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비상사태 : 홍종학의 필리버스터 - 경제비상사태의 실상과 테러방지법의 숨은 의도
들메나무 편집부 엮음 / 들메나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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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졸잼, 꿈잼 이거슨 소설보다 영화보다 재미나다..


   미리 결론부터 말씀드리고 가면 이거 완전 졸잼, 꿀잼 입니다. 게다가 공부도 되고 우리나라 작금의 현실을 바라보는 눈도 생기고 여러 가지로 필독서가 아닐 수가 없습니다. 이 와중에 까먹을지도 모르니 하나만 디스하고 지나가자면 이거 참 표지 좀 보세요. 이 표지가 과연 밀레니엄도 훌쩍 뛰어넘은 2016년에 나올 수 있는 디자인이란 말입니까? 국가비상사태 이전에 경제비상사태 이전에 표지비상사태입니다. 이러니 드럽게 안 팔렸을 거야. 대한민국 책팔이에 표지와 내지 디자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대적인데 말입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올 초에 있었던 필리버스터에서 더불어민주당 홍종학 의원의 무제한 토론 연설 내용이 바탕입니다. 홍종학 의원도 듣보잡입니다만 이제사 알고 보니 경제학자인 홍종학 의원이 얼마나 시의 적절하고 마땅히 동의할 수밖에 없는 좋은 내용의 연설을 했던지 이걸 보던 출판사에서 돈이 딱히 안 될걸 뻔히 알면서도 무언가 알 수 없는 불타는 사명감으로 출간을 결정했던 것입니다. 어떤 사연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까칠한 비토옹께서 이 책을 읽으셨고, 그 덕에 저 같은 사람까지도 이 책을 읽게 되었던 것입니다.


   여튼 그러거나 말거나 드럽게 재미진 책입니다. 이보다 더 재미질 수가 없어요. 귀찮아서인지 아니면 정확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는 출판사의 의지인지 모르겠지만 그야말로 그냥 녹취록이에요. 홍종학 의원의 말버릇까지 고스란히 담겨있고 비문도 그냥 그대로 담겨있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몇몇 의원이 의사발언권을 얻는 절차적 동의도 없이 막 끼어들어서 한마디씩 해요. 그런데 웃기게 이걸 또 친절한 홍종학 의원이 일일이 다 받아주고 대답해주고 설명해주고 이럽니다. 그 상황 자체도 코미디예요. 이 양반들이 국회의원인지 유치원생인지 유치하기가 이를 데 없어요. 그러면 안 된다고 수차례 타이르는데 무시하고 지하고 싶은 데로 막 끼어듭니다. 이런 사람들이 국회의원이라고 앉아있으니 의무는 다하지 않고 권한만 누리려고 하는 건 당연지사. 이런 사람들을 뽑은 국민들도 딱히 할말은 없어... 이게 총체적인 코미디란 말입니다. 이 와중에 논리적인 데다가 적절한 배경 자료까지 갖춘 홍종학 의원이 얼마나 돋보이느냐 말입니다. 아 참. 이걸 잘 설명할 방법이 없네. 이 재미지고 유익한데다 표지까지 엉망인 이 책을 더 이상 설명할 방법이 없나.. 커허...



#2. 대관절 필리버스터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이 필리버스터는 대관절 무엇이란 말입니까? 올 초를 뜨겁게 달궜던 "필리버스터"는 아마도 공기업 입사시험 준비 같은 걸 해보신 분이라면 일반상식 책에서 접해보셨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대체로 들을 일이 없는 단어죠. 애니메이션 원피스의 버스터 콜보다도 인지도가 떨어지던 필리버스터가 올 초 테러방지법 거부를 위해 야당 의원들이 일을 벌이는 바람에  단번에 온 국민이 아는 단어가 되어 버렸습니다. 


   필리버스터는 신설되는 법안에 반대하는 반대파가 주로 벌이는 방해 행위를 말합니다. 이번 사례처럼 무한 토론을 하는 방법 외에도 규칙발언 연발, 의사진행 또는 신상발언 남발, 요식 및 형식적 절차의 철저한 이행, 각종 동의안과 수정안의 연속적인 제의, 출석 거부, 총퇴장 등의 방법1으로 한마디로 갠세이(gainsay), 또는 개비기, 버티기 등등이 여기에 포함됩니다. 원래 그닥 좋은 방법은 아닙니다만 다수당의 횡포에 맞서는 거의 유일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어서 의미는 있습니다.


