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백만장자 (골드 리커버 에디션) - 푼돈이 모여 어마어마한 재산이 되는 생생한 비법
토머스 J. 스탠리.윌리엄 D. 댄코 지음, 홍정희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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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1. 백만장자를 찾아라. 데이터에 근거한 백만장자 특징 찾기

통계학 분야의 세계적 석학 한스 로슬링은 그의 저서 <팩트풀니스>에서 주관적 '느낌'을 객관적 '사실'로 오인하고 현실보다 더 비관적으로 평가하는 인간의 비합리적 본능에 대해 명확한 데이터와 통계로 증명한 바 있습니다. 저도 이 책을 통해 팩트에 근거하지 않은 막연한 생각을 사실이라고 착각하고 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납니다.


우리가 가진 부자, 백만장자에 대한 인식 역시 팩트에 근거한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습니다. 여러 매체를 통해 가지고 있던 선입관이 작용한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부자들은 당연히 비싼 차를 타고 호화로운 저택에 거주하며 화려한 소비생활을 할 것이라고 당연하게 생각하곤 합니다. 소비 권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자들은 '돈이 많으니 그만큼 많이 쓸 것'이란 단순한 발상이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입니다.


<이웃집 백만장자>는 지금으로부터 약 25년 전에 쓰인 고전으로 우리 주위에 존재하는 진짜 부자들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 주는 책입니다. 이 책의 저자 토마스 J. 스탠리와 윌리엄 D. 댄코는 20여 년간 1만 2천 명이라는 굉장한 숫자의 사람들을 조사해 백만장자의 특징에 대해 알아내려 노력하였습니다.


이들이 조사한 데이터에서 도출한 결론에 의하면 자수성가한 부자들 다수가 남들에게 있어 보이는 것보다 실속을 추구하고 적게 소유하며 적게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모집단이 풍부한 만큼 데이터에 근거한 통계적 자료의 도출이 유리하고, 잘못된 판단이나 지나친 해석을 할 가능성도 낮아집니다. 그만큼 결과에 대한 신뢰가 높아집니다. 그러므로 그동안 막연하게 가지고 있던 부자에 대한 생각은 편견이거나 적어도 정확하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데이터 속에 드러나는 백만장자의 통계적 특성을 파악하고 정리했을 뿐 아니라 출간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도 보완하여 새롭게 개정판으로 출간된 책입니다. 책에 의하면 출간 당시 정리했던 진짜 부자와 '소비를 많이 하는' 부자 같은 사람들의 특성 차가 최근에 더 크게 두드러져 보인다고 합니다. 백만장자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뿐 아니라 시대적인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책이라 볼 수 있습니다.



2. 진짜 부자와 가짜 부자 : 가난해 보이는 백만장자와 부유해 보이는 가짜 부자


이 책은 다양한 조사를 통해 자수성가한 백만장자들의 다수가 소비를 추구하지 않고 근검절약하며 남들에게 보이는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합니다. 대체로 체면 보다 실속을 중시하는 실용주의적 라이프스타일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의식하지 않아도 다양하게 소비를 권하는 하이퍼 자본주의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비력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소비를 하지 않을 수 있는 이들의 능력은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이런 백만장자들의 태도에서 성공요소를 "절제력"을 뽑는 것은 당연한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주위에 종종 보이는 화려한 소비를 지향하고 이를 끊임없이 자랑하는 사람들은 대관절 누구란 말일까요? 통계에 따르면 수입이 많다고 해도 부유한 소비습관과 보여주기식 소비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실제로 자산이 거의 없는 가난한 사람들일 가능성이 높다고 합니다. 당장 수입이 많아 소비여력이 높지만 그 수입이 끊기면 곧바로 빈곤층이 될 수밖에 없는 자산이 없는 사람들이라는 지적입니다. 이들은 SNS를 통해 소비력을 자랑하며 만족감을 누리지만 정작 자산을 축적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저자는 우리가 가끔 만나게 되는 부자들의 화려한 모습은 실제 부자의 모습이 아니라 부자 놀이를 하는 무늬만 부자들의 모습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합니다. 검소한 생활을 하는 다수의 진짜 부자와 달리 수입은 높으나 탈탈 쓰느라 자산이 없는 속빈 강정 같은 존재라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부자로 보이고 싶은 사람들은 '무엇을 살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반면 진짜 부자들은 '어떻게 모을까?'를 고민하는 사람들입니다. 책에 따르면 부자들은 우리가 돈을 어떻게 쓸지 고민하는 시간의 2배 이상을 어떻게 돈을 모을지에 투자한다고 합니다. 역시 무슨 일이건 방향성을 정하는 일이 핵심인가 봅니다.


