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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 할까요? 2 - 허영만의 커피만화
허영만.이호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8월
평점 :

#1. 커피 한잔이 생각나는 디테일...
기본적으로 허영만 화백의 만화의 세례를 깊이 받아 자라왔고, 전편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의심할 여지 없이 재미있게 보겠다 생각하고 사자마자 바로 읽었습니다. 읽어보니 1권에 비해서 전체적으로 조금 더 발전되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1권은 스토리의 시작이었기 때문에 배경도 설명해야하고 각각의 주요 등장인물의 뒷배경은 물론 캐릭터 특성도 잡아야하고 독자가 익숙해져야하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시작하는 느낌이었다면 2권은 시작부터 바로 독립된 에피소드를 가져갈 수 있으니 시원시원하게 좋았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더 이상 허영만 화백이 그리는 커피만화가 어떤 성격인지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으니 스토리도 깊어지고 특히 각 스토리마다 등장하는 카페나 특정 커피, 장비, 추출방식 등에 대한 좀더 디테일한 설명이 가능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전편처럼 정보전달의 차원에서도 휼륭하고 만화 고유의 본연의 장점도 잘 살아있는 작품입니다. 적절히 절충을 아주 잘 했다는 생각입니다.
#2. 변함 없는 스토리, 변함 있는 등장인물
1권의 연속선 상에서 봐야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2대커피를 중심으로 이어가는 에피소드들이 딱 떨어지면서 각 스토리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번 편에서는 막노동을 하는 노동자에게 커피를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손님의 취향"파트와 아이들의 양육을 위해 자신의 사회활동을 포기하고 무지렁이처럼 살아간다고 생각하는 아줌마를 위로하는 "엄마,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그리고 사업에, 취업에, 사랑에 실패하고 자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모여 달콤한 아포카토 한잔에 위로받고 또 서로를 위로하는 에피소드인 "달콤한 위로" 등은 애잔함과 뭉클함을 동시에 선사합니다. 커피로 이어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기에 따뜻한 마음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편 2권에서는 1권에서보다 더 개성 강한 등장인물들이 쏟아지는데 그 중 전체적인 커피 스토리에 가장 중요한 역할이 등장합니다. 바로 초파워블로거 커피평론가 가 등장하는가 하면, 전업주부, 생계에 쪼들려 포기한 기타리스트, 기존 등장인물인 작가지망생 여성의 어머니까지 개성이 넘치는 조연 캐릭터들이 이 작품의 맛을 상당히 살려주고 있습니다. 성장하는 주인공 강고비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이 작품의 주요 포인트들 중 하나죠.
#3. 허영만 화백이 커피를 그린다는 것에 대해...
커피를 전혀 안마시는 허영만 화백이 커피에 대한 만화를 그리고 있다는 사실은 상당히 의미가 있습니다. 커피라는 시커멓고 쓴 음료가 그만큼 우리의 일상에 깊이 자리하고 있는지를 말해주는 한 장면이 아닌가 싶거든요. 식객의 한 챕터도 아니고 아예 커피자체를 가지고 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연재하고 있을 정도니 언제부터였나 싶게 커피가 우리나라에 대중화 되었습니다.
이 만화를 보다보니 어린시절 아버지가 드시던 달짝지근한 설탕프림 다방커피를 맛보려고 다 비운잔을 들고 남은걸 할짝이던 기억이 납니다. 대학때 친구가 마시는 아메리카노를 보며 '맛도 없는데 물같은 저런건 왜 한바가지씩 마시나? 물배 채울일 있나?' 했던 기억도 나네요. 처음 드립커피를 내려보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뭐든 너무 깊이 빠지는 적이 없는 저는 그냥저냥 가볍게 즐길 정도로만 하고 있지만 따지고보면 커피보다 몸에 좋고 맛과 향이 뛰어난 차도 무척 많은데 커피가 이렇게까지 일상화 된 것은 참으로 신기한 일입니다.
참, 사족이지만 저는 대형 커피체인의 커피맛을 싫어합니다. 약간 담배잿물같은 느낌이어서.. 그렇지만 개인 카페라고 다 맛있는건 아니더군요. 어지간하면 집에서 머신으로 내려먹는 커피맛보다 나은 커피를 만나기가 힘듭니다. 어지간히 준비하지 않고선 더이상은 카페 창업은 자제했으면 좋겠습니다. 하도 어렵다는 이야기가 많이 들리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