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
파(pha) 지음, 한호정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1. 니트족 혹은 그 비스무리한 삶을 사는 이들에게 철저한 정신승리를 보장하는 책


   이거 뭐 아주 골때리는 책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의 통념을 깨고 생각을 고쳐먹으라고 당당하게, 아니 뻔뻔하게 주장하는 책입니다. 좋네요. 아주 좋아요~~~  정말 유쾌하고 통쾌하고 상콤한 책이 아닙니까? 푸핫...


   니트족이란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 NEET에서 나온 용어입니다. 말 그대로 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도 아니고, 그렇다고 직장에 다니지도 않은데 딱히 직업훈련을 받는 것도 아닌 사람, 또는 그런 무리를 지칭합니다. 한 때 우리나라에도 이런 저런 족들이 많이 등장했었는데 요즘은 먹고 살기 바쁘다보니 무슨 족이니 어떠니 타령할 여유도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아직도 이런저런 신조어가 계속 쏟아지긴 합니다. 듣기만 해도 서글프고 아픈 신조어가 말이죠. 비슷한 현실인 일본에서 저자인 "파"는 대놓고 일하기 싫다고 주장하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그 결과 일하기 싫다는 양반이 책까지 쓰게 된 모양입니다. 책 원고 쓰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닌데 일하기 싫은 니트족이 집필을 하다니 아이러니 합니다.


   이 책의 효용은 일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여유와 스스로의 가치매김으로 평가하며 살아가려는 의지를 가진 분들이 읽을 때 극대화 될 듯 합니다. 그야말로 이런 분들을 지지하고 정신승리를 완벽하게 보장하는 책입니다. 시대가 어려울수록 정신승리는 소중한 것입니다. 일이 안풀리고 취직도 어렵고, 일하기도 싫은 분들은 어여 이 책을 읽으시길 권해드립니다. 정신승리의 비법이 담겨 있습니다.




#2. 전형적인 두괄식, 아니 대두식 구성이 눈에 띄는 책


   책을 읽다보면 책의 서두에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을 사실상 농축해서 다 쏟아부은 경우를 종종 만나게 됩니다. 통상 전문적으로 책을 쓰시는 분들 말고 다른 분야의 전문가인데 그 경험을 바탕으로 책을 쓰시는 경우에 자주 볼 수 있는 현상입니다. 이 책의 경우도 딱 그렇습니다. 서문 13페이지 정도안에 저자가 하고 싶은 핵심이 다 담겨 있습니다. 정작 본문은 이 서문을 뒷바침하는 내용과 저자의 경험이 적당히 어우려져 있는 구체화된 내용들입니다.


   이 책의 경우는 그 경우가 좀 더 심해서 거의 전체 내용의 8할 이상이 첫 13페이지 내에 다 들어 있는 듯합니다. 두괄식을 넘어 대두식 구성이라 할 만 합니다. 이 서문에 주옥같은 이야기 들이 쏟아집니다.


   저는 니트족의 삶과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기는 하지만 정신만은 니트족의 삶의 방향성을 지향합니다. 그러다보니 저자의 여러가지 주장이 너무 공감이 되고 조금도 위화감이 없었네요.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혼자서 '그럼~~', '당연하지!!' 뭐 이렇게 맞장구 쳐가면서 말이죠.


"이 책은 예전의 내가 그랬던 것처럼 '사람은 착실히 회사에 다니면서 열심히 일하다가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것이 일반적인 삶의 방식'이라는 사회의 규범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서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이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약간이나마 마음이 편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쓴 것이다." p5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실로 다양합니다. 자본가의 수발을 드는 삶이 가장 일반적이고 이상적이라는 인식은 필요에 의해 통제된 인식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자는 생각을 다양화 하고 유한한 인생을 타인의 시선에 의해 얽매이지 말자고 제안하고 있는 것입니다.


"세상의 평판(체면)이나 일반적으로 "이걸 해야 돼." 라는 식으로 정해져 있는 것 따위에 신경 쓰지 말고,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것만 하면 된다. 인생은 유한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선택할 수는 없다. 자신이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외에는 포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저런 것들을 포기하면 인생은 상당히 편해진다."p6~7


   그런가하면 저자는 한편으로 국가가 각 개인에게 최소한 해주어야 하는 것에 대해 관심을 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지 못한 사람이나 열심히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소한의 생활은 보장받아야 한다. 사회와 국가는 바로 그것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의 행동의 결과를 그 사람이 전부 떠안아야만 한다면, 사회나 국가 같은 공동체가 존재하는 의미가 없을 것이다."p198


   또한 의외로 "도움이 안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세상이 풍성해진다"라고 주장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일리가 있습니다. 저만해도 생활에 여유가 있어야 이런저런 생각도 하고 여가도 즐기고 뭔가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있으니까 말입니다.


"세상이 온통 실용적인 것뿐이면 숨이 막힌다. 쓸데없어 보이는 것들이 많이 있어야 사회에 여유가 생기고 세상의 다양성이 보장되며, 혼돈 속에서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것이 생겨나는 것이다. 빌빌거리며 종잡을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많이 있으면 세상은 더 풍요로워질 것이다."p217


   이런 주장에 대한 사람들의 일반적인 비판은 '다들 그렇게 빈둥거리면 나라가 망하지 않겠는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저자는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명합니다. 저 역시 사람의 다양성, 독창성을 생각할 때 저자의 주장에 공감합니다.


