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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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알아야 할 공짜 점심이 가능한 플랫폼 경제


금융위원회 현직 서기관인 저자 강성호 씨의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경제 교양서이자 강력한 미래 예측서입니다. 미래 변화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겠습니다만, 이 책은 플랫폼 기업과 네트워크 경제에 대해 기본 개념부터 다양한 세부 테마까지 알기 쉽게 잘 정돈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적인 만큼 초반부에 기본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경제의 일반화를 촉발시킨 플랫폼 기업들의 특징과 작동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기존의 경제학 원리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는 플랫폼 경제의 특징을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이라는 특징을 예시와 도표를 곁들여 설명하기 때문에 개념을 잡기에 무척 유용합니다. 책의 부제처럼 정말 가장 친절한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양면시장적 특징만 이해하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네트워크 경제, 플랫폼 기업 등의 특징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공짜 점심이 가능한 이면에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와 판매자, 혜택을 받는 쪽과 돈을 내는 쪽이 있으며 이 두 부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성장하는 동인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면 이 책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플랫폼 경제의 특징은 기존 경제 시스템에 익숙한 기성세대보다는 자본주의 키즈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 더 쉽고 익숙하게 이해할 개념인 것 같습니다. 제품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신세대들은 무엇을 공유하고 연결할까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고 더 쉽게 적응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기업의 특징과 양상, 이들 때문에 변화되는 경제질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사회 속 개인인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를 통해 플랫폼 경제 체제하에서 부를 얻을 수 있는 혹은 자신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야 하겠습니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변화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회적 변화와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플랫폼 기업과 네트워크 시대의 현황과 미래 전망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 좋았던 부분은 네트워크 경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소개 알아두어야 할 특징적 변화에 대해 빠지지 않고 조망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평소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반면, 평소 잘 모르는 분야라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양을 쌓고 독서를 확장해나가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이 경제 권력을 재편하면서 독점적 플랫폼 기업들이 사적인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독점적 권위와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점적 플랫폼 기업 구조의 문제점과 여기에 종속되어 가는 개인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거시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개인인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책의 중 후반으로 가면서 금융 분야의 변화와 양상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공돌이는 이 지점에 이르러 드디어 어려움과 곤란함을 다소 느꼈습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교양이 될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설명은 무척 유용했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적인 개념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인 대 개인의 금융 거래가 가능한 원리에 대한 설명은 무척 쉽고 탁월했습니다. 제법 많은 블록체인 관련 책을 읽어봤지만 대부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너무 디테일한 기술 설명으로 치우쳐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블록체인 기술 전반의 설명은 이해가 쉽고 딱 필요한 부분의 경계 설정이 훌륭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을 정립하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근본적인 차이라든가, 향후 펼쳐질 금융산업의 변화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용이합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플랫폼 기업 기반 핀테크가 금융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와 기존 금융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왔고, 어떤 특징 때문에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이는 결국 플랫폼 기업들이 참전한 금융산업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 기초가 됩니다. 이 책의 탁월함은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지식을 쌓아나가며 저자가 원하는 지점까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섬세한 배려에 있습니다. 일반 독자를 겨냥한 기초교양서로서는 가장 좋은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3. 네트워크 경제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방향

종반부에 이르면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그에 따른 대책은 어떤 방향이 좋을지에 대한 전망이 등장합니다.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때문에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어떤 규제를 통해 균형점을 찾고 파생된 문제를 최소화할지 논의합니다. 또한 필연적으로 독점화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진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에 대처할 방안도 고민합니다.


