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과학책 - 지구 생활자들의 엉뚱한 질문에 대한 과학적 답변 위험한 과학책
랜들 먼로 지음, 이지연 옮김, 이명현 감수 / 시공사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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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과학적 상식에 기초한 가정이 돋보이는 엉뚱발랄한 질문과 답변들

 

   일단 과학에 관련된 책은 읽기가 만만치 않습니다. 공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은 아무리 쉽게 써도 멍하기 일수고 전공자는 또 흥미를 끌지 못해서 심심해할 수 있는 관계로다가 온도를 맞추기가 어렵거든요. 제가 속한 업계에서는 냉방민원과도 같은 어려움입니다. 냉방온도를 적당히 맞추면 방금 더운 야외에서 막 뛰어온 사람은 무척 덥죠. 그럼 민원을 넣어요. 엄청 더운데 뭐하는 거냐고 말이죠. 그런데 이미 오랫동안 가만히 앉아 있던 어르신은 바로 옆에서 민원을 넣어요. 추워죽겠는데 냉방 좀 끄라고 말이죠. ㅋㅋ

 

   이 [위험한 과학책]은 과학을 소재로 한 그런 덥다, 춥다 입맛을 싸그리 무시할만한 재미가 있는 책입니다. 아예 컨텐츠 자체가 웃자 모드로 가버리거든요. 근데 또 과학적이기는해... 이런 형국이다보니 '허 거참, 기가 차는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구만...' 하면서 어이없어 하면서도 웃는 얼굴로 끝까지 읽어나가게 되는 것입니다.

 

   마를린 먼로를 연상시키는 저자의 이력도 독특합니다. 아니 NASA에서 로봇공학자로 나사를 쪼으던 사람이 뜬금없이 웹툰 작가로 전향하다니 말입니다. 너무 연결점이 없는 직업군 아닙니까? 개인적으로 나사 쪼으는거 보다야 웹툰작가가 재미는 있을 듯 합니다만... 이렇게 상당히 거리가 있는 직업으로 변경을 할 때 이런 극적인 장점이 생기는 것입니다. 과학과 코믹웹툰의 퓨전짬뽕이 가져다 주는 재미가 독특하거든요. 누가 만나본적 없는 희한한 결과물을 낼 수 있잖아요. 분명 장난스러운데 과학적이야... 뭔가 따지기 어려울만큼 정확한 데이터와 공식, 과학적 가정에 근거하고 있어요. 읽는 이에게 '아, 이렇게도 적용해볼 수 있겠구나.' 하는 감탄과 재미를 선사합니다.

 

 

#2.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학책

 

   과연 엉뚱해서 웃기기만 하냐, 그리고 누구나 손쉽게 읽을 수 있느냐? 라고 물으신다면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대답하고 싶습니다. 이를테면 첫 질문인 "지구가 자전을 멈추면" 만 해도 딱 그 순간부터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한 설명에 쓰이는 물리학적 배경이나 천문학적 배경들이 결코 마냥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러니까 본질은 과학책이라는 거죠. 그래서 이런 류의 책을 선호하는 독자들에게는 나름의 만족을 줄 수도 있을 것이고, 그냥 재미있다는 평만보고 읽었다가 몇장 못읽고 덮어두게 만드는 사태를 일으킬 가능성도 꽤나 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 면면을 살펴봐도 그저 만만한 내용이 별로 없습니다. 원소 주기율표를 다룬 내용도 화학시간에 배우던 지식을 떠올리고 쥐어짜봐도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원소들이 막 나열됩니다. 하늘에서 스테이크를 떨어뜨릴 때 일어나는 일들에 대한 설명도 탄소반응이라던가 일반인이 정확하게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들이 포함되어 있어요. 그저 '그렇다치고 읽기' 신공으로 넘어가면서 '아 재미지네..'하는 마음과 '그냥 아는 걸로 하자.'라는 두 마음을 동시에 품고 정신승리를 해야하거든요. 물론 그야말로 엉뚱해서 웃고 넘길만한 내용도 꽤나 있긴 합니다만 여튼 과학책은 과학책입니다. 내용에 담긴 진지함을 무시할 수는 없다구요. 

 

 

#3. 먹고 할일이 없으면 이렇게 놀아라...

   이 책을 읽으면서 지속적으로 느껴지는 또 하나의 감정은 이런거죠. '아.. 먹고 살기 힘든 시대에 도데체 어떤 놈들이 이따구 쓰잘떼기 절대 없는 질문을 하고 난리야...' 이런 마음에다가 '아니 또 거기다 이걸 여기저기 연구해서 답변을 달아주는 이 양반은 또 뭐야?' 하는 마음 말이죠.

 

  그야말로 '먹고 할일이 없으니 이렇게 놀고 있네. 거기다 책까지 써서 돈도 벌고 있어... 완전 죽이는 인생이구만..' 이런 생각이 절로 들더군요.  ​상대적으로 우리는 너무 삶을 심각하게 살고 있나 하는 생각도 들고... 어차피 길지 않은 인생인데 이렇게 사는 것도 재미있는 인생이구나 하는 생각이 계속 들더란 말입니다. 물론 모두가 이런 쓸데없으면서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을 업삼아 하며 살기는 불가능하겠지만 거참 생각할수록 부러운 삶입니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저도 남들이 저에게 "뭐 그따구로 희한하게 사는거야?"라는 이야기를 해주는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믈스믈 들게 만드는 그런 묘한 책이었습니다 그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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