책에서는 이런 관점에서 서로 다른 두 집단을 PAW와 UAW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저는 상당히 생소한 표현이었습니다. PAW는 Prodigious Accumulator of Wealth의 약자로 재산 축적 정도가 상위 25% 이내에 드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UAW는 그 반대 의미로 Under Accumulator of Wealth의 약자입니다. 이들은 재산 축적에 있어 하위 25%에 들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수입이 적다기 보다 수입을 거의 다 써버린다는 뜻입니다.


저자는 두 집단에 속한 사람들이 완전히 다른 욕구를 지니고 있음을 강조합니다. PAW들은 무언가를 성취하고, 부를 창조해 내며, 재정적으로 독립하기를 원한다고 합니다. 반면 UAW들은 대개의 경우 상류층 생활 방식을 과시하고 싶어 합니다. 이런 결과를 다양한 도표와 결과 데이터를 제시하면서 검증합니다. 두 가지 태도를 잘 살펴보면 부자가 되기 위해 취해야 할 태도와 버려야 할 태도가 기준이 잡히는데 이 책이 주는 가장 귀한 교훈 중 하나가 아닐까 싶습니다.



3. 그래서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잘 알려진 이야기지만 부자의 기준은 얼마나 노동 활동을 하지 않고도 무리 없이 먹고 살수 있는가의 여부를 가지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수익활동을 하지 않아도 본인이 가진 자산이 스스로 일을 해서 자산이 오히려 늘어난다면 영속적인 부자라고 할 수 있겠지요. 딱히 자생적으로 부를 늘리는 시스템이 아니라 단순 예금자산 등이라 한다면 그 자산을 모두 소비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지금 가진 자산으로 5년을 일하지 않아도 된다고 가정하면 그 사람은 5년짜리 부자인 것이지요.


독자들은 이 책에 등장하는 백만장자들의 멘탈과 원칙, 노하우를 통해 부자가 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를 얼마나 실천하고 행동하느냐 여부에 따라 도움을 받을 수도 인생의 변곡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기본을 무시한 팁 같은 것이 있을 수는 없지만 성공자는 자신의 성공 방법을 대체로 나누고 도움을 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할 수만 있다면 실천을 통해 부자에 한걸음 다가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좀 더 정제된 내용을 고르자면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백만장자들의 7가지 공통점을 뽑을 수 있겠습니다.


[백만장자들의 7가지 공통점]


1. 소비는 적게, 나머지는 모두 투자하는 습관을 갖고 있다.

2. 시간, 돈,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배분한다.

3. 사회적 지위보다 경제적 독립을 중요시한다.

4. 부모의 도움 없이 부를 축적, 이를 자녀 교육에도 적용한다.

5. 가족들에게 경제적 자립을 유도한다.

6. 새로운 시장 기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공략한다.

7. 자영업이나 전문직에 종사한다.


위의 7가지 공통점을 보면 그리 새롭거나 특이한 비법으로 보이는 항목은 없습니다. 그러나 하나하나가 긍정적이고 좋은 습관이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여기의 저자가 언급하는 독립, 소유, 소비, 예산의 법칙 등을 잘 살피고 내 것으로 만든다면 최소한 부자가 되는 길목에 들어서게 되는 길이라 생각됩니다. 결국 백만장자도 한푼두푼 푼돈을 소중히 여기고 소비를 자제하면서 조금씩 모아나가는 일에서 출발해 어마어마한 재산을 축적하는 일이라는 매우 일반적인 교훈으로 마무리되는 책입니다.


자본주의의 맛에 흠뻑 취해 소비를 자제하기 어려운 독자들이 계신다면 이 책에서 보여주는 수많은 통계 자료와 도표를 참고해 아끼고 모으는 습관을 기르도록 결심하는데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책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꼭 한번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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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 - 안전거리와 디테일이 행복한 삶의 열쇠다
장샤오헝 지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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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누구나 익숙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중요성

