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마 인턴
나카야마 유지로 지음, 오승민 옮김 / 미래지향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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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마음 따뜻하고 여린 인턴 의사의 좌충우돌 성장기



  나카야마 유지로의 [울지마 인턴]은 익숙한 의사들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하얀 거탑]이나 [의사 요한]같은 작품에서 등장하는 카리스마 넘치고 천재적인 의사들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의사 자격은 얻었지만 아직 경험이 일천한 의사 준비생 초보 인턴의 성장기입니다.

 

  주인공 류지는 어린 시절 형을 잃은 아픔을 마음에 품고 있습니다. 류지가 악착같이 의사가 되려고 했던 이유는 형에 대한 죄책감과 속죄의 감정이 크게 자리하고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습니다. 전형적인 일본인들의 정서가 아닐까 싶습니다. 다행히 의사면허를 따고 고향 가고시마를 떠나 도쿄의 한 병원에서 인턴 생활을 하게 됩니다. 경험이 없는 류지는 모든 일들이 버겁고 힘들기만 합니다. 특히 생명을 다루는 일이다 보니 여러 가지 갈등 상황에 빠지기도 하고 감정적인 대응으로 고생하기도 합니다.

 

  마음만 앞서는 초보의사라는 설정 자체가 좋은 이유는 독자들이 익숙하지 않은 시선에서 익숙한 상황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독자는 환자나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병원 생활을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초보 인턴의 시선으로 병원을 바라보기 때문에 신선하고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수술 전후, 회진을 돌 때, 가족과 마주 앉아 상황 설명을 할 때 의사들의 심리상태와 입장이 어떤지는 알 길이 없는데, 의사 출신 작가의 세밀한 묘사 때문에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어 즐겁습니다.

 

  환자의 목숨을 걸고 일하는 프로페셔널 의사들에 비해 부족함이 많은 주인공은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의사로서의 마음가짐과 자세를 배워나갑니다. 이 과정 중에 마음은 간절하지만 실력이 부족한 초보 시절의 안타까움과 속상함 등이 너무 절절히 잘 표현되어 있어 소설에 몰입할 수 있었습니다. 무척 세심하고 섬세한 감정 표현과 현실적인 설정으로 인해 이야기에 빠져들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소설에서 주인공 류지는 대단한 성취나 성장을 이루지는 않습니다. 그랬다면 너무 전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을 듯합니다. 그저 인턴 생활 몇 달에 거쳐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고 과거의 아픔을 극복해 내는 정도의 매우 현실적이고 바람직한 스토리가 전개됩니다. 그렇기에 부담 없고 공감하기 좋은 밸런스가 잘 잡힌 소설이라는 느낌을 받았고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2. 의사라는 특수 직업을 효과적으로 다룬 소설


  베테랑 의사인 저자가 완전 초짜 인턴 이야기를 다룬 점은 상당히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치열한 의료 현장에서 촌각을 다투는 극한 상황을 헤쳐나가는 베테랑 의사의 이야기였다면 이 소설의 가장 큰 장점인 섬세한 감정묘사와 감동을 느끼기는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전문 용어가 난무하며 휘몰아치는 이야기였다면 쾌감은 있었겠지만 차분하게 인간의 생명에 대해 생각해 보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이 소설은 약간 느리게 돌아가는 시계처럼 몽환적이고 동화적인 느낌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주인공부터 등장인물들이 너무 좋은 사람들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거의 의인들 수준입니다. 소설 속 갈등 상황을 유발하는 악인이 없습니다. 그렇기에 현실성이 없고 밋밋하냐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교통사고로 크게 다치거나 암이 심각해졌거나 하는 목숨이 경각에 달한 상황 자체가 긴장과 갈등을 유발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굳이 악한이 등장할 필요가 없을 뿐입니다.

 

  의사라는 직업은 타인의 생명을 유지하거나 지키는 직업입니다. 저자는 주인공 류지를 통해 의사가 환자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에 대해 말하고자 합니다. 현실과 쉽사리 타협하지 않고 어디까지 최선을 다할 수 있는지, 그것이 반드시 해야 하는 노력인지에 대해 질문을 던져 줍니다. 류지가 실제 환자를 만난 지 몇 개월 안되었기에 소설 속 고민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실제로 류지는 환자를 냉정히 대하지 못하고 계속 감정이입을 합니다. 인간적으로 친해지고 가까워지면서 냉정하게 말과 행동을 하는 선배 의사의 태도를 비인간적이라고 못마땅해 합니다. 왜 가망이 없어도 하루라도 더 살도록 조치하지 않는지 의문을 가집니다. 소설은 이런 방식으로 의사는 어떤 자세와 태도를 취하는 것이 옳은지, 우리가 생명을 어떤 입장으로 바라봐야 하는지 생각하게 합니다. 의사라는 특수 직업을 능숙하게 다룸으로써 주제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 큰 장점을 가진 소설입니다.