금융산업의 변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언급합니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불평등의 문제, 소유권 관련 갈등, 토지공개념과 사유재산제 등에 대해서도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인간의 이타심과 공동체 정신 등에 입각한 인간적 자본주의로의 노력에 대해 강조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바로 직전에 읽은 "로봇 시대의 일자리의 미래"에서 그 유명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와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이슨 솅커는 정치로 비유하자면 극보수주의에 가까운 입장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이 오면 다수의 인간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솅커는 이를 피할 수 없는 당연한 현상으로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 도태되지 않는 소수의 서바이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존의 위협을 겪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로봇세를 받아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이나 하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매우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반면, 이 책의 저자 강성호 씨는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제도화하기는 무척 어렵기는 하지만 로봇세를 걷고 기본소득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며 부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토지 소유 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체제의 변화에 동반되는 불평등으로 인한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하며, 이런 방향성을 가져야만 기술과 제도의 발전이 야기하는 비인간성을 경계하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질서를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독자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저자의 주장이 뜬구름 잡는 비현실적인 생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 역시 실현이 요원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비판하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 한 일은 딱히 없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이상적인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처럼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한 걸음씩이라도 전진하게 만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제목이 다소 가벼운데 비해 상당히 진지하고도 의미 있는 근본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을 통해 경제분야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날카로움이 있는 책입니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네트워크 중심의 플랫폼 시대의 흐름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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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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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 극단적인 상황 설정,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소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에서 '범인이 누군가?' 라거나 '어떻게 죽였나?' 등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뭔가 퀴즈 같은 걸 풀어내는 쾌감이나 성취감이 별로 없는 저의 성향 탓입니다. 대신 사회파 미스터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누구냐?' 보다 '왜? 어떤 환경적 요인 때문에?'가 저에게는 더 매력적입니다. 그렇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를 완전히 무시한 소설은 긴장감이 떨어져 소설적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가족을 처참하게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미성년 소년 사형수는 탈옥에 성공해 1년 반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정체를 숨긴 채 도피 행각을 이어갑니다. 한 군데 정착해 지내다가 정체가 발각될 만한 낌새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을 반복합니다. 정착한 곳마다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숨기고 지내는 사형수 주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반복해 소개하며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과연 사형수의 말과 행동은 자신이 잔인한 살인마임을 속이기 위한 완벽한 연극인지, 사실은 전혀 살인을 저지를 만한 인물이 아닌지 독자가 판단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스토리 전개를 대하면서 독자는 마치 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Yes or No?'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판단할 거리인 예시를 하나하나 제시하는 것입니다. "자, 주인공이 이런 곳에서 지내다가 이러저러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요렇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독자는 어떻게 판단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하는 느낌입니다. 똑똑한 독자 중에는 금방 결론을 내리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정말 알 수가 없어 정답을 유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반전이 있을 것도 같고, 주인공이 진범이 아니라 누명을 쓴 것 같기도 하여 소설 속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가늠이 안되니 계속 긴장하며 읽게 되는 것입니다. 범인이라고 가정해도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서스펜스가 누적되고, 범인이 아니라고 가정해도 그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긴장감이 가득한 가운데 읽게 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읽어도 서스펜스가 유지되는 굉장히 잘 짜인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2.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들, 선입관, 편견, 사회적 매장과 SNS의 폐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사회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살인자로 알려진 범죄자가 당신 주변에 가까이 있다면 어떻겠느냐?라는 질문이 크게 다가옵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언론, 법정에서조차 이미 살인자로 낙인찍은 소년은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도움을 줍니다. 심지어 정서적으로 돕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는 등, 보통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사형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심지어 그의 정체를 눈치채고서도 믿지 못할 지경입니다.

 

   사회적으로 합의를 본 집단논리가 항상 옳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쉽사리 결론에 이르고 믿어버리는 것은 그 편이 훨씬 편하고 타인에게 그 이상 신경을 쓰기에 바쁘고 에너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내'가 되었을 때에 있습니다. 나 또는 내 가족, 지인이 그런 누명을 쓰면 어떨까요? 내가 알던 순한 양같이 착하기만 하던 지인이 끔찍한 범죄를 정말로 저질렀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중첩해 던져주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체면을 위해 넘겨짚기 식으로 조사하는 경찰, 성급하게 판단해 형을 집행하려는 재판부, 흥미요소로 논란을 양산하는 언론, 정확하지도 않은 조롱이 난무하는 SNS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일상 중에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집단적 행동의 폐해를 고민하게 하는 흐름이 좋습니다. 소설의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필력이 돋보입니다.

 

  이 소설에서 더욱 좋았던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에 등장하는 큰 사건을 둘러싼 각 주체들이 시시각각 보여주는 판단과 결정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탈옥한 사형수 주인공뿐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생활하며 그를 겪었던 주변인들이 해야 했던 판단, 좀 더 멀리 보면 주인공을 바라보는 언론과 끝없이 뒤좇는 경찰의 입장 등이 그렇습니다. 소설을 통해 독자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쉽게 동조하고 판단해 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소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뭔가 배울 것도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일본 범죄 미스터리 소설의 단골 소재 원죄, 그리고 독특한 시선


