엠마 도노휴 지음, 유소영 옮김 / 21세기북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룸>은 2008년 오스트리아에서 실제 발생한 밀실 감금 사건에 모티프를 얻은 소설이다. 열아홉 살 소녀의 납치 그리고 아이의 출산과 그 아이의 감금된 상태의 심리 묘사가 책을 읽어나가는 속도를 늦추지 못하게 만들고 있다. 책의 시작은 작은 방에서 아이의 독백을 먼저 시작하고 두사람의 대화에서부터 출발한다. 열아홉 살 소녀는 어느덧 엄마가 되었고, 소녀의 아들 잭은 오늘 다섯살이 되었다. 

 



 

  열아홉 살 소녀가 한 남자에게 납치당한다. 납치범은 뒤뜰 헛간에 작은 방을 만들어 그녀를 가두었고, 소녀는 납치범의 아들을 낳는다. 태어나서 한 번도 방 밖에 나가 보지 못한 소년. 다섯 번째 생일 날, 탈출을 결심한다.

 - 앞날개

 


 

 

 

 

이 책에 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라면 초반 도입부를 읽으며 엄마와 아이의 대화나 아이의 독백으로 이루어지는 심리 묘사가 조그은 낯설다고 느껴질 것이다. 다섯살 된 아이 잭의 친구는 엄마 그리고 텔레비젼과 책 몇권이 전부이다. 잭은 자신이 머물고 있는 공간이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세상은 넓고도 넓은 곳이다. 잭은 텔레비젼 속 세상이 진짜 세상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제 잭에게 진짜 세상을 알려주려고 한다. 잭이 다섯살이 되면서 엄마는 잭과 함께 탈출을 시도한다. 과거에도 시도해 보았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잭을 이곳에 더이상 머물게 할 수 없다. 

 

엄마는 잭에게 지금 있는 방, 세상에 대한 진실을 이야기 해준다. 이곳은 방이 아니라는 것과 헛간의 일부이며 비밀번호로 여닫는 장소라는 것 그리고 아무리 소리 질러도 소리는 새어나가지 못하도록 단열재와 납판을 깔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엄마와 잭은 이제 탈출을 시도할 것이라는 것을 이야기 해준다.

 



 

 

 

다섯살이 된 잭은 엄마의 탈출 시나리오를 듣고 탈출에 대한 두려움을 갖지만 이내 곧 엄마와 함께 탈출을 준비한다. 다섯살 아이에게 꼭 필요한 단어와 문장들을 가지고 엄마는 잭이 쉽게 이해하고 외울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시나리오는 항상 맞아 떨어지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고 탈출이 실패한 것도 아니다. 결국 잭은 탈출에 성공하고, 용감하고 영특한 잭으로 인해 엄마 역시 구조된다. "그가 우리를 훔쳤어." 라고 말하는 잭 그리고 책 처음부터 흐르고 있는 독백이자 잭의 심리 상태의 묘사는 정말 그럴수도 있겠구나 싶다.

 



 



 

  "그가 우리를 훔쳤어."

- 중략 -

  그는 전화기에 대고 말했다. 오 경관은 내 몸에 파란 것을 둘러주었다. 담요처럼 폭신폭신한 회색이 아니라 더 까칠까칠 했다. - p. 253

 



 

 

 

탈출을 했다고 해서 모든 세상을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세상을 가지려고 탈출을 한 것도 아니다. 다만, 엄마는 잭에게 진짜 세상을 보여주고 진짜 세상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것 조차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미 엄마와 잭의 소식은 경찰의 무선이 도청 당함으로서 세상에 알려지고 일약 스타가 된다. 두사람만의 시간에서 지나친 관심으로의 전환 그리고 그 전환에서 엄마의 반응과 함께 잭의 심리 묘사가 읽는 재미를 더한다.  

 



 



 

  - 중략 -

 할아버지라는 남자는 나를 쳐다보지도 않고 옆을 지나쳐버렸다. 그는 문간에 서 있었다. 쿵 하는 소리가 났다. 엄마가 탁자를 주먹으로 쳤다. - p. 391

- 중략 -

 "저한테는 세상 모든 것과도 가튼 존재예요."

 



 

 

 

엄마에게는 잭이 필요하다. 잭은 그 누구의 아들도 아닌 바로 엄마의 아들이다. 아니 엄마만의 아들이다. 밀폐된 공간에서 엄마는 잭이 있어 변화를 가지게 되었고, 그 변화는 엄마를 그 어떤 것에서도 잭을 지킬 수 있는 힘을 주었다. 엄마와 단 둘이 자라온 잭의 세계는 현실과 가상의 세계를 구별하지 못하고 있다. 잭은 조금씩 세상의 모든 것을 배워 가고 있다.

 

새로운 세계와의 소통에 대한 질문을 이제 답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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