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러티브 뉴스
셰릴 앳키슨 지음, 서경의 옮김 / 미래지향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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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러티브 뉴스가 무엇인가?


   이 책 <내러티브 뉴스>를 처음 접할 때, '응? 네거티브 뉴스 아니고?'라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습니다. 제가 아는 한 "내러티브"라는 단어는 주로 소설 같은 문학 작품이나 예술 작품 등의 영역에서 사용되던 용어였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내러티브는 소설 속에 인물 간의 사건이 어떻게 이어지고 조직되었고, 주제 등을 전달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스토리를 풀어나가는가를 따질 때 쓰던 용어였지요.


   뜬금없이 "내러티브"라는 단어가 "뉴스"의 영역에서 사용되다 보니 상당히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한편 그렇기에 저의 흥미를 끌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탐사보도 기자이자 앵커인 저자는 책 <내러티브 뉴스>를 통해 뉴스 분야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는 저널리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거의 피를 토하는 느낌으로 토로를 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내러티브란 용어는 상당히 부정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저자는 서문을 통해 내러티브의 의미와 목적에 대해 이렇게 밝히고 있습니다.


"내러티브(narrative)란 힘 있는 자들이 여러분의 견해를 규정하고 제한하기 위해 들려주고자 하는 스토리 라인을 가리킨다. 내러티브의 목적은 특정 아이디어를 사회 속에 깊숙이 심음으로써 더 이상 그에 대해서 질문이 나오지 않도록, 아니 아예 질문을 할 생각조차 못 하게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뉴스는 원래 세상에 일어난 일이나 사건 등을 있는 그대로 다수의 대중에게 전달하는 것인데, 여기에 부적절한 의도가 파고들면서 누군가의 특정 목적을 위해 악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런 뉴스를 "내러티브 뉴스"라고 정의하고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이 책은 바람직하지 못한 뉴스의 현장에 대한 다양한 양상에 대해 밝히고, 다수의 사례를 통해 문제의식을 공유하는데 일차적인 목적이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이 책의 원제는 "Slanted: How the News Media Taught to Love Censorship and Hate Journalism"입니다. 그러니까 대충 해석하면 "(미디어 환경의) 편파적인: 뉴스 미디어가 어떻게 검열을 사랑하고 저널리즘을 싫어하게 가르치는가?" 정도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일단 뉴스 환경이 편파적이라는 것이죠. 검열에 익숙하게 만들고 저널리즘을 싫어하게 만들고 있다는 것입니다. 저널리즘이란 다양하게 활용되는 용어기는 하지만 뉴스를 공정한 관점에서 전달하고 논평하는 활동을 의미한다고 보면, 원론적으로 중요한 기자의 뉴스 보도 태도가 변질되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주는 제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결국 이 책은 <내러티브 뉴스>가 미국 사회의 언론 환경을 얼마나 바꾸고 파괴해 왔는지, 이를 통해 미국 국민들이 얼마나 왜곡된 뉴스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는지 고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바람직한 뉴스 환경은 어때야 하며, 기자들은 어떤 자세로 취재하고 보도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한다고도 볼 수 있겠습니다.



2. 내러티브 뉴스가 왜 문제인가?


   이 책은 언론 환경이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누가 변화를 의도했는지, 왜 언론이 동조했고 전통 언론 이외에 어떤 환경이 영향을 미쳤는지 등에 대해 거시적인 조망은 물론 디테일한 부분까지 놓치지 않고 총망라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미국의 사례이기 때문에 미국 내에 국한된 이야기이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둘러싼 언론의 태도에 대해 매우 집요하게 파헤치고 있습니다. 탐사보도 전문 기자의 특징을 여지없이 드러내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런 내러티브 뉴스는 특히 정치분야에서 파급력이 크게 드러납니다. 그뿐만 아니라 기업가들 역시 광고 수주를 원하는 방송 매체들의 특성을 활용해 내러티브를 적극 이용합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뉴스의 주체들이 스스로 내러티브를 만들고 유지하는 상활까지 이르게 됩니다. 저자는 이미 내러티브로 점철되어 내러티브끼리 대결하는 상황까지 와 있다고 진단하면서 다양한 매체의 자충수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내러티브는 일종의 선동에 가깝습니다. 누군가가 의도를 가지고 뉴스의 형식으로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통적인 방식으로 노골적인 내러티브는 '에이, 저걸 누가 믿어?'라고 자연히 걸러질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다수의 힘은 무섭습니다. 다수의 언론이 같은 주장을 하면 그 주장이 진실이 되는 것이죠. 일종의 동조 효과가 작동하게 됩니다.