   일본 범죄 미스터리를 읽다 보면 유독 "원죄"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으시는 독자분들이라면 아주 익숙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실 의아하게 여길 소재기도 합니다. 단어만 보면 원래의 죄, 오리지널 씬 같은 느낌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원죄'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죄'를 말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누명이라고 하지 누가 '원죄'라고 하겠습니까? 그렇기에 일본 미스터리에만 통용되는 단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소설에서 원죄에 대해 다룰 때마다 생경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만, 장르적 특성이므로 익숙해지면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경찰, 검찰, 사법부의 판단 실수로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만, 일본처럼 소설을 통해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반복적으로 다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무겁게 생각하는 것인지, 일본에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는 빈도가 더 많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문제를 더 빈번히 다루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원죄에 대해 다루는 소설은 보통 원죄를 생산해 내는 주체 쪽의 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죄 없는 사람에게 억지 수사를 통해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경찰 내부의 문제나 선입관과 감정적 판단으로 형을 집행하는 사법부 등이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원죄 사건이 왜 일어나는가의 관점에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원죄 사건을 일으키고 조직의 체면 때문에 덮으려 한다"라는 폭로의 입장으로 원죄 사건을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원죄를 일으키는 주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원죄 사건을 당한 개인의 시선에서 원죄를 바라봅니다. 이런 집단적 폭력이 발생했을 때 개인과 주변인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어떤 고통을 받는지 등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결말로 다가갈수록 이런 문제들이 긴장감을 더하며 폭발력 있는 서사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장르소설의 미덕인 읽는 재미도 충분히 더하면서 주제 의식을 극적으로 살린 훌륭한 소설인 것입니다.

 

   소메이 다메히토의 소설 [정체]는 범인에 대한 의혹을 끝까지 버릴 수 없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범죄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과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주제의식을 동시에 잘 묘사한 훌륭한 소설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긴장감 넘치는 소설적 재미는 물론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의미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소설은 다행히 잘 해내었고 그렇기에 매력적이고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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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세계 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제이슨 솅커 지음, 유수진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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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이후 100년, 로보토피아는 오는가?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보토피아의 세계를 그렸다가 결국 인간의 발명품인 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로보칼립스의 절망까지 드라마틱 한 스토리로 그리고 있습니다.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이후 벌써 100년이 흘렀고, 당시는 상상도 못했던 로봇의 활용과 자동화가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여전히 우리의 미래가 로보토피아가 될 것인지, 로보칼립스가 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보다는 각자 극단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신작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에서 자동화와 로봇의 대중화 시대를 맞이해 "인류의 보편 일자리"의 관점에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책의 중반부까지를 할애해 미래 인류의 일자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로보칼립스의 견해와 긍정적으로 보는 로보토피아의 견해를 소개하고 보다 바람직한 견해와 태도가 무엇일지 고찰합니다. 로봇이 인류를 집어삼켜 모든 직업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기 못하고 삶의 목적을 상실할 것이라는 한없이 부정적인 예측을 쏟아내는 로보칼립스의 미래가 지나치게 과도하고 정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반면, 로보토피아적 관점에서 로봇으로 대체되었을 때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시간과 이동 및 선택의 자유, 그동안 없었던 일자리의 부상으로 인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가능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체로 근거 없는 부정론을 경계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밋빛 밝은 미래를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동화와 로봇으로 인한 직업의 미래는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사이 그 어딘가의 모습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미래에 적응하는 승자와 도태되는 패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상황이 오던 적극적으로 상황을 이용해 더 나은 어딘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미래의 일자리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 대책은 무엇인가?


   저자는 책을 통해 중세 시대 그 많던 대장장이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습니다.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가 바로 대장장이를 의미하며 그만큼 당시 대장장이가 흔하기도 하고 대중적인 직업군이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산업 구조가 변하면 직업군도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구조적 변화가 극심하면 할수록 이런 직업군의 변화도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구조와 경제의 변화는 얼마나 많이 변하는가의 문제인 변화량 변수와 얼마나 자주 태세가 전환되는가의 문제인 빈도 변수 두 가지를 다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증기기관으로 시작한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의 시대를 넘어 서비스와 IT 기반 자동화 산업으로 이동했다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우리는 갈수록 변화량이 크고 변화의 주기 또한 짧아지는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처럼 하나의 기술을 익혀 평생 먹고살던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미래의 직업은 다양화될 수밖에 없고, 각 개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대에 맞는 여러 가지 지식과 기술을 꾸준히 익혀 나가야 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해서 "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되 사회 변화 방향을 면밀히 살피며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런 시대적 대 전환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현명한 직업 선택, 끊임없는 배움, 지속적인 변화와 기회 모색 등을 들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문제를 다룬 책에서 한결같이 만나는 한계는 실용적이고 유의미한 대안 제시가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속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감은 없더라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는 있습니다. 



