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할머니
베스 크롬스 그림, 필리스 루트 글, 강연숙 옮김 / 느림보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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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아이들과 함께 읽은 <겨울 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때 우리집 할머니와는 다른 분이였다. 오히려 느낌은 다르지만 <눈의 여왕>을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겨울 할머니는 혼자 살고 계신다. 그렇지만 하얀 거위들과 함께 하기 때문에 혼자라고 하기에도 뭔가 다를 것 같다. 겨울 할머니라고 해서 겨울에만 사실 것 같았는데 그게 아니였다. 겨울 할머니는 우리의 할머니들과 조금 다를지 모르지만 분명 우리네 사계절 같이 보내는 할머니 였다. 봄이되면 눈보라처럼 하얀 깃털을 날리는 거위들과 함께 다닌다.

겨울 할머니는 여름내내 거위들의 하얗고 빛나는 깃털을 모은다. 왜일까? 책장을 넘기면서 아이들이 궁금해 한다. '따뜻한 이불을 만들라고요' 라고 한다.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따뜻한 이불을 덮을 수 있으면 겨울을 보내기 좋으니까. 그게 아니면 거위털을 넣은 옷을 만드실려나. 라는 생각을 해보면 책장을 넘긴다.

그런데... 아이들의 생각이 맞았다. 할머니는 가을이 오면 거위의 깃털을 가득 채워 넣은 이불을 만들었다. 이불을 꿰매는 모습에서 나의 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우리네 할머니와 어머니는 이렇게 직접 이불도 꿰매어 가족 모두가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도록 해주었다. 겨울 할머니는 그런데 이불을 꿰어 무엇을 하시려는 것일까? 궁금하다.


겨울 할머니는 이불을 꿰매어 일 년 중 밤이 가장 긴 날에 깃털 이불을 펼쳐 흔든다. 먼지가 날릴까? 아니다. 그것이 아니였다. 바로 한 송이 한 송이 눈이 내리기 시작하는 것이였다. 아하!~ 그래서 겨울 할머니 라는 제목을 보았을 때 조금 다를 수는 있지만 <눈의 여왕>이 떠올랐던 것일까? 눈이 내리면 아이들은 입을 벌려 차갑지만 하이얀 눈송이를 받는다. 나도 그랬었는데... 아이들은 신기해 한다. 왜냐면, 요즘의 눈은 만지기는 해도 입안에 넣지 못하게 하고 받아 먹지도 못하게 하니 말이다. 설명을 해준다. 아빠 어렸을 때에는 그렇게 하이얀 눈을 받아 먹기도 했다고...


깃털 이불은 하이얀 눈 송이를 온 세상에 나눠준다. 홍관조도 박새도 그리고 산토끼와 족제비도 눈 송이가 세상을 덮을 때를 맞추어 그에 맞는 행동을 한다. 그리고 다른 동물들도 바다의 물고기들도 이 시기를 기다린 것 같다. 그리고 검은 곰은 하품을 하며 동굴로 들어간다. 아마도 겨울잠을 청하기 위해서 일 것이다.



아이들만이 신나게 뛰어논다. 아이들도 잠자리에 들고 눈 위에서의 즐거운 상상을 꿈속에서도 만나본다. 겨울 할머니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이불을 턴다. 소나무에 있던 바람도 '쉿!' '조용히 하라고 속삭인다.' 누구에게 속삭이는 것일까?



겨울 할머니는 그렇게 이불을 털고 나면 무얼 하실까? 그리고 거위들은... 겨울 할머니는 잠을 청한다. 거위들은 봄을 기다린다.


겨울 할머니는 어린이들에게 겨울을 즐겁게 보낼 수 있는 <눈의 여왕> 이였나 보다. 그러고 보니 나의 어렸을 때도 추운 줄 몰랐던 것은 그 분이 함께 있어서 였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이 추운 겨울도 밖에서 뛰어 놀 수 있는 것이 아마도 그 분과 함께 하기 때문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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