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클로짓 노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
은희경 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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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학과 패션의 콜라보.... 효과는 글쎄요...


   [THE CLOSET NOVEL - 7인의 옷장]은 일종의 기획 단편소설집입니다. 그러니까 패션잡지 『아레나옴므+』와 『문학과 지성사』가 함께 콜라보레이션으로 진행한 결과물입니다. 책을 펼치면 맨 먼저 아레나옴므+ 사의 편집장님의 여는 글을 만나게 됩니다. 음... 이 여는 글 때문에 사실은 불안불안했습니다. 뭔가 장황하고 지나치게 그럴듯하게 쓰여진 글의 표본으로 쓰면 딱 좋겠다 싶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표현을 하게 되서 죄송합니다만 딱 제 느낌이 그랬습니다.) 제가 이렇게 느낀 것은 이분의 지식이나 경험에 비해 제가 너무 아는게 없어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파리, 보들레르와 발터 벤야민, 에밀 졸라와 플로베르까지 막 쏟아져나오는 글이 국내 대표작가들의 기획 단편소설집의 여는글이라는 것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 그러니까 콜라보가 아니냐라고 하면 할 말은 없습니다만... 그러거나 말거나 글은 진솔하게 쉽게 쓰는게 정답이라는게 제 생각이라...


   이 소설집은 어쨌거나 패션이라는 테마를 잡고 쓰여진 소설들의 모음입니다. 패션이 테마인지 소재인지 좀 애매합니다만 여튼 "들다", "쓰다", "신다", "입다"의 네가지로 나눠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예를들어 가방을 너무 좋아하는 것으로 알려진 김중혁 작가님은 여지없이 가방에 관해 글을 쓰고 "들다"의 카테고리로 분류되어 있는 식입니다.


   그런데 막상 읽어보니 이 들다, 쓰다, 신다, 입다의 개념이 작품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미미하다고나 할까요? 그냥 마지못해 억지로 끼워맞춘 느낌이 꽤나 들었습니다. 읽고나면 '아 그래서 "신다 " 구나!!!'하는 생각이 들어야 하는데 '이거 뭐 그냥 좋은 단편인데 굳이 신발에 대해서 어색할 만큼 저렇게 집어넣을 필요가 있었나?'싶은 생각이 드는거죠. 정말 이 나라를 대표하는 작가님들인데도 불구하고 감히 표현하자면 '참.. 애쓴다...' 이런 생각이 들더란 말입니다.


   제가 늘 언급하는 일본여류작가 4명의 기획 소설집인 "치즈랑 소금이랑 콩이랑"같은 성공적인 기획을 조금 참고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획의도가 좀더 직접적이고 명확하게 소설에 담겨져야 콜라보의 의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말입니다. 좀더 직접적이고 비중있게 패션의 내용이 다뤄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2. 역시나 걸출한 이시대의 작가들... 그리고 단편들...


   이렇게 쓰고 보니 마치 작품이 재미가 없었다는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재미있게도 패션과의 콜라보니 뭐니 이런걸 다 걷어내고 그냥 읽으면 정말 한편 한편 잘쓰여진 훌륭하고 재미있는 단편들입니다.



"종이 위의 욕조" - 김중혁


'명사분실증'이라는 독특한 질환?을 겪는 두 주인공의 썸 비슷한 이야기입니다. 남자 주인공은 가정이 있고 큐레이터로 일하는 능력있는 사람인데, 미요라는 화가와 공감을 이루고 그 와중에 남자주인공의 가방이 미요에게로 넘어갔다가 돌아오는 이야기 입니다. 김중혁작가답게 스타일리쉬하게 잘 그려진 이야기입니다. 재미있고 뭔가 여운이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상자의 미래" - 정이현


정이현 작가님은 팟캐스트 "낭만서점" 때문에 무척 익숙하고 호감 대상승 중인 작가님입니다. 집에 들어앉아 놀고먹는 남편과 아이의 뒷바라지까지 짊어진 여교사 양이 새로운 이사장인 장과 함께 해외교류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일본으로 다녀오면서 겪는 에피소드를 차분하게 그린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선글라스가 주요 소재로 등장합니다. 



"미드윈터" - 정용준


정용준 작가님은 제가 잘 모르고 작품도 읽어본 적이 없는 분입니다. 잘생기셨더군요. 전체 작품중에 가장 독특하고 이국적인 이야기여서 좋았습니다. 스웨덴의 시인 닐스와 토종 국내 단편영화감독이 함께 작업을 하면서 겪는 에피소드입니다. 짧은 단편이지만 끝까지 궁금하게 만드는 내용에다 결말까지 약간 찡한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는 털모자가 주요 매개체로 등장합니다.