3.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전개의 불편함...


   어지간하면 책을 읽으면서 배울 점과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의 중후반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사회보장제도와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가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이 책의 주요 골자인 자동화와 로봇의 시대상에 대한 고찰, 우리의 일자리의 미래와 다소 거리가 있는 논제라 의아합니다. 산업화와 일자리 분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김에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논제를 끼워 넣기 하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사회보장제도나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 차원에서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와 생계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다뤄도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소주제를 다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다소 극단적이고 과장된 방식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사회보장제도가 국가부채를 지나치게 증가시키고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비용을 부담할 사람은 줄어들고 보장과 혜택을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이런 상황은 자동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납득이 갑니다. 여기에 급부상하고 있는 로봇세 문제를 함께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로봇세를 받는다는 것이 언 듯 그럴듯한 대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디까지 로봇세를 거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어떤 조건에 얼마나 걷을 것인지 등을 정하기가 사실상 난해합니다. 그러나 본문 속에 느껴지는 저자의 뉘앙스는 로봇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입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로 들어가면 더 심각해집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공산주의가 다시 도래한다는 주장까지 갑니다. 기본소득은 말도 안 되고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사회를 붕괴한다는 정도의 극단적인 주장을 하며 기본소득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치적 도구로 사용될 뿐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관점으로 보면 극단적인 보수 주의적 주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치적으로 어떠하냐의 문제보다는 본인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논리 전개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과장되어 있는 것이 독자를 불편하게 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 로보토피아와 로보칼립스의 극단적인 견해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저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주장을 벌이는 상황이 아이러니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라는 책 전체의 주제에 대한 관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저자 개인의 견해를 강하게 주장하기 위해 할애함으로 인해 전반적인 내용상 통일감은 물론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눈앞으로 다가온 사회적 변화와 일자리의 문제, 미래 예측의 두 가지 양극단의 특징, 바람직한 생존과 적응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쉽고 간결하게 잘 설명한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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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락 댄스
앤 타일러 지음, 장선하 옮김 / 미래지향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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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소설로 만나는 미국인들의 삶


앤 타일러의 장편 소설 "클락 댄스"는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미국 여성의 삶 전반을 다룬 소설입니다. "클락 댄스"란 여러 명이 겹치게 서서 서로 다른 각도로 손을 뻗으며 추는 춤을 말합니다. 앞사람이 양팔로 2시와 10시를 가리키면 그 뒤 사람은 3시와 9시를 다음 사람은 4시와 8시를 가리키는 식으로 하는데 서로 손의 각도를 엇갈리게 계속 바꿔가며 추면 리드미컬하게 보이는 효과를 노리는 춤입니다.


클락 댄스에 대해 이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는 이유는 이 소설의 전반을 설명하는데 "클락 댄스"라는 단어가 매우 효과적일 뿐 아니라 생각할수록 여러 가지로 해석하기 좋은 단어기 때문입니다. 소설에서는 주인공 윌라의 소녀 시대부터 노년까지의 삶을 조망하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이던 1967년의 한때, 대학생이던 1977년의 한때, 그리고 시간을 훌쩍 뛰어넘어 2017년의 한 시기를 특정해 삶의 변곡점을 중심으로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마치 클락 댄스에서 특정 각도만 절도 있게 바꾸는 것처럼 말입니다.


소설의 스토리를 따라가다 보면 미국인의 전형적인 삶을 묘사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됩니다. 그건 아마도 한국의 유명 작가 소설을 읽을 때 소설 속 인물을 통해 한국적 삶의 한 단면을 보게 되는 것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일반적인 미국인의 삶이 이렇지 않았을까?'라는 상상과 기대를 충족시켜주는 듯한 이야기입니다. 대체로 여성의 삶이 주체적이지 못한 경우가 많았을 1960년대 이전에 태어난 주인공 윌라는 삶의 중요한 변곡점에서 만나는 선택의 순간마다 안타깝게도 수동적인 태도를 취합니다.