 


3. 휴머니즘이 바탕을 이룬 소설의 효용


  [울지마 인턴]을 읽으면서 유독 소설 속에 드러나는 휴머니즘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었습니다. 인간의 소중함, 삶의 중요함에 대해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긍정적으로 다룬 소설이 독자들에게 주는 효용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병원은 특히나 삶과 죽음의 경계선에 놓은 사람들이 많은 공간입니다. 이런 공간에 휴머니즘이 결여된다면 인간의 존엄성을 크게 해치는 공간으로 변모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병원이라는 공간과 환자, 그리고 의사를 그리는 저자의 시선이 어떠한 가는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통상 소설과 저자는 분리해서 생각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만, 저자에 대한 정보 중에 예사롭지 않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원전 사고 때문에 모두가 기피하는 후쿠시마 지역의 유일한 의료 시설이었던 타카노 병원이 원장의 사망으로 의료 부재 상황이 발생하자, 이미 다른 병원에 이직이 결정된 상태였던 저자가 임시지만 2개월간 병원장으로 근무했던 경력이 있는 것입니다. 그게 뭐 대단한 일이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굳이 나설 마음을 먹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입니다.

 

  한 사람의 인격이나 생각은 말보다 실제 행동으로 알 수 있습니다. 하나의 사건이지만 이런 결정과 행동으로 저자의 사고방식을 유추해 볼 수 있습니다. 사람에 대한 존엄과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결정입니다. 이런 사고가 토대가 되어 소설의 근간을 이루는 휴머니즘이 자연스럽게 표현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어려운 의학 용어가 난무하지 않고 쉽고 편안한 용어와 문장으로 독자들도 배려하는 것 역시 큰 장점입니다.

 

  바쁘고 생존하기 힘든 세상입니다. 자칫 사람들 사이에 예의와 매너를 지키기 어려울 수 있는 위기의 시기입니다. 코로나라는 전례 없는 전염병의 창궐로 스트레스 지수가 한없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마음이 척박할 때 위로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소설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인간의 존엄을 잃지 않고 따뜻한 배려를 놓치지 않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만나고 싶으신 독자님들에게 일독을 권해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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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의 마법 (특별판 리커버 에디션) - 지식 세대를 위한 좋은 독서, 탁월한 독서, 위대한 독서법
김승.김미란.이정원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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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서재를 통해 끊임없이 자가발전하는 저자의 내공



   리커버 에디션으로 새롭게 재출간된 [서재의 마법]은 2018년 3월 "내 서재를 지식의 베이스캠프로 만드는 방법"이라는 부재로 출간되었던 책입니다. 표지가 훨씬 세련되게 바뀐 이 책은 저자 김승의 서재와 독서법, 독서 후 데이터의 정리, 정돈 및 적용법 등을 소개하고 독자로 하여금 삶에 대한 방향과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지침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계속 감탄하게 되었던 부분은 저자가 인생을 살아가는 태도와 방식이었습니다. 이 책의 핵심은 저자가 독서를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지, 지식은 어떻게 쌓고 구조화하는지, 그리고 이를 어떤 방식으로 발전시켜 나가는지, 실생활에 적용할 부분이 무엇인지에 대한 깨알같은 조언들에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읽다보니 저자의 인생 노하우가 농축된 엑기스와 같은 소중한 내용이라 한 챕터 한 챕터 꼼꼼하게 읽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저자 김승은 기본적으로 미래인재를 육성하는 데 공을 들이는 강사이자 지식전달자라 할 수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지식과 지혜를 전달하는 강사는 수준에 따라 '프리젠터, 메신저, 커뮤니케이터, 이노베이터'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강사 생활 초반 저자의 열정과는 달리 청중들이 공감을 하지 못하는 문제로 고민할 때, 저자의 멘토는 저자에게 지식전달자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라고 조언합니다.


"폴 선생,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합니다. 시간과 공간이 만나 의미를 만들 수 있어요. 자신만의 서재를 지금부터 만들어 보세요."


   이 책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한 저자의 서재와 인생 궤적 전반의 발전사라 할 수 있습니다. 이후로 꾸준히 노력해 저자가 구축해온 서재와 인생 베이스캠프로서의 다양한 결과물들을 보고 있노라면 '나는 도대체 뭘하고 살았나?'하는 자괴감과 함께, 수준 높은 벤치마킹 대상을 만났을 때의 가슴뛰는 설레임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2. 서재, 단순히 책을 쌓아둔 공간이 아닌 체계화된 지식 창고


   서재를 만들라고 하면 집안 한구석에 책장을 놓고 책을 쌓아두는 이미지를 떠올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컨테이너를 대여해 책을 한가득 넣어두는 장면을 상상하는 사람도 있겠습니다. 또는 책을 몇 권 없지만 넓은 책상과 클래식한 책장, 깔끔하고 넓은 사무공간 같은 서재를 떠올리는 분들도 있겠습니다. 


