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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사 산책 1 -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 ㅣ 미국사 산책 1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10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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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는 교수이자 작가인 강준만 선생님의 <미국사 산책> 17권 시리즈 중에서 첫번째 권으로 <신대륙 이주와 독립전쟁>을 만나보았다. 이 책을 접하고 읽게 되면서 학창시절 국사와 세계사에 대해 가깝지 못한 사이였을까 생각을 해보게 된다. 물론 지금도 쉽게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이 있다면 우리나라 역사도 아니고 미국의 역사를 읽어보려고 시도했던 내가 참으로 신기하다. 그리고 이제 17권 시리즈 중 첫번째 책을 만나보았지만 너무나 매력적이라는 것이다. 이 책의 매력은 아무래도 나와 같이 어느 한쪽에 성향이 강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선택의 권리를 주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이 아닌가 싶다.
저자가 서문에서 '어느 한쪽만 과장되게 이야기하는 기존의 반(反)통합적 미국사와는 결별하고 미국의 명암(明暗)을 동시에 보자' 라고 밝혔고, 이것이 기본이 되어 책을 구성해 나아가는 것이 매력적이였던 것 같다. 또한, 본질을 이해하고 다가서기 위해 그시대의 주위 배경을 설명하는 저자의 노력은 나와 같이 역사라고 하면 그다지 반기지 않고 관심도 없던 나에게도 이 책을 읽어나가는 즐거움을 선사했음을 말하고 싶다. 미국사에 대해 소개하면서 배경이 되는 유럽 이야기를 많이 들려주고 있다. 유럽 이주민들의 이야기를 통해 미국사의 접근이 용이함을 책을 덮고서는 알 수 있었다. 시대적 배경에 따른 이야기의 흐름과 주요한 사건들에 대한 결정적 요인들에 대해서도 접근을 시도하였고 미국에서 사용되는 영어나 지역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역사와 실용 두가지를 다 가질 수 있게 해주고 있다.
일반적인 시각에서 보았을 때 혹은 동화책이나 저학년의 교과 과정에서는 1492년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 것이 당연한듯 싶다. 그렇지만 이러한 내용이 어떤식으로 접근했으며 기록되었느냐에 따라 바뀔 수 있다는 것이 역사를 기록하는 자들의 힘이 아닌가 싶다. 그리고 콜럼버스가 누군가에게는 영웅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악마보다 더 무서운 재앙으로 다가오는 것이니 말이다. 역사는 승자, 힘이 있는 자에게 기운다는 것이 정설인 것 같다. 물론 그 힘도 시대가 변함에 따라 조금 혹은 많은 변화가 따른다고 생각한다.
미국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찬미 혹은 반미라고 하는 이분법을 가지고 외치는 것보다는 긍정적이라서 그런지 내게 더 다가오는 것 같다. 어떠한 것이 미국을 만드는가, 미국의 힘은 어디서 나오는가는 178페이지의 한 문장으로도 요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아메리카 식민지는 구세계의 불관용과 탄압에 지친 유럽인들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었고, 이런 포용과 흡입의 메커니즘은 훗날 미국을 세계 최강대국으로 떠오르게 만드는 동력이 된다. - p.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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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는 유럽의 정세와 함께 유럽인들이 아메리카 식민지로의 이주와 그를 통한 경제 활동 그리고 미국 독립전쟁과 건국을 둘러보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이주와 독립전쟁 그리고 건국으로 인해 수많은 원주민들이 노예가 되거나 죽었다는 점 그리고 지금은 생각할 수도 없는 당시의 인권이라고 하는 문제에 대해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역설적으로 느끼게 된다.
역사적 인물들을 많이 만나볼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미국 독립전쟁과 건국 초기에 매우 영향력이 큰 로크와 몽테스키외를 만나 볼 수 있다. 특히, 몽테스키외의 삼권분립 이론에 대한 언급을 통해 미국뿐 아니라 많은 나라들이 유사한 헌정에 대해 접근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프랭클린의 제안으로 <상식>을 집필한 토머스 페인도 만나고, 그 <상식>이 수사학의 승리라고 할 수 있음을 확인 할 수 있다. 또 아메리카 합중국(United States of America) 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했다는 것은 책을 조금 가까이 했다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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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세상의 큰 변화는 작은 불씨로 시작하기도 한다. 그 작은 불씨는 어느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말이다. 이 책을 통해 다시한번 느끼는 것은 승리의 힘, 권력의 힘은 역사의 기록에 있어서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사람이 죽은 큰 사건이라고 해도 역사의 비중이 작거나 다루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한발의 총성으로 세상을 뒤바뀐 사례를 보면 결국 역사에 있어 승리와 힘은 함께하는 실과 바늘이 아닌가 싶다.
저자의 마지막 문장으로 '힘의 격차'로 서평을 마무리 하고 싶고, 조만간 2권으로 다시 만나고 싶은 <미국사 산책> 이였다.
인종차별주의의 비극은 미국과 호주를 비롯하여 백인들이 진출한 어느 곳에서건 벌어지게 되지만, 진정한 원인은 인종 이전에 '힘의 격차' 때문이었다. 우문(愚問)이지만, 유색인종들이 먼저 백인들을 정복하는 강대구으로 등장했더라면 정반대의 일이 일어나진 않았을까?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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