그 선택의 결과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합니다. 그렇다고 아주 나락으로 떨어지지도 않지만 내세울 것 없는 인생이 되어 그저 그렇게 삶을 마무리할지도 모를 상황으로 흘러갑니다. 원하는 방향으로 물길을 내며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그저 중력이나 주변인의 간섭으로 방향이 결정되는 그런 삶과도 같습니다.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엄마와 평범하지만 공감 능력이 부족한 아빠 사이에서 자란 윌라는 자기중심적이고 사려 깊지 못한 남자를 만나 결혼하게 됩니다. 하나밖에 없는 동생도, 힘들 게 키운 두 아들도 모두 윌라와 좋은 관계를 맺지 못합니다.


비슷한 시기를 살아낸 국내 소설 속 여주인공 캐릭터와 비교해보면 오히려 무난하고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기까지 합니다. 그럼에도 윌라의 삶의 궤적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이입을 하는 저를 발견하게 됩니다. 작가의 필력이 빛나는 부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윌라가 만나는 독특한 주변 인물들을 보며 느끼는 감정 또한 신선합니다. "클락 댄스"는 소설을 통해 느낄 수 있는 타인의 삶에 대한 공감과 저항감이 공존하는 간접 체험의 즐거움을 최대치로 느끼게 됩니다.


 


2. 낯선 곳에서 찾은 생소하고 기분 좋은 변화


우리 인생은 항상 선택의 연속이며 그 속에 기회가 오기도 달아나기도 합니다. 좋은 선택은 좋은 기회와 결과를 동시에 얻을 확률을 높여줍니다. 앤 타일러는 "클락 댄스"를 통해서 주인공 우리 삶에서 종종 찾아오는 이례적인 사건과 선택의 상황을 생각하게 합니다. 주인공 윌라는 어린 시절 일관성 없고 무책임하며 감정의 기복이 도를 넘어 롤러코스터처럼 불안정한 엄마와 자신의 마음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아빠 사이에서 고통스러워하지만 이렇다 할 표현을 하지 못하고 수동적으로 받아들입니다.


대학교에 가서는 열심히 준비하던 전공 공부와 미래의 커리어를 포기하고 남자친구의 의도대로 이끌려 결혼하게 됩니다. 이 파트를 읽으면서 윌라에게 숨이 턱턱 막히는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너의 공부를 선택하라고! 남자에게 인생을 맡기지 마!'라고 소리치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며 살던 그녀는 차 사고로 남편을 잃습니다. 상당히 드라마틱 한 일련의 상황이 펼쳐지는 과정이 생생하고 상황 묘사는 디테일합니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에 한껏 빠져들게 됩니다. 독자지만 마치 주인공 주변 인물이 된 것만 같은 착각이 일어납니다. 그래서인지 주인공 옆에서 조언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윌라는 노년이 된 2017년에 와서야 수동적이던 일상에 균열이 생깁니다. 이상한 일이 발생하고 낯선 곳에 가야 할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됩니다. 오랫동안 수동적인 삶을 살아온 주인공은 묘한 호기심에 전에 없던 선택을 하게 됩니다. 일상을 벗어나는 결정입니다. 이렇게 평소와 다른 한 번의 선택으로 벌어지는 낯선 곳에서의 모험과도 같은 이야기가 이 소설의 핵심 스토리가 됩니다.


소설 속 주인공 윌라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고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라고 닦달하는 두 번째 남편과 스스로의 선택으로 벌어지는 미지의 세계 간에서 망설입니다. 내면에서 보이지 않는 줄다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그 변화에 대한 선택은 윌라만의 고유한 것이자 특권입니다. 인생에서 나에게 익숙한 것에는 사실 기회가 별로 없습니다. 기회가 있었다면 이미 무언가를 성취했겠지요. 보통 기회는 내가 모르는 낯선 것으로부터 발생합니다. 그리고 그런 기회를 잡기 위해서는 평소 하지 않던 낯선 선택을 해야만 합니다. 아무런 의무도 없는 사람을 위해 먼 곳으로 떠나는 윌라의 모습처럼 말입니다.


 


3. 변화를 즐기는 삶의 유익


소설 클락 댄스는 한 여성의 삶을 시간 순으로 조망하는 어쩌면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가만히 그녀의 삶을 함께 걷다 보면 노년이 되도록 인생에 별다른 기쁨과 즐거움, 환희의 순간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마도 수동적으로 환경에 순응하는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 것입니다. 어떤 이는 내 삶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여길 것이고, 혹자는 왜 이렇게 사느냐며 화를 낼지도 모르겠습니다.