   문제는 이런 내러티브의 주체가 내러티브를 만들어내고 유포하는 행위에 대해 죄책감이나 자의식이 없는 경우입니다. 저자는 심지어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도하고 특정 주장을 실더라도 정확한 팩트를 확인하는 기본적인 자세조차 지켜지지 않는 현실을 개탄합니다. 여기에 더 나아가 기자들이 특정한 이념이나 사상을 덧대어 대중을 교육, 교도하는 것이 언론인의 의무라고까지 생각하고 가르치고 있다고 밝힙니다. "내러티브 뉴스"가 마치 기자의 의무이자 책무인 것처럼 변질된 것입니다.


   이쯤 되면 내러티브 없는 뉴스나 기자는 자체적으로 공격받고 배제되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하여 대중들은 공정한 정보로 상황을 파악할 기회조차 잃게 되는 것입니다. 특정 세력의 의도에서 시작된 내러티브는 점점 사회를 극단적인 시각으로 이끌고 자정작용을 잃게 만듭니다. 이런 환경에서 내러티브는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되고 점점 그 자체로 누가 더 자극적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끄는가의 대결을 펼치게 됩니다. 이미 진실, 사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가고 아무도 관심이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책에서는 다양한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이런 일이 현실 세계에서 너무도 많이 실제 한다는 것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마치 자생력을 갖춘 것 같은 내러티브 뉴스의 작용은 사회를 점점 더 분열하고 극단화하게 합니다. 안타깝게도 특정 정치세력이나 기업 등에서는 이런 현상을 또 다른 내러티브의 재료로 활용합니다. 이런 일련의 흐름은 1장의 CBS의 사례만으로도 매우 실제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뿐만 아니라 저자는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투 이야기, 총기 사고, 트럼프 죽이기, 러시아 활용, 엉터리 여론조사 등의 구체적인 사례로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3. 뉴스를 소비할 때 반드시 알아야 할 것들

   이 책에 소개되는 모든 현상은 미국에 국한된 이야기입니다. 특히 책의 전체를 지배하다시피 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관련 뉴스의 사례는 한국 독자 입장에서는 와닿지 않는 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디테일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책 속 내용이 마치 대한민국의 언론환경을 고발한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언론 환경의 문제는 전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고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도 특정 세력과 미디어의 결합이 심각한 수준인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정치면에서 보수는 보수 대로 진보는 진보대로 언론 환경이 정말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다고 주장한다는 점입니다. 보수는 언론이 완전히 친정부적이라 주장하고 진보는 다수의 언론이 보수와 자본과 결탁해 진실을 호도하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여기에 더해 검찰이나 사법부 등도 하나의 권력으로 뉴스 미디어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 책 <내러티브 뉴스>의 다양한 사례는 대한민국 현실을 돌아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뉴스 미디어의 변화를 인지하고 뉴스에 실리는 "의도"를 충분히 감안하고 뉴스를 접할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특정 뉴스 미디어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반드시 지양해야 하겠습니다. 내 성향과 임장을 강화하는 뉴스만 취사선택할 때 잘못된 판단을 할 위험성은 점점 커집니다. 그런 의미에서 뉴스 채널을 다양화하는 노력은 무척 중요합니다. 사건은 하나인데 해석과 주장은 전혀 다른 사건처럼 늘어놓는 언론의 행태를 보면 그야말로 "내러티브의 대 향연"처럼 보일 때가 많습니다.


   저자는 맺음말에서 정보를 독점하고 내러티브를 강화하는 자들의 목적에 대해 이렇게 설명합니다.


"정보 독재자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자발적으로 정보가 통제되는 환경이다.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생각과 행동을 검열하고,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은 허용되지 않는지를 인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략) 오웰이 제시한 암울한 미래의 모습이 점점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대중들은 미디어가 의도를 가지고 사실을 가공하기도 하고 검증되지 않은 주장을 뉴스로 둔갑시키기도 하는 현실을 반드시 염두에 두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이렇다 보니 뉴스를 받아들이는 행위 자체에도 상당한 에너지와 노력이 필요합니다. 이는 많은 사람들이 현실과 단절된 세계를 선호하는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결론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희망을 잃을 것은 아닙니다.


"단지 나는 다양한 형태로 접근 가능한 정보가 보장된 미래, 옳은 것과 다른 것을 자유로운 사고로 구별할 수 있는 미래가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다. 사람들은 마음껏 자신의 두뇌를 사용하여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자신의 의견을 도출하며, 생각을 바꾸기도 하고, 자신의 입장을 타진하며, 논쟁하고 토의도 하는 그런 사회. 대중의 정보와 사고를 제한하려는 정치, 기업 이익집단 또는 사회적 운동가들의 억압이 없는 세상. 지식에 대한 끊임없는 탐구가 지속되는 그런 미래 말이다."