정신과 의사이자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인 문요한씨는 그의 저서 "관계를 읽는 시간"에서 인간관계와 자아의 균형을 조절해 주는 핵심으로 "바운더리"이론을 주장한 바 있습니다. 이 바운더리라는 것은 생활어 "나와바리"라고 하면 더 잘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운더리는 서로 침해하면 안 되는 개인 고유의 공간을 의미합니다. 이런 바운더리는 비단 물리적 거리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아우르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 바운더리의 의미와 가장 잘 통하는 것이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의 AT 필드 이론입니다. "관계를 읽는 시간" 책 리뷰에서 설명했던 부분을 다시 언급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나무위키의 설명에 따르면 위 장면에서 나기사 카오루는 AT 필드에 대해 "어떤 사람에게도 범해 지지 않는 성스러운 영역, 마음의 빛. (중략) AT 필드는 누구나가 가지고 있는 마음의 벽이라는 것을"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즉, '나를 나로 있게 해 주는 힘'이자 '인에 대한 공포'혹은 '타인에게서 거리를 유지하려는 본능'에서 나오는 힘이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바운더리가 서로를 유지하게 해주는 범위의 개념이라면 이 책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에서 저자가 주장하는 "선"이란 이 바운더리의 경계지점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넘어가면 문제가 발생하는 서로 간의 경계선을 의미합니다. 넘지 않으면 트러블이 생기지 않고 자신을 지키며 그것이 결국 성공의 방법이라는 합리적인 주장입니다. 저자 장샤오헝은 책을 통해 선을 넘지 않고 적정선을 유지하는 방법에 대한 다양한 꿀팁을 전하고 있습니다.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선을 넘지 않는 방법이라기보다는 선을 넘지 않기 위한 바른 태도에 대한 조언이 뻬곡히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2년이 넘은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자연히 학습된 사회적 거리의 개념이 이 책을 이해하는데 굉장한 도움이 된 것이 틀림없어 보입니다. 이제 "거리 두기"가 어떤 의미인지 모르는 분이 거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물리적 거리 두기가 익숙하면 심리적, 관계적 거리 두기 역시 개념화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됩니다.



2. 선을 넘지 말아야 할 가장 중요한 곳, 직장 생활의 비결


이 책의 제목이 <선을 넘지 않는 사람이 성공한다>이니 만큼 선을 잘 지키는 법을 알고 실천했을 때 사회적 성공에 이른다는 주장이 펼쳐질 텐데, 이런 취지를 가장 잘 살리는 분야가 바로 직장 생활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의 창업주들과 인터뷰를 하고많은 대기업에서 직원 대상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진행한 저자의 경력을 감안하면 이 책의 주요 파트에 직장 생활에 관련된 문제에 주목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통상 심리학의 범주에 들어가는 선 지키기와 같은 테마는 인간관계나 자기 존중감 등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조금 더 실용적으로 접근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심리문제보다는 사회적 태도와 입장에 방점이 찍히고 있고, 중국인이 중국 사회의 문제를 다루고 있어 동양적 예의범절에 입각한 사상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사회성 좋은 사람들은 어떻게 선을 잘 지키는지, 친구와 지인 관계에서 안전거리를 어떻게 지켜낼 수 있는지를 설명합니다. 이를 지나면 직장 생활에서 선 긋기와 선 지키는 법에 대한 다양한 조언이 쏟아집니다. 다양한 교육과 상담을 통해 직장 생활 부분에서 좀 더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여겼던지 별도의 챕터로 직장 상사와의 거리 지키기에 대한 내용을 추가 설명해 줍니다. 이 때문인지 이 책을 읽다 보면 효과적인 직장 생활 백서 같은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단순히 이론적인 조언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놀라울 정도로 다양한 실제 사례가 등장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저에게 익숙하지는 않았지만 중국 영화 속 주요 장면 인물관계라든가, 유명인은 물론 일반 직장인들의 사례가 중점적으로 나옵니다. 직장 생활을 해본 독자라면 어느 부분이라도 마치 자신의 상황인 것처럼 여겨질 만한 사례가 등장할 확률이 높습니다. 그러므로 실제로 직장 생활에 적용해 볼 만한 조언이 알차게 소개되어 실용적입니다.



3. 선을 지키는 삶은 내 영역을 지키는 조화로운 삶의 비결

흔히 실생활 속에서 "선 넘지 말라!"라는 말을 종종 합니다. 농담을 주고받는 상황에서 유행어처럼 하게 되는 말이지만 이게 실제 상황이 되면 자못 심각해집니다. 내가 선을 넘어도 문제, 남이 나의 선을 넘어와도 문제입니다. 직장 상사거나 위계관계라 피하기 어려운 경우는 예외입니다만, 어차피 선을 넘는 사람은 사회생활에서 성공하기 어렵고 스스로 자멸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내가 선을 넘어가 자멸하는 사람이 되면 안 되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선을 넘지 않는 합리적인 판단과 행동을 통해 사회생활은 물론 자신의 삶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조언합니다. 이는 겸손한 태도에 기반합니다. 결국 선을 지키는 삶의 태도를 배우고 적용할 때, 원만한 인간관계를 맺을 수 있고, 친구와의 소중한 우정을 오래 지킬 수 있습니다. 직장에서 갈등을 지혜롭게 피할 수 있게 되고, 분수를 잘 지키며 평화롭고 조화롭게 사는 법을 깨닫게 됩니다. 이런 네 가지 영역에서만 지혜로운 태도만 터득해도 인생이 잘 풀릴 것입니다.