"대용품" - 은희경


은희경 작가님의 작품을 거의 안읽어봤지만 여기 실린 단편만으로도 '아, 은희경 스럽다'라는 생각이 자연히 드는 뭔가 토종적인 이야기입니다. 두명의 천재소년, 그중 진짜 아이큐가 뛰어난 천재와 사실 평범한데 요령으로 아이큐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소년이 어린시절 사고를 당하고 평범한 소년만 살아남아 상처를 묻고 자랍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우연히 만난 동창생을 통해 과거와 해후하는 그런 내용입니다. 이 작품에서 주요한 소재는 신발이고 사고당시 천재소년의 신발을 대신신고 살아남은 평범한 소년은 사실 "대용품"같은 삶을 살았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앨리스 옆집에 살았다" - 편혜영


이 작품은 은희경 작가님과 마찬가지로 읽자마자 '편혜영 스러운데?'하는 생각을 자연히 하게 되는 작품입니다. 정서나 분위기는 "몬순"과도 약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한마디로 서글픈 이야기입니다. 흥미롭기는 하지만 읽다보면 비애가 느껴지는.. 그러나 과하지는 않은 그런 이야기입니다. 옆집에 새로 이사올 사람들의 부모가 부자인듯 새집처럼 깨끗하게 인테리어 공사를 해두고 정작 집주인들이 입주하지 않아 궁금해하고 급기야 옆집에 들락거리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네 친구" - 백가흠


이분 작품 분위기가 마음에 듭니다. 이 이야기는 어릴때부터 단짝이던 세친구가 중년여성이 되어서도 아이처럼 아웅다웅하는 이야기와 그중 한명 혜진이 남편과 함께 남편의 비지니스를 위한 목적으로 대형교회에 출석해서 최대한 멤버쉽에 들어가려 노력하는 모습, 그리고 그 속에서 만난 이상한 인물 때문에 겪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의 매개체는 "구두"입니다. 우리나라 중년들의 세태와 종교의 한계에 대한 비판의식도 녹아있어 좋았습니다.



"언포게터블" - 손보미


손보미 작가의 이 이야기는 의외로 폭력조직에 속해 있는 남성의 이야기입니다. 사실 예상하듯 보스의 여자와 정분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피튀기는 반전 복수도 있고.. 한마디로 누아르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가장 흡사한 느낌은 프랭크 밀러 감독의 "씬시티-다크히어로의 부활"의 에바 그린과 조슈 브롤린 에피소드 정도라고 하면 딱 맞을 듯 합니다. 아주 스타일리쉬하고 좋았습니다. 이 작품의 매개체는 "정장"입니다.   



#3.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한 결과물...


   콜라보레이션은 의도만큼 잘 되었는지는 의문일지라도 그 결과물인 이 책 자체는 상당히 패셔너블하고 스타일리쉬합니다. 일단 표지부터 옷장처럼 생겼는데 내용은 부제와 같이 7명의 옷장이 차례로 펼쳐지는 듯하고, 마지막 부분의 온통 검은 바탕에 작가들의 짧은 글과 사진이 실린 디자인은 정말 독특하고 좋았습니다. 각 작품들에 등장하는 물건들이 이야기의 핵심이거나 주요한 상징이 되기에는 좀 약하기는 했지만 책이라는 결과물을 놓고 볼때 그래도 의도와 가장 근접하게 도달한 것은 북 디자인이 아닐까 생각했고, 어쩌면 그것이 또 패션의 본질이기도 해서 내용물인 소설을 각각의 고유한 특성을 잃지 않고 잘 유지하는데 그 것을 물리적으로 이루고 있는 책 자체는 패셔너블하니 그런관점에서는 콜라보레이션이 잘 된 것이라고 해야하나 생각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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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의 시작 ㅣ 오늘의 젊은 작가 6
서유미 지음 / 민음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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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끝의 시작, 시작의 끝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매듭을 지어야할 시기를 만납니다. 끝을 만날 때면 대부분 상반된 감정이 혼재한 상황을 겪게 됩니다. 끝이나서 홀가분하다거나 시원 섭섭하다거나, 혹은 너무나 아쉽다는 생각에 끝을 맞기 두려워지기도 합니다. 내가 원하는 끝도 있지만 대부분은 개인의 의지와는 상관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때 우리는 당혹스럽기도 하고 허탈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시작점에 서게 됩니다.


