기나 이권에 관련된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지켜야 할 것은 꼭 지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앞선다는 것입니다.
그녀들은 다섯 곳의 지역을 나누고 열 한개의 레포트를 통해 <제주, 느리게 걷기>를 함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레포트 '제주 여행 내비게이션을 버려라'는 진정한 제주 여행에서의 여유를 얻기 위한 방법으로 괜찮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여행, 여유로움... 이러한 단어들의 설레임을 가지면서도 오히려 숨가쁘게 읽고 지나갔던 내가 어쩌면 그 여유로움을 담지 못하고 지나치지 않았나 반성도 해봅니다. 그러나 내 두 발이 제주 그곳을 발고 있을 때는 여유로움이 항상 함께 하기를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