   저자가 꿈꾸는 이런 미래는 말 그대로 꿈같은 이야기로 들립니다. 그럼에도 좀 더 적극적이고 주체적인 자세만 견지한다면 더 나아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대중은 대중대로 뉴스에 휩쓸리지 않고, 언론은 언론대로 답을 찾아가야 할 것입니다. 언론 환경이 어떤 식으로 변해 왔는지 체계적으로 알고 싶으신 분, 뉴스 미디어가 견지하는 내러티브 뉴스의 특징과 목적, 드러나는 양상은 물론 무엇을 주의하고 어떤 견해와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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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살, 엄마를 속여라 ㅣ 누군가의 첫 책 4
정유건 지음, 김보윤 그림 / KONG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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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이들이, 아이들을 위해 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는 상당히 의미 있는 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해 어른이 쓴 책이 아니라 아이들이 글과 그림까지 모두 담당한 어린이 작가들의 책입니다. 아이들을 위해서 어린이의 시각으로 쓴 책은 많지만 이 책은 그냥 아이들이 쓴 책이기 때문에 "어른의 눈으로 본 아이들이 시각으로" 쓴 정제된 책이 아니라, 그냥 아이들의 시각으로 쓴 책입니다.


   실제로 책을 읽어보면 정말 아이가 썼다는 느낌이 구구절절 느껴집니다. 그래서인가 어떤 부분에서는 아슬아슬한 느낌도 있고, 정말 개구쟁이라는 생각도 들면서 다양한 감정이 솟구치게 만드는 책입니다. 아빠의 마음으로 읽다 보면 흥미롭기도 하고 귀엽기도 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이런 건 우리 애가 보면 안 되겠는데 싶은 부분도 살짝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 아이들은 오히려 더 공감하며 즐겁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은 책입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자기 입장에서 자기 이야기를 쓰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양서나 추천도서라고 하는 아이들 책은 아무래도 교훈적이고 정제된 이야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들었으면 하는 어른들의 이야기가 교훈이라는 명목으로 실린 책이 많았던 것이 사실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출판사 입장에서는 결국 책을 고르고 사는 주체는 부모들이기 때문입니다. 부모들이 보기에 좋아 보이지 않으면 책을 팔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조금은 더 고민해 볼 부분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은 고사하고 아예 책 자체를 안 보는 추세이기 때문입니다. 이 책 속에도 어떻게 하면 엄마를 속이고 스마트폰으로 게임을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가 많이 등장하는 것처럼 본 투비 스마트폰 세대인 요즘 어린이에게는 책이라는 매체는 너무나 멀고도 낯선 것일 뿐입니다. 그러나 스마트폰으로 받아들이는 정보가 지나치게 즉흥적이고 학습에 보조 수단으로는 적합할지 모르나 사고력을 키우는 데는 크게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은 차분히 사고하고 정서적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는 방법은 아직도 책이 유효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이 범람하는 시대니 독서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지는 형국이 아닐까 합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책을 읽는 행위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숙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책에 익숙해지는 좋은 방법은 책을 읽는 행위가 즐겁고 재미있다는 경험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 간단한 결론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책이 너무 많다 보니 아이들은 책에서 더 멀어지게 됩니다.


   KONG 출판사의 [11살, 엄마를 속여라]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최적화된 책으로 보입니다. 아이들이 정말 책과 친해지고 독서를 즐겁게 경험하도록 해주고 싶다면 이 책이 큰 도움을 줄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책으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성을 최대한 반영한 어린이 책

   그렇다면 이 책이 도대체 뭐가 그리 특별해서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일까요? 내용적인 측면과 형식적인 측면을 동시에 충족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내용적인 측면은 어린이 책의 교훈적인 부분을 강조하지 않았다는 점, 진짜 어린이가 쓴 책이라는 점, 어린이의 시각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어린이들이 공감하기 좋은 내용이라는 점 등입니다.


   형식적으로는 어린이 책이고 글씨도 큼직하고 글자 수도 많지 않지만 판형이 큰 그림책과 달리 성인용 문고판 형식으로 되어 있다는 점, 짧은 이야기를 마치 카카오톡을 나누듯이 채팅창처럼 구성했다는 점, 중간중간 일기 형식의 글이 추가되어 있다는 점 등이 특징적입니다.