선을 지키는 삶이라는 표현은 요즘 같은 시대에 어색한 주장일 수 있습니다. 자기를 사랑하고 자존감을 높이며 적극적이고 주체적으로 하고 싶은 대로 하라는 조언이 더 익숙한 시대입니다. 사람은 마음먹은 대로 이루어지니 강한 열망을 가지고 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밀고 나가라는 주장이 많습니다. 자기만의 길을 꺾이지 않고 걸어갈 때 남다른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주문이 넘치는 시대입니다. 능력과 개성이 중요한 시대입니다. 하지만 조금만 달리 생각하면 분수를 알고 겸손하고 조화로운 태도를 배우고 행하는 것은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습니다.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 필요한 마음의 태도와 자세, 언어의 기술 등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으신 분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이 책에 소개되는 다양한 사례와 조언을 통해 스스로의 마음가짐과 인간관계의 비결에 대한 실제적인 깨달음을 얻으실 수 있을 듯합니다. 조금도 손해 보지 않는 태도가 지혜라는 듯 행동하는 소위 MZ 세대 분들에게도 약간은 다르게 접근할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해 줄 수 있을 듯합니다. 뭐든 지나친 것은 좋지 않습니다. 자기를 위한 행동도 내가 속한 공동체를 위해 조금은 양보하는 자세 안에서 이루어진다면 누구도 피해 볼 일이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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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 가족 ㅣ 한국추리문학선 12
양시명 지음 / 책과나무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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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가족과 나, 그 미묘하고 아슬아슬한 지점


양수련 작가의 [리아 가족]은 가족이라는 틀안에서 운명처럼 얽힌 가족 구성원들의 처절한 생존기를 다룬 소설입니다. 리아라는 한 여성을 시작으로 가혹할 정도의 불운으로 이어진 가족 구성원들의 이야기를 이어나갑니다. 리아라는 여성이 겪은 악랄한 사건으로 인해 촉발된 리아 가족의 가족사는 사뭇 암울하고 저럴 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극적입니다.


인간의 선입관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공고합니다. 가족이라면 무릇 이러해야 한다는 사회적 관념, "사회성 때문에 인간이라면 누구나 속하는 기본단위" 따위의 정의가 그렇습니다. 이미 가족 제도가 해체 일로를 걷고 있고 핵가족, 1인 가족을 넘어 유사가족도 등장한지 오래입니다. [리아 가족]에 등장하는 구성원들의 모습을 감안하면 엉망진창 콩가루 집안 같아 보입니다. 그럼에도 가족 구성원들은 하나같이 전통적 가족의 개념을 지향하거나 동경하고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소설은 시간의 흐름대로 3대에 이르는 가족사를 조망합니다. 첫 세대는 17살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는 임신을 하고 아이 둘을 버려야 했던 비련의 여인 리아, 그 리아를 무조건적으로 사랑하지만 자신을 거부하는 아내 곁을 떠나지 못하는 남편 문형사입니다. 이 둘의 관계도 상식적으로 정상은 아닙니다. 2대는 버려졌던 두 아이 즉, 제대로 된 가정을 누려보지 못해 정상적인 삶을 살아내지 못하는 아들 조와 엄마를 위해 범인을 잡아 심판하려 했다가 충격적인 사실을 접하고 해서는 안 되는 일을 저지른 후 메인 삶을 사는 딸 란입니다. 3대는 조의 연인이라며 리아네를 찾아온 아리와 그 아들 단비입니다.


이들 3대의 구성원은 하나같이 안정감이 없고, 자리를 잡지 못합니다. 가족으로 엮여 있고, 끈끈한 가족 관계임을 인식하고 있지만 실제 드러나는 삶의 모양새는 그리 끈끈하지도 행복하지도 못합니다. 그리하여 서로를 갈망하고 애정하지만 건강해보이지는 않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드러나는 다양한 인간 군상의 양상을 통해 "가족과 나"의 관계라는 미묘하고도 애매한 문제를 고민하게 됩니다. 아마도 독자는 매 챕터마다 등장하는 인물의 독특한 모습을 대할 때마다 스스로나 주변 누군가의 모습을 오버랩해 떠올릴 것 같습니다. 그렇기에 이 소설이 흥미 위주로 후루룩 읽히기 어려운 것입니다.




