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버의 재구성 매드 픽션 클럽
리즈 뉴전트 지음, 김혜림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1. 다양한 등장인물의 시각으로 풀어가는 숨겨진 이야기의 진실

   구성이나 형식만으로 보면 누쿠이 도쿠로의 "미소 짓는 사람"이 절로 떠오르는 책입니다. 물론 "미소 짓는 사람"처럼 르포르타주를 표방하는 형식은 아니지만, 의외의 사건이 발생하고 주인공 본인과 주변 인물들 각자의 시각에서 진술한 내용들을 토대로 사건의 전말을 서서히 파헤치는 형식이거든요.

   이런 방식의 전개는 항상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이야기의 집중력이 흐트러지고 무척 지루하거나 산만해서 독자가 짜증 나기 십상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자는 상당히 좋은 능력을 갖췄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저자가 드라마, TV, 라디오 등의 작가를 했던 모양인데 그래서 그런지 구성력이 상당히 좋다는 느낌입니다. 전체적인 골격에 비해서 스토리가 긴 편인데도 전혀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의 이야기가 뼈대처럼 이어지지만, 화자를 계속 바꿔가면서 주인공의 감춰진 모습을 입체적으로 조명해주면서 마치 독자와 조각 맞추기를 해나가는 듯한 이야기 구조가 매우 마음에 들었습니다. 게다가 각자 화자들 역시 그들만의 스토리가 있고, 문제와 갈등을 통해 인간의 다양성과 사회 구조적 문제들을 다양하게 다루고 있어 기본 스토리의 단조로움을 크게 보완하고 있습니다.


#2. 이미지 만으로는 잘 모르는 "타인"

   기본적으로 저자가 가장 크게 부각하려고 했던 주제는 아무래도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른다."입니다. 이런 주제를 잘 살리기 위해 주인공 "올리버"를 잘 생기고 매너 좋은 훈남으로 묘사합니다. 자기 분야에서 성공한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고, 겉보기에 문제없이 결혼생활도 잘 이어갑니다. 그러다 어떤 계기로 아내를 심각하게 폭행하고 식물인간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단순히 아내를 때린 수준이 아니라는 말이에요. 유명 작가니 매스컴도 주목하고 언론의 매장시키기도 진행됩니다.

   저자는 이야기의 끝자락에 주인공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명확한 이유를 알려줍니다. 아내 폭행과 그 일을 촉발시킨 원인에 얽힌 이야기 자체가 일종의 미스터리 소설 같은 요소가 있습니다. 이 책이 마지막 즈음에 '아~~ 그랬었군~~'하는 재미를 주는 주요한 요소이기도 합니다. 그런 면에서도 잘 쓰인 소설이에요.

   이런 스토리를 생각하면 '나도 나를 잘 모르겠다' 등의 명제는 이 책과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인공은 어린 시절의 불우하고 힘들었던 환경 탓에 비틀어진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고, 인격 형성에도 장애가 많았음을 세세히 알려주거든요. 그래서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왜 아내를 폭행했는지가 명확하게 드러나고 있어요. 그래서 오히려 주변인들이 생각한 올리버와 작가로써 알려진 이미지와 올리버의 실체 사이에 간극에 더욱 시선을 빼앗기게 되는 것입니다.

   사회화가 잘 된 인간이라면 철저히 스스로를 숨기고 시대가 원하는 인간상으로 잘 포장해서 살아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인공 올리버는 성장환경부터 적절한 보호와 보상과 사랑을 받지 못하는 과정에서 기본적으로 매력적인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사람들에게 드러날 만큼 왜곡된 모습과 인격적 결함을 부분적으로 내보이게 됩니다. 그 조각조각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이 소설이에요. 저도 그렇게 사회화가 잘 된 인간은 아니기 때문에 일부분 공감이 되고, 이해가 되는 부분은 있었습니다.

#3. 환경과 문화의 지배를 강하게 받는 인간의 속성

   이 소설의 주제라고 할 수 있는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닌 인간"에 대한 묘사는 흥미는 있었지만 사실 저의 관심을 크게 끌지는 못 했습니다. 오히려 제가 계속 주목한 부분은 주인공의 모습을 조각조각 입체적으로 묘사하기 위해 동원된 주변 인물들의 진술이었어요. 총 7명인가 등장하는데, 하나같이 개인사가 있고, 어려움과 결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사회가 싫어하고 터부시할만한 단점들이 하나씩은 있는 그런 인물들입니다. 그들의 진술을 통해 7, 80년대 아일랜드가 가지고 있었던 사회적 문제가 보입니다.

   예를 들자면, 우리나라는 익숙하지 않을 만한 문제지만, 가톨릭 사제들의 부패 문제와 그들의 죄를 조직적으로 덮어주고 옹호하는 심각한 문제라든가, 동성애자 문제, 인종차별과 계급 차별 등의 문제가 생생하게 드러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통해 당시 아일랜드 사회가 상당히 보수적이었다는 생각을 해 볼 수 있습니다. 가보지 않은 나라의 환경과 문화적 배경을 상상해 볼 수 있고, 우리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알아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어느 나라, 어느 사회를 막론하고 당시의 사회 환경과 문화에 강하게 지배를 받는 것이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상하고 고리타분하면서 비 인격적인 사고방식과 행동양식이 그들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죠.

   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이라는 것을 해봅니다. 2017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꼰대인 저는 어떤 환경과 문화 속에서 도대체 얼마나 비합리적이고도 해괴망측한 판단 근거와 행동양식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얼마나 그것이 진리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살아가고 있을까요? 누군가 먼 훗날 나의 일생을 보면서 '기이하고 우매하며 비합리적인 괴물 같은 삶이다'라고 평가하는 것은 아닐까요? 생각을 좀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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