   제목부터 "엄마를 속여라"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장으로 주목을 끌고 있는데, 책을 골라서 구매하는 엄마들 입장에서 과연 관심을 끄는 제목이 된지, 회피하는 제목이 될지 저도 궁금합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내용적으로 엄마를 속이는 방법이 쓰여있는 것은 맞지만 그 속에 아이가 엄마를 바라보는 마음이나 생각이 많은 아이들의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내용적으로 개구쟁이 같은 아이들이지만 사실 착한 아이들이라는 것도 읽으면서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린이 책의 목적이 교훈보다 아이들이 책에 익숙해지고 편안해지는 것이라는 관점에서 이 책은 형식적으로 특히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들이 익숙한 카카오톡 채팅 형식으로 글이 이루어져 있고, 문장도 짧고 챕터당 내용도 짧아서 짧은 영상에 익숙한 아이들이 책이라는 개체를 쉽게 받아들이기 딱 좋은 구성입니다. 중간에 삽입된 일기도 아이들의 공감을 얻기 딱 좋은 내용입니다. 책의 말미에 엄마와 책을 읽을 어린이들, 책을 사주는 부모님들에게 보내는 편지도 솔직하고 감동적이라 너무 좋았습니다.


   책 읽기 싫어하는 아이들, 책이 너무 지루해서 공감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이 책 [11살, 엄마를 속여라]를 읽도록 도와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책이 생각보다 쉽게 읽히고 재미도 있다고 느끼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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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 - 앞으로 인류가 살아갈 가상 세계를 위한 새로운 경제 패러다임
자오궈둥.이환환.쉬위엔중 지음, 정주은 옮김, 김정이 감수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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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왜 다시 메타버스인가?


   코로나로 촉발된 언택트, 온택트의 시대에 작년 한해 최대 화두는 메타버스가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제는 누구나 메타버스를 언급할 정도로 익숙한 용어가 되었지만, 사실 메타버스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개념이 광범위하고 게임부터 SNS까지 실제로 폭넓게 이미 활용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심지어 메타버스가 유용하냐? 허구에 지나지 않으냐의 문제로 첨예한 대립이 일어나기도 했습니다. 항상 새로운 개념의 용어를 주창하면 그 반대 급부로 무용론이 등장하곤 하니 자연스러운 흐름이긴 합니다. 게다가 대체로 대중은 부정적인 주장에 더 관심을 보이고 공조하는 경향도 있다 보니 한동안 유행처럼 통용되다가 시큰둥해진 느낌도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왜 다시 메타버스일까요? 생각해 보면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어떠하건 간에, 우리의 미래 사회가 지금과 같을 수는 없으며 적어도 디지털 트랜스폼이 더 활발히 일어날 수밖에 없다는 것은 자명해 보입니다. 그러기에 메타버스가 어떤 용어인지 개념만 이해하는 수준에서 조금 더 나아갈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메타버스에 관련된 기존 대중서가 메타버스의 개념과 적용되는 기술, 이미 일부 적용되고 있는 분야의 사례 소개 등에서 그쳤다면 이 책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라>는 한 두어 발자국 정도 더 나간 내용을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도대체 메타버스가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며 일개 개인에 불과한 대중들이 뭘 할 수 있는지 남일처럼 여겨지는 시기에 생각해 볼 이슈를 던져준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한 책이 아닐까 판단됩니다.


   중국의 젊은 작가들이 공저한 이 책은 메타버스에 대한 기본적인 소개는 물론 메타버스에 익숙한 M 세대에 대한 언급, 메타버스의 촉발을 유발한 게임, 메타버스의 경제학적 분석, 현실 세계와의 연계와 관리 방안, 메타버스 인프라의 관점에서 초대륙에 대한 소개, 마지막으로 관련 히스토리 정리와 더불어 메타버스 활용방안에 대한 제언까지 포함하고 있습니다.



2. 경제분야에 특화된 메타버스 설명서

   이 책은 메타버스의 본질과 관련 분야에 대한 다양한 분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징적이고 차별화되는 분야는 단연 경제학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설명하는 부분이 아닐까 합니다. 이 책만의 존재 가치를 한 마디로 설명하라고 한다면 탁월한 경제학적 시각의 제시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경제라 하면 독자에게 어렵고 생소할 소지가 다분합니다. 이 책은 기존 경제 원칙과 대비해 달라지는 부분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 훨씬 생생하게 다가온다는 점이 강점입니다. 전통 경제학의 가장 기본 전제 조건은 경제활동을 위한 자원이 유한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서 가치가 결정되고 공급과 소비의 문제가 얽히게 됩니다. 또한 경제 주체가 이성적으로 행동한다는 전제 역시 중요합니다.


   이 책은 메타버스 내 경제에서 주체가 되는 아바타가 이성적이기보다는 경험을 중시한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아바타는 죽음의 위험이나 삶이 일회성이라는 한계를 뛰어넘기 때문에 '한 번 경험해 보고 아니면 말고'가 가능하다 보니 일단 경험하는 쪽으로 결정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반복하는 온라인 게임을 생각하면 너무 당연한 양상입니다.