""세상 사람들이 전부 어부가 되면 물고기 씨가 마른다."라는 식으로 무엇에 대해서든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인간은 자동적으로 여러 다양한 길을 목표로 삼아 뿔뿔이 흩어지는 존재이다. 따라서 내버려둬도 세상이 온통 니트족으로 가득 찰 일은 없을 것이다."p222



#3. 열심히 일하고 성공해서 노년에 쉴거라면 젊을 때부터 쉬어버려라~~


   결국 이 책을 통해서 저자가 주장하고 싶은 것은 니트족을 사회에 도움이 안되는 존재로 바라보는 편견을 버려줄 것과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은 그런대로 니트족이 되어도 좋고, 일하고 싶은 사람은 또 그런대로 일을 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한번 니트족이 되었다고 해서 다시 일을 하지 못하게 할 것도 없고, 일을 열심히 하던 사람이 니트족이 되는 것에 제한이 있어서도 안된다는 말이죠.


   여기 서문의 마지막 부분에 여유로운 삶과 성공 후 안락한 삶에 대한 재미난 일화가 소개되어 있는데 이 일화의 내용만으로도 저자의 [빈둥빈둥 당당하게 니트족으로 사는 법]에 담긴 인생관과 신념을 충분히 느낄 수 있어 소개합니다. "멕시코 어부가 사는 법"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소 길지만 내용은 간단합니다.


[멕시코의 어느 어촌, 해변에 작은 배가 떠 있었다. 멕시코인 어부가 작은 그물로 물고기를 잡아왔다. 물고기들은 정말 싱싱했다. 그것을 본 미국인 여행자가 물었다.

"싱싱한 물고기로군. 잡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렸소?"

그러자 어부는 "별로 긴 시간은 아니오."하고 대답했다.

여행자가 "좀 더 그물질을 했다면 더 맣은 물고기를 잡았을 텐데, 거 아쉽군."이라고 말하자, 어부는 이 정도면 자신과 가족들이 먹기에는 충분한 양이라고 말했다.

"그럼 나머지 시간에는 도데체 뭘 하고 지내시오?"하고 여행자가 물었다.

 

어부는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늦잠 자다가 또 물고기를 잡으러 나가지요. 돌아오면 아이들하고 놀아주고, 아내와 시에스타(낮잠)를 즐기고, 밤이 되면 친구들이랑 한잔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부르고... 뭐 그러다 보면 하루가 가지요."

그러자 여행자는 진지한 표정으로 어부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에서 MBA를 딴 사람으로서 당신에게 충고하겠소. 잘 들어두시오. 당신은 이제부터 매일 좀 더 오래 물고기를 잡는 거요. 그래서 남은 물고기를 파는 거요. 돈이 모이면 커다란 어선을 사시오. 그러면 물고기를 더 많이 잡을 수 있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을 거요. 그 돈으로 어선을 두척 세척 불려가는 거요. 그랫 대형 어선단이 만들어질 때까지 가는 거요. 그럼 그때부터는 중개상에게 물고기를 팔 필요가 없소. 당신 자신의 수산물 가공 공장을 세우고, 거기에 물고기를 공급하는 거요. 그때쯤이면 당신은 이런 작은 촌구석을 벗어나서 멕시코시티로 이사를 가고, 로스앤젤레스, 뉴욕으로 진출하게 될 거요. 당신이 맨하튼의 오피스빌딩에서 기업을 지휘하게 될 거란 말이지."

어부가 물었다.

"그렇게 될 때까지 얼마나 걸리겠소?"

"20년, 아니 아마 25년쯤은 걸리겠지요."

"그러고 나서는 어떻게 되오?"

"그러고 나서? 그때는 정말 굉장해지는 거죠."

하고 여행자는 씩 웃었다.

"이젠 주식을 팔아서 당신은 억만장자가 되는 거요."

"그래서?"

"그럼 다음 은퇴해서, 해변 옆 작은 마음에 살면서,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자다가, 깨면 낚시나 좀 하닥, 아이들하고 좀 놀아주고, 그러다 아내와 시에스타도 즐기고, 밤이 되면 친구들과 한잔하고, 기타를 치고, 노래도 브르며 사는거지. 어떻소? 멋지지 않소?"]

 

 

   돈을 많이 가지고 은퇴해서 해변 작은 마을에서 느적거리면 가난한 상태로 느적거리는 것보다야 훨씬 좋겠죠. 특히 아프거나 가족, 지인에게 우환이 있을 경우 도울 수도 있고 말입니다. 그러나 여유로운 삶은 그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가능하다는 이야기입니다. 현실적으로 한국사회에서 아무리 타인과 비교하지 않는다 해도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저 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데 눈치가 보이는 분들은 용기를 내면 좋고, 아니라도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저자와 같은 니트족의 마인드와 지향점을 가지고 있으나 몸은 전혀 다르게 살고 있는데 앞으로도 쭈욱 그럴 거라고 봅니다. 저자의 지적처럼 모두가 니트족이 될 수는 없지요. 자연스럽게 적정 비율로 나뉘기 마련이니 말입니다. 어쨌거나 저는 앞으로 니트족을 비판하거나 편견을 가지고 바라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게 이 책을 읽은 가장 큰 수확이 아닐까요? 나와 다른 삶의 패턴을 이해하고 용납하고 받아들이는 태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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