   저자가 소개하는 저자의 서재를 보고 있노라면 입이 떡 벌어질 정도로 공간적으로도 기능적으로도 대단하기는 합니다만, 물리적인 서재 공간을 저자처럼 꾸밀 수 있는 독자는 흔치 않습니다. 오히려 저자가 서재를 꾸미는 과정에서 어떻게 책을 분류하고 정리하는지, 책 속 정보는 어떤 방식으로 바인더화하고 체계화해 두는지 노하우를 배운다는 마음으로 접근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겠습니다.


   실제로 이 책에는 책들을 분류기준에 맞게 잘 분류하는 것으로 출발해, 어떤 책을 선정할 것이며 책속 정보들을 어떻게 정리해 나의 생애주기에 적용할지에 대한 생생한 꿀팁이 가득합니다. 특히 독서의 방법론에 있어 읽고 교훈을 얻어 실제로 실천하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하고 스스로 평가한 후 방향교정을 하는 독서의 전과정에 대해 상세하고 명쾌하고 보여주는 부분은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난날 자기계발서를 읽어도 변함 없는 스스로를 대하며 정신승리를 위해 저자를 비난하고, 자기계발서 무용론을 펼쳤던 모습이 떠올라 매우 부끄러워졌습니다. 모든 것은 자세에 달려있고, 부정적인 태도는 스스로를 좀 먹고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게 한다는 점을 조금 더 일찍 깨달았다면 더 나은 삶이 되지 않았을까 반성해봅니다. 


   저자는 적극적인 독서는 물론 신문, 미디어 등을 통해 배울 점을 흡수하고 삶의 방향을 지속적으로 수정해 나가는 수고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그의 방법론을 대하면서 독서 후 활동, 교훈을 내 삶에 적용하기 위해 구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력을 발휘하는 부분에 있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얼마나 게으른가를 뼈속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뭘해도 더 신중하고 꼼꼼하게 해 나가지 않으면 이렇다할 결과물을 얻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들으며 새삼 저자의 태도와 자세가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3. 서재의 마법, 메세지와 메신저도 중요하지만 전달 방식도 중요하다.


   사실 내용만 놓고 보면 이 책에 담긴 컨텐츠들은 읽기에 만만한 내용이 아닙니다. 독서와 서재 구축을 통해 인생의 베이스캠프를 세우고 끊임 없이 시간관리를 효율적으로 하며 각종 지식들을 가공 가능한 수준까지 정리, 정돈해 내며 자신의 실력을 꾸준히 키워나가는 노하우가 빼곡히 담겨 있어서 하나하나 곱씹으며 찬찬히 적용해야할 내용들입니다. 


​   이런 교훈과 예시들이 나열식으로 계속 뿜어져 나왔다고 생각해보면 '내용은 좋으나 읽고 싶지 않은' 책이 되기 딱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읽히고 내용을 받아들이는데 크게 부담이 없습니다. 그 이유는 이 책의 구성적인 면에서의몇 가지 장점 때문입니다.


   첫 번째로, 이 책은 인터뷰 방식의 구어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또, 하고자하는 주장이 대화의 형식으로 이어집니다. 저자와 김미란 선생이 서로 주고 받는 티키타카가 환상적입니다. 사실 미리 내용를 짜고 구성한 것처럼 두 사람 다 너무 훌륭한 방식으로 내용을 도출하고 대화를 이어갑니다. 척하면 탁, 서로 이심전심 독자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를 주거니 받거니 물 흐르듯 이어갑니다.


   두 번째로,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좋도록 다양한 사진과 도표, 인포그램 형식의 그림들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복잡한 내용을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체계화된 도표와 그래프 등을 보고 있노라면 이분들이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을 얼마나 압축적이고 상징적으로 잘 표현해내고 구조화하는지 감탄할 수 밖에 없습니다. 


   마지막으로, 책의 내용상 짜임새가 무척 훌륭합니다. 적당한 분량에서 내용을 끊어 독자들이 내용을 갈무리하기 좋도록 훌륭한 흐름으로 짜여있습니다. 독서와 서재를 통해 인생을 구조화하라는 메시지가 매우 구조화되어 전달되고 있는 셈입니다. 전반부부터 결말부에 이르기까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점진적으로 표현해내면서도 새로운 내용을 추가해 나가는 방식이 무척 인상적입니다.


   이런 특징들로 인해 한 번 독서를 끝낸 독자들이 다시금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할 때 해당 부분을 찾아 읽기 용이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책은 한 번 읽고 넘어갈 책이 아니라 독서를 통한 좋은 습관 만들기가 잘 되지 않을 때, 더 나은 삶을 위한 노력이 지치거나 힘들어질 때, 방향성을 잃었을 때에 언제든 다시 찾아 읽고 힘을 내기 좋은 훌륭한 책입니다. 