   또한 디지털 세계에서 자원이란 유한하기보다는 오히려 무한한 쪽에 가깝습니다. 필요한 자원을 끊임없이 생성하고 유통할 수도 있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면 불법 복제의 문제도 방지할 수 있어 자원의 공급자 입장에서도 수익이 보장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이런 환경이다 보니 노동 자체로 가치가 결정되기보다는 구성원들 간의 인정이라는 요소가 가치를 결정하게 됩니다. 거래를 위한 시장 형성 비용도 줄고 거래 자체의 비용도 거의 들지 않습니다. 이런 디지털 세계 내 경제학적 특성이 잘 설명되어 있어 이해를 돕습니다.


   책에서는 메타버스 경제의 4요소를 정리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창조, 디지털 자산, 디지털 시장, 디지털 화폐의 4가지 요소를 소개하고 각각의 세부적인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어 경제적 시각으로 메타버스를 살펴보는 중요한 틀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어느 시대, 어느 환경에서나 항상 문제는 돈입니다. 인간을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 돈 문제임을 감안하면 새로운 패러다임의 출발점에서부터 돈 문제를 유발하는 요소와 특성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3. 메타버스 우리는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메타버스라는 용어가 회자되고 있지만 일반 대중에게는 무척 추상적인 개념일 수밖에 없습니다. 익숙해진다는 것과 내가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메타버스의 세계가 열린다고 각 개인이 그 주체가 될 수 있는가는 의문의 영역에 있습니다. 메타버스는 사실 굉장히 광범위하고 거대한 흐름이기 때문에 개인에게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로 비칠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무용론, 허구론이 대두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중요한 것은 메타버스를 이해하던 무시하던 메타버스라는 용어로 통칭되는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세상은 생각보다 빠르게 다가올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외면하기보다는 새로운 개념과 그에 따른 변화를 최대한 따라가려고 노력하는 자세가 중요합니다. 이해하고 파생분야까지 알고 있는 것은 반드시 필요합니다.


   저자는 메타버스의 큰 덩치를 감안해서 메타버스를 선점하는 것은 메타버스를 형성하는 기반 시설인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데이터와 애플리케이션 등을 모두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플랫폼을 초대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습니다. 결국 메타버스를 선점한다는 것은 거대 기업이나 국가, 또는 컨소시움 등이 전체적인 플랫폼을 얼마나 잘 제공되느냐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초대륙의 성공 여부에서 관건은 플랫폼 참여자가 쉽고 단순하게 활용할 수 있는 툴을 제공하고 범용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해 주느냐의 문제에 달려 있습니다. 결국 규모에 있어서 거대 공룡들의 각축장이 될 것임을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흐름에서 개인이 끼어들 공간은 사실상 없어 보입니다. 메타버스가 뜬구름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개인이 좌우할 수 있는 범위를 까마득히 넘어서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나 드넓은 메타버스 세계에서 메타버스를 움직이고 발전시키고 변화시키는 주체는 결국 참여하는 개개인입니다.


   결국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본 메타버스의 문제에서 독자인 우리가 준비할 수 있는 것은 디지털 신세계 메타버스를 선점하는 플랫폼을 잘 살펴보고 빠르게 선택해 올라타는 안목일 것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올라탄 메타버스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구성원의 인정을 통해 경제적 부를 누리는 데까지 가면 더없이 좋은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메타버스에 대해 막연한 개념만 가지고 있던 분들이나 메타버스 시대에 기회를 얻을 수 있는 분야에 대한 시각과 통찰이 필요한 독자가 계시다면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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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 소중한 내 인생과 관계를 위한 말하기 심리학
황시투안 지음, 정영재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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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을 잘하는 것도 능력이다.


살다 보면 주변에서 말을 정말 유창하게 잘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나게 됩니다. 그런가 하면 뭔가 자신감이 없어 우물쭈물하면서 말하거나 같은 말이라도 듣는 사람의 신경을 건드리고 불편하게 만드는 방식으로 말을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학창 시절 수업 시간에 발표를 하려고 하면 땀이 줄줄 흐르고 온몸이 긴장되어 제대로 말을 못 한 경험이 떠오릅니다. 그때는 뭐가 그리 두려웠는지 자신감 없이 벌벌 떨고 얼굴이 붉어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나이가 들면서 말하는 것도 조금은 나아진 것 같습니다. 이런 변화는 개인적으로 나이가 들어 뻔뻔해졌기 때문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의 저자 황시투안은 말을 잘하는 것이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능력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니 반복학습하거나 모방하거나 책을 읽는 등의 행위를 통해 학습이 되고 개발될 수 있는 영역이라는 것입니다.


