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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좌파 -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주의 ㅣ 강남 좌파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1년 7월
평점 :
정치에 대해서는 혐오 혹은 저주 까지는 아니여도 무관심으로 보냈던 과거를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조금씩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한 살, 두 살 나이를 더 들어가면서 무관심의 대상이 어떤 식으로든 관심의 방향으로 전환되는 것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도 들지만 또 한편으로는 조금 더 적극적인 관심과 행위를 하지않는 내가 얄밉기만 합니다.
이번에 만난 책 <강남 좌파>는 민주화 이후의 엘리트 주의와 2012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 6인에 대한 비평을 다룬 책으로 정치 세계에 대해 거리를 두고 관찰 할 수 있는 기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글을 처음 만났을 때와같이 부담스럽지 않게 읽혀지는 것은 여전한 것 같습니다.
'강남 좌파'라는 용어는 2006년 3월 13일 [동아 일보] 편집국 부국장 박영균이 쓴 「내기 골프 즐기는 ‘강남 좌파’」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처음으로 선 보인것이라고 하는데, 정치에 관심이 없다고는 해도 내게는 정말 낯익지 않는 단어로 다가 왔습니다. 그리고 정치 영역에서 활동하는 모든 좌파는 '강남 좌파'일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생각에는 엮시 그럴수 밖에 없는 것인가?라는 의아심을 가지기도 하지만 조금 더 읽어보고 생각해보면 그럴 수 밖에 없구나! 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됩니다. '강남 좌파'의 장점이자 강점이 여유와 너그러움이라고 하며 고학력, 전문직, 화이트갈라 중산층이면서 진보적 발언을 하는 이들이 주로 지목 된다고 하는데, 다시 생각해 보아도 그렇다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강남 좌파'일수도 그러한 가능성도 매우 높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것은 시대가 바뀌면서 좌파에 대한 개념의 확대 내지는 나아갈 방향에 대한 재해석을 보여 줄 수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됩니다.
'강남 좌파'의 부각이 민주화 이후의 현상으로 미국의 '리무진 진보주의자'와 비교할 때 주의점 세가지 지역, 학벌, 역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강남 좌파의 지형도를 크게 '강남'의 성격이라는 관점, 주체의 위상이라는 관점, '좌파'의 실천이라는 관점으로 유형을 나누고 다시 각각 세가지 형태의 유형으로 나눠 분석하였습니다. 내년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6인에 대해 그들의 성향이 어느 방향에 있는지 함께 고민도 해 볼 수 있는 시간이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강남 좌파'의 한계에 대해서는 본문 마지막에 언급하고 있으나 이미 1장. '강남 좌파는 강남에 사는 좌파인가?'에서 로베르트 미헬스가 언급한 '과두제의 철칙'을 통해 먼저 확인 할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미헬스는 "엘리트 지배는 대중의 무관심에 의해 조장된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도자들이 대신 결정을 내려주는 걸 선호한다"고 했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권력 집단은 겉으로 내건 목적이 아무리 급진적이라도 종국엔 보수적 속성을 갖게 된다. 그래서 미헬스는 "오늘의 혁명 세력은 내일의 반동 세력이 된다"고 주장했다. - p. 32
이미 '정글의 법칙'에 찌든 사람들을 상대로 "이건 너무 잔인하지 않느냐"는 호소는 무력하기 때문에 더욱 그런 작업이 필요하다. 학벌주의 완화에 대해 '하향 평준화'니 '포퓰리즘'이니 하는 주문을 열심히 외워대는 사람들이 한국의 전형적인 엘리트로 행세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아야 한다는 건 너무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기존 학벌주의의 혜택을 누리고 그걸 바꿀 뜻이 없으면서 외쳐대는 좌파적 비전, 그것이 바로 강남 좌파의 한계다. - p. 3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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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가 좌 혹은 우 중에서 어디인가 답을 찾을 수 없습니다. 저자의 맺는말에서 처럼 출세한 사람과 출세하지 못한 사람들의 싸움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자는 끝으로 보수와 진보의 집권 이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세가지 청사진 혹은 지적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승자 독식에서 자유로운 '비무장지대'의 영역을 넓혀 나가야 한다.
둘째. 참여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세째. 권력 중심적인 '인정 투쟁' 문화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 - p. 406 ~ 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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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우파 그리고 다시 파생된 수많은 갈래들이 결국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벌어지는 것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벽을 높이 쌓기보다는 소통할 수 있는 다리가 진정 필요한 때가 아닌가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