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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운수 좋은날
이림니키 지음 / 김영사 / 2014년 2월
평점 :

#1. 금발머리 소녀 "골디락스"
이 책의 서문에 등장하는 골디락스는 영국 전래동화에 나오는 금발머리 소녀입니다. 이 소녀는 특이하게도 너무 차거나 뜨거운 수프는 먹지않고 딱 적당한 온도의 수프만을 끝까지 맛있게 다 먹는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배가 "쳐"부른 소녀라고 할 수 있겠죠..) 이 책의 저자 "이림니키"씨는 딱 자신에게 알맞은 온도의 수프를 끝까지 맛있게 먹으면서 살아가고 싶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책 [오늘은 운수 좋은 날]은 그런 그녀의 소망이 담담하게 담긴 책입니다.
#2. 묘하게 인상적이지만 이름조차 어렵고 생소한 "이림니키"
"이림니키"는 엄마, 아빠의 성 "이"와 "임"을 합쳐 "이림", 그리고 본인이 제일 좋아하는 "니키 드 생팔"에서 따온 가명이라고 합니다. 이런걸로 딴지를 걸고 싶지는 않지만 "이림니키"는 어감도 안좋고 외우기 그리 좋은 이름은 아닙니다. 저같으면 "이림생팔"로 했겠습니다. 어감이 강하고 한번 들으면 잊혀지지 않잖아요. "생팔~~~" 이렇게 부르면 얼마나 확 귀에 때려박힙니까?
여튼 "이림생팔"이라고 부르고 싶은 저자 "이림니키"님은 유명 일러스트 작가라고 합니다. 저는 이쪽 분야를 잘 모르니 그런가보다 하고 넘어갑니다. 이책에 소개되고 있는 각종 삽화와 일러스트들을 보면 상당히 매력적이고 독특하기도 합니다. 개성있는 그림을 볼 때 경쟁력이 있다 싶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불러서 써드릴 일은 없지만 말입니다.
그림 뿐 아니라 글도 나쁘지 않습니다. 저는 그럴 재주가 없어서 그런지 현학적이거나 지나치게 꾸며쓴 글을 극도로 싫어하는 편인데 이분은 굉장히 담백하고 정직해 보임직한 글을 구사합니다. 그래서 읽으면 부담이 없고, 거부감도 들지 않는 쪽입니다. 개인적으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어딘지 모르게 제 아내의 정서나 분위기와 취향에 묘하게 맞닿아 있는 부분을 발견할 수 있어서 입니다. 정확하게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런데가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아내도 이 책을 읽고 무척 좋아했습니다. (저는 그저 쏘오쏘오입니다만... )
#3. 60, 30, 10의 황금비율...
다 읽고보니 저의 취향기준으로 "아아~~ 그러셨시군요" 60% + "그렇게 하란 말씀이시군요" 30% + "아, 공감되는군요" 10% 정도로 이루어진 황금비율의 책이었습니다. 제 아내 기준이면 아마 거꾸로 10% + 30% + 60% 정도가 되지 않을까 싶지만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모두가 공감하고 좋아할 내용이었다면 이미 베스트셀러에 올라있었겠지요... (아.. 이쯤되면 베스트셀러는 어떻게 만드느냐를 가지고 따지고 싶은 마음이 들...)
개인적인 경험에 비춘 고백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습니다. 프랑스에서 유학하던 시절 이야기, 한국에 돌아와서 있었던 소소한 감정들에 대한 소회가 꽤나 많은 편이고, 특별한 테마없이 이런저런 내용들이 막 들어가 있어서 조금만 더 이야기의 줄기를 잡고 책이 완성되었더라면 완성도 있는 좋은 책이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척 공감되는 내용들도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이런 문구들이죠.
"길을 같이 가는 사람들 중에는 '과정'이 같은 사람들이 있고 '목적'이 같은 사람들이 있다. 과정이 같은 사람들은 그 존재만으로도 큰 힘이 된다. (중략) 목적이 같은 사람들은 처음에는 쉽게 마음을 나누지 못한다. (중략) 목표를 향해 저마다 다른 방법으로 길을 걸으며 도전하지만, 정상까지 함께 갈 것이고 그때까지 함께할 것이라는 믿음이 관계를 지속시켜준다. 그런데 사실, 과정이 같든 목적이 같든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것이라면 아무런 상관이 없다." p27
상당히 공감할 수 밖에 없었던 이야기였습니다. 저는 '과정'이 같은 사람, '목적'이 같은 사람들을 모두 좋아하지만 역시나 그것보다는 좋아하는 사람이 '과정'이 같으면 X2배, '목적'이 같으면 X2배가 되는 것 같습니다. 역시 좋아하는 사람이냐가 더 먼저인 것이죠.
그리 어렵지 않고, 특히 여성들이 공감할 만한 취향의 좋은 이야기도 많으며, 중간중간 작가의 일러스트를 감상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이림생팔"님의 [오늘은 운수 좋은날]입니다. 작가님이 지금 이순간도 딱 적당한 온도의 수프를 드시고 계실지 궁금해지네요. 제 수프는 꽤나 식어버렸습니다만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