"말을 얼마나 잘 하는지는 성격과 전혀 상관없다. 천성이 강직한 사람 중에도 대화에 능통한 달인들이 많다. 말을 할 줄 아는 것은 하나의 능력이다. 그리고 능력은 학습을 통해 충분히 향상될 수 있다."


성격이 활달하고 좋은데 말은 듣기 싫게 하는 사람을 종종 만났던 경험에 비추면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주장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우리가 말을 잘하는 것과 성격을 연결하게 되는 큰 이유가 말이 심리학적인 문제와 연관이 깊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심리학자이자 심리상담가인 자신의 직업적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심리학과 연계한 말하기 방법론을 정리해 책으로 출간한 것입니다.


이 책의 기본 기조처럼 말을 잘하는 것이 심리학적 접근으로 차근차근 정리하고 연습하면 충분히 좋아지는 능력이라면 이 책의 유용성은 더욱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저자의 풍부한 상담 경험에 기초한 다양한 방법론을 읽다 보면 나의 말 하기 능력을 향상시킬 방법이나 방향성에 대한 아이디어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능력은 개발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이니 말입니다.



2. 말투를 공부하다 인생을 배우는 이유


말투에 대해 고찰하고 말하는 방식을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자연스레 '나의 말 하는 방식'에 대해 살펴보게 됩니다. 한 인간이 말하는 방식, 말투는 당연히 그 사람이 자라온 환경과 학습 수준, 경험의 차이 등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대체로 좋은 말투와 나쁜 말투가 확연히 구별되기는 하지만, '왜 저렇게 말하는가?'의 문제는 개개인의 특성의 영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말투에서 시작된 고민은 내가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고찰로 이어지게 됩니다. 내가 하는 말투는 나의 내면을 드러내고 나의 상태를 표현하는 하나의 그릇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나의 말투를 바꾸는 공부를 하는 것은 자연스레 자신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는 시도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말이 씨가 된다"라는 말도 있습니다. 이는 내가 뱉은 말이 나를 구속해 내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경우입니다. 이 책의 2장 챕터 제목이 <내가 뱉은 말이 내 인생을 구속한다>입니다. 책의 주제와 잘 어울리는 소제목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내가 긍정적인 말을 내뱉으면 내 인생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그런데 긍정적인 말을 뱉으려면 나의 내면이 긍정적이어야 합니다. 선문답 같은 이야기지만 결국 내면이건 말투 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돌려놔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부정의 고리를 끊지 않으면 발전이 없다는 차원에서 볼 때 표면으로 드러나는 말투를 바꿔 보는 것이 더 효과적이고 빠른 변화를 기대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이 책은 매우 유용합니다. 챕터마다 소개되는 예시를 통해 말하는 방식과 메커니즘에 대해 다양하게 배울 수 있습니다. 다소 과장되어 보이거나 극단적으로 느껴지는 부분이 있지만 그럼에도 저자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관점에서는 적절하고 와닿습니다.


더 좋은 것은 말투에서 시작된 나에 대한 관찰과 공부는 자연스레 타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는 점입니다. 이런 식으로 인식의 범위를 넓혀 나가면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이 넓어지고 타인과의 관계도 잘 맺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까지 발전시켜 주는 시작점이 말투를 긍정적이고 바람직하게 바꾸는 것입니다. 이 책에 담긴 인생의 지혜를 읽어나가다 보면 분명 인생을 대하는 의미도 조금은 달라지리라 생각합니다.



3. 말하는 방법을 책으로 배워야 하는 이유


이런 유의 책을 읽다 보면 항상 만나는 반응이 있습니다. 어차피 읽어도 바뀌는 것도 없는데 뭐 하러 시간 들여가며 읽느냐? 좋은 말이지만 막상 해보면 하나도 안되더라. 결국 사람들의 결핍을 이용해 저자나 출판사만 돈을 버는 구조가 아니냐? 등의 이야기 들입니다. 흔한 자기 계발서 무용론의 반응 중 일부입니다.


저도 유사한 책들을 많이 읽었지만 저의 말이 눈에 띄게 좋아졌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뭘 해야 하는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어떤 태도로 말을 해야 하는지, 어떻게 말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등에 대한 기준은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습니다. 몸으로 부딪히면서 배우고 본능적으로 말솜씨를 가다듬는 방법도 매우 유용하고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러나 같은 노력을 들인다고 가정할 때 전문가들의 조언과 노하우가 담긴 이런 책을 꾸준히 읽어나가는 일을 병행한다면 장기적으로 훨씬 더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인생의 변화는 말 하는 습관을 바꾸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말을 잘하면 평생 득을 보고, 그렇지 않으면 가는 곳마다 벽에 부딪힐 것이다."


