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 내 삶의 주인이 되는 문화심리학
김정운 글.그림 / 21세기북스 / 2015년 12월
평점 :

#1. 외로움을 잊은 세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외로워져야 하는 이유.
김정운 교수는 "나는 가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로 처음 만났습니다. 한국 남성사회의 문제를 냉철하게 지적하면서도 위트있게 가벼움을 잃지 않고 쉽게 쓰여진 이 책은 무척 매력적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몇권의 책을 더 읽었는데 그러다보니 결국은 같은 맥락의 이야기를 반복한다는 느낌이 들어 어느순간 안읽었는데 이 책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도 사실은 아주 큰 틀에서는 비슷한 맥락이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신선하거나 새로운 내용이 있을 듯도 하여 읽어보게 되었습니다. 결론은 절반의 성공 정도로 평가할 수 있을 듯 합니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외로움을 모르는 세대, 전자기기의 도움으로 애써 외로움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사람들이 한번쯤은 멈춰서서 꼭 고민해봐야할 문제를 시의적절하게 지적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저자 자신이 지난 몇년간 홀로 일본에 머물면서 몸서리치는 외로움과 대면한 다음 쓴 내용이라 자다가 남의 다리 긁는 식의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오히려 지나치게 처절한 외침처럼 들립니다. 이 양반의 글은 늘 그렇지만 자기 학대에 가까운 고백이 많습니다.
통상 에세이류는 서문에 대부분 그 책에서 하고자 하는 정수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보통 서문을 정성들여 읽곤 합니다. 이 책도 예외는 아니어서, 서문에 중요한 문제를 충분히 다루고 있습니다.
"격하게 외로운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외로움이 '존재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바쁘고 정신없을수록 자신과 마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사람도 좀 적게 만나야 합니다. 우리는 너무 바쁘게들 삽니다. 그렇게 사는게 성공적인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꾸 모임을 만듭니다. 착각입니다. 절대 그런 거 아닙니다. 바쁠수록 마음은 공허해집니다. p.6"
저자는 외로움이 싫고 직면하기도 싫어서 자꾸 만남을 만들거나 온라인 세계에 몰입하며 '관계'로 숨어들면 점점 더 공허해진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외로움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 단순히 그저 견디고 익숙해지라고 조언해주고 있습니다.
"'인간은 어쩔 수 없이 외로운 존재'임을 깨닫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그 사실을 깨닫는 것이 무서워 외로운 시간을 피하려고 합니다. 외로움은 그저 견디는 겁니다. 외로워야 성찰이 가능합니다. 고독에 익숙해져야 타인과의 진정한 상호작용이 가능합니다. '나 자신과의 대화인 성찰'과 '타인과의 상호작용'이 가지는 심리학적 구조가 같기 때문입니다. 외로움에 익숙해야 외롭지 않게 되는 겁니다. 외로움의 역설입니다."p.8
#2. 외로움을 회피하지 않고 즐거운 인생을 사는 방법
이 책이 350여 페이지나 될 필요가 있나 싶었던 것은 결국 사람은 자신의 존재의 실존과 마주 대하기 위해 외로워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즐거운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 해야할 적극적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너무나 많은 이야기를 구구절절 하고 있어요.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도 하고, 저자가 외로운 가운데 공부를 많이 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은지 수많은 사람들의 이론과 주장을 인용하면서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외로움을 직면하면서 즐거운 인생을 살기 위한 해결책은 결국 외로움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즐기기 위해서는 나이가 들어도 자신이 좋아하는 분야를 공부하고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결론짓고 있습니다. 어느 수준이상 올라 더 배울게 없거나 시들해지면 또 새로운 것을 배워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고 말입니다. 책을 계속 읽으면서 수많은 책속에 담긴 여러가지를 배워나가는 것도 한 방법이겠죠. 제가 이 책을 통해 외로움의 역설을 배운 것처럼 말입니다.
또 하나 저자가 권해주는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은 "느리게 사는 것"입니다. 사실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이 이야기는 어찌되었건 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에게는 역시나 생각해 봄 직한 내용인 것입니다. 저자가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일본에 가 살아보니 저절로 깨닫게 된 내용이란 것이죠. 몸으로 체험하고 깨달은 바를 전해줄 때는 진지하게 들어줄 가치가 있는 것입니다.
"바로 그거였다. 지는 몇 년간 내 삶이 하나도 행복하지 않았던 것은 너무 빨랐기 때문이다. 도무지 감당할 수 없는 내 삶의 속도가 나를 슬프고 우울하게 했다는 이야기다. (중략) 그러나 아무도 날 찾지 않는 교토의 한 귀퉁이에서 내 삶은 비로소 정상 속도를 되찾은 것이다.
혼자 지내려니 내 몸 하나 건사하기 위한 청소, 설거지, 빨래, 장보기와 같은 '기초 생활 시간'이 너무 길다. 책 읽고, 글 쓰는 시간은 채 몇 시간이 되지 않는다. 그러나 빨리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없다. 느리게 걷고, 천천히 말하며, 기분 좋은 생각을 많이 해야 한다. 그래야 행복한 거다. 행복은 추상적 사유를 통한 자기 설득이 아니라 아주 구체적인 감각적 경험이기 때문이다."p.330
#3. 좋은 내용의 좋은 책이지만 절반의 성공인 이유
우리의 삶에서 외로움을 외면하지 말고 직면해야 하는 이유와 더 나아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좋은 생각꺼리를 제공하는 이 책은 반드시 읽어보암직한 건전하고도 아름다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저자가 독일에서도 오랜 기간 공부했고, 일본에서도 몇년째 공부하고 있다보니 독일, 일본, 한국의 삼국을 비교하고 차이를 설명하며 우리 국민이 경계하거나 더 힘써야 하는 부분에 대해서 무척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장점도 있습니다.
그러나 전반적인 내용이 적절함에도 불구하고이 책의 제목이나 주제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일상 이야기가 제법 포함되어 있어서 뭔가 산만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리고 특징적이게도 한 꼭지가 끝날 때마다 일반적인 용어 정리로 많은 지면을 할애하고 있는데 이럴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듭니다. 물론 정확히 뜻을 몰랐던 용어들도 꽤 있어서 저에게 꽤 유익하기도 했고, 그 챕터에 등장했던 용어를 곧바로 정리해주기 때문에 내용도 잘 이해되고 동시에 용어도 배우는 장점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좀 지면 떼우기 같은 느낌도 있고, 너무 상식적인 용어를 정리해 놓은 경우도 있어서 많은 독자들이 다양한 반응을 보일만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되었습니다.
몇몇 부분에서는 언젠가 부터 느꼈던 바로 그 문제, 저자가 여러번 주장한 내용이 반복되는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그리고 저자의 유명저서 중 "남자의 물건"의 경우도 저자가 일본에 있으면서 썼던 책이라 일본 생활이 외롭고 힘들다는 내용이 상당히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일본에서 혼자 공부하는게 힘들다는 자꾸 대하니 좀 찌질해 보이는 면이 자꾸 강조되서 책의 좋은 주장을 희석시킨다는 느낌이있었습니다.
어쩌면 저자의 성격 문제라 어떤 책을 써도 이런 부분은 계속 안고 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책 한권으로 깨닫게 되는 통찰이 있다면 충분히 사서 읽어볼 만 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외로움을 피하지 말고 참아내고 적극적으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는 태도는 무척 필요한 것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