   서유미 작가님의 [끝의 시작]은 시작과 끝을 반복하는 사람들의 섬세하고 내밀한 감정들을 벚꽃이 짧게 피었다 지는 시기에 빗대어 깊이있게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각자의 처지와 형편 가운데 그들만의 방식으로 맞이하는 끝과 새로운 시작 말입니다. 사실 끝으로 치닫는 복잡다난한 이야기가 대부분이고 그래서 읽는 이의 마음을 착찹하게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기는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은 시작과 맞닿아있고 시작은 끝을 향해 달려갑니다.


   이 작품에서 유난히 좋았던 점은 끝을 향해 달려가는 짧은 기간에 이야기를 집중했다는 점, 그리고 이야기의 결말에서 새로운 시작에 대해 작가가 일방적으로 한계를 짓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등장인물들이 각자 맞이한 벚꽃 피는 계절의 혼란함을 어떻게든 마무리 지으면서도 각자의 새로운 시작에 대해서는 그저 열려있을 뿐입니다. 각자의 시작은 그저 희망일수도 또 다른 절망일 수도 있는 것이라고, 그리고 어떤 시작이건 또 다시 끝을 만나게 된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해주고 있습니다. 묘하게 희망을 얘기하고 있지 않는데도 이야기를 대하고 있다보면 자연스럽게 희망을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2. 공감과 흡입력을 불러일으키는 서술의 힘


   이 소설에 유난히 몰입해서 읽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는지 곰곰히 생각해 봅니다. 가만히 따지고 보면 말기 암 환자인 어머니를 돌보다가 아내로 부터 이혼을 통보받은 영무, 그 영무와의 결혼 생활이 너무 힘들어서 이혼을 통보하고 도피처인 미용실에서 불장난 같은 사랑을 만나고 다시 떠나보내는 여진, 가정환경이 좋지 못하고 직장도 이렇다할 것이 없어 남자친구에게 결국 이별을 통보받은 갈곳 없는 청춘 소정의 이야기는 그다지 새로울 것도 놀라운 것도 없는 흔하디 한한 설정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설정 인물과 사건의 전개에 몰입할 수 있는 것은 그만큼 작가가 각 인물들의 처한 상황과 행동과 심리를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가의 글에는 뭔지 모를 슬픔과 서글픈 정서가 짙게 묻어납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각각 인물들의 감정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만큼 감정선을 섬세하게 잡아내고 디테일하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어색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없습니다.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고 별다른 설정도 없는 평범한 이야기에 이정도로 집중해서 이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적인 취향에 맞은 것인지 보편적인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작가의 능력인지 알수는 없지만 아마도 어느정도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무척이나 공감하는 가운데 다양한 감정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3. 뻔함의 미학, 살아있는 것들의 안쓰러움으로 인한 진한 페이소스...


   뻔하고 누구에게나 흔히 일어나고 있을 법한 설정과 예상 가능한 사건의 전개는 이 작품의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에 대한 애잔함과 쓸쓸함에 한층 집중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습니다. 만약 이 작품의 이야기가 전혀 예측 못했던 놀라운 인물관계나 반전으로 짜여졌다면 오히려 인물들에게 깊이 동화되고 빠져드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누구나 자라면서 부모에게, 친구에게, 순정을 바쳤던 이성에게, 그리고 배우자에게 어떤 형태로든 상처를 받는 것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그 상처로 인해 [끝의 시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아픔과 몸부림과 좌절에 자연스럽게 반응하게 되는 것이겠지요. 대체로 사람은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해서는 둔감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 마련인데, 이 소설에 흘러가는 이야기, 인물들의 심리와 반응은 너무나 잘 이해가 되고 마치 나의 경험과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그만큼 정교하고 섬세하게 보편적인 정서를 잘 표현해주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결같이 아프고 서글프고 답답한 모양새로 살아가는 영무와 여진, 그리고 소정의 삶의 단면을 지그시 들여다보자면 형언할 수 없는 안쓰러움이 밀려옵니다. 이런 깊은 페이소스가 책을 읽고 난 다음에도 진한 여운으로 남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이에 무언가 마음 한켠에 깊은 위로를 안겨줍니다. 그리고 "서유미"라는 작가의 이름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보게 됩니다. 이런 이야기라면 얼마든지 다시 만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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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들의 전쟁 1 ㅣ 얼음과 불의 노래 2
조지 R. R. 마틴 지음, 서계인 외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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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ᆢ 얼음과 불의 노래 2부 왕들의 전쟁1편이 끝났네요

꿀잼, 존잼!!!!

