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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저씨 도감
나카무라 루미 지음, 이지수 옮김 / 윌북 / 2016년 12월
평점 :
품절

#1. 아.. 아저씨..
물론 저는 아직 아저씨가 아닙니다. 아직은 젊어요. 특별히 제가 아저씨라서 이 책을 읽은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직 제가 되어보지 못한 아저씨라는 존재가 궁금해서 읽었을 뿐입니다. 정말이에요. 거짓말이 아니에요. 미안해. 너의 집 앞이야~~~~ (절대 아재개그가 아닙니다...)
저는 취향상 엉뚱한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이런 책이 나올 수 있는 일본이라는 나라를 적어도 책에 관련해서는 좋아하는 이유기도 합니다. 일본 출판계를 보면 "출간하지 못할 책 따위는 없다"라는 모토로 책을 만드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정말 그야말로 도감이라고 분류해도 딱 좋을 만큼 아저씨들의 각종 유형을 48가지로 나눠 보여주는 아저씨 도감입니다. 그냥 저자가 적당히 분류한 것이 아니라 4년간을 일본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실제로 취재도 하고 사진으로 촬영을 한 다음 그 사진을 그림으로 옮기는 방식으로 작업을 했습니다. 그 그림에다가 깨알같이 작가의 코멘트나 평가가 붙어있는데 한편으로는 안습이기도 하고, 웃음이 빵 터지기도 하면서 "예비 아저씨"인 저의 희로애락을 자극합니다. 그나저나 아저씨라니.. 참... 뭔가.. 슬프기도 하고...
#2. 아저씨에게 관심을 가진 아가씨..
아무 생각 없이 읽다 보니 저자의 코멘트가 너무 여성스럽달까? 그래서 저자를 찾아보니 여성이군요. 역시나.. 그래서 전체적으로 취재를 당하는 아저씨들의 반응이 조금은 음흉했을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아저씨들은 아니라 약간은 안도하긴 했지만 저로써도 좀 민망한 내용들이 있었네요.
작가가 아저씨에게 관심을 가진 계기가 후기에 나오는데 흥미롭습니다. 요약하면 어쩌다 어린 시절 아저씨들 틈에 끼어있었는데 푸근하고 편한 게 인상적이었고, 그 이후로 아저씨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뭐 이런 내용입니다. 어찌나 꼼꼼하게 관찰을 했는지 온갖 종류의 아저씨들이 다 등장합니다. 저자가 멋지다고 분류한 아저씨들조차 별로 멋져 보이지 않았다는 건 안습입니다만, 그저 곱게 늙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게 교훈이라면 교훈이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무시무시한 게 이 작가가 한국에서도 살면서 한국 아저씨까지 그려보고 싶다고 인터뷰를 한 부분인데, 절대로 이 양반의 눈에 띄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됩니다. 아 참, 나는 아저씨가 아니지..
#3. 일본의 일본인을 위한 아저씨 도감
저자가 일본인이고 일본 아저씨를 관찰해서 만든 거니 당연합니다만, 왠지 엄청 재미있겠다는 생각과는 달리 이 책이 전반적으로 지루하게 느껴질 부분이 제법 있습니다. 저 역시도 그래서 기대보다는 아주 재미지지는 않았고요.
일단 일본인이 일본인의 눈으로 본 일본 아저씨들의 도감이다 보니 우리나라 아저씨랑 공통점도 있지만 상당히 다르다는 것이 한 원인입니다.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지만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는 대목이 꽤나 있었어요. 우리나라 아저씨보다는 전반적으로 너무 젠틀하달까. 일본스럽습니다.
한편으로는 장점이자 단점이지만 미혼 여성의 눈으로 본 아저씨의 세계가 펼쳐진다는 점에서 약간의 한계가 있습니다. 웃음 포인트면서도 한편 뭔가 조금은 단편화된 시각으로 바라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죠.
게다가, 이 책은 어디까지나 "도감"형식이다 보니 상당히 많은 아저씨들이 나열식으로 등장합니다. 좀 읽다 보면 자연히 지루해질 수밖에 없어죠. 제가 이런데 전혀 아저씨에 관심 없는 독자들은 너무나 지루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형식이나 콘셉트는 엄청 흥미로우나 정작 내용으로 들어가면 얇은 책이고 그림책인데도 불구하고 끝까지 읽기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재 취향이라면 좋아하시겠지만서도...
다행히 내용 중간중간에 대담이라든가, 취재 현장이라든가, 인터뷰 등을 싣고 있어서 단조로움을 극복해보려는 노력은 많이 보입니다. 이 책이 어느 정도 흥미롭게 읽힐지 가늠하기가 좀 어렵네요. 아무튼 독특하고 희한하고 엉뚱한 책임은 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