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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교전 1 ㅣ 악의 교전 1
기시 유스케 지음, 한성례 옮김 / 느낌이있는책 / 2011년 7월
평점 :
절판
재미난 소설? 아니면 조금 두려운 소설을 만났습니다. <악의 교전>은 간단히 말하면 학교에 나타난 사이코 패스의 활약상에 관한 소설입니다. 활약상이라는 표현이 다른 독자에게는 불쾌감을 줄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이 책의 2권을 모두 읽어야 정확한 판단이 서겠지만 말입니다.
이 책은 주요 등장인물이 일반 소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편에 속하는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최근에 내가 읽었던 책들이 상대적으로 등장인물이 적어서 그렇게 느끼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요 등장인물에는 교직원과 학생으로 나눠 이 책을 이끌어 나가는 인물들에 대해 미리 살펴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나와같이 일본 사람들의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달아놨다고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모리타트(살인 행위를 의미하는 독일어 Mordtat에서 유래한 것으로 살인이나 공포 사건을 소재로 한 떠돌이 가수의 발라드풍 노래 - 옮긴이 주) 선율이 느껴진다면 살인 혹은 살인을 위한 광대의 광란이 시작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 이외에 사람들은 나를 위한 존재하며, '나'라고 하는 장치의 부속품으로 생각하는 하스미 세이지는 학생들의 우상이자 인기많은 선생의 탈을 쓰고 있는 공감능력이 떨어지는 전형적인 사이코패스 입니다.
인간의 마음 네 가지 기능 논리, 감정, 직감, 감각을 수많은 심리학 전공서를 탐독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든 하스미는 어렸을 때부터 자신만의 세계를 차곡 차곡 만들어 나갑니다. 자신의 떨어지는 공감능력을 심리학 전공서와 자신을 대하는 사람들을 통해 학습하고 진화하는 모습도 살펴 볼 수 있습니다.
서서히 들어나는 하스미의 본성에 대해 2학년 4반 학생 그리고 학교 대부분의 학생들과는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2학년 4반 가타기리 레이카는 탁월한 직관력으로 하스미를 다르게 판단하고 있습니다. 또한, 수학교사로 항상 우울한 50대 중반의 스리이 마사노부는 하스미의 보이는 이면에 분명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는 교사 입니다.
사건의 전개는 빠르지도 그렇다고 느리지도 않습니다. 하나, 둘 준비된 순서대로 혹은 순서가 아니여도 하스미의 사이코패스적인 활약상을 만나기에는 충분합니다. 그리고 자신들의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유사한 패턴의 사건이라는 생각이 드는 2년전의 도립 OO 고등학교에서의 사건까지 다가가게 됩니다. '네 명의 자살'과 하스미의 관계는 저자의 보너스 트랙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사건에 접근하는 사람들은 아니 하스미에 대한 것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은 그에 대한 결과를 준비해야 되는 것 같습니다. 2권에서의 그 결과가 주목됩니다.
"아이들을 능숙하게 다루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저도 학생들이 들판의 나비처럼 분주하게 뛰어다니면 살충제를 뿌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 p. 315
가타기리는 어디까지 믿어야 하는지 의심을 품었다. 하지만 확신에 가득 찬 와타라이의 모습을 보면 그저 소문만은 아닌 듯하다. 교사에 대한 큰 환상은 없었지만 학교라는 곳이 청소년에게 어른들의 부끄러운 모습을 보여주고, 그와 같은 사람을 양성하기 위한 틀 같다는 기분마저 들었다. - p. 354
1권을 먼저 읽고 조금 성급하다고 생각은 들기는 하지만 1권에 대한 서평을 먼저 작성합니다. 2권을 읽기 시작했고 빠르면 내일, 늦어도 모레는 <악의 교전> 2권에 대해서도 서평을 올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일본 소설을 읽기 시작한 시기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개인적인 취향과 또다른 이유로 인해 그동안 많이 망설였었는데 지난해 2월 읽었던 미치오 슈스케의 <해바라기기 피지 않는 여름>을 읽은 이후 편견에 사로잡혔던 내 자신이 너무 작아보였습니다. 이후 어떤 장르건 어느 나라의 작가이건 관계없이 읽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 무엇도 편견에 사로잡히면 기울기 마련인 것 같습니다. 마음과 눈을 더 넓고 깊게 열고 다가서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