   독서를 통해 인생을 좀 더 체계적으로 꾸려나가기 원하시는 분들이나 스스로 삶의 모습이 너무 방만하다고 여겨져 변화의 필요성을 느끼시는 분들, 독서를 통해 인생을 긍정적으로 변화시켜 나가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은 분들, 삶을 치열하게 살아나가는 방식의 벤치마킹이 필요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에게 이 책 [서재의 마법]을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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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 - 네트워크 경제 입문자를 위한 가장 친절한 안내서
강성호 지음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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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제는 알아야 할 공짜 점심이 가능한 플랫폼 경제


금융위원회 현직 서기관인 저자 강성호 씨의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경제 교양서이자 강력한 미래 예측서입니다. 미래 변화에 대해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어느 정도 감을 잡고 있겠습니다만, 이 책은 플랫폼 기업과 네트워크 경제에 대해 기본 개념부터 다양한 세부 테마까지 알기 쉽게 잘 정돈해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적인 만큼 초반부에 기본적인 개념을 잡을 수 있도록 네트워크 경제의 일반화를 촉발시킨 플랫폼 기업들의 특징과 작동원리를 친절하게 설명합니다. 기존의 경제학 원리와 다르게 작동하고 있는 플랫폼 경제의 특징을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이라는 특징을 예시와 도표를 곁들여 설명하기 때문에 개념을 잡기에 무척 유용합니다. 책의 부제처럼 정말 가장 친절한 안내서가 아닐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랫폼 기업의 양면시장적 특징만 이해하면 이 책에서 설명하는 네트워크 경제, 플랫폼 기업 등의 특징을 따라가는데 무리가 없습니다. 공짜 점심이 가능한 이면에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와 판매자, 혜택을 받는 쪽과 돈을 내는 쪽이 있으며 이 두 부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호 성장하는 동인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면 이 책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일단 성공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플랫폼 경제의 특징은 기존 경제 시스템에 익숙한 기성세대보다는 자본주의 키즈라 불리는 젊은 층에서 더 쉽고 익숙하게 이해할 개념인 것 같습니다. 제품을 만들어서 팔겠다는 생각이 앞서는 기성세대와는 다르게 신세대들은 무엇을 공유하고 연결할까를 고민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접합니다. 그만큼 변화에 민감하고 더 쉽게 적응한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네트워크를 만들어내는 플랫폼 기업의 특징과 양상, 이들 때문에 변화되는 경제질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습니다만, 사회 속 개인인 대부분의 독자들은 이를 통해 플랫폼 경제 체제하에서 부를 얻을 수 있는 혹은 자신의 생존을 지킬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어야 하겠습니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변화하는 자본주의 하에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사회적 변화와 생존 전략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2. 플랫폼 기업과 네트워크 시대의 현황과 미래 전망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이 좋았던 부분은 네트워크 경제 전반에 걸친 다양한 소개 알아두어야 할 특징적 변화에 대해 빠지지 않고 조망해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기에 평소 특별히 관심이 있는 분야는 집중해서 읽을 수 있는 반면, 평소 잘 모르는 분야라면 무엇을 알아야 하고 어떤 부분을 공부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교양을 쌓고 독서를 확장해나가는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네트워크 기술이 경제 권력을 재편하면서 독점적 플랫폼 기업들이 사적인 영역의 경계를 넘나들며 강력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독점적 권위와 영향력은 점점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독점적 플랫폼 기업 구조의 문제점과 여기에 종속되어 가는 개인의 문제를 유기적으로 설명해 주는 부분은 독자로 하여금 거시적인 시스템의 변화가 개인인 '나'에게 미치는 영향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도와줍니다.


책의 중 후반으로 가면서 금융 분야의 변화와 양상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공돌이는 이 지점에 이르러 드디어 어려움과 곤란함을 다소 느꼈습니다만,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교양이 될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설명은 무척 유용했습니다. 특히 블록체인 기술의 기본적인 개념과 블록체인을 활용한 개인 대 개인의 금융 거래가 가능한 원리에 대한 설명은 무척 쉽고 탁월했습니다. 제법 많은 블록체인 관련 책을 읽어봤지만 대부분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거나 너무 디테일한 기술 설명으로 치우쳐 일반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서 설명하는 블록체인 기술 전반의 설명은 이해가 쉽고 딱 필요한 부분의 경계 설정이 훌륭했기 때문에 이해가 쉬웠습니다.


블록체인 기술의 개념을 정립하면 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근본적인 차이라든가, 향후 펼쳐질 금융산업의 변화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기 용이합니다. 카카오뱅크나 토스 같은 플랫폼 기업 기반 핀테크가 금융업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할지 와 기존 금융회사들은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해왔고, 어떤 특징 때문에 지속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지 등을 차근차근 설명합니다. 이는 결국 플랫폼 기업들이 참전한 금융산업 시장이 앞으로 어떻게 재편될지에 대한 설명을 이해하는 기초가 됩니다. 이 책의 탁월함은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지식을 쌓아나가며 저자가 원하는 지점까지 길을 잃지 않도록 이끌어주는 섬세한 배려에 있습니다. 일반 독자를 겨냥한 기초교양서로서는 가장 좋은 구조가 아닐까 싶습니다.



