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이재익 작가를 만난 것은 지난해 9월 그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단편소설집 <카시오페아 공주>를 통해서 였습니다. 두번째 만남은 지난해 12월 그의 자전적 성장 소설 <압구정 소년들>을 만나면서 그의 작품 세계를 아주 조금은 알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의 작품 중 실화를 바탕으로 한 장편소설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을 세번째로 만났습니다.

 

김지웅! 일도 사랑도 다 실패한 오늘의 주인공 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서 있으면 누군가를 찾는 것 같습니다. 아니면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패배자인 그가 선택한 누군가는 대학 시절 야구부의 이만득 감독입니다. 서울대 입학 이후 야구를 다시 시작하기까지 근 3년 만에 공을 잡아보게 됩니다. 그 이유는 야구부 입단 테스트를 위한 것이였습니다. 서울대에도 야구부가 있나? 정말 이구나! 라는 지나가는 느낌으로 이야기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만득 감독은 야구에 대해 공부와 똑같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인생의 모든 것은 이미 유치원에서 배웠음을 상기 시켜 주고 있습니다.   

 

 



 

"야구하고 공부는 똑같은 건데." - p. 39

 

"그런데 왜 그렇게 지기만 했을까요?"

"아까도 얘기했다 아이가. 야구는 공부하고 똑같다고. 느그는 공부만 하던 애들인데, 얼라 때부터 야구만 하던 애들하고 붙으니 이길 수가 있나. 걔들이 공부로 붙으면 니들한테 안 되는 것처럼. 그런데도 경기 나가면 악착같이 달려드는 파이팅이 참 좋았지." - p. 47

 


 

 

 

 



 

 

 

 

정말 그가 하고 싶은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일까요? 패배했다고 생각하는 그의 곁에 따라다니는 그림자가 되다보니 나 역시 패배자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그의 행적을 따라간다는 것은 그에게 그리고 이 책에 빠져 공감하고 있다고 생각하니 나쁘지만은 않았습니다. 서울대 야구부 이야기를 쓰기로 마음 먹습니다. 무엇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과 할 수 있다는 생각이 이제야 한자리에 어울리는 것 같습니다.

 

1997년 현재까지 183전 183패. 정말? 정말 가능한 것일까? 믿기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들은 왜 야구를 해야만 했을까요? 왜 할까요? 이기려고 한답니다. 그렇죠! 이기려고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번도 이기지 못했는데 그래도 하고 싶을까요? 이것이 인생이라면 항상 진다고 모든 것을 포기할까? 라고 생각해보니 그건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들은 이기기 위해 야구를 한답니다. 분명히 이길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하는 것입니다.

 

사랑이야기도 빠질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내가 그 전에 읽었던 이재익 작가의 두 권 소설 <압구정 아이들>과 <카시오페아 공주>에서의 사랑이야기와는 분명 또다른 사랑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결혼과 사랑 그리고 가족과 의무 등에 대해 주인공 김지웅의 옆에서 멘토가 되어 보기도 합니다. 아내는 대부분 현명하다고 합니다. 아마다 그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되는게 문제라면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정말 하고 싶은 것! 그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진심으로 그런말과 응원을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또 얼마나 있을까요? 

 

 

 



 

"일은 좀 알아봤어?"

"시나ㅣ오를 써보려고 준비 중이야."

"잘 됐네. 항상 자기 영화 해보고 싶어 했잖아. 잘 써져?"

"글도 써 본 사람이 쓰지. 생각보다 힘들어."

"그래도 잘 생각했어. 괜히 돈 급하다고 허투루 일하면서 세월 낭비하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 p. 167

 


 

   

 

지는 법을 가르쳐 주는 감독님. 허투루 일하는 것은 세월을 낭비하는 것이라고 말해주는 아내 혹은 전 아내. 순수한 꿈을 쫓던 시절. 과거의 어느 시점들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더이상 흔들리면 안될 것 같습니다.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서서히 윤곽이 잡히고 있습니다. 야구는 두 팀이 하는 경기가 아니라고 합니다. 세 팀이 하는 것이 야구라고 합니다. 어찌보면 많은 스포츠가 그러하겠지만 이 책에서의 야구는 분명 세 팀이 야구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우리 팀. 상대 팀. 그리고 관중. 어렴풋이 알고 있는 1군과 2군에 대한 이야기가 좀 더 크게 보면 경쟁이 멈추지 않는 세상과도 같은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해 집니다.  

 

1997년 183전 183패를 2004년 8월 25일까지 198전 198패로 기록에서 드디어 25일 1무를 기록하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후 1무 200패가 되느냐. 아니면 1승 1무 199패가 되느냐가 결정되는 순간이 다가옵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이긴다는 그들은 199패까지 달려왔습니다. 이기기 위해 달려온 것 입니다. 공식 기록이던 비공식 기록이던 그들이 이기기 위한 게임은 계속 될 것입니다.



 



 

 

 

 

이 책은 이시대 꿈과 열정을 잃어버린 나와 같은 분들이 읽어야 할 책입니다. 이 책의 뒷 표지에는 다섯분의 추천사가 쓰여 있습니다. 추천사에 나오는 글들을 읽다보면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자연스럽게 배우게 됩니다. 그리고 '연장전'을 읽다가 백지영씨처럼 나 역시 주책스럽게도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인생이 지루한가요? 지금 난 어디쯤 와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을 때 주인공도 자신의 자리를 찾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재익 작가의 팬이라면 꼭 읽어보기를 권합니다. 그리고 이재익 작가의 팬이 아니더라도 야구에 대한 추억 그리고 세상의 주인공이 아닌 나를 비롯한 분들에게 읽어 보기를 권해드립니다.

 

이 책을 읽으며 생각나던 한 권의 책이 더 있었습니다. 지난 해 6월에 읽은<김석류의 아이 러브 베이스볼> 입니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야구를 다시 사랑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꿈과 열정을 잃지 않는다면 패배가 아니라고 했지만 이미 꿈과 열정을 잃었다면 다시 되살려 보고 싶어지는 책을 만나 좋았던 것 같습니다.

 

성인이 된 이후 야구장을 한 번도 가지 않았고 TV로도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내게 어렸을 때 'OB 베어스'의 추억과 야구에 대한 지식과 감동을 담아 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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