조지 형님.... 부디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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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 하루 - 언젠가 그리울 일상의 기록 ㅣ 하재욱의 라이프 스케치 2
하재욱 지음 / 헤르츠나인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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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세월에 다듬어진 따뜻한 일상의 글과 그림들..


   하재욱 작가의 두번째 책 [고마워 하루]를 읽었습니다. 앞부분 몇장을 읽다보니 벌써 가슴이 따뜻해집니다.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도 나옵니다. 그러다 문득 옛 기억이 떠오릅니다. 작가님을 만난지 얼마되지 않았을 무렵에 작가님은 주로 "시사만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림은 둘째치고 내용이 상당히 공격적이고 비판적이었죠. 분명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형식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무척 직설적이고 여유를 느낄 수 없는 강한 내용들이 담겨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 제가 저의 감상을 작가님에게 정확히 표현을 했었는지 어땠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만화가로 좀더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사랑을 받으려면 약간의 여유와 위트가 무엇보다 필요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러다 어느날 문득 생각해보니 작가님의 그림과 글에서 공격성과 비판이 사라지고 세상을 향해 외치던 목소리가 작가 자신의 내면을 향하게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과정속에 삶의 진솔함과 여유와 유머가 뭍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진짜 자신의 이야기를 쓰다보니 이런 변화는 자연히 사람들의 공감을 받게 되었고, 페이스북이라는 공간을 만나 점점 많은 분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그 변화의 시작이 무엇이었는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작가님의 그림에서 제가 기대했던 부분들이 충족되자 저와 같은 일반 대중에게 점점 사랑을 받게 되었다는 점은 참으로 기쁜일입니다.



   작가가 세상의 큰 틀과 구조와 시스템을 비판하고 공격하는 것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꾸자 그것이 곧 많은 사람들의 필요를 충족시키게 되었다는 점에서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얼마나 각박하고 힘든 것인지가 짐작이 됩니다. 또한 작가와 비슷한 처지에 놓은 수많은 직장 남성은 물론 그들을 바라보는 아내들, 예비 사회인들에게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키고 피식피식 웃게 만들며 때로는 눈물 짓게 만드는 이 모든 과정을 통해 따뜻하게 모두의 삶의 일상을 위로하는 것입니다.




#2. 진정성이 전해주는 공감과 소통, 그리고 위로의 향연..


   예전에 이광수님의 '광수생각'시리즈를 처음 접했을 때, 그 순수하고 아름다운 발상, 감수성 넘치는 이야기들이 너무 좋았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브라운관을 통해 간접적이나마 작가의 성격, 일상, 태도 등을 알게되었을 때, 상당히 충격적이었던 기억이 납니다. 뭐랄까, 그 동안 책을 통해 전해왔던 메세지들이 다 가공된 허구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진짜가 아니라는 생각이었죠. 약간의 실망과 배신감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로 출간된 저자의 책을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어쩌면 잘못된 정보로 편견을 가진 것일지도 모르지만 픽션이 아닌 이상 그만큼 작가와 작가의 글은 동떨어져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런 관점에서 하재욱 작가의 글과 그림은 그야말로 진짜입니다. 날것 그대로 입니다. 개인적인 친분이 있고 오래 봐왔기 때문에 알 수 있습니다. 글과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죽는 소리'는 평소에도 끊임없이 합니다. 제가 만난 사람중에 가장 심하고 심한 '휴머니스트'입니다. 그 섬세함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다보니 이런 진솔함이 표현 가능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여기에다가 이번 책에서는 36.5도 정도로 데워진 유머까지 장착해서 독자들을 꽤나 울리고 웃기는 모양새가 되었습니다.



#3. 잘 짜여진 짜임새, 이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


   이번 책은 짜임새가 무척 좋습니다. 총 7개의 장으로 분류된 글과 그림들이 독자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줍니다. 분류된 기준을 보면 물론 작가자신에게 중요한 키워드 7가지 입니다.