3. 네트워크 경제 시대를 맞아 우리 사회가 준비해야 할 방향

종반부에 이르면 네트워크가 만들어내는 자본주의 이후의 세계에는 어떤 문제점이 있고 그에 따른 대책은 어떤 방향이 좋을지에 대한 전망이 등장합니다. 플랫폼 기업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때문에 위기에 처한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어떤 규제를 통해 균형점을 찾고 파생된 문제를 최소화할지 논의합니다. 또한 필연적으로 독점화될 수밖에 없는 특징을 가진 플랫폼 기업의 독점 행위에 대처할 방안도 고민합니다.


금융산업의 변화,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시대가 오면 무슨 일을 해야 할지에 대해 언급합니다. 더 나아가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문제점인 불평등의 문제, 소유권 관련 갈등, 토지공개념과 사유재산제 등에 대해서도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특히 인간의 이타심과 공동체 정신 등에 입각한 인간적 자본주의로의 노력에 대해 강조합니다. 이 대목에서 저자는 바로 직전에 읽은 "로봇 시대의 일자리의 미래"에서 그 유명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와 완전히 대척점에 서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제이슨 솅커는 정치로 비유하자면 극보수주의에 가까운 입장입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일상화된 세상이 오면 다수의 인간들이 도태될 수밖에 없는데 솅커는 이를 피할 수 없는 당연한 현상으로 개개인의 노력에 의해 도태되지 않는 소수의 서바이버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생존의 위협을 겪을 다수의 사람들에게 로봇세를 받아 보편적 기본소득 같은 제도를 시행하는 것은 "공산주의자들"이나 하는 바보 같은 짓이라고 매우 강도 높게 비판합니다.


반면, 이 책의 저자 강성호 씨는 정반대의 입장입니다. 제도화하기는 무척 어렵기는 하지만 로봇세를 걷고 기본소득 제도를 최대한 활용하며 부의 불평등을 야기하는 토지 소유 등의 문제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기본적으로 경제체제의 변화에 동반되는 불평등으로 인한 소외된 사람들이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지속적으로 찾아야 하며, 이런 방향성을 가져야만 기술과 제도의 발전이 야기하는 비인간성을 경계하고 인간적인 자본주의 질서를 세울 수 있을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독자 개인의 가치관과 신념에 따라 저자의 주장이 뜬구름 잡는 비현실적인 생각이라는 비판도 가능하다고 봅니다. 저 역시 실현이 요원한 이야기들이 많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항상 비판하고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인류의 발전을 위해 한 일은 딱히 없었다는 점을 돌이켜보면 이상적인 이야기라고만 치부하기도 어렵습니다.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음에도 불구하고 저자처럼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하지 않느냐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세상을 한 걸음씩이라도 전진하게 만들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플랫폼 경제와 공짜 점심]은 제목이 다소 가벼운데 비해 상당히 진지하고도 의미 있는 근본적인 시각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리 두껍지 않은 분량을 통해 경제분야의 변화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돌아보고 미래에 대한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는 날카로움이 있는 책입니다. 막연하게 느끼고 있던 네트워크 중심의 플랫폼 시대의 흐름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랜만에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적이고 실현 가능한 현재와 미래를 논하는 좋은 책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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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체
소메이 다메히토 지음, 정혜원 옮김 / 몽실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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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극단적인 상황 설정, 끝까지 놓을 수 없는 서스펜스가 돋보이는 소설


   오랜만에 마음에 쏙 드는 소설을 읽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미스터리 소설에서 '범인이 누군가?' 라거나 '어떻게 죽였나?' 등의 관점에서 전개되는 스토리를 선호하지 않습니다. 뭔가 퀴즈 같은 걸 풀어내는 쾌감이나 성취감이 별로 없는 저의 성향 탓입니다. 대신 사회파 미스터리를 무척 좋아합니다. '누구냐?' 보다 '왜? 어떤 환경적 요인 때문에?'가 저에게는 더 매력적입니다. 그렇지만 '범인이 누구인가?'를 완전히 무시한 소설은 긴장감이 떨어져 소설적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일가족을 처참하게 살해한 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미성년 소년 사형수는 탈옥에 성공해 1년 반이 넘도록 잡히지 않고 정체를 숨긴 채 도피 행각을 이어갑니다. 한 군데 정착해 지내다가 정체가 발각될 만한 낌새가 생기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을 반복합니다. 정착한 곳마다 다른 이름으로 자신을 숨기고 지내는 사형수 주변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를 반복해 소개하며 스토리가 이어집니다. 과연 사형수의 말과 행동은 자신이 잔인한 살인마임을 속이기 위한 완벽한 연극인지, 사실은 전혀 살인을 저지를 만한 인물이 아닌지 독자가 판단해야 할 상황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런 스토리 전개를 대하면서 독자는 마치 문제를 푸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Yes or No?'라는 질문을 던져놓고 판단할 거리인 예시를 하나하나 제시하는 것입니다. "자, 주인공이 이런 곳에서 지내다가 이러저러한 사건에 휘말리는데 요렇게 말하고 행동합니다. 독자는 어떻게 판단하겠습니까?"라고 질문하는 느낌입니다. 똑똑한 독자 중에는 금방 결론을 내리는 분도 있겠습니다만 저는 정말 알 수가 없어 정답을 유보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기에 반전이 있을 것도 같고, 주인공이 진범이 아니라 누명을 쓴 것 같기도 하여 소설 속 미래에 어떤 일이 생길지 가늠이 안되니 계속 긴장하며 읽게 되는 것입니다. 범인이라고 가정해도 살얼음을 걷는 것 같은 서스펜스가 누적되고, 범인이 아니라고 가정해도 그 억울함을 어떻게 풀 수 있을지 긴장감이 가득한 가운데 읽게 되기 때문에 어느 쪽으로 읽어도 서스펜스가 유지되는 굉장히 잘 짜인 소설이라 생각됩니다.