주인공 윌라는 삶의 변화를 선택합니다. 그녀의 삶이 활력이 넘치고 재미있게 변하는 순간은 새로운 환경을 두려워하지 않고 기꺼이 선택한 순간입니다. 그로 인해 생소한 환경, 독특하고 유별난 인물들을 여럿 만나며 서서히 변화를 받아들이고 삶의 즐거움을 찾습니다. 사실 변화는 즐거움을 선사하지만 지속하기는 쉽지가 않습니다. 제자리로 돌아가려는 관성은 매우 강력합니다. 그렇기에 지속적으로 변화를 즐기는 사람이 아닌 이상 인생에서 몇 번 경험하기 힘든 순간이 됩니다.


더 이상 새로운 시도를 하기 어려운 노년이 되어서야 윌라가 새로운 시도를 해 보게 된 이유가 어디에 있을지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윌라는 염려가 많고 걱정을 사서 하는 소심한 성격으로 묘사됩니다. 수동적이기까지 하다 보니 되도록 보수적으로 행동할 수밖에 없습니다. 행동의 근간은 기존 사회의 매뉴얼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자기 자신에 대해 발견하고 변화를 즐기는 단계까지 가게 된 것입니다.


결국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힘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자신을 찾아나가는 과정을 통해 가능해집니다. 윌라는 다소 많이 늦었지만 인생을 마무리하기 전에 그 삶의 즐거움을 깨닫습니다. 삶의 주체성과 환희의 순간을 통해 살아있음을 느낍니다. 사회적 통념과 행동 규범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는 삶은 아름답습니다. 노년의 윌라가 멋있어 보이는 것은 스스로 변화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놓치지 않았기 때문일 것입니다. 좋은 소설은 읽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읽으면서 자신과 사회를 고민하게 합니다. 비록 가상의 이야기일지라도 타인의 스토리를 통해 자아성찰을 하도록 해줍니다. 삶을 깊이 있게 만들어줍니다. 그렇기에 앤 타일러의 "클락 댄스"는 매우 훌륭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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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 - 어떤 상황에서든 원하는 것을 얻는 말하기 법칙
리우난 지음, 박나영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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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을 잘 한다는 것...


   "저 친구는 입만 닫으면 최곤데..."라는 말을 해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한 인간을 평가하는 데 있어 "말하는 능력"이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것입니다. 보기엔 준수한 외모와 이미지인데 말을 못 하거나 엉뚱한 이야기를 하면 매력이 반감되기 마련입니다. 반대로 겉보기는 그다지 매력적인 외모가 아닌데도 불구하고 훌륭한 말솜씨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인싸"가 되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스마트폰의 일상화로 포노 사피엔스적 삶이 자연스러워지고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환경이 조성된 최근에는 직접 말로 의사소통을 하기 보다 간단한 텍스트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말의 중요성'이 줄었다고 생각하면 잘못된 판단입니다. 말보다 문자나 SNS 소통이 일상화되면 될수록 반드시 말을 해야 하는 환경에서는 '말의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말하는 능력'의 격차가 커지고 말을 잘하는 사람이 더욱 눈에 띄기 때문에 어쩌면 그 어느 시기보다 말하는 능력을 갈고닦을 필요성이 큰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의 저자 리우난은 말하기 전문 강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대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리우난은 학생들에게 말하기를 가르쳐 전국 말하기 대회에 내보내 입상을 많이 시켰다고 합니다. 말하기 대회라니 그 자체가 신기합니다. 중국은 말을 못 하는 학생이 많은 것인지, 말하는 능력에 대해 우리보다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렇다면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타고난 달변가여야 하는 것인지, 아니면 성격이 활달해 거리낌 없이 말을 내뱉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요? 이 책의 저자 리우난은 말솜씨는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고 단정합니다. 말하는 능력은 향상이 가능한 기술의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말을 잘 하려면 배우고 익혀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말이라는 것은 방법을 알고 연습하면 좋아진다고 주장한다는 것입니다. 물론 말을 잘하고 못하고에 있어 개인차는 분명 있다고 봅니다. 학습 능력에도 개인차가 큰 만큼 말하기도 연습에 비례해 향상되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지요. 그러나 말하기를 연습하면 말하는 기술이 늘어난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비단 말뿐만 아니라 인간은 무엇이든 배우고 연습을 반복하면 잘하게 되는 "반복 학습"의 동물이 아닙니까? 말하기라고 해서 예외일 리가 없겠지요.