   "샐러리맨, 가족, 6호선, 계절, 마흔, 술, 아내"의 총 7가지 인데 마흔과 샐러리맨은 같이 가는 개념인데 언제나 후덜덜 알수 없는 샐러리맨들의 비애가 특히 잘 나타나 있어서 공감이 많이 되었습니다. 늘 지하철로 통근하다보니 지겨운 시간이 아니라 오롯이 작가 자신에게 집중하고 세상 사람들을 관찰하는 한편으로는 그 결과를 그림으로 그려내는 작업을 하는 곳입니다. 계절에 대한 감상은 사실 작가에게 중요하다기 보다는 작가의 감성을 알려주는 내용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작가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술, 가족, 아내가 아닐까 싶습니다 . 사실 술과 가족, 아내는 서로 상충하는 부분이 있기는 한데 작가는 술도 포기못하고 당연히 가족도 포기 못하겠지요. 아내의 존재야 말할 것도 없겠고요.


   이러한 키워드를 풀어내는 작가의 글과 그림을 따라가다보면 이 작가가 사랑하는 것들에 얼마나 따뜻하게 애정을 품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그리고 그의 이야기와 그림을 통해 나 자신이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자연히 생각하게 해 줍니다. 소중한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한번 소중히 생각하게 됩니다. 늘 일상을 사랑하고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는 작가의 하루나 저의 하루나 모든이의 하루가 소중하고 고마운 하루가 되기를 다시 한번 빌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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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pha) 지음, 한호정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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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니트족 혹은 그 비스무리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철저한 정신승리를 보장하는 책


   이거 뭐 아주 골때리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통념을 깨고 생각을 고쳐먹으라고 당당하게, 아니 뻔뻔하게 주장하는 책입니다. 좋네요. 아주 좋아요~~~  정말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콤한 책이 아닙니까? 푸핫...


   니트족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 NEET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말 그대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에 다니지도 않은데 딱히 직업훈련을 받는 것도 아닌 사람, 또는 그런 무리를 지칭합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저런 족들이 많이 등장했었는데 요즘은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무슨 족이니 어떠니 타령할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이런저런 신조어가 계속 쏟아지긴 합니다. 듣기만 해도 서글프고 아픈 신조어가 말이죠. 비슷한 현실인 일본에서 저자인 "파"는 대놓고 일하기 싫다고 주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일하기 싫다는 양반이 책까지 쓰게 된 모양입니다. 책 원고 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데 일하기 싫은 니트족이 집필을 하다니 아이러니 합니다.


   이 책의 효용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여유와 스스로의 가치매김으로 평가하며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읽을 때 극대화 될 듯 합니다. 그야말로 이런 분들을 지지하고 정신승리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책입니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정신승리는 소중한 것입니다. 일이 안풀리고 취직도 어렵고, 일하기도 싫은 분들은 어여 이 책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정신승리의 비법이 담겨 있습니다.




#2. 전형적인 두괄식, 아니 대두식 구성이 눈에 띄는 책


   책을 읽다보면 책의 서두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사실상 농축해서 다 쏟아부은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통상 전문적으로 책을 쓰시는 분들 말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시는 경우에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 책의 경우도 딱 그렇습니다. 서문 13페이지 정도안에 저자가 하고 싶은 핵심이 다 담겨 있습니다. 정작 본문은 이 서문을 뒷바침하는 내용과 저자의 경험이 적당히 어우려져 있는 구체화된 내용들입니다.


   이 책의 경우는 그 경우가 좀 더 심해서 거의 전체 내용의 8할 이상이 첫 13페이지 내에 다 들어 있는 듯합니다. 두괄식을 넘어 대두식 구성이라 할 만 합니다. 이 서문에 주옥같은 이야기 들이 쏟아집니다.


   저는 니트족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정신만은 니트족의 삶의 방향성을 지향합니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여러가지 주장이 너무 공감이 되고 조금도 위화감이 없었네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혼자서 '그럼~~', '당연하지!!' 뭐 이렇게 맞장구 쳐가면서 말이죠.


"이 책은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은 착실히 회사에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다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사회의 규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이나마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이다." p5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실로 다양합니다. 자본가의 수발을 드는 삶이 가장 일반적이고 이상적이라는 인식은 필요에 의해 통제된 인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는 생각을 다양화 하고 유한한 인생을 타인의 시선에 의해 얽매이지 말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평판(체면)이나 일반적으로 "이걸 해야 돼." 라는 식으로 정해져 있는 것 따위에 신경 쓰지 말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외에는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저런 것들을 포기하면 인생은 상당히 편해진다."p6~7


   그런가하면 저자는 한편으로 국가가 각 개인에게 최소한 해주어야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못한 사람이나 열심히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받아야 한다. 사회와 국가는 바로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의 행동의 결과를 그 사람이 전부 떠안아야만 한다면, 사회나 국가 같은 공동체가 존재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p198


