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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의 달빛 담요 ㅣ 너른세상 그림책
에일런 스피넬리 글 그림, 김홍숙 옮김 / 파란자전거 / 2001년 11월
구판절판
참 이쁜 책을 만났다. 바로 지금 소개하는 <소피의 달빛 담요>이다. 그래서 이 책을 보니 우리나라에 처음 펴낸 것은 2001년 12월이다. 그러고 보니 약 10년 전이다. 아이들이 더 어렸을 때 보았다면 더 좋았을 것을 생각하면서도 지금이라도 함께 볼 수 있어서 너무나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소피는 집거미 이다. 그렇지만 보통 집거미와는 다르다. 보통 거미하면 많이 놀라기도 하고 겁도 많이 먹는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우리집에서는 나도 그렇고 아이들도 그렇고 집에 있는 집거미에게는 그다지 겁을 먹지 않는다. 이 책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어렸을 때 부터 집거미는 무서워하거나 잡는 것이 아니라고 배워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반경 1~3m 이내에는 우리가 보지 못하지만 항상 거미가 살고 있다고 한다.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닌가 싶다. 하여튼 소피는 집거미 이지만 보통 거미가 아닌 '예술가'이다. 물론 보통 거미들도 예술적 재능을 가지고 있다. <샬롯의 거미줄>에서도 샬롯은 정말 대단한 거미였다고 생각한다.
소피의 거미줄은 이 세상 어떤 거미줄보다도 아름다웠다고 한다. 친구들은 소피를 놀라운 아이(?)라고 불렀다. 소피의 거미줄은 모두가 작품이다. 소피는 혼자 살아갈 수 있는 나이(?)가 되었을 때 비이크맨 씨의 하숙집으로 이사를 한다. 독립(?)을 한 것이다. 새 집은 칙칙한 녹색 벽, 색 바랜 카페트 그리고 낡은 커튼이 있었다. 이럴때 일수록 소피의 예술이 필요한 때 일 것이다.
그렇지만 모두가 거미줄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다. 그 거미줄이 아무리 아름다워도 절대 그것을 용납할 수 없는 사람들도 있다. 어쩌면 나 역시 그럴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주인 아주머니는 소피를 싫어하는 것 같다. 소피는 아주머니를 떠나 선장 아저씨가 머무는 다락방으로 이사(?)를 한다. 이사가 쉬운게 아닌데...
선장 아저씨의 다락방. 온통 회색으로 가득찼다. 셔츠, 바지, 스웨터... 회색만 있는 세상인 것 같다. 소피는 회색만 있는 이 공간을 하늘처럼 밝은 색의 파란색을 선사하고 싶었다. 그렇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선장 아저씨 역시 소피 아니 거미를 좋아하지 않았다. 결국 소피는 요리사가 있는 곳, 그중에서도 슬피퍼 속으로 들어갔다.
요리사의 슬리퍼? 왜 하필 슬리퍼로 들어갔을까? 소피는 요리사에게 슬리퍼를 짜주고 싶었다. 소피는 마음도 참 넓은 것 같다. 그렇지만 소피의 마음과 상관없이 요리사는 소피의 배려를 이해하지 못했다. 결국 소피는 또다시 이사를 해야했다. 이번에는 3층의 뜨개질 바구니 속이다.
소피는 이곳에서 꽤 오랜 시간을 보낸것 같다. 아니 거미의 시간으로 오랜시간이 지났다. 소피는 어느덧 할머니가 되었다. 자신의 여덟 개 다리를 따뜻하게 감싸는 여덟 가지 색깔의 양말도 만들었다. 어느날인가 3층의 젊은 여인도 소피를 마주하게 된다. 그런데 여인은 소피를 마주하며 미소만 짖는다.
여인은 아기 털신을 뜨고 있다. 아기에게 덮어 줄 담요가 필요했다. 오래되고 너덜너덜한 담요가 있기는 했지만, 소피는 자신이 아기 담요를 짜야겠다고 생각했다. 소피는 이제 젊지 않다. 힘겨운 하루 하루가 지나고 있지만 소피는 달빛과 별빛을 섞어 담요를 짜기 시작했다.
쉬지 않고 담요를 짰다. 먹지도 자지도 않고 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담요를 만들 생각으로 소피는 담요만을 짜고 또 짰다. 그리고 악가 막 태어난 울음소리가 들려왔을 때 소피 역시 담요의 마지막 귀퉁이를 짜고 있었다. 자신의 가슴을, 소피 자신의 사랑을 담아 담요를 짰다. 사랑과 놀라움으로 가득 찬 여인은 잠든 아기에게 그 담요를 덮어 주었다. 소피의 사랑으로 채운 담요를... 소피 생애 최고의 작품을...
그냥 거미라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 이렇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은 아이들의 맘을 너무나 잘 아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통해 어른들도 감동을 받고 어렸을 때 추억속으로 빠져든다. 나에게 우리에게 소피와 같은 거미가 혹은 친구가 있는가... 아직 없다면 나를 다시 되돌아 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