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섭을 훔치다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7월
품절


누군가를 안다는 것은 나를 아는 것 이상으로 흥미롭고 마음 끌리는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것도 책 한 권으로 대한민국 미술계의 거장을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이 가슴 설레이게 만듭니다. 미술을 잘 모르는 나와같은 사람도 '황소' 그리고 '이중섭'은 알고 있습니다. 황소를 사랑한 '이중섭'을 글과 붓으로 훔쳐낸 바보화가 몽우는 자기 자신과 이중섭을 보여주고, 들려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이 책을 통해 바보화가 몽우는 첫 번째 파트에서 그를 만나고 두 번째 파트에서 그의 삶이 타오르는 것을 그리며 세 번째 파트에서는 사라져가는 그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몽우가 이중섭에게 보내는 헌시'를 통해 황소와 이중섭의 관계를 잠시 옅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의 전부가 황소가 아니였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 헌시를 시작으로 몽우는 이중섭을 훔치고, 자신의 그림 세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누군가를 보고 미친다는 것은 좋은 것일까요? 좋은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겠지만, 바보화가 몽우는 이중섭만 보면 미치는 사람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어리다고 할 수 있는 다섯 살 나이에 이중섭의 소 그림을 처음 만나게 되면서 마음 속에 그를 두었다고 합니다.

이 책 <이중섭을 훔치다>를 통해 이중섭의 작품 서명 중에 어떤 작품은 'ㅈ'으로 또 어떤 작품은 'ㄷ'으로 쓴 배경도 만날 수 있고, 몽우 자신이 그림에 대해 어떻게 길을 걷게 되었는지 들려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림을 볼 때는 사진이나 책에 실려있는 그림보다는 원작을 보는 것이 차이가 매우 크다는 것도 들려주고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 예술인들은 참으로 낭만적이기는 했을지 모르지만 대부분 가난했고 이를 후원해주는 사람들이 많지 않았음이 너무나 안타깝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낍니다. 어쩌면 많은 부모들이 예술의 길을 걷고자 하는 아이들에게 그 길을 다시 선택하라고 말씀하시는 우리나라의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는 아닐 것 입니다.

누군가를 알고 싶고 닮고 싶을 때 많이 하는 것이 행동을 따라하거나 과거를 답습하거나 책을 통해 배우는 등 여러가지가 있을텐데 몽우는 이중섭의 그림 복원작업을 통해 배우고 화법을 공부하며 그를 훔치며 닮아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그림을 제대로 이해하고 알기 위해 완성된 그림 뿐만 아니라 그 그림이 탄생하기 까지의 배경에 대해서도 알아야 한다는 것도 들려주고 있습니다. 수없이 모작을 하면서 얻은 기술을 훔쳐 자신의 가슴과 머리속에 숨겨놓았다고 하니 그 미친짓이 어느정도 였는지 조금은 알것도 같습니다.

가난했던 이중섭과 닮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바보화가 몽우. 둘은 어쩌면 너무나 닮은 것 같습니다. 물론 닮은 점과 그렇지 못한 점이 분명 있을 것이고, 이 책 한 권으로 너무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내가 욕심꾸러기 일 것 입니다.

이 책 한 권에서 만나게 되는 두 사람의 그림과 글은 따스함이 배어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다른 것은 잘 모르겠지만 그 따스함이 그림을 잘 모르는 내게도 전달되는 것을 보면 분명 이 따스함은 이 두 사람의 공통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둘째 아이가 그림에 무척이나 관심이 많고 무엇이든 그리는 것을 좋아합니다. 황소의 이중섭 그리고 바보화가 몽우의 따스한 기운이 넘치는 그림처럼 우리집 둘째 아이가 따스한 그림을 간직하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모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행복할 것 입니다. 그림과 정신 그리고 영혼까지 훔친 바보화가 몽우의 글과 그림을 이제부터라도 조금씩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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