2. 독특한 시도를 만나는 재미


[리아 가족]은 내용적으로나 구조적으로 굉장히 흥미롭고 새로운 소설입니다. 전체를 관통하는 메인 스토리는 매우 단순하고 특별할 게 없지만 등장인물들을 개별화해 바라보면 상당히 풍성하고 복합적인 매력이 넘치는 스토리로 재조합되어 다가옵니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이 작가가 등장인물 하나하나를 대하는 애정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런 애정을 기반으로 독특한 스토리 전개 방식 역시 가능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이 소설은 구조적으로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가 다수여서 "집단 고백 체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첫 챕터를 리아의 서술로 시작합니다. 화자는 상대방에게 자신의 입장이나 속마음을 고백하는 느낌으로 서술을 하고 있는데 이런 서술 태도가 묘한 매력이 있습니다. 뭔가 타인의 비밀을 엿듣는 느낌이 나기 때문에 호기심도 자극되고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후 챕터가 바뀔 때마다 다른 등장인물이 교차로 등판하면서 각자의 속 사정과 입장을 고백하게 됩니다. 이런 방식으로 가족 구성원들에게 일어나는 일의 일부 또는 전말을 알게 되기도 하고 반전이 드러나기도 합니다.


구조적으로 이런 방식의 전개는 장단점이 명확한데, 소설의 분량에 비해 훨씬 풍부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툼이 일어날 때 흔히 양쪽 입장을 다 들어봐야 잘잘못을 가릴 수 있듯이 서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의 속마음을 차례로 들어볼 수 있기 때문에 다각적으로 사건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이는 소설을 폭넓게 이해하기 좋습니다. 결과적으로 한 편의 소설을 읽으면서도 많은 여운이 남게 됩니다.


한편 다수가 서술자로 등장할 경우 가장 단점은 자칫 이야기에 몰입을 방해하고 흥미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등장하는 서술자가 독자의 흥미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매력이 없을 경우 독자가 스토리 전개를 따라가기 불편해질 수 있습니다. 별로 알고 싶지 않은데 계속 이야기하면 더 정떨어지는 그런 형국에 빠질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다수의 서술자를 등장시키는 소설이 그만큼 흔치 않은 것입니다. 결과적으로 [리아 가족]은 그 부분의 단점은 크게 느껴지지 않을 만큼 구조적으로 잘 짜였다고 보입니다. 이미 언급한 것처럼 저자가 등장인물 하나하나에 깊은 애정을 쏟은 것이 크게 작용했다고 느껴집니다.


이 소설은 저자 스스로도 기존에 보여준 바 없는 스타일과 구조를 보입니다. 제목 자체가 너무 무난해서 독자들의 흥미를 끌기에 좀 부족하지 않은가 싶은 생각도 있습니다만, 가족이라는 틀 안에서 벌어질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다양한 양상을 잘 구성해냈고 각각 구성원의 입장을 입체적으로 충실하게 잘 드러내 독자들이 흥미롭게 읽기 좋은 소설이 완성되었습니다. 독특한 방식이 이 소설은 꼭 한번 읽어볼 가치가 있어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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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 최고 스타강사의 상대를 사로잡는 말하기 비법_공략편
장신웨 지음, 하은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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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의 말이 나에게, 나의 말이 너에게

오랫동안 누가 뭐 하건 내 가족들 정도만 잘 지내면 그게 최고라는 생각을 하고 지냈습니다. 극소수의 지인 외에 타인과 굳이 에너지를 쏟아가며 잘 지내야 할 필요성을 못 느꼈습니다. 관계라는 것이 허상처럼 느껴지는 일을 겪은 탓도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잘 소통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편안하게 말을 잘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상대방에게 어떻게 말을 하는가도 중요하지만, 무언가 대화와 소통을 할 때 스스로 불편함이 남고, 이런 감정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상대방도 불편해하는 것이 느껴지면서 어디서부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그뿐이 아니었습니다. 나름대로 부드럽게 대화가 잘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그 사람이 한 말을 저는 제 마음대로 이해했고, 저의 말에 그 사람은 전혀 엉뚱한 내용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혼자 만족하다가는 오해만 커질 수도 있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그때부터 말하기에 대한 책을 하나씩 꾸준히 찾아 읽었던 것 같습니다. 좋은 책이 많았습니다. 정서적인 부분을 강조하는 책도 있고, 기술적인 방법을 알려주는 책도 있었습니다. 책 한 권 읽는다고 갑자기 말하는 기술이 확 좋아지는 것은 아니지만 분명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적어도 조금씩 좋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하지 말아야 할 태도 같은 것은 제법 많이 고쳐진 것 같습니다.