말하는 습관을 그냥 바꾸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관련 주제로 정제된 좋은 양서를 통해 지향점을 배우고, 구체적인 방법을 익히는 편이 훨씬 바람직합니다. 여정을 떠날 때 시작점과 목표지점을 정확히 알고 여행의 수단까지 안다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습니다. 평생 득을 보는 말하는 습관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책을 통해 점검해 보는 일은 상당히 의미가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련된 언어의 기술들로 자신과 타인에게 도움을 주고 더 나아가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같은 일을 하더라도 잘 정제되고 세련된 언어는 타인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힘을 북돋아줄 수 있습니다. 도움을 줄 때도 상대가 기분 나쁘지 않게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이 책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개개인의 노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사실 세상을 아름답게 변화시킬 거라는 믿음조차 말을 긍정적으로 하려는 노력에서 시작해 사고방식과 태도를 긍정적으로 바꾸는 노력의 결과로 빚어낸 긍정적인 믿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되는 것도 없고 미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일수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늘 어렵고 힘든 상황 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낙심하지 않고 말하는 것 하나부터 먼저 바꿔보고자 하는 분이 있다면 미디어숲에서 출간된 신간 <인생의 변화는 말투에서 시작된다>를 읽어보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적어도 긍정적인 변화의 시작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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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의 인사 ㅣ 폴앤니나 소설 시리즈 8
김서령 지음 / 폴앤니나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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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산뜻하면서도 깊은 맛이 있는 최고의 소설

 

제주도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여행 전에 장 해독, 간과 담낭 담석 청소(플러싱) 프로그램을 했습니다. 채식 위주의 식사로 몸이 가벼워지고 특히 음식을 먹을 때 재료 본연의 맛이 느껴지는 것이 큰 소득이었습니다. 맨밥에 알배추만 찍어 먹어도 너무 맛있다는 느낌, 순한 맛이 깔끔하고 오히려 깊다는 느낌을 되찾아 먹는 행복이 커졌습니다.

 

이런 와중에 제주 여행을 다니면서 맛집을 검색하고 방문하면서 느낀 것이 있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찾고 좋아하는 맛집은 맛이 정말 강렬하다 것, 참기 힘들 정도로 간이 세고 자극적입니다. 개인적으론 두 번 다시 오고 싶지 않다는 감상과 함께 음식점 리뷰를 써서 비추라고 하고 싶을 지경이었습니다.

 

음식의 본질은 무엇일까요? 재료 본연의 맛...이라고 해도 요즈음 트렌드에는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맛집의 조건 중 최상위를 차지하는 건 '인스타그램 사진이 얼마나 이쁘게 잘 나오는가?'인 모양입니다. 너도나도 맛집을 찾아 사진을 올리고 자랑합니다. SNS 유저들은 그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맛있겠다고 감탄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SNS의 시대에 모양은 공유해도 맛 자체를 공유할 순 없으니 보이는 것이 중요한 세상입니다.

 

거두절미하고 김서령 작가의 경장편 소설 <수정의 인사>는 근래 만난 소설 중 단연코 최고입니다. 음식뿐 아니라 근래 웹소설, 웹툰, 넷플릭스 드라마 등 전반적으로 강렬한 장르 위주로 보고 읽고 있는데, 매우 자극적이었습니다. 솔직히 말로 표현하기 힘든 갈증이 꽤나 컸습니다. '이런 거 밖에 없을까?' 정도의 감상이 남는 재미랄까... 재미있고 강렬하고 좋은데 뭔가 아쉽습니다. 채워지지 않는다는 느낌이 계속 있었습니다.

 

<수정의 인사>는 저의 이런 갈증의 근원이 무엇이었는지 알게 해준 작품입니다. 슴슴하지만 깊은 맛이 살아있는 소설입니다. 재료와 조리법, 플레이팅의 조화가 완벽해 여러 번 놀라는 소설이었습니다. 심지어 분량도 짧아서 산듯하고 깔끔하지만 끝까지 깊은 그런 웰메이드 작품입니다.

 

 

 

2. 무엇이 웰메이드인가?

 

이 소설의 특장점은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습니다. 가장 직접적으로 와닿았던 부분은 독백체, 서간체 느낌이 환상적이라는 점입니다. 사실 스타일은 전혀 다르지만 미야모토 테루의 <환상의 빛>이 떠오르는 작품이었습니다. <환상의 빛>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서간체 문학의 백미와 같은 작품입니다. <수정의 인사>도 독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느낌의 동화 같은 독백체가 매우 매력적입니다. 문체는 무척 발랄하고 통통 튀는데 독자는 쓸쓸하면서도 처연하게 느끼게 만드는 기교는 가히 환상적입니다.

