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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강박쟁이 데븐
조지 해러 지음, 김예리나 옮김 / 꿈의열쇠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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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이나 유쾌하고 상태하고 가슴찡한 성장소설책 한 권을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며 어렸을적 나의 과거를 추억하고 지금의 나의 모습속에 남아있는 강박관념에 대해 엷은 미소를 띄우게 만들었다. 오늘 읽은 책은 <안녕, 강박쟁이 데븐>으로 주인공인 고등학생 2학년 데븐을 통해 가족의 믿음과 친구의 우애 그리고 강박관념을 넘어서는 자아를 보게 된다.
나의 경우 사진의 앵글이나 옷, 숫자 그리고 앨범 등 간격이나 줄 그리고 소소한 것에서 아직도 남아있는 부분이 있다. 또한 숫자 4와 14를 좋아하는데 주인공 데븐이 자신도 모르게 그 원인을 알게 되었지만 난 아직도 왜 내가 숫자 4와 14를 좋아하는지 알지 못한다.
강박쟁이 데븐은 붉은 색 머리카락, 밤색 눈 그리고 작은 귀를 가졌으며 말랐다. 또한, 고등학교 1학년 때 이미 170센티미터의 키를 넘었다. 자신이 상상하는 것과 똑같아 지는 것을 좋아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드려워한 꽤나 영리한 학생이다. 정상인들과 비슷해 지고 싶어하지 않고 따분하다고 생각한다.
데븐이 좋아하는 것은 하늘에서 내리는 눈, 깨끗이 씻는 것, 항균제 등이 있다. 강박관념으로 씻는 것에 집착하며 항균제 사용에 있어서도 내가 좋아하는 숫자 만큼 사용한다. 또 공기까지 하얗게 될 것 같은 눈을 좋아한다. 반면에 싫어하는 것은 자신의 이름, 자물쇠, 체육복 반바지 등이 있다. 이름은 거드름을 피우는 부잣집 백인 도련님 이름처럼 들린다는 이유에서이며, 자물쇠는 쓰는 것도 싫고 비밀번호를 외워야 하고, 또 그 번호와 자물쇠로 인해 신경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털이 없는 빼빼 마른 닭다리 때문에 체육복 반바지도 싫어한다.
끔찍이 싫어하는 것도 있는데 바로 '저녁'이다. 부모님은 저녁 때마다 "오늘 하루는 어땠어"로 질문 공세를 이어간다. 또, 가끔은 아빠의 하루가 어땠는지 들려주기도 한다.
편안히 보내지 못하는 게 끔찍이 싫어하는 이유가 되어 버린 저녁 시간이다. 또, 친구를 귀찮은 존재로 생각한다.
데븐이 강박관념을 가지게 된 원인에 대해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부모님 모두 알지 못한다. 그러나 결국 미술을 함께 수업받는 '벤'으로 인해 학교에서 벌어지는 나치 사건에 연류되며 데븐은 변화하게 되는데 이 때 그의 강박관념의 뿌리깊은 내막을 알 수 있다. 데븐은 스스로를 통제해야 함을 느끼고 변화의 때가 왔음을 알았다.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고 믿지 못한다면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믿음이 어떻게 될까? 데븐의 심정을 바로 옆에서 느끼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아니 데븐이 된 것과 같이 글을 읽는 내 얼굴이 마구 화끈거리며 화가 났다. 물론 부모의 입장에서 상황을 지켜보았을 때 끝없는 나락으로 떨어지는 느낌이 될 수도 있음을 알 것 같다. 이것은 아마도 내가 자식의 입장도 부모의 입장도 되어보았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국 강박쟁이 데븐은 강박이라는 자신의 성장통을 하나, 둘 넘어서려고 노력한다. 충분한 격려를 통해 성장하는 데븐을 볼 때 꼭 나의 아이를 보는 것 같다. 똑같지도 똑같을 수도 없지만 나 혹은 가족이 찾지 못하는 아이들만의 강박이 있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안녕, 강박쟁이 데븐,
네가 떠나는 걸 보니 속이 시원하다. - p. 246
"그럼 어떻게 해서 저를 의자에 앉히실 건데요?"
"격려를 통해서란다, 데븐. 세상 그 어떤 일도 충분한 격려만 있으면 다른 사람이 하게 만들 수 있어. - p. 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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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쟁이 데븐에게는 소중한 친구가 한명 있다. 그녀는 "~만큼 중요한 것도 없다"는 말을 달고 다니는 타냐 라는 흑인 소녀이다. 그녀를 통해 데븐은 자신의 강박관념을 조금씩 넘어서는 자아를 발견하게 된다. 그리고 데븐과 티냐는 자신들이 보낸 하루 하루에 도장을 찍는다. 출석 도장을...
"데븐, 인생의 절반은 출석 도장을 찍는 거야.
그게 오늘 우리가 한 일이야.
우리는 출석 도장을 찍은 거라고." - p. 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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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으며 너무나 웃고 미소지었다. 또 내가 꼭 고등학생으로 되돌아가 부모님과의 대화에서 어쩌지 못하는 상황으로 인해 내 안의 화가 폭발하는 느낌까지 받기도 했다. 옮긴이가 말한 '나와는 완전히 다른 누군가를 통해 세상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처럼 이 책은 나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세상을 바라보며 성장소설 답게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것을 깨우치고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음을 충분히 만끽할 수 있었다.
행운의 숫자 4와 같이 나와 데븐의 가지고 있는 몇가지 공통점으로 인해 이 책이 더욱 흥미로웠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