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잠들기 전에 -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1 판타스틱 픽션 블랙 Black 16
S. J. 왓슨 지음, 김하락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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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과 인종을 떠나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생각으로 머물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생각을 무한 우주의 세계로 이끌고 나아가 '글'로서 우리에게 끝없는 생각의 우주를 보여주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습니다. 무더위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금 한 권의 책으로 그 더위를 벗어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하고 읽은 책 <내가 잠들기 전에>는 첫 장부터 강렬한 문장으로 나를 사로 잡았습니다.

 

이 책의 저자는 S.J. 왓슨은 몇몇 기억 상실증 환자의 삶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합니다. 오늘이라는 시점에서 출발하여 2주간의 일기와 몇 일간의 공백을 두고 이야기는 전개 됩니다. 알람 소리에 잠에서 깨어 일어났는데 왠지 낯선 침실 그리고 이어지는 생소한 모든 것들은 그 시작부터 이 책이 암시하고 있는 것을 제목에서 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내가 있는 지금 이곳이 상상 속에서의 장소인지 아니면 현실인지 아무것도 짐작할 수 없고 생각할 수 없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요? 저자는 주인공 '크리스틴'을 앞세워 오늘 이라고 하는 시점에서 자신을 찾는 과거로 우리를 이끌고 있습니다. 깨어 있을 때는 기억이 존재하지만 잠들고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는 그녀를 통해 또다른 세상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는 것 같습니다.

 

"깨어 있을 때는 기억을 제대로 하는 것 같은데 잠들면 거의 다 사라진단 말이야. 커피 맛 괜찮지?" - p. 21

 

그녀의 육체와 정신세계에는 20대 여자와 마흔일곱 살 여자가 공존하고 있습니다. 아니 그녀는 20대도 마흔일곱의 여자도 아닌 정체성을 잊어버린 영혼입니다. 그녀에게는 오늘이 어제이고, 내일이고 또 오늘 입니다. 그녀는 그러한 오늘을 계속 살아가고 있습니다.

 

'내일이라니? 내겐 내일이 없어.' 어제가 없는 것처럼 말이다. - p. 159

 

 

그녀가 기억하는 것은 오늘입니다. 그녀가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그렇지만 그녀는 그 무엇이든 믿어야만 합니다. 그녀는 자신의 일기장과 닥터 내시를 믿고 있습니다. 아니 믿고자 합니다. 기억은 조작될 수도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녀가 알고자 하는 진실은 바로 오늘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영화 <메멘토>가 떠올랐습니다. 크리스틴은 하루의 기억과 자신의 일기장을 <메멘토>의 주인공 '레나드 쉘비'는 10분의 기억과 자신의 몸을 이용했다는 것이 비슷하지 않나하는 생각도 듭니다. 기억이라고 하는 것이 사람을 능력자로 혹은 무력한 사람으로 만들기도 한다는 것은 책이나 영화가 아니여도 알 수 있지만 이 책 <내가 잠들기 전에>에 영화 <메멘토>를 보면서 보편적인 나와같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일상적인 기억에 대해 감사를 할 줄 알아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는 믿을 수 있을까요?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중간에 자신이 가지고 갈 결말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고 있기도 합니다. 다만 그 힌트를 쉽게 받아들이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하는 사람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릴러 장르에서 전환과 이해의 복합요소를 빠르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더욱 재미난 책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그 힌트 속에서 주인공은 왜! 나와 같이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고 주인공 크리스틴에게 소리쳐 주고 싶어지기도 합니다.

 

오늘 그녀는 자신의 기억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 닥터 내시에게 묻고 있습니다. 그리고 닥터 내시는 그녀에게 일기를 쓰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일기를 쓰시나요? 글 쓰기의 기본이 일기라고 하는데 쓰지 않던 사람들에게는 결코 쉽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꼭 작가가 아니여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녀가 또다른 오늘을 맞이 할 때 기억을 가지고 일어나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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