   이 책에서도 반복적으로 주장하는 바와 같이 필리버스터를 했다는 것도 의미가 있기는 하지만 그보다는 그동안 워낙 편향된 언론환경과 비대칭적 정보제공의 문제로 인해 국민들이 제대로 된 알 권리를 얻지 못하고 있었던 형편이었는데 필리버스터가 주목받으면서 개중 좋은 생각으로 준비된 의원들이 자신의 주장과 고민을 국민들에게 알릴 기회와 채널을 얻었다는데 더욱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옥같은 발표를 한 홍종학 의원의 필리버스터 기록이 이렇게 책으로 만들어지게 된 것이죠. 앞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형 출판사는 돈 냄새가 안 나니 주목을 안 했다는 점은 그동안 행보를 생각하면 역시나 납득할 만 합니다. 창비가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가 부시맨 상을 받았다고 저렇게 환영하며 환호하는 이유가 뭡니까? 머니머니 해도 머니가 될 것만 같은 강력한 기시감이 느껴지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신경숙 작가의 표절 논란 때와도 정확히 일치하는 태도라고 할 수 있지요.아.. 뭔가 삼천포로 빠진 느낌이다...



#3. 홍종학 의원이 주장하는 경제비상사태는 무엇을 말하는가?


   홍종학 의원이 주장하는 바는 몇 가지로 요약할 수 있는데 가장 핵심인 테러방지법에 대해서 "국가비상사태라고 우기는 박근혜 대통령과 여당은 모호하고 원래 의도와도 맞지 않는 법안을 테러방지법이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사실상 테러 방지를 위한 해외정보수집 같이 중요한 부분은 외면하고 갖은 불법을 저질러온 국정원에게 더욱 초인적인 권한을 주려 하고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하게 된다."라며 우려합니다.


   한편, 국가비상사태라고 주장하며 국민들을 불안에 빠뜨리지만 사실은 대한민국이 거의 망해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만큼 작금은 경제비상사태라는 것을 타당한 사례와 데이터들을 제시하며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가리기 위해 엄한 것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는 형국이라고 주장합니다.


   역시나 대한민국 망국병인 재벌 우선주의와 재벌과 권력에 줄 서는 언론의 문제도 줄줄이 비엔나로 엮어 버립니다. 아무래도 그 밥에 그 나물이니 따로 구분할 수가 없죠. 다 엮어서 시대를 역행하고 있고 기껏 한다고 하는 정책이라는 것이 과거 미국의 대공황을 야기했던 딱 그 실패한 방법과 너무나도 동일하다는 점을 지적합니다. 그러나 가장 차별화되는 점은 미국은 그 어려운 상황에서 재벌을 해체하고 서민들을 지원하는 정책을 강력히 추진해서 초강대국으로 변모했으나 작금의 한국은 망국의 지름길인 재벌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을 반복해서 설명합니다.


   재벌이 돈을 벌면 국민이 잘 산다는 개풀 뜯어먹는 환타지를 아직도 믿는 사람들은 참으로 순수 그 자체 퓨리오사보다 더욱 퓨리티한 분들입니다. 홍종학 의원은 구체적인 수치를 언급하며 재벌들이 돈을 벌어들이면 시중에 풀어서 경제가 살아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중 많은 비율을 투자자들에게 나눠주고 나머지는 사내유보금으로 보유하면서 기껏 건물을 짓거나 쓸데없이 땅을 사거나 이런 짓거리를 한다는 점을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세금은 조금밖에 안 내니 나라 살림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재벌들은 점점 더 부자가 되는데 그 돈을 꽁꽁 싸매고 세금 안 내고 불법 증여하려고 혈안이 되어 있고 이런 거죠.


   그 와중에 정보기관은 정보수집은 안 하고 말 안 듣는 사람들 뒷조사나 하고 댓글 부대가 돼서 초딩들 같은 댓글놀이나 하고 있으니 이게 답이 나오는 집구석입니까? 얼마나 웃기고 황당한 집구석인지 돌아가는 꼴이 얼마나 심각한지 상세한 자료와 함께 알고 싶으시면 꼭 일독해주세요.


   참, 중간중간에 UN 리포트도 등장하고, 국정원이 자체적으로 스스로를 조사한 리포트도 등장합니다. 이 발췌한 내용들이 또 가관입니다. 전문가의 세미나 발췌한 내용도 무척 유익합니다. 책의 말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이 무려 1971년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맞선 대통령 후보일 때 연설한 연설문이 등장하는데 명문장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당시 언급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들이 무려 45년이 지난 지금에도 무슨 평행이론처럼 한치의 오차도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에 진심으로 놀랐습니다. 분명 세상은 나아지고 있는 것 같은데 짧은 시간에 45년치를 퇴보한 것인지 어떤 건지 모르겠습니다.

   정치는 정반합으로 점진적으로 나아진다고 보고 조금 더 기다리고 노력하면 조금씩 조금씩 나아지겠지요. 다 망하고 죽어나가기 전에 이놈이고 저놈이고 정신 좀 차렸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 책에 언급된 수많은 문제들 중에서도 내 주머니만 채우면 그만이라는 근시안적인 시각밖에 없는 것이 가장 치명적이고 대책 없는 문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좋은 책입니다. 많이 안팔릴 책입니다. 그러나 꼭 읽을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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