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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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에 충실한 스릴러

   저는 데이비드 발다치라는 저자를 처음 만나는데 기본에 충실하다는 느낌이 확실히 들었습니다. 장르소설의 미덕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일단 지루하지 않고 가독성이 뛰어납니다. 문장이 좋고 나쁨이 결정적이지는 않지만 읽는데 전혀 거슬림은 없었으니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해야겠지요. 사실은 번역이 더 중요하기도 합니다만 일단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전개를 가진 스토리에서 주인공의 역할은 절대적입니다. 원맨쇼라고 해야 할 정도로 주인공이 좌충우돌 돌아다니면서 사건을 해결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점에서도 이 작품은 장점이 있었습니다. 주인공 자체가 훌륭한 하드웨어를 가졌지만 완벽한 외모는 아니라 거부감은 없는 살찐 아저씨 같은 느낌입니다. 제목처럼 과잉기억 증후군을 후천적으로 얻었고 그 능력을 활용해 사건을 풀어나가지만 한편으로는 과거와 달라진 스스로 때문에 고통을 당하기 때문에 거짓말 같은 기억력이 반칙이라는 생각이 들지는 않게 잘 안배하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주변 인물들도 주인공 못지않게 입체적인 캐릭터와 적절한 비중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데 한몫 들 하고 있습니다. 사건에도 적당히 개입하고 일부는 해결에 기여를 하며, 한편으로는 함께 고통을 받기 때문에 이 작품이 지나친 원맨쇼로 보이지 않도록 균형을 맞춰줍니다.

   분량이 꽤나 긴데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은 전개는 상당히 훌륭하다는 느낌입니다. 이런저런 생각 없이 쭈욱 읽게 만드는 흡입력이 돋보였습니다. 자고로 스릴러는 독자가 위화감 없이 이야기를 끝까지 궁금증과 일말의 위기감을 느끼면서 읽도록 해준다면 성공한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2. 양날의 검이 되는 소재

   이 작품에서 가장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는 소재는 "과잉기억 증후군"이라는 현상입니다. 양상이 다양하게 있다고 설명해주고 있지만 일단 중요한 것은 한번 본 것, 들은 것, 기억한 것은 잊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저장이 효율적으로 되어있는지 오래된 기억도 금방 찾아냅니다. 뇌가 하드디스크 같은 고용량 스토리지인데 읽고 쓰는 속도도 엄청 빠르고 색인 시스템이 좋아서 찾기도 엄청 잘 한다는 설정이죠. 게다가 영구 보관되고 말입니다.

   이런 소재가 작품에 캐릭터에게 활용되어 부여되면 정말 난해한 사건을 부여하고 주인공을 중심으로 풀어나가도록 스토리를 설계하기 적합합니다. 주인공의 능력치가 거의 치트키 수준이다 보니 과제도 그만큼 난도가 높을 수밖에 없죠. 그렇지 않으면 독자가 시시하게 느낄 수밖에 없으니까요. 그리하여 사건이 너무 복잡해지는 문제가 생깁니다. 주인공이 평범한 사람이어서 그 정도 수준에서 몸빵으로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는 어지간한 독자도 이해하기 쉽습니다. 고민 없이 읽을 수 있죠. 게다가 주인공의 개고생이 남일 같지 않아 감정이입이 잘 되는 장점도 있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경우 설정 자체는 오랜 스릴러의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지만 주인공의 능력이 신선하기 때문에 이색적인 전개가 가능해서 즐겁게 읽을 수는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가 생소한 인물적 특성을 계속 이해하고 상상해가면서 읽어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중간중간 밝혀지는 과거 이야기나 연구소에서 설명하는 이야기들을 통해 미루어 짐작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요. 그것을 즐겁게 받아들이는 독자가 있는가 하면, 어렵거나 관심이 없어서 힘들어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통상 이런 경우 리뷰의 평점이 오락가락하는 것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죠. 흔히 호불호가 갈린다고 표현하는 것인데 이 작품도 그럴 가능성이 제법 보였습니다.

   여튼 저는 상당히 흥미롭게 읽은 쪽이었습니다. 사실은 저 같은 경우는 아무 생각 없이 탁월한 하드웨어로 몸빵으로 해결하는 하드보일드 한 스타일을 더 선호하기는 합니다만, 이 작품은 그런 스타일 외에도 저의 관심을 끄는 부분이 좀 있었거든요. 과잉기억 증후군의 증상 자체보다는 타인과 다른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가지는 심리적 상태라든가, 사회 현상이라든가 이런 부분을 조금 엿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3 미국산 범죄 스릴러의 기대 작가

   데이비드 발다치의 소개를 보니 영미권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구가하는 작가로 보입니다만 장르소설의 무덤인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렇다 할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군요.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범죄소설 작가라는 소개가 무색하게 대한민국에서 듣보잡에 그치고 있는 것만 봐도 역시나 우리나라에서 스릴러 장르는 호러나 SF 못지않게 블랙홀 장르라 하겠습니다.

   이분 앱솔루트 파워 라는 소설을 쓴게 1996년도니 벌써 20년째 성공적으로 작가생활을 해오고 계시는데 국내에 소개가 많이 늦었습니다. 한 두 작품 소개가 되었었는데 그닥 관심을 끌지 못했나 봅니다. 작품도 많고 시리즈도 여러가지가 있는데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원제 Memory Man)"는 2015년도 작품이니 최근작이고 에이모스 데커 시리즈가 올해 출간 된 "The Last Mile"이 한 작품 더 있군요. 이번 작품의 판매가 어느정도 가능성이 있으면 북로드에서 후속작도 출간해 주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의 경우는 특정 살인마의 개인적인 원한으로 벌어지는 지극히 사적인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데이비드 발다치는 실제로 정치권, 사법제도 등의 비리와 사회현상 등을 고발하는 정통 스릴러를 써왔다고 하니 오히려 다른 작품이 저의 취향을 더욱 저격할 것 같은 느낌입니다. 다른 작품도 꼭 번역되서 출간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뭔가를 잊을 수 있다면 좋겠어요. 사람들이 그러는 것처럼, 나도 좀 잊고 싶어요."
"평범한 두뇌를 가진 사람도 자기 가족에게 일어난 일은 잊지 못할 때가 많아요."
"하지만 나는 그 일을 하나하나, 낱낱이 그억해요. 그 일에 관한 건 편생 아무것도 잊지 못할 겁니다.


   역시 망각은 인간에게 주어진 크나큰 축복 중 하나다... 나는 너무 많이 망각해서 문제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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