 


 

2.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들, 선입관, 편견, 사회적 매장과 SNS의 폐해


   소설을 읽어나가다 보면 사회적으로 고민해 봐야 할 많은 질문을 던집니다. 만약, 살인자로 알려진 범죄자가 당신 주변에 가까이 있다면 어떻겠느냐?라는 질문이 크게 다가옵니다. 주변 사람들은 물론 언론, 법정에서조차 이미 살인자로 낙인찍은 소년은 신기하게도 가는 곳마다 타인의 고통을 외면하지 못하고 도움을 줍니다. 심지어 정서적으로 돕기도 하고 위로하기도 하는 등, 보통 사람보다 더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하여 사형수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심지어 그의 정체를 눈치채고서도 믿지 못할 지경입니다.

 

   사회적으로 합의를 본 집단논리가 항상 옳을 리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언론이나 SNS를 통해 불완전한 정보를 토대로 쉽사리 결론에 이르고 믿어버리는 것은 그 편이 훨씬 편하고 타인에게 그 이상 신경을 쓰기에 바쁘고 에너지가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그 대상이 '내'가 되었을 때에 있습니다. 나 또는 내 가족, 지인이 그런 누명을 쓰면 어떨까요? 내가 알던 순한 양같이 착하기만 하던 지인이 끔찍한 범죄를 정말로 저질렀다고 한다면 어떨까요?

 

   다양한 케이스를 통해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을 중첩해 던져주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입니다. 그뿐만 아니라 체면을 위해 넘겨짚기 식으로 조사하는 경찰, 성급하게 판단해 형을 집행하려는 재판부, 흥미요소로 논란을 양산하는 언론, 정확하지도 않은 조롱이 난무하는 SNS까지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우리가 일상 중에 흔하게 겪을 수 있는 신중하지 못한 집단적 행동의 폐해를 고민하게 하는 흐름이 좋습니다. 소설의 스토리 속에 자연스럽게 녹여 내는 필력이 돋보입니다.

 

  이 소설에서 더욱 좋았던 부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에 등장하는 큰 사건을 둘러싼 각 주체들이 시시각각 보여주는 판단과 결정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탈옥한 사형수 주인공뿐 아니라 주인공과 함께 생활하며 그를 겪었던 주변인들이 해야 했던 판단, 좀 더 멀리 보면 주인공을 바라보는 언론과 끝없이 뒤좇는 경찰의 입장 등이 그렇습니다. 소설을 통해 독자는 주변에 일어나는 일에 대해 쉽게 동조하고 판단해 버리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이야기도 재미있는데 소설을 통해 자연스럽게 뭔가 배울 것도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닐까 싶습니다.


 

 

3. 일본 범죄 미스터리 소설의 단골 소재 원죄, 그리고 독특한 시선


   일본 범죄 미스터리를 읽다 보면 유독 "원죄"라는 소재가 자주 등장합니다. 일본 소설을 많이 읽으시는 독자분들이라면 아주 익숙하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사실 의아하게 여길 소재기도 합니다. 단어만 보면 원래의 죄, 오리지널 씬 같은 느낌이지만 여기서 말하는 '원죄'는 '억울하게 누명을 쓴 죄'를 말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는 그냥 누명이라고 하지 누가 '원죄'라고 하겠습니까? 그렇기에 일본 미스터리에만 통용되는 단어라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일본 소설에서 원죄에 대해 다룰 때마다 생경하고 어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만, 장르적 특성이므로 익숙해지면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우리나라도 경찰, 검찰, 사법부의 판단 실수로 개인이 피해를 보는 경우는 흔히 있습니다만, 일본처럼 소설을 통해 이런 문제를 진지하게 반복적으로 다루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일본인들이 이런 문제에 대해 더 무겁게 생각하는 것인지, 일본에 억울한 상황이 발생하는 빈도가 더 많은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이 문제를 더 빈번히 다루는 것만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원죄에 대해 다루는 소설은 보통 원죄를 생산해 내는 주체 쪽의 문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애초에 죄 없는 사람에게 억지 수사를 통해 죄를 뒤집어 씌우는 경찰 내부의 문제나 선입관과 감정적 판단으로 형을 집행하는 사법부 등이 등장합니다. 그리하여 원죄 사건이 왜 일어나는가의 관점에서 "이런 이유 때문에 이런 과정을 통해 원죄 사건을 일으키고 조직의 체면 때문에 덮으려 한다"라는 폭로의 입장으로 원죄 사건을 풀어나갑니다.