 

또 하나 큰 장점은 겉과 속이 다른 겉촉속독 같은 반전 매력에 있습니다. 소설을 이끌어가는 형식은 촉촉한데 이야기 속을 들여다보면 소름 끼치게 잔인하고 냉정한 인간 세상의 면모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겉은 촉촉, 속은 매우 독한 그런 소설입니다. 마치 신나고 빠른 멜로디에 잔인하고 슬픈 이별 가사가 흘러나오는 90년대 댄스음악 같은 느낌입니다.

 

최근 주로 만나는 영화, 드라마, 애니, 웹툰 등에서 드러나는 미덕은 익숙함, 클리셰 덩어리에 약간의 참신함의 가미인 것 같습니다. 뻔한 듯 하지만 약간의 새로움만 있으면 성공 보장인 경우가 많습니다. 현대인들에게 전통적인 의미의 소설이란 부담일 수 있습니다. 사는 게 골치 아픈데 소설 읽으면서 머리를 써가며 감정을 소비하는 것이 부담이 될 수 있죠. 늘 읽던 그 패턴과 익숙함으로 쭉쭉 읽히면 좋습니다. 그렇다고 같은 소설을 반복해서 읽을 순 없으니 내가 편한 한도 내에서 약간의 신선함을 추가해 주면 최고입니다. 그런 느낌 때문에 수십만 명이 읽으며 대 성업을 이어가는 웹소설의 제목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하고 유치합니다.

 

물론 웹소설 시장이 워낙 커지면서 오리지널리티를 가진 작품들도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양상이 변하고 있기는 합니다. 흥미로운 변화입니다. <수정의 인사>는 그런 익숙함에서 오는 재미와 결이 다른 소설입니다. 근래에 만나기 힘든 소설 본질의 재미를 잘 살린 작품이라는 점이 크게 와닿습니다. 읽어봐야 알 수 있습니다.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3. 피해자와 가해자, 인권 대 인권

 

<수정의 인사>에서 이수정 대리는 터무니없는 범죄의 피해자가 됩니다. 그리고 그와 가까웠던 지인들과 가족들은 큰 고통을 겪습니다. 피해자의 아픔과 고통을 어루만지고 위로해 주어야 할 것 같은 마음이 들지만 현실 세계는 의외로 그렇지 않습니다. 가해자가 일방적인 범죄가가 되는 것이 아니라 그럴만해서 그랬을 것이라는 억측이 난무합니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얽혀서, 단순한 악의가 겹쳐서 의도와 진실이 오염됩니다.

 

이 소설은 피해자와 가해자의 일상적이지만 이상적이지 않은 양상을 매우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서로 상반된 입장과 감정 대립, 법의 비상식적 판단 등이 전개되면서 내가 저 사람 입장이었다면? 내가 시장통의 저 상인이었다면? 하는 상상을 해가며 읽었습니다. 드러난 결과는 매우 비상식적이었지만, 그 개개인의 입장으로 들어가 보면 저렇게 말하고 행동할 수는 있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모든 인간은 각자의 입장과 태도와 처지가 있기 마련이고 이런 욕망들이 부딪히면 배가 산으로 가는 엉뚱한 결론에 이르기 쉽습니다. 이 소설 말미의 판결문이 바로 그런 아이러니한 상황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작 최대의 피해자인 당사자는 이 상황을 담담하면서도 처연하게 관조합니다. 마치 남의 일처럼 메마른 감정으로 관찰합니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입장이 되어버린 상태입니다. 어디에도 관여할 수 없다 보니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역설적으로 더 부각해서 드러내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주제 의식 차원에서 매우 영리한 설정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끝내 전하지 못한 수정의 인사는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가해자의 논리를 피해자 가족도 누리기를 바라는 이수정 대리의 마지막 배려입니다. 배려하는 자는 끝까지 배려하며 피해를 보고, 자기만 생각하는 자는 끝까지 자기 논리로 피해를 최소화하며 인간의 도리조차 다 하지 않습니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그런 인간들은 머리가 나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타인의 입장과 감정을 살피는 일은 생각보다 고도의 지능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고 합니다.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지능이 떨어져 타인의 입장까지 생각할 능력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하는 결론이 신선합니다. 저는 좀 똑똑한 사람으로 살고 싶습니다. 그래서 적어도 남에게 피해는 안 주려고 노력하는 정도의 눈치는 있는 인간이고 싶습니다.

 

<수정의 인사>는 자극적이고 클리셰 가득한 소설에 너무 익숙해진 분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소설의 또 다른 재미와 함께 뜻하지 않은 위로와 감정의 정화를 경험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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