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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 ㅣ 생각하는 숲 2
셸 실버스타인 지음, 이재명 옮김 / 시공주니어 / 2000년 8월
구판절판
내가 서평을 작성하면서 했던 이야기 중에 이런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해피파스는 그림책을 무척이나 좋아한다고 말입니다. 단순한 그림이나 아니면 조금 깊이 있는 그림이나 그림과 함께 글이 있는 책, 그림책을 매우 사랑한답니다.
오늘은 아이들 뿐만 아니라 내게도 많은 생각의 늪으로 빠지게 만드는 쉘 실버스타인 님의 <어디로 갔을까, 나의 한쪽은>을 다시한번 만나보았습니다. 제목만 보아도 그 한 쪽을 찾아 떠나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들지 않으시나요? 난 나의 한쪽이 어디에 있는지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가까이 있겠죠?
이 책은 하얀 여백에 지렁이가 지나가는 한 줄을 시작으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지금 혹시 자신의 짝이 있으신가요? 아니면 그 짝이 자신의 짝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렇게 묻고 싶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가 빠진 동그라미 입니다. 이가 빠진 동그라미는 어떻게 해야 슬픔에서 벗어나서 기쁨을 찾을 수 있을까요?
우리의 삶과 비슷하지 않을까요? 자신의 동그라미에서 이가 빠진 크기 만큼의 조각을 찾아 길을 떠납니다. 이왕 떠나는 것 기쁘게 노래도 부르고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좋은 것은 이 동그라미도 마찮가지인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나의 한쪽을' 찾아 나서는 동그라미는 자신의 이상형 혹은 인생의 짝을 찾는 우리와 무엇이 다른가 생각하게 만듭니다.
자신의 짝을 찾는 날은 햇살이 너무나 뜨거운 날도 있고, 서늘한 소나기가 가득한 날도 있고, 연인들과 아이들이 좋아하는 눈 내리는 날도 있을 것 입니다. 잃어버렸거나 혹은 아직 찾지 못한 자신의 짝을 찾는 동그라미와 우리는 비슷한 것 같습니다. 자신의 짝을 찾기 위해 많은 또다른 만남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행복한 시간도 있을 것이고, 고된 시간도 있을 것이며, 삶의 무게에 따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세상 어딘가에 있는 짝을 찾아 다닐 것 입니다. 어쩌면 짝을 찾아 다니는 시간이 행복한 나날일 것 입니다.
희망이 있는 것은 나에게 힘을 줍니다. 어딘가에 있을 짝을 찾는 희망 말입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이 빠진 동그라미에 꼭 맞는 한쪽을 찾았습니다. 그런데 그 조각이 자신의 말을 들어보라고 합니다. 조각은 그 누구에게 떨어진 조각이 아니라고 합니다. 단지 자기 자신일뿐! 혹시 우리가 찾는 그 다른 조각을 나의 반대쪽이라고만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봅니다.
다시 길을 떠납니다. 또 다른 조각을 만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다시 헤어집니다. 자신의 짝을 찾아 계속 구르고 또 구릅니다. 그리고 꼭 맞는 조각을 만났습니다. 드디어 찾아 헤매던 조각을 찾았습니다.
이제 세상이 완성 될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리고 이 빠진 동그라미와 조각은 하나가 되어 세상을 향해 나아갔습니다. 완벽한 하나가 되어 세상을 모두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쉬어 세상을 볼 수 있는 여유가 사라졌습니다. 벌레를 만나도 멈추지 못하고, 꽃을 만나도 향기조차 맡지 못하고, 나비를 만나도 놀아주지 못합니다. 노래를 부르고 싶어도 꽉 맞는 조각으로 인해 제대로 소리내지도 못합니다. 생각하며 다시금 조각을 내려놓습니다. 무엇가 떠오르나 봅니다.
그리고 이 빠진 동그라미는 잃어버린 한 쪽을 찾아 다시 나서고 있습니다.
쉘 실버스타인 님의 그림책은 아무 생각없이 보고, 생각으로 가득차서 다시 보게 됩니다. 그리고 또 봅니다. 보면 볼수록 생각에 빠져드는 그림책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