 

   그러나 이 소설은 원죄를 일으키는 주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원죄 사건을 당한 개인의 시선에서 원죄를 바라봅니다. 이런 집단적 폭력이 발생했을 때 개인과 주변인들이 어떤 상황에 놓이는지, 어떻게 반응하게 되는지, 어떤 고통을 받는지 등에 관심을 기울입니다. 당신도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소설의 결말로 다가갈수록 이런 문제들이 긴장감을 더하며 폭발력 있는 서사로 이어집니다. 그렇기에 장르소설의 미덕인 읽는 재미도 충분히 더하면서 주제 의식을 극적으로 살린 훌륭한 소설인 것입니다.

 

   소메이 다메히토의 소설 [정체]는 범인에 대한 의혹을 끝까지 버릴 수 없도록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범죄를 둘러싼 인간 군상들과 사회 구조적 문제에 대한 주제의식을 동시에 잘 묘사한 훌륭한 소설입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면서 긴장감 넘치는 소설적 재미는 물론 소설이 던져주는 질문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도록 의미를 동시에 부여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 소설은 다행히 잘 해내었고 그렇기에 매력적이고 여운이 남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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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 - 세계 1위 미래학자가 내다본 로봇과 일자리 전쟁
제이슨 솅커 지음, 유수진 옮김 / 미디어숲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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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이후 100년, 로보토피아는 오는가?


   "로봇"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한 체코의 소설가 카렐 차페크는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이라는 희곡을 통해 로봇이 인간의 노동을 대신하는 로보토피아의 세계를 그렸다가 결국 인간의 발명품인 로봇의 반란으로 인류가 멸망하는 로보칼립스의 절망까지 드라마틱 한 스토리로 그리고 있습니다. "로숨의 유니버설 로봇" 이후 벌써 100년이 흘렀고, 당시는 상상도 못했던 로봇의 활용과 자동화가 현실 속에 실현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인류는 여전히 우리의 미래가 로보토피아가 될 것인지, 로보칼립스가 될 것인지 정확히 예측하기보다는 각자 극단적인 미래 전망을 내놓고 갑론을박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코로나 이후의 세계]로 유명한 미래학자 제이슨 솅커는 신작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에서 자동화와 로봇의 대중화 시대를 맞이해 "인류의 보편 일자리"의 관점에서 어떤 미래가 기다리고 있을지 전망하고 있습니다. 책의 중반부까지를 할애해 미래 인류의 일자리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로보칼립스의 견해와 긍정적으로 보는 로보토피아의 견해를 소개하고 보다 바람직한 견해와 태도가 무엇일지 고찰합니다. 로봇이 인류를 집어삼켜 모든 직업이 사라지고 사람들은 노동시장의 변화를 따라기 못하고 삶의 목적을 상실할 것이라는 한없이 부정적인 예측을 쏟아내는 로보칼립스의 미래가 지나치게 과도하고 정확한 근거에 기반하지 못했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반면, 로보토피아적 관점에서 로봇으로 대체되었을 때 인류가 얻을 수 있는 이점인 시간과 이동 및 선택의 자유, 그동안 없었던 일자리의 부상으로 인한 새로운 시대의 도래가 가능함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대체로 근거 없는 부정론을 경계하는 입장입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장밋빛 밝은 미래를 주장하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자동화와 로봇으로 인한 직업의 미래는 로보칼립스와 로보토피아 사이 그 어딘가의 모습이라고 유보적인 입장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부분은 미래에 적응하는 승자와 도태되는 패자가 존재할 것이라는 점이라고 설명합니다. 어떤 상황이 오던 적극적으로 상황을 이용해 더 나은 어딘가로 나아가야 한다는 의도라고 볼 수 있습니다.



2. 미래의 일자리는 정말 괜찮은 것인가? 대책은 무엇인가?


   저자는 책을 통해 중세 시대 그 많던 대장장이들이 다 어디로 사라졌는지 묻습니다. 영어권에서 가장 흔한 이름인 "스미스"가 바로 대장장이를 의미하며 그만큼 당시 대장장이가 흔하기도 하고 대중적인 직업군이었다는 것을 지적합니다. 세상이 바뀌고 산업 구조가 변하면 직업군도 당연히 바뀔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구조적 변화가 극심하면 할수록 이런 직업군의 변화도 크게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사회구조와 경제의 변화는 얼마나 많이 변하는가의 문제인 변화량 변수와 얼마나 자주 태세가 전환되는가의 문제인 빈도 변수 두 가지를 다 고민해 보아야 합니다. 


