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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 국어 교과서 - 생각을 키워 주는 10대들의 국어책
김보일.고흥준 지음, 마정원 그림 / 작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책을 읽으면서 최근 느낀 것은 참 재미있는 책이 많다는 것 입니다. 최근에 만나 본 책들은 대부분 그 목적이 무엇이 되었던 기본적으로 책읽기의 재미를 제대로 전달해 주는 것 같습니다. 이 책 <사춘기 국어 교과서>는 '교과서'라는 조금은 딱딱할 것 같은 분위기를 내뿜고 있지만 생활에서 만나는 우리 말과 글에 대해 조목 조목 실 사례를 들어가며 지루하지 않고 책을 넘길 수 있도록 아기자기한 구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저자는 말이 어떻게 생각을 바꾸고, 생각이 어떻게 말을 바꾸는지에 대해 고민하였다고 합니다. 새로운 말과 생각이 서로 톱니바퀴 처럼 변화의 흐름에 적응하여야만 언어에 활력이 불어나게 됨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저자 두 사람으로부터 나온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한국어에 대한 기록입니다. 이제 두 사람만의 기록이 아닌 모두가 공유할 수는 책이기에 본인도 이 언어에 대한 기록을 참여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은 다섯 개의 파트로 '한국어에 숨어 있는 이야기', '말에도 지느러미가 있다', '정치적인 말, 사회적인 말', '말 속에 담긴 우리의 자화상', '한국인을 위한 한국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한글의 시작인 <훈민정음>에 대한 이야기인 '자음을 읽는 방법', 'ㄱ'은 어떻게 읽을까? 부터 그 시작은 이미 지금까지 만났던 교과서와는 다른 느낌을 받습니다. 국어책? 아니면 국사책? 아니면 참고서인가? 그렇지만 그런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이 책이 말과 생각에 대한 언어를 어떻게 우리가 사용하고 받아들이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고 변화에 대한 부분을 이야기 하는 것에 중점을 두었다고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언어의 표현', 못된 송아지도 엉덩이엔 뿔 안난다(p.86~91)와 '유의어에 관하여', '엉덩방아'는 어떻게 찧어야 하는 걸까?(p.92~101)를 통해 엉덩이와 궁둥이를 알아보았습니다. 저자의 이야기 속에서 논리도 그렇지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재미는 '교과서'라고 하기보다는 재미난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겨운 삼촌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글은 결론이 한마디 합니다. '소는 맛있다고!'
그래서 이 글의결론이 뭐냐고? 아, 말했잖아. 소는 맛있다고!
- p. 99 유의어에 관하여 - '엉덩방아'는 어떻게 찧어야 하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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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글과 말에 대한 생각을 계속 만나다 보면서 '언어 속에 반영된 배제의 논리', '잡'이라는 접두사에 슬퍼지는 사람들(p.158~161)에서는 정말 조심해서 써야 할 글과 말이 참으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글과 말 그리고 단어들이 항상 같은 뜻으로 쓰이지 않기에 좀 더 신중한 선택을 해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마지막은 '짜장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말은 언중의 것' 슬픈 짜장면(p.260~273)에서는 단순한 표기를 바꾸는 것이 아닌 함께 공유한 추억과 소중한 자산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일러주고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제 주위에 그 누구도 '짜장면'을 '자장면'이라고 하는 분들은 없는 것 같습니다. 오로지 '뉴스'와 같은 메스컴에서만 들을 수 있는 단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짜장면' 냄새는
단지 우리의 위장을 배고프게 할 뿐이지만,
'자장면'이라고 하는 낯설고 먼 나라의 표기는
우리의 추억을, 문화를, 정서를, 그리움을 배고프게 한다.
비록 가난하였으나,
이제와 돌이켜보면 정겨움으로 가득했던
그 시절을 배고프게 한다.
부디, 우리가 다시 예전처럼 마음껏 추억에 젖어
'짜장면'을 먹을 수 있도록
'자장면'이란 슬픈 표기가 '짜장면'으로
바로 설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 p. 273 '말은 언중의 것' 슬픈 짜장면 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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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사용하는 우리의 글과 말 이기에 쉽다가도 참으로 어려운 것이 어쩌면 우리 글과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지난해 가을부터 올초까지 필리핀 분들에게 한글에 대해 함께 공부했었는데, 왜! 필리핀 친구들이 한글이 어렵다고 했는지 이 책을 통해 조금은 이해도 가고 또 한편으로는 말과 생각에 대한 언어의 변화에 대한 부분이 결코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우리 글과 말에 대해 재미있는 시간이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청소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