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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이영수(듀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세상을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면 무엇이 보일까? 내가 보기에는 그래도 세상이 보일 것 같다. 내가 아무리 삐딱하게 보아도 그 세상이 변하는 것은 아니니까. 그래도 가끔은 이 세상을 삐뚤어지게 쳐다보고 싶다. 나 스스로 그렇게 하기 힘들다면 잠시 다른 사람을 통해 세상을 삐딱하게 보며 대리만족을 해보면 어떨까? 지난 토요일 아이들과 함께 책 읽는 시간 이후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듀나의 단편 소설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짬짬이 읽어 오늘까지 읽게 되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은 책 서평과 함께 초콜릿 등을 만들며 짬짬이 읽느라 오늘에서야 다 읽을 수 있었다.
소설 작가 듀나의 13편의 단편을 모아놓은 이 책에서는 책 제목으로 떠오른 대표작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 뿐만 아니라 다른 책 모두가 사회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은근히 전달하는 느낌을 받는다. 남북의 관계를 돌려이야기 한다든가 아니면 가진자와 가지지 못한자를 대신한 듀나의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물론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책의 과반수는 '좌절한 남자들'의 이야기라고 말하고 있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를 읽고 한참후에 '안개 바다'를 읽다보면 문맥이나 내용등이 비슷함을 느낀다. 그런데 '작가의 말'을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바로 '안개 바다'는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와 시리즈로 구성되어 있다고 한다. 어쩐지... 그래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것이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이 단편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단편은 '메리 고 라운드'와 '죽음과 세금'이다. '메리 고 라운드'는 정화, 현아 그리고 은주 세사람의 이야기 아니 좀 더 자세히 이야기하면 살아있는 두사람과 죽은 두사람의 기묘한 이야기를 서로의 입장에서 작은 단편의 조각을 맞추어가며 이야기를 구성하는 재미를 전달하고 있다. '죽음과 세금'에서는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정말 그렇게 되지 않을까 할 정도로 수명을 제한하는 일이 생길지 모른다는 착상이 있을법하면서도 두렵기도 하다. 물론 내가 살아가는 동안은 그런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브로콜리 평원의 혈투>의 단편들을 보면 하나 같이 씁쓸하다. 모두가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을 것이다. 어디까지나 나가 생각이다. 또한 그러면서도 분명 흡입력은 있고 재미도 있다. 이 책의 첫 단편 '동전 마술'과 같은 단편이 많았으면 했던 기대와는 달리 듀나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을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인가 아니면 너무 어두운 면을 주로 다뤄서인가 내 마음까지 전반적으로 어두워지는 것 같다. 물론 쉽게 접하지 못하는 단어와 신생 단어(?)까지 단편의 흐름으로 이해는 하지만 일일이 그것들을 기억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단편을 모아놓은 단편 소설집. 그것도 13편을 모아놓아서 일까? 내 취향에 맞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다. 다 읽고서 판단하는 것은 어차피 읽는 사람의 몫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표현까지도... 이렇게 몰랐던 작가와 그 작가의 작품을 만난다는 것은 새로움을 만끽하는 통로 역활을 하여 좋다. 언제나 새로움을 기대한다.
"떠날 준비가 됐니?"... '응, 떠날 준비 됐어!'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