   또한 의외로 "도움이 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풍성해진다"라고 주장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저만해도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여가도 즐기고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세상이 온통 실용적인 것뿐이면 숨이 막힌다.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어야 사회에 여유가 생기고 세상의 다양성이 보장되며, 혼돈 속에서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빌빌거리며 종잡을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세상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p217


   이런 주장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비판은 '다들 그렇게 빈둥거리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저 역시 사람의 다양성, 독창성을 생각할 때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어부가 되면 물고기 씨가 마른다."라는 식으로 무엇에 대해서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여러 다양한 길을 목표로 삼아 뿔뿔이 흩어지는 존재이다. 따라서 내버려둬도 세상이 온통 니트족으로 가득 찰 일은 없을 것이다."p222



#3. 열심히 일하고 성공해서 노년에 쉴거라면 젊을 때부터 쉬어버려라~~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니트족을 사회에 도움이 안되는 존재로 바라보는 편견을 버려줄 것과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런대로 니트족이 되어도 좋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또 그런대로 일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번 니트족이 되었다고 해서 다시 일을 하지 못하게 할 것도 없고,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 니트족이 되는 것에 제한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말이죠.


   여기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 여유로운 삶과 성공 후 안락한 삶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일화의 내용만으로도 저자의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에 담긴 인생관과 신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소개합니다. "멕시코 어부가 사는 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길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멕시코의 어느 어촌, 해변에 작은 배가 떠 있었다. 멕시코인 어부가 작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왔다. 물고기들은 정말 싱싱했다. 그것을 본 미국인 여행자가 물었다.

"싱싱한 물고기로군. 잡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소?"

그러자 어부는 "별로 긴 시간은 아니오."하고 대답했다.

여행자가 "좀 더 그물질을 했다면 더 맣은 물고기를 잡았을 텐데, 거 아쉽군."이라고 말하자, 어부는 이 정도면 자신과 가족들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도데체 뭘 하고 지내시오?"하고 여행자가 물었다.

 

어부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 자다가 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지요. 돌아오면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아내와 시에스타(낮잠)를 즐기고, 밤이 되면 친구들이랑 한잔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르고... 뭐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가지요."

​

그러자 여행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어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딴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충고하겠소. 잘 들어두시오. 당신은 이제부터 매일 좀 더 오래 물고기를 잡는 거요. 그래서 남은 물고기를 파는 거요. 돈이 모이면 커다란 어선을 사시오. 그러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요. 그 돈으로 어선을 두척 세척 불려가는 거요. 그랫 대형 어선단이 만들어질 때까지 가는 거요. 그럼 그때부터는 중개상에게 물고기를 팔 필요가 없소. 당신 자신의 수산물 가공 공장을 세우고, 거기에 물고기를 공급하는 거요. 그때쯤이면 당신은 이런 작은 촌구석을 벗어나서 멕시코시티로 이사를 가고, 로스앤젤레스, 뉴욕으로 진출하게 될 거요. 당신이 맨하튼의 오피스빌딩에서 기업을 지휘하게 될 거란 말이지."

어부가 물었다.

​

"그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겠소?"

"20년, 아니 아마 25년쯤은 걸리겠지요."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 되오?"

"그러고 나서? 그때는 정말 굉장해지는 거죠."

하고 여행자는 씩 웃었다.

"이젠 주식을 팔아서 당신은 억만장자가 되는 거요."

"그래서?"

​

"그럼 다음 은퇴해서, 해변 옆 작은 마음에 살면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자다가, 깨면 낚시나 좀 하닥, 아이들하고 좀 놀아주고, 그러다 아내와 시에스타도 즐기고, 밤이 되면 친구들과 한잔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브르며 사는거지. 어떻소? 멋지지 않소?"]

 

 

   돈을 많이 가지고 은퇴해서 해변 작은 마을에서 느적거리면 가난한 상태로 느적거리는 것보다야 훨씬 좋겠죠. 특히 아프거나 가족, 지인에게 우환이 있을 경우 도울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러나 여유로운 삶은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아무리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눈치가 보이는 분들은 용기를 내면 좋고, 아니라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저자와 같은 니트족의 마인드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나 몸은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쭈욱 그럴 거라고 봅니다. 저자의 지적처럼 모두가 니트족이 될 수는 없지요. 자연스럽게 적정 비율로 나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앞으로 니트족을 비판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요? 나와 다른 삶의 패턴을 이해하고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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