리드리드출판에서 출간한 장신웨의 신간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의 경우는 굉장히 실용적이면서도 중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의 문제까지 놓치지 않고 전반적으로 다 다루고 있는 균형감 좋은 책입니다. 교육심리학을 전공하고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 수많은 기업과 방송 등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은 저자의 역량이 그대로 녹아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 좋은 책이었습니다.




2. 진정한 소통을 위한 실례와 연습 툴


자기 계발서에 속하는 이 책은 이론과 실례가 적절히 조합된 균형이 좋은 책입니다. 이론적으로도 다각적인 방향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것들을 꼼꼼히 소개하고 있을뿐더러, 여러 가지 실제 예시를 통해 독자가 고민하는 부분에 대해 각자 유사한 사례를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크게 두 가지 파트로 구성된 이 책은 대화 상대인 상대방과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거리 좁히기에 대한 내용의 전반부와 원활한 소통을 위한 실전 대화법을 담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아주 기본적인 상대방 이해하기에 대한 통찰력 있는 조언은 물론 욱하는 사람, 공격적이고 불편하게 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한 내용들이 유용합니다. 후반부의 좀 더 적극적인 표현하기 방법들도 매우 실용적이면서 구체적이라 큰 도움이 됩니다.


이 책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심리학적 접근을 통해 대화 이전에 점검해야 할 근본적인 문제를 먼저 다룬다는 점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의 기본인 내향성과 외향성에 대한 이해는 물론 왜곡 없는 소통을 위해 필요한 자존감 문제 등을 먼저 점검할 수 있도록 배치하고 있습니다. 같은 맥락으로 내가 대화해야 할 대상이 어떤 유형인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게 대화를 풀어나가는 방법을 자세히 알려주고 있습니다.


콜센터 직원들을 교육했던 경험에서 나온 것인지는 몰라도 유독 온라인 소통의 문제와 대안에 대한 부분을 잘 다루고 있습니다. 저도 정말 많이 느끼는 부분이지만 요즘 직접 대화는 물론 유선 통화조차도 불편해하고 힘들어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전화를 걸면 받지 않고 카톡으로 남겨달라는 분들도 많습니다. 생각해 보면 신기한 일입니다. 바로 통화하면 빠른 속도로 소통을 할 수 있는데 왜 텍스트로 불편한 소통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것일까요? 물론 빠른 대답으로 인한 실수를 피할 수 있고 선택적 소통이 가능한 점을 생각하면 유리한 점도 있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SNS 중독으로 자기 통제가 어려운 사람들에 대한 설명은 누구나 생각해 볼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SNS 중독을 확인해 볼 수 있는 체크리스트를 제공한 점도 막연하게 생각하기 보다 독자 스스로의 상태를 확인하고 이후 내용에 집중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적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줄 만한 조언을 여러 가지로 구분해 제공하고 챕터의 말미에 실전 연습 노트를 두어 좀 더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돕습니다. 이런 구성으로 인해 실제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장치를 효과적으로 마련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 말하기 외에도 진정한 소통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

소통과 대화에 필요한 문제들을 파악하고 스스로의 정서적 문제를 해결한다고 해서 대화가 자연히 잘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말하기는 일종의 기술이기 때문에 연습을 통해서 분명 좋아질 수 있다고 수많은 책에서 조언하고 있습니다. <기적을 부르는 공감 대화법 >에서도 마찬가지로 실제적으로 적용하면 좋을 꿀팁을 여러 가지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테면,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명확하고 간단하게 해야 할 것, 상대가 오해하지 않도록 쉽고 정확하게 할 것, 공감대를 위해 사실과 감정을 잘 구분할 것, 말보다 더 중요한 비언어적 커뮤니케이션을 공략할 것, 대화의 예의로 자신의 한계선을 지킬 것, 좋은 사람 콤플렉스를 극복할 것, 타인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으면서도 나를 잃지 않는 방법 등, 진정한 소통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부분들을 놓치지 않도록 꼼꼼히 제시하고 있습니다.


