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의 거리를 둔다
소노 아야코 지음, 김욱 옮김 / 책읽는고양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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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행복의 원리

   워낙 행복이 무엇인가?부터 행복론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시대입니다. 산업화를 넘어 시대가 바뀌면서 왜 사는가에 대해 묻기만 하면 '행복하기 위해 산다'라고 대답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또 많은 사람들이 현재의 행복을 충분히 누리는데 관심을 많이 기울이고 있기도 합니다. 행복을 위해 타인보다 경제적으로 부유하거나 유명해지거나 성취하고자 노력하는 이가 있는가 하면, 남들이 뭐라 하건 상관없이 스스로 만족하고 절제하는 미니멀리즘 쪽으로 집중하기도 합니다.

   행복이란 원래 정형화시키고 개량할 수 없는 것인 만큼 당사자가 어떻게 느끼고 인식하느냐의 문제일 수밖에 없는데, 노년의 소설가 소노 아야코 역시 이런 부분에 대해서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많았던 모양입니다. "약간이 거리를 둔다"는 저자의 자전적인 행복론의 기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책의 제목은 다분히 낚시성인데 그도 그럴 것이 제목 만으로는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정확히 알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 낚시에 속아서 제목과 표지만 보고 충동적으로 구매한 책입니다. 막상 읽고 보니 저 제목은 수많은 짧은 꼭지 중 하나의 소제목에 불과했습니다.


#2. 결국은 정신승리...

   저자가 들려주는 인생 이야기, 행복에 관한 여러 가지 조언들도 사실은 정신승리에 대한 다양한 변주인 것만 같습니다. 한편으로는 세상일이 흘러가는 데로, 순리대로 내버려 두는 것에 대해서 편안히 받아들이라고 조언해주고 있어요. 안달복달해보아야 불행만 가중될 뿐이라는 것이겠지요.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것, 그것이 내 삶의 미의식이다. 왜냐하면 인간은 죽기 전까지 막연히 흘러가는 게 전부이기 때문이다. 쓸데없이 저항하기보다는 당당하게, 그리고 묵묵히 주변 사람들과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고 싶다.

   저자는 인생의 큰 방향이 정해지고 나면 사소한 것들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고 굳이 애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그저 수동적으로 살아가라는 뜻이라기보다는 어차피 우리가 원하고 소망하는 것이 모두 이루어지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 결과를 담담히 받아들이는 것이 지혜라는 의미로 들립니다.


#3. 잠깐의 여유와 감사가 비결

   저자는 삶 가운데 관조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개인적으로는 대체로 동의하고 수긍할 만한 이야기였습니다. 마치 지혜로운 할머니에게 시골에서 슬쩍 슬쩍 흘려듣는 조언들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그리고 저자는 이 책의 말미에 결론과도 같은 이야기를 풀어놓습니다.

인생의 매 순간이 나에게 행운인지, 아닌지를 결정짓는 기준은 감사할 수 있는가에 달려 있다.
불행한 사람은 주변 환경이 곤란해진 탓에 불행해진 것이 아니다. 그나마 내가 현재와 같은
모습으로 살아갈 수 있었던 배경이 누구의 도움 때문인지를 떠올리지 못하게 되는 순간,
인간은 불만 덩어리가 되어 불행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감사는 마지막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영혼의 고귀한 표현이다.

   누구나 살면서 감사할 일을 겪게 되고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습니다. 저자는 아무리 불행한 사람이더라도 감사한 마음을 품고 살아가야 될 이유를 마련해준 고마운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라고 말합니다. 사실 참으로 뻔하고도 특별할 것 없는 이 이야기들이 묘하게도 신선하게 들리는 것은 우리가 자라가면서 점점 욕망은 커지고 기대는 높아지는 반면 감사는 적어지고 고마움을 느끼는 데는 인색해지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우선 스스로에게 감사하고, 가족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떠올립니다. 지금 이 글, 이 문장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제 삶은 행복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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