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밤, 기린의 말 - 「문학의문학」 대표 작가 작품집
김연수.박완서 외 지음 / 문학의문학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국가 혹은 그 어떤 제품에 대해서도 대표라는 것이 있다. 우리 시대 대표 작가 10인의 베스트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났다.

 

<깊은 밤, 기린의 말>은 김연수 작가의 작품 제목이기도 하고,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하다. 보이지 않는 힘 혹은 누구에게나 서로를 당기는 힘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보여주는 것 같다. 흔히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행동을 하는 사람들 속에서 우리는 그냥 지나치기 쉽지만 그들에게서 혹은 그러한 현상속에서도 많은 것들을 느끼고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영혼의 분리 혹은 영혼의 연결은 사람만이 가지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살아있는 생명체는 모두가 영혼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작가는 그 영혼이 메마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우리가 가까이 다가가자, 기린이 입을 움직였다. 낑낑거리는 그 소리가 우리 귀에 들렸다. 유리창이 두꺼워 그럴 리가 없었지만, 우리는 그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p 42. 깊은 밤, 기린의 말

 



 

 

 

<깊은 밤, 기린의 말>을 시작으로 박완서님의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부터 최일남님의 '국화 밑에서'까지 소설적 힘을 보여주는 그들만의 필체는 하나, 하나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이 시대 우리나라 중년 여성이 겪고 있는 현실에 대해 깊이 있는 해설서 같은 느낌을 받은 글 속에서는 시대의 변화 속에 여우 같지 못하고 곰처럼 자신의 자리에 있는 이 시대 중년 여성의 갱년기 속 하루를 보여주는 것 같다. 샌드위치와 같은 현실이 안타까울 따름이다.   

 

 



 

 남자들의 뇌는 결국은 엄마 닮은 여자가 마음 편하게 돼 있다더니 맞는 말이구만. 곰처럼 무뚝뚝하고 둔한 어미에게 질려서 아들이 여우같은 여자에게 끌렸을 거라고 말할 때는 언제구. 이 집에서 못된 바람은 다 나에게로 불어온다. 대답 대신 큰소리로 하품을 했다. 걷 잡을 수 없이 잠이 밀려왔다. 자야겠다. 누가 업어 가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코 골며, 아, 아 간간이 신음하며, 남편이 관찰한 나의 자는 모습이다. 그러나 그도 나의 꿈속은 들여다보지 못한다. - p. 79. 갱년기의 기나긴 하루

 



 

 

 

권지예님의 '퍼즐'은 인생의 완벽을 추구하는 것인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족함도 모자람도 없는 퍼질이야 말로 삶을 살아가는 진정한 이유를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여기서 그 퍼즐 한 조각 버리거나 잊어버리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완벽한 삶이 있을까? 퍼즐의 조각 하나, 하나처럼 완벽한 조각을 이룬 퍼즐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인생이 있을까? 요즘 그래서 인지 '바보'나 '버리기'에 대한 주제의 책들이 부쩍이나 많아진 것 같다. 나의 퍼즐은 조금 느슨하게 할 필요도 느낀다.

 

 



 

 순간, 온몸에 전율이 일었다. 나는 자리를 박차고 뒤꼍으로 달려갔다. 돌로 쌓은 옛 우물이 보였다. 옛 우물의 통나무 뚜껑은 아귀가 꼭 맞게 닫혀 있었다. 완벽했다. 마치 아내가 한때 그토록이나 몰두했던 마지막 퍼즐 한 조각처럼. - p. 203. 퍼즐

 



 

 

 

이명랑님의 '제삿날'의 결말에 기대를 했었는지 모른다. 이런 세상이 오면 안될 것 같다. 그래서 가슴이 너무나 아프고 무겁다. 물론 소설이다 보니 설정이기 때문이겠지만 뉴스와 같은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사회의 돌아가는 꼴(?)을 보니 이것이 과연 소설만의 이야기는 아닐지도 모른단는 생각을 하게 된다. 부모자식의 연은 천륜이라고 했는데 이들은 스스로를 천륜이 아니라고 알고 있었을까? 아니면 그렇게 생각하고 싶었던 것일까? 매스컴에서 떠들어 대는 이야기 속에는 소설보다 더 한 이야기들이 많기는 하지만 그래도 세상이 이래서는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여태 지 새끼들을 키워 줬는디 우리헌테 이렇게 해? 나하고 자네 죽어 봐? 지들 제삿날이라고 누가 밥 한 그릇 갖다 주나!

 자네, 내 말이 틀렸나?

 나 죽을 때는 태호헌테 그 귀신 제삿날이 언제인지, 워디 묻혔는지, 다 알려주고 갈라 했는디 안 혀! 못혀!

 나 먼저 죽더라도 그 귀신들 얘기는 입도 벙긋하지 말란 말여!

 자네 내 말 알아들은겨? - p. 339 ~ 340. 제삿날

 



 





<깊은 밤, 기린의 말>에서 10인의 작가는 어쩌면 과거에서 현재의 세태를 고발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들의 축척된 글의 향기는 웃고 울리는 삶의 이야기를 맛보게 해준다. 시대는 바뀌어도 인간이라는 본연의 모습은 잊지 말라고 이야기 하는 듯 하다. 그들의 향기를 천천히 맡아보아도 한번에 끌어 안아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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