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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팅 클럽
강영숙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 <라이팅 클럽>은 글쓰기 자체를 평생 사랑하게 되는 모녀의 삶의 이야기 입니다. 글을 써도 미치고 안 써도 미치는 아니 이미 미쳐있는 두 여인 김 작가와 그녀의 딸 '영인'을 통해 글쓰기의 매력에 동참하게 만들고 있으며, 이 책의 주인공 '영인'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이야기 하듯 들려주고 있습니다.
이 책은 주인공 영인과 셀리 네일숍 '조종순'사장님 그리고 '라이팅 클럽'의 멤버를 제외한 인물들에 대해서는 알파벳으로 설명과 서술을 하고 있습니다. 글쓰기에 미친 여인이자 여자 돈 키호테인 '영인'은 이 책의 시작을 '중요한 건 의지가 아니라 테크닉이다'라는 말로 안내하며 '영인'의 인생에 관심이 없는 김 작가와의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중요한 건 의지가 아니라 테크닉이다. 지금도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다른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는 테크닉이 부족했다. 그런 걸 키워주는 약이 있었으면 나는 아마 내 몸을 팔아서라도 그 약을 사 먹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내 인생은 좀더 흥미진진해졌을지도 모른다. - p.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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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에 미친 '영인'이지만 과거에 그녀는 글 쓰는 인간들을 세상에서 제일 경멸하는 족속들로 자신의 영역에 가두어 두기도 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꾸어 버린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김 작가의 친구 남편의 말 한마디가 그 운명의 전환의 시작이였습니다.
그들이 가고 난 뒤 김 작가의 친구 남편이 그윽한 얼굴로 내게 말했다. "야, 너 글 잘 쓰더라. 어떻게 그러게 편지를 길게 쓸 수 있지? 난 그거 진짜 힘들던데."
그 사건 때문에 나는 정말 성인이 되어서도 동전 따위나 훔치는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 김 작가의 친구 남편이 나에게 했던 말이 내 운명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놓은 최초의 칭찬이었던 건 사실이다. 칭찬이 사람을 우매하게 만들기도 한다. - p. 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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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어렸을 때 일기부터 시작하여 독후감 그리고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이 시간에도 정말 어렵지 않은 글이지만 결코 쉽다고 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특히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글쓰기란 정말 그 무엇보다도 어려운 것입니다. 그래도 정말 어느 한순간 쓰고 싶을 때가 있고 또 생각외로 술술 써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물론 이 글이 김 작가나 '영인'이 말하는 쓰레기가 되어버려도 말입니다.
그녀의 성장과정에서 영향을 끼친 사람들은 그녀와 마찮가지로 도대체 일반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친구 K와 R 그리고 롤모델이자 멘토인 작가 J를 뽑을 수 있을 것입니다. 특히 작가 J는 '영인'의 쓰레기 같은 글에 대해 언제부터인가 멘토 아닌 멘토로서 그녀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설명을 하려 들지 말고 묘사를 하라.'는 충고를 듣고 자기 자신이 초라함을 재발견하며 간절히 원한다고 해서 꼭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그녀는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 해야 글쓰기가 가능한지 또 잘 쓸 수 있는지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합니다. 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그녀에게 작가 J 의 충고를 받아들입니다. 이 책 <라이팅 클럽>을 읽으면서 쉽게 읽어만 갔지 작가 그들이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모든 작가의 생각이 같거나 비슷하지는 않겠지만 많은 부분에서는 유사할 수 있다라고도 생각이 드는 부분이였습니다.
글을 쓰고 싶은 순간엔 그 특유의 모드가 있는 것 같다. 그 모드에 접속하려고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때가 있는가 하면 자기도 모르게 저절로 모드가 바뀌는 순간도 있다. - p. 55
"묘사는 배우서 할 수도 있어. 그러나 작가의 사고 과정이 소설에 드러나려면 공부를 해야 해. 많이 읽어야 한다구. 글 쓰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줄 모를 거야. 작가들이 진실한 문장 하나를 갖으려고 얼마나 많은 대가를 치르는지 나중에 알게 될 거야." - p.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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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미국에서 결국 라이팅 클럽을 시작합니다. 꿈을 이룬 것일까요? 그녀의 이야기는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 아무생각 없이 이런것도 그런것도 괜찮겠다라고 생각하는 그 꿈... 어느 한 순간 운명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글쓰기를 통해 글쓰는 이들의 삶을 잠시 잠깐 옅볼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