2. 말하기 능력을 키우려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말하기가 노력에 의해 배울 수 있는 것이라면 문제는 단순해집니다. '말을 잘하고 싶으면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입니다. 저자는 책에서 상황에 따른 적절한 말하기 법칙을 알아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다음 단계로 아는데 그치지 않고 연습과 훈련을 통해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합니다. 여기에 여러 가지 전략과 기술을 적절히 활용해 수준 높은 말 하기를 달성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가 말하는 원칙과 방법론을 논하는 책이라고 할 때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내용을 읽고 실제 생활 속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뭔지는 알겠으나 나는 따라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드는 내용이라면 실용성이 떨어지는 공허한 내용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은 일상의 교제, 대화, 감정 교류, 설득, 연설, 토론, 협상, 취업 등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8가지 상황에 따른 구체적 원칙과 예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의 폭넓은 경험에서 나오는 다양한 예시가 실려 독자들이 이해하는데 큰 도움을 줍니다. 중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강사 활동을 하는 분 같은데 재미있게도 이 책에 등장하는 예시는 대부분 미국의 주요 인물들에 얽힌 에피소드라 상당히 재미있었습니다. 중국 출신이지만 미국에서 공부하고 활동을 하는 사람인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 책은 정말 일상생활에서 활용할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조언으로 시작해 점점 특수한 상황에 이르는 말 하기로 수렴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제1장의 일상 교제에서 활용할 만한 거절 잘하는 법, 속담이나 격언을 활용하는 법, 유머 감각을 키우고 자조적인 태도를 활용하는 방법 등은 매우 범용적인 조언으로 이 책을 읽는 독자라면 누구나 배우고 익힐 법한 내용입니다. 다음 제2장에 등장하는 대화의 기술 편 역시 대동소이합니다. 3부, 4부로 넘어가면서 점점 범위가 축소되고 특정화되어 갑니다. 급기야는 면접 시 말하는 기술에까지 이릅니다.


   말하기 능력을 키우려면 말하는 법을 배워야 합니다. 말하는 법은 뭉뚱그려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이 책에서 병렬식으로 설명하는 다양한 상황에서 꼭 필요하고 염두에 두어야 할 법칙들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정리하고 새기면 분명 말하기 능력이 향상될 것 같습니다.




3. 말하는 능력이 주는 효용


   저자는 서문에서 이 책을 말하기 지침서로 활용하면 단기간에 말하기 고수가 되도록 이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말하기 고수가 되면 어떤 효용이 있을까요?


'말'로 더욱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고, 직장에서 더 여유를 가지며, 다양한 상황에서 당신의 매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저자의 말처럼 말을 잘하게 되면 인간관계를 유리하고 풍성하게 해나갈 수 있다는 점은 상상이 가능합니다. 저는 이 책을 다 읽었습니다만, 아직 연습과 훈련을 하지 않아서 그런지 당장 크게 달라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만, 그 효능 만은 동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디테일한 조언들을 적용할 수만 있다면 왠지 만족스러운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을 것만 같습니다.


   직장에서 말의 위력은 설명이 필요 없을 지경입니다. 일을 잘하는 능력 있는 직원이지만 말을 딱 부러지게 못해서 평가에서 손해를 많이 보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이런 분들은 술에 취하시면 과격한 표현으로 울분을 드러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나 안타까운 경우입니다. 대답만 시원하게 해도 절반은 먹고 들어가는데 그것 자체를 어려워하는 분들이 꽤나 있습니다.


   [끌리는 말투 호감 가는 말투]에서 설명하고 조언하는 여러 가지 원칙과 주의사항들을 하나하나 익히기만 한다면 말하기의 고수가 될 것 같습니다. 한 번 읽어서 많은 조언들을 다 기억하지 못하는 만큼 이런 책은 가까이 두고 여러 번 숙지하기에 좋은 책입니다. 실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반복해서 읽으면 좋을 책입니다.


   책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평가하면 기본에 충실한 책입니다. 없는 게 없는 기본 교제 같은 느낌의 책입니다. 뭔가 묘한 필승전략을 알려준다기보다는 누구나 알아야 할 기본기를 빠짐없이 담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느 분야에서건 기본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본이 빠진 요령으로는 일정 수준 이상 성장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책은 용빼는 재주를 알려주는 비법서라고 하기보다는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을 충실히 알려주는 핵심 서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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