책의 후반부를 할애해 설명하고 있는 실전 대화법을 관통하는 내용은 결국 나를 지키면서 타인의 의도나 스타일 등을 최대한 파악하고 이해하고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상대방의 경청과 공감, 인정을 위해서는 말하기 능력이 좋아야 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이건 좋은 결과를 얻는 경우는 원인과 결과가 선순환의 고리를 이어 지속적으로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나와 대화의 파트너인 상대방이 서로에게 좋은 결과를 얻는다면 성공한 대화일 것입니다. 다이아몬드 옹도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조언한 바와 마찬가지로 이 책에서도 상대방을 설득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먼저 공감해야만 '윈윈'의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경청과 공감은 결국 상대방에 대한 관심과 애정입니다. 기꺼이 들어주기 위해서는 나의 에너지를 써서 신경을 써야 합니다. 익숙하지 않으면 무척 피곤하고 힘든 과정입니다. 결국 세상에 쉬운 일이 없듯, 성공적인 대화를 나누는 것 역시 그 수준까지 가기까지가 상당히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관계에 있어서 대화를 주도하며 진정한 소통을 해내기를 원하는 독자들이 계시다면 이 책을 반드시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대화법에 대한 훌륭한 책이 많고 많지만 그럼에도 이 책이 한 권 더 출간되어야 할 이유 정도는 충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읽으며 요약정리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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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메이징 브루클린
제임스 맥브라이드 저자, 민지현 역자 / 미래지향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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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60년대 미국 빈민 사회를 묘사한 흥미로운 소설

   소설 <컬러 오브 워터>, <안나 성당의 기적>,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 등으로 유명한 제임스 맥브라이드의 신간인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1960년대 말 미국 뉴욕 빈민가를 다룬 소설입니다. 다양한 인류의 멜팅 팟이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주류 백인과 유색 인종 사이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언제나 핫이슈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메이징 브루클린>은 가상의 빈민 마을 교회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 이야기를 유려하게 뽑아낸 소설입니다.


   유색인종이라 통칭되는 비주류 인종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보니 인종 차별, 가난, 마약, 범죄, 총기 소지 등의 문제를 떠올리는 장치가 자연스럽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국내 독자들이 깊은 관심을 기울이기 힘든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소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 번 책을 펼치기 시작하면 나와 큰 상관이 없어 보이는 그 시대 브루클린 빈민가의 이야기에 자연스럽게 빠져들게 됩니다.


   70대 술주정뱅이 노인 쿠피 램킨(킹콩집사, 스포츠코트 등으로 불리는)이 등장해 19살 어린 마약 판매상 딤즈를 총으로 저격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첫 장면이 총격 신이니 엄청난 범죄 누아르 소설로 흘러갈 것 같지만 실제로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 사건은 빈민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극적으로 끌어내기 위한 방아쇠 역할을 할 뿐입니다. 덕분에 독자는 관련된 인물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집중하게 됩니다.


   저격 사건으로 당사자인 딤즈와 스포츠 코트의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마약 사업을 둘러싼 조직 간 이권 문제로 이어지면 긴장감을 높입니다. 표면적으로는 마약 조직 간 알력 다툼으로 흘러가지만 실제로는 빈민가에 흘러든 마약 때문에 흐트러지는 마을 공동체의 문제를 묘사하고 있습니다. 누구도 모르게 매달 배달되어 오는 고급 치즈 미스터리와 고가의 골동품이 숨겨진 비밀을 풀어내려는 미스터리까지 엮여 지루할 틈 없는 이야기가 전개됩니다.


   소설의 전개에 따라 다양한 인물들이 소개되고 이들이 떠들고 다투고 화해하며 살아가는 인간 군상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시절 미국 사회를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어느 한사람 평범한 사람이 없고,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사 언제 어디는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훌륭한 소설입니다.



2. 시대와 공간을 넘어서는 사회문제를 다룬 소설

   <어메이징 브루클린>에는 정말 다양한 사회문제가 등장합니다. 미국 사회 문제의 근간을 이루는 흑인 인종차별 문제는 익숙한 주제입니다. 총격 사건 이후 투입되는 백인 형사와 흑인 부인 간에 관계는 넘어설 수 없는 백인과 흑인 간의 간극을 극적으로 보여 줍니다. 이 미묘한 관계는 소설의 마지막까지도 이어지는데 소설의 긴장감에 독자의 정서적 반응까지 이끌어내는 훌륭한 한 축을 담당합니다.