   증기기관으로 시작한 산업혁명은 대량생산의 시대를 넘어 서비스와 IT 기반 자동화 산업으로 이동했다가 인공 지능, 사물 인터넷, 빅데이터 등을 특징으로 하는 4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와 있습니다. 우리는 갈수록 변화량이 크고 변화의 주기 또한 짧아지는 급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과거처럼 하나의 기술을 익혀 평생 먹고살던 시대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현재와 미래의 직업은 다양화될 수밖에 없고, 각 개인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시대에 맞는 여러 가지 지식과 기술을 꾸준히 익혀 나가야 합니다. 이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입니다. 


   변화를 거부하거나 두려워해서 " 하던 일이나 열심히" 하는 성실한 사람이 살아남기 힘든 시대가 도래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지속적으로 변화를 꾀하되 사회 변화 방향을 면밀히 살피며 현명하게 대처해 나가야 할 시기입니다. 그렇기에 저자는 이런 시대적 대 전환기에 살아남을 수 있는 대안으로 현명한 직업 선택, 끊임없는 배움, 지속적인 변화와 기회 모색 등을 들고 있습니다. 미래에 대한 문제를 다룬 책에서 한결같이 만나는 한계는 실용적이고 유의미한 대안 제시가 빈약하다는 점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이 책은 속이 뻥 뚫리도록 시원한 감은 없더라도 현실적이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고는 있습니다. 



3. 주장을 강화하기 위한 극단적인 전개의 불편함...


   어지간하면 책을 읽으면서 배울 점과 긍정적인 면만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만, 이 책의 중후반부 내용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컸습니다. 사회보장제도와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가 책에 포함되어 있습니다만 이 책의 주요 골자인 자동화와 로봇의 시대상에 대한 고찰, 우리의 일자리의 미래와 다소 거리가 있는 논제라 의아합니다. 산업화와 일자리 분야의 미래에 대해 논의하는 김에 강하게 주장하고 싶은 논제를 끼워 넣기 하는 느낌입니다.


   어차피 사회보장제도나 보편적 기본소득은 정부 정책 차원에서 사람들의 일자리 문제와 생계 문제에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있기 때문에 함께 다뤄도 크게 문제가 될 일은 없으리라 봅니다. 그러나 단순히 어떤 소주제를 다루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주제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 다소 극단적이고 과장된 방식이라는 점이 문제입니다. 


   사회보장제도가 국가부채를 지나치게 증가시키고 인구통계학적인 관점에서 비용을 부담할 사람은 줄어들고 보장과 혜택을 받을 사람은 계속 늘어가는 상황을 고려할 때 더 이상 지속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할 것이며 이런 상황은 자동화를 더욱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예측은 납득이 갑니다. 여기에 급부상하고 있는 로봇세 문제를 함께 지적하면서 비현실적이라고 단정합니다. 개인적으로 저 역시 로봇세를 받는다는 것이 언 듯 그럴듯한 대안처럼 보일 수 있지만 조금만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어디까지 로봇세를 거둘 대상으로 볼 것인지, 어떤 조건에 얼마나 걷을 것인지 등을 정하기가 사실상 난해합니다. 그러나 본문 속에 느껴지는 저자의 뉘앙스는 로봇세를 주장하는 사람들에 대해 지나치게 비판적입니다. 


   보편적 기본소득의 문제로 들어가면 더 심각해집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사람들로 인해 공산주의가 다시 도래한다는 주장까지 갑니다. 기본소득은 말도 안 되고 사람들의 의욕을 떨어뜨려 사회를 붕괴한다는 정도의 극단적인 주장을 하며 기본소득은 공짜를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정치적 도구로 사용될 뿐 실현 불가능하다고 주장합니다. 정치적 관점으로 보면 극단적인 보수 주의적 주장이라고 볼 수 있는데, 정치적으로 어떠하냐의 문제보다는 본인의 주장을 관철하기 위한 논리 전개가 합리적이지 못하고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다소 과장되어 있는 것이 독자를 불편하게 합니다. 


   책의 전반부에서 로보토피아와 로보칼립스의 극단적인 견해의 문제점을 지적하던 저자가 스스로 극단적인 주장을 벌이는 상황이 아이러니합니다. 안타까운 것은 [로봇 시대 일자리의 미래]라는 책 전체의 주제에 대한 관련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지는 문제를 저자 개인의 견해를 강하게 주장하기 위해 할애함으로 인해 전반적인 내용상 통일감은 물론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입니다. 이런 아쉬움을 제외한다면 눈앞으로 다가온 사회적 변화와 일자리의 문제, 미래 예측의 두 가지 양극단의 특징, 바람직한 생존과 적응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 등을 쉽고 간결하게 잘 설명한 좋은 책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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