   유색인종이라는 단어로 통칭되는 소수 이민족의 문제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서로 공간적으로 가까이 있으면서도 교류하지 않는 이탈리안과 흑인들의 모습만으로도 인종 문제가 단순히 주류 백인들과의 문제만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백인과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다뤄지지도 않습니다. 그 와중에도 파이브 핸즈 교회가 설립되고 유지되는데 결정적인 도움을 준 과거 이야기를 통해 무조건 적대적인 관계로만 정의할 수도 없는 복합적인 문제라는 점을 깨닫게 합니다.


   남녀 불평등은 시대적으로 거의 기본 옵션처럼 보입니다만, 이 소설에서 크게 부각되는 지점은 아닙니다. 총기 소지 역시 본격적으로 문제 삼거나 이야기의 소재로 이어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마약의 문제만큼은 매우 진중하게 다뤄지고 있습니다. 소설 전반의 배경을 좌우하는 핵심도 "마약"과 그 조직 이야기입니다.


   이 지점에서 이 소설의 다분히 소설적인 요소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심각한 총기 발사 문제에 있어서 즉각적인 반응이나 경찰의 대응이 비현실적으로 지지부진하게 전개됩니다. 누구 하나 본격적으로 해결하러 들지 않습니다. 오히려 적당히 넘어가다 더 큰 사건으로 이어지기까지 합니다. 사건 당사자, 주변인, 경찰, 피해자, 주변 조직 모두 소설적이고도 기묘하게 아이디얼 한 태도로 일관합니다. 사건의 해결이 소설이 보여주고자 하는 핵심과 직접 관련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건보다 사회 전반적인 모습에 주목해 주기를 원하는 작가의 의도로 볼 수 있겠습니다. 덕분에 미스터리로 길을 잃지 않고 각 캐릭터에 관심을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 소설로 인해 그동안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미국 사회의 인권, 이웃 공동체, 다민족 사회, 마약 문제 등에 대해 찬찬히 살펴보는 무척 좋은 계기가 되었습니다. 현재의 미국 사회와 당시 미국 사회의 차이는 물론 한국 사회와의 차이도 자연스럽게 생각해 볼 수 있어 유익했습니다.



3. 익살스러운 유머를 놓치지 않는 휴머니즘 소설


   500페이지에 달하는 장편 소설인 이 작품을 너무도 편안하게 읽을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소설 속에서 유머와 휴머니즘을 놓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초반부에 분위기를 잡는 데 있어 주인공의 삶과 사건사고가 무척 재미있습니다. 억지웃음이 아니라 약간 어이없는 웃음을 짓게 만들기 때문에 조금 더 가벼운 마음으로 내용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주인공의 척박하고 기구한 인생사는 물론 이럴 수 있을까 싶은 등장인물들의 특징적인 행동들이 자연스럽게 캐릭터를 형성하고 그들을 미워할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됩니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소설에는 악역이 없습니다. 주인공은 물론 주변 인물 누구도 완벽하게 악하지 않고 하나같이 약하고 고민 많고 살아남기 위해 고투하는 인물들입니다.


   작가는 어떤 인물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보이지 않습니다. 모두에게 애정을 가지고 있는 느낌을 강하게 받습니다. 아무리 불법을 저지르는 갱단 두목이라도 나름의 고민이 있고, 두려움이 있고 걱정이 있습니다. 이런 등장인물들의 삶의 애환이 이 소설을 더 빛나게 합니다. 그 누구도 일방적이거나 처단해야 할 악으로 규정하지 않습니다.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사람들이 얽혀서 벌어지는 일들이 무척 동화적이고 시트콤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들이 벌어집니다. 읽다 보면 어이없어서 웃음이 터지는 장면들이 은근 많습니다. 이게 뭔가 부럽거나 대단한 인물이 하나도 없는데도 그들의 삶이 구차하거나 보기 싫지 않고 밉지 않습니다. 가까이서 보면 비극에 가까운데도 약간의 거리를 두고 관찰하면 이런 희극도 없습니다. 이런 방식의 전개가 작가의 큰 장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스포츠 코트(집사 킹콩)의 일생이 아무래도 메인 스토리가 되겠습니다만, 주변 인물들의 삶과 인생도 깨알같이 놓치지 않고 살뜰하게 생기는 작가의 태도는 소설을 대하는 애정을 새삼 느끼게 합니다. 시작부터 마지막 장면까지 묘하게도 은근한 감동이 끊이지 않는 신기한 소설입니다. 오랜만에 처음부터 끝까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읽은 좋은 소설이었습니다.


   분량이 제법 많지만 새롭고 신선하면서도 인간의 기본에 대한 중요한 부분을 놓치지 않는 휴머니즘과 유머 넘치는 소설을 기대하시는